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임팩트는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포용합니다”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
*2024년 1월 25일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가 주최한 DEI 컨퍼런스 <Empowering the Next Generation :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에서 발표하고 기고한 글 “임팩트 생태계를 짓는 비영리 조직이 마주한 DEI 과제”를 각색하였습니다.
루트임팩트는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체인지메이커를 찾아내고, 그들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2012년에 설립하여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중심으로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현재는 공유 오피스, 청년 커리어 교육, 임팩트 기금 조성 등의 사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 개인, 그리고 자원을 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기존 사업에 더하여 구체적이고 집중된 임팩트 테마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루트임팩트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그림을 더 적극적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테마가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입니다.
우리는 왜 다양성 포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다양성은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인 임팩트 생태계의 본질과 같습니다. 사회적 정의와 공평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사회 계층의 목소리와 입장을 포용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루트임팩트라는 개별 조직의 정체성만을 두고 보아도 다양성의 포용은 특별히 중요합니다. 문제 영역의 구분 없이 넓은 범위로 임팩트를 해석하고 커뮤니티에 포용해온 루트임팩트에게는 소외된 영역의 문제에 공감하고 문제로 정의된 적이 없는 문제를 정의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을 포용하는 것이 곧 역량이 됩니다. 다양성 포용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혁신하고 있으니까요.
루트임팩트에 모인 구성원들 가치관을 종합해 본 결과를 두고 보아도 다양성 포용은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자기다움의 존중으로 요약됩니다.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은, 본인의 자기다움 존중이 타당해지는 것은 곧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기다움 존중될 때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다양성 포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가치관에 따르는 일터,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원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루트임팩트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직 내부적으로는 다양성을 품는 제도와 조직 구조를 전담하여 고민할 People & Culture 팀을 동일 규모 타 조직보다 일찍 신설하여 인력을 배치하였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직한 “다양성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였으며, 인사제도와 복지를 지속적으로 다듬어 가고 있습니다. 사업적으로는 일터의 다양성 포용을 제공하기 위해 경력보유여성을 돕고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합니다.
루트임팩트 다양성위원회
루트임팩트에는 ‘다양성위원회’가 있습니다. 깊은 대화를 거쳐 창업을 함께 이루어낸 초기 멤버들 이후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가진 동료들을 맞으면서, 사내에는 암묵적인 의문과 추측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를 수면 위로 올려 논의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구성원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People & Culture 팀을 비롯한 자원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기수별로 다른 주제의 논의를 이어나갔습니다. 이 위원회를 통해 루트임팩트는 다양성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였고,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포용합니다라는 문장을 핵심가치에 추가하였으며, 신규입사자 대상 다양성 포용 오리엔테이션 콘텐츠를 마련하고, 청년과 조직 대상의 다양성 민감도 제고 교육안을 만들었습니다.
유연한 근무환경
루트임팩트에는 출퇴근시간과 고정 좌석이 없습니다. 휴가나 개인 휴게시간 사용에 대한 승인도, 비용 처리에 대한 건별 승인 절차도 없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으며, 재택근무를 할 때 특별한 사유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36명의 정규 구성원 중 4명의 구성원이 주 40시간 미만의 파트타임 근로를 하고 있으며, 누구나 팀의 사정과 개인의 필요에 따라 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들은 루트임팩트가 설립된 2012년 이후부터 꾸준한 사내 논의를 거쳐 진화해온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취지는 다양한 선호와 입장을 가진 구성원들을 최대한 폭넓게 포용하여 일하기에 불편함 없는 일터를 만들고자 함이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퇴사한 구성원은 없었고, 학업, 부업, 본인 건강, 그리고 가족 돌봄 등 다양한 삶의 책임을 가진 구성원들이 유연하게 일과 삶을 병행해가고 있습니다.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을 위한 이니셔티브
루트임팩트는 2018년 부터 한국 사회의 여성 경력단절 문제에 집중하여 프로젝트 임팩트 커리어 W를 진행중입니다. 돌봄 책임때문에 생긴 경력 공백으로 인하여 커리어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임팩트 커리어 W 는 프로젝트 기반 실습을 중심으로 참여자의 커리어 자신감과 커뮤니티 소속감 제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커리어를 추구하는 여성의 결격 사유에 포커스를 두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지칭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변경하여 부르는 일에 앞장서온 결과, 서울시 성동구 등 공기관들이 이를 조례에 반영하여 명칭을 변경하고 있고, 2023년에는 관련한 법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임팩트 생태계 내 조직들이 자녀 돌봄 책임을 가진 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도록 공동직장 어린이집 “모두의숲”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모두의숲”은 규모가 작아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없거나 자원이 부족한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배제되지 않고 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보육과 일을 병행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두의숲은 임팩트 생태계 내 조직들이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 비용을 함께 절감하는 것으로 생태계 구성원들의 다양한 삶과 일의 형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포용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근 몇년간의 경험은 다양성 포용이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사실을 강력히 뒷받침합니다. 예를 들어 일찍이 유연한 근무와 소통 문화를 정착시켜온 덕분에, 루트임팩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새로운 근무 행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소통과 자율적인 근무에 미리 적응해온 구성원들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빠르게 방역 수칙이 적용된 협업 방식에 적응하였고, 팬데믹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시나리오별 업무 매뉴얼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즉, 다양성의 포용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변수에 대응하는 위기 대응의 방법이었습니다. 다양한 변수에 대한 “포용력”이 역량으로 축적되고 개발되어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의 저력으로 발현됨 수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힘은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게 키워야 하는 것이지만, 단기간에 쉽게 손실되지는 않습니다. 긴 훈련으로 만든 근육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 것 처럼말이지요.
다양성 포용은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조직을 강하게 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조직의 습관은 때로는 불편을 초래하고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을 낳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같은 원칙을 고수하면서 확인한 것은, 그러한 충돌을 통해 조직에 쌓이는 대화와 논의의 양이 결국은 조직의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대관 공간의 사용 원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객의 불편을 포용적으로 검토하고 깊은 논의를 하면, 단순하지만 사려깊은 원칙을 만들어 고객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상황이 추가 발생하면 더 빠르게 대응하거나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이런 일의 습관 덕분에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은 생각하는 힘을 남다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그 점이 조직의 경쟁력이자 개별 구성원들이 높은 조직 만족도를 가지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생태계 조성이라는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도 다양성 포용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빠르게 유의미한 생태계 조성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사회 문제의 범위나 솔루션의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주체들을 폭넓게 포용하며 커뮤니티에 초대한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10년 동안 만들어진 성수동 기반 임팩트 클러스터는 루트임팩트라는 작은 조직의 규모 대비 큰 규모와 지속 가능성을 얻게 되었고, 더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루트임팩트는 다양성, 특히 일터의 다양성 포용 제고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계획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영역의 다양성까지 포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조직들이, 특히 임팩트 생태계가, 다양성 포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여 자체적인 탄력성과 적응력을 강화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더 광범위한 사회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의미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