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내 일
내일의 내:일
Intro
세상에는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소셜 섹터(Social Sector)’는 비즈니스를 통해 창출하는 긍정적인 영향인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 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또한 ‘내일의 내:일’이 담아내는 경력보유여성들이 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회사이자 서울시 서울시 우수사회적기업에 선정되기도 한 ‘슬로워크’ 박보현 웹기획 프로젝트 매니저는 ‘소셜 임팩트’를 내는 커리어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루트임팩트의 경력보유여성 소셜섹터 공동채용 프로그램인 ‘임팩트커리어W’ 와 연을 맺기 전 이미 소셜섹터에 들어와있었고, 일을 넘어서 최종 꿈에서까지 ‘임팩트’를 내는 법을 찾아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차근차근 쌓고 있다. 라이프점프와 루트임팩트가 공동 기획한 ‘내일의 내:일’ 네번째 인터뷰를 통해, 현재의 커리어에서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또다른 길을 찾아나서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임팩트커리어W 펠로우님들은 대개 그 전까지는 소셜섹터를 전혀 모르던 분들이 많은데요. 보현님은 그렇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처음엔 대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했어요. 저는 원래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였거든요. 그런데 화학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너무 중요한거에요. 관련된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해서 엔지니어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일을 저희 팀에서 하게 됐어요.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부서가 사회공헌 활동도 주도하게 된거죠. 제가 그 업무를 맡아서 하다보니 환경 이슈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되고 그것으로 상도 받고 하면서 이 분야를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고, CSR과 PR을 연결한 주제로 논문까지 쓰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일도 그렇게 연결이 됐는데요. 그 회사를 그만두고는 해외 NGO에서 1년간 근무를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기업 재단에서 일을 했어요. 그리고나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구요. 계속 이 분야에서 제가 해야할 일이 보이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슬로워크와 임팩트커리어W를 발견하게 됐죠.
– 그런데 엔지니어에서 CSR담당자로, 홍보·마케팅 담당자를 거쳐 이제는 IT서비스기획자라니. ‘이 분야’라고 하기는 하지만 보현님은 항상 새로운 일들을 해오신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나요?
“지금 슬로워크에서는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프로젝트 매니징을 하는 PM 역할을 하고 있어요. 홍보나 브랜드마케팅 등의 다른 경력은 많지만 웹사이트의 UX/UI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경력은 짧아 주니어급으로 입사했어요. 그래서 보통 기획자가 PM역할까지 하며 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지만, 저는 아직 혼자서 프로젝트의 A to Z를 할 수 없어서 선임 PM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제 경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했어요. 웹사이트를 만들더라도 그게 결국 브랜딩과 연결되잖아요. 그러니 브랜딩 관점에서 팀에도 클라이언트에도 의견을 제시하곤 해요.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드리기도 하구요. 또 슬로워크에는 ‘도킹’이라는 제도가 있어 입찰보다 요청이 들어온 프로젝트가 많은 편이지만, 입사한 뒤론 제가 가진 입찰제안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니어지만 이렇게 제가 기여할 부분이 있고 또 계속 성장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 선택할 수 있었어요. 아이돌봄도 제겐 중요한 문제여서 슬로워크 입사 전에는 잠시 쉬고 있었는데요, 남편이 1년간의 육아휴직을 선택해줘서 저도 공백기를 끝내고 마음 편히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새로운 일을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기획’이라는 일에 대한 이야기좀 들려주세요.
“기획은 많이 하면 할 수록 느는 것 같아요. 사실 IT서비스 기획만 기획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기획이 있잖아요. 그 분야별로 조금씩 다른 것 같긴 한데요. 저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커뮤니케이션도 하면 할수록 느는 거잖아요. 나이나 연차가 쌓인다고 자연스럽게 되는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갑’과 ‘을’이라는 입장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양쪽 입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다 경험해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양쪽 경험을 모두 해봤고, 그게 지금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 접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일인데, 보현님은 새로운 일을 잘 찾아 떠나오셨던 것 같아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시려는 분들께 해주실 수 있는 말씀이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게 있어서 새로운 걸 시작할 때, 다른 하나는 포기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일하는 방식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때 급여수준이 달라질 수 있죠. 내가 지금까지 일했던 방식, 흥미로운 직무, 만족스러운 급여 등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선택지가 너무 좁아져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워져요.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 서로의 방식에 맞춰가는 것처럼, 새로운 조직을 만날 때도 서로 맞추는 게 필요해요. 반대로 조직도 저에게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겠죠.
또 하나는 지원할 때 드는 불안감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저는 채용 지원 결과의 대부분이 불합격이라 생각하고 지원해서 두려움이 별로 없어요. 물론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요. 떨어지는게 당연하고, 오히려 합격하면 ‘오! 왜 붙었지?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 보현님의 다음 커리어도 궁금해지네요.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뭔가 상상해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소설가요. 특히 사회적인 이슈를 주인공들이 풀어가는 소설을 꼭 써보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고있는지 많이 알고 싶고, 스스로 체험하고싶어서 다양한 일을 해보는 거죠. 나중에 사람들의 삶을 잘 그려낼 수 있도록요. 아직은 일로서 하기는 이른 것 같고, 지금은 일하는 여성을 위한 작은 독서모임을 2년째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문장채집’이라는, 일상 속엔서 좋은 글귀를 발견하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또 새롭게 10문장 소설이라는 프로젝트도 시작했어요. 첫 문장을 던져주면 10문장을 상상해서 짧은 소설을 쓰는 거예요. 문장채집은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하고 있고, 10문장 소설은 제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던 국문과 출신의 선배와 둘이서 하고 있어요. 나중에 좀 키워서 다른 분들과도 해보고 싶어요.”
Outro
‘소셜(한)섹터’와 ‘소셜하지 않은 섹터’를 구분하는 말이 있다는 것은 사실 애석한 일이다. 누구나 세상에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커리어, 어떤 비즈니스든 ‘임팩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분명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것 또는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현 님이 그동안 밟아온 길과 앞으로 향해갈 꿈이 더 멋지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의 이러한 노력이 모여 더 나아지는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
▶ 본 콘텐츠는 서울경제 라이프점프에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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