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보유여성 그리고 조직의 이야기
매거진 루트임팩트
루트임팩트는 2019년부터 경력보유여성이 소셜벤처에서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임팩트커리어W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의 커리어 재 시작을 돕고자 일 감각을 다시 쌓을 수 있는 리부트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루트임팩트가 ‘일터의 다양성’을 목표로 시작했던 지난 5년간 경력보유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흐름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문제에 공감했고 제도적인 노력도 엿보였습니다.
이번 트렌드 인사이트에서는 그동안 임팩트커리어W와 리부트캠프를 거쳐간 경력보유여성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경력보유여성의 채용을 경험했거나 고려했던 임팩트 지향 조직 4곳(소셜벤처 2곳, 비영리기관 2곳) 담당자의 의견도 함께 들어보았는데요, 그 인사이트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경력보유여성이 일을 멈추게 된 이유
임팩트커리어W 및 리부트캠프 출신의 경력보유여성들이 커리어를 중단하게 된 주된 원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임신 및 출산 그리고 자녀교육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경력공백기간 동안 이들은 어떤 감정 상태였을까요?
‘불안’, ‘초조’, ‘우울’이 많이 언급되었지만 동시에 복합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꼈지만 커리어 중단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나 공허함, 초조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습니다.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재시작에 대한 욕구는 전체 응답자의 90.3%가 구직 시도 경험이 있음을 응답했을 정도로 높았지만, 구직 과정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응답자의 63.3%가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공백이 구직 과정(면접 등)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경험이 있다고도 응답했습니다. 면접 시 임신 계획을 무례하게 물어본다거나, 커리어나 역량에 대한 질문 대신 경력공백이나 아이 돌봄에 대한 질문만을 받은 사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 등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채용을 마주하는 경력보유여성과 조직의 고민
해결책은 없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경력보유여성의 채용을 고려했거나 채용 중인 조직 4곳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유연근무제를 포함하여 이들에게 열린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조직들은 경력보유여성들이 높은 책임감을 지니고 고유한 전문성 있는 직군(재무회계, 경영관리 등)에서 유연하게 근무할 때 조직과 당사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우려도 표했는데요, 모든 조직들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유연근무제, 다양성에 열린 조직문화 등을 당장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입니다.
또한 경력보유여성 인재풀에 대한 접근성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이는 조직 뿐 아니라 경력보유여성 또한 일자리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막상 정보에 접근하더라도) 본인의 기술과 경험에 대한 부족으로 망설이거나 양육, 보육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재시작을 위해서
그렇다면 이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변화를 원하고 있을까요? 설문에 참여한 경력보유여성들은 ‘일, 생활 균형이 가능한 기업문화 조성 지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장시간 일하는 문화 개선’ 순서로 응답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정책은 그간 경력보유여성이 숱하게 부르짖은 내용이기도 합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조직의 모습과 제도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다음의 내용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요? 앞서 소개한 조직들(경력보유여성을 채용했거나 고려했던)과 이야기 나눈 내용을 조금 더 전해드립니다.
- 경력의 공백이지 성장의 공백이 아닙니다.
- 경력보유여성이 긍정적인 시선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공백에 대해 너무 위축되지 말고, 겪었던 배움을 솔직히 이야기하자고 독려하기.
- 경력공백을 잘 정리하고 표현한다면 조직은 고유한 강점(일에 대한 높은 윤리적인 기준 (work ethic, 책임감 및 로열티)이 있는 사람으로 볼 것.
- 인식 개선은 모두의 과제입니다.
- 조직도 구직자도 편견 없이 구직 과정에 임하는 것이 중요.
- 이해 당사자들 모두 구직 과정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는 마음 없이 임하기.
“인터뷰 현장에서 이전 커리어 이후 공백이 긴 지원자들을 만났을 때, 대화의 초점이 경력 공백에 오래 머물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처음 몇 분간 본인 소개를 하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백에 대한 설명을 하게 되고, 대화는 자꾸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흐르게 돼요. 그러면 지원자께서 먼저 자신감을 잃고 대화의 생동감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희로써는 잠재력을 확인할 기회를 잃은 거죠. 반면 면접관이 의식적으로 화제를 빠르게 돌려 기대하는 업무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하면, 지원자의 눈빛과 자신감이 달라지고 서로 어떤 협업을 하게 될지 잘 그려져요. 쉼 없이 이어진 경력이 화려해도 회복되지 않은 번아웃을 숨기고 있는 지원자보다는 충분한 공백과 삶의 여정을 통해 일의 의미를 회복하여 준비된 지원자가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 경력보유여성이 근무하고 있는 임팩트 지향 조직 인사담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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