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용기 : 리부트캠프 8기 스케치
임신, 출산, 육아, 가족 돌봄으로 인해 일터를 떠난 ‘경력보유여성’이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일을 둘러싼 환경과 작용 요인은 복잡다단하기에, 경력보유여성이 다시 일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조직 및 사회 차원의 다양한 자원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루트임팩트는 2021년부터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재시작을 돕는 <리부트캠프 Re:Boot Camp>를 운영하며 변화하는 일의 흐름과 경력보유여성 그리고 조직의 니즈를 섬세하게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어느덧 8기를 맞이하여 10주 간의 밀도 높은 과정을 수료한 경력보유여성 및 임팩트 지향 조직 6개사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3월, 오리엔테이션
“육아로 일을 오래 쉬었는데, 다시 일할 수 있을까?”
“감각이 떨어져서 다른 동료들보다 뒤쳐지면 어떡하지?”
“일과 삶을 균형있게 모두 해낼 수 있을까?”
다양한 상황과 이유로 경력을 멈추고 일터에서 멀어져 지내다보니 이제는 일과 관련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는지도 모릅니다. 리부트캠프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여성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조직을 모아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가 아닌 나로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로 인사를 나누는 참여자들의 모습에서 설렘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루트임팩트 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이니셔티브 팀은 리부트캠프를 포함하여 소셜벤처 공동직장어린이집 <모두의숲>, DEI를 증진하기 위한 조직 실험 지원 제도 <DEI LAB> 등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을 제고하는 활동을 적극 개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원하는 조직으로서 다양성 포용이 우리가 당면한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해야 할 가치이자 본질이라고 믿고 있는데요.
특히 리부트캠프를 통해 어떤 일터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사람들만 모여서 일하는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정을 가지고도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일터의 모습, 다양성이 포용되는 일의 미래를 먼저 만나고 직접 만들어간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에 함께 할 파트너사와 프로젝트 주제를 소개하며 리부트캠프 8기는 힘찬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디아앤코는 ‘Disabled in Action’의 약자로 장애인의 건강한 자립을 돕는 회사로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생활 체육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아앤코의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잠재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한 B2B 마케팅을 프로젝트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마보는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마음챙김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국내 최초 디지털 명상 앱 서비스 운영사입니다. 이번 리부트캠프에서는 마보 명상 앱의 인지도 향상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 어르신, 어린이, 학습장애 아동 등 정보 약자를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정보 약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운 단어를 제보하면 그에 대한 설명을 쉽게 제공하는 <어려운 말 쉬운 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캠페인 사이트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시도를 리부트캠프와 함께 했습니다.
에스앰플래닛은 시각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보급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최근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정보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리부트캠프 팀과 문화센터 프로그램 통합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시장 조사 및 앱 기획을 수행하였습니다.
와이비에스에듀는 전승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 문화의 소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사회적기업입니다. 첫 오프라인 전통 문화예술 복합공간 개관을 앞두고 공간 기획 및 홍보 마케팅을 프로젝트 주제로 제시하였습니다.
이타서울은 지구를 위한 한 사람의 노력이 세상의 변화로 확산되도록 데이터라는 징검다리로 개인과 세상을 잇는 환경 비영리단체입니다. [리부트 어스 피프티 : 나와 지구를 위하는 50일 간의 환경 일주]라는 테마로 지역 맞춤형 환경 활동을 기획 및 실천하였습니다.
4월, 프로젝트 및 세션
가상의 과제가 아닌 기업의 실전 프로젝트를 팀으로 수행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슬랙,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디지털 툴 활용법을 익히기 시작한 리부트캠프 참가자들의 일감각 회복 속도와 프로젝트 몰입도는 남달랐습니다.
경력보유여성들은 팀 동료 간에 이전의 일경험과 강점을 파악하여 이를 반영한 업무 구조화 및 역할 분담을 신속하게 수행했으며, 파트너사와의 정기 회의 등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습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보, 예산, 일정을 관리하면서 과업의 범위 및 수행 방법을 시시각각 세밀하게 조율하는 등 뛰어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워크에식 Work Ethic뿐만 아니라 학습을 통한 성장 의지도 높아 매주 진행된 역량 강화 세션에서도 활발한 참여와 피어러닝 Peer Learning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케팅 교육은 10년 만이었는데 그간 변한 시장 환경과 마케팅 툴을 새롭게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필드에 계신 분의 생생한 이야기와 노하우를 들은 만큼 팀 프로젝트에 반영해서 작게라도 고객의 피드백과 수치를 확인해야겠습니다.“
“중간 발표에서 모든 팀이 진행 중인 과정과 이룬 성과들을 보며 놀라웠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리부트캠프가 단순히 일경험을 쌓는 것을 넘어 팀과 함께 일의 성취를 향해 구체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저희 팀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앞으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믿으며 힘을 얻었고, 다른 팀으로부터의 피드백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5월, 최종 발표 및 수료식
세션을 병행하며 프로젝트가 고도화될수록 참여자들의 의지와 역량은 구체적인 성취로 전환되어 나타났습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성이 보장되고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업무 환경을 경험하면서 프로젝트의 효율은 높아졌고 삶과 일의 균형점을 찾아갔습니다.
10주 간의 과정을 망라한 최종 발표에서는 참가자들이 조직에서 제시한 문제를 다면적으로 고민하여 도출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디아앤코 팀은 장애인 생활 체육 현황 조사와 고객 인터뷰 분석을 통해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전문성 확립, 잠재 파트너사 및 이해관계자 커뮤니티 브랜딩 등을 B2B 확산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장애인 생활 체육 시장의 규모가 작고 배리어프리 필라테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 주목하여 디아앤코의 향후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마보 팀은 앱 서비스의 인지도 향상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으로 온드 Owned 채널 활성화 및 노출, 유입수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파트너사 마케팅 담당자와의 소통을 통해 마보의 톤앤매너와 고객을 고려한 양질의 콘텐츠를 다수 제작한 덕분에 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자 참여자들의 가치있는 포트폴리오가 되었습니다.
소소한소통 팀은 쉬운말 단어 풀이 작업을 포함한 데이터 구축과 사이트 활성화 캠페인 및 이벤트를 성료했습니다. 체계적인 문제 정의 프로세스에 따라 고객과 서비스 경쟁력을 분석하였고 이를 인식 개선 콘텐츠 및 홍보물 제작에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파트너사에서 주관하는 발달장애인 대상 오프라인 행사 스태프로도 참여하는 등 의미있는 협업 사례를 남겼습니다.
에스엠플래닛 팀은 전국 단위 문화센터 분포 현황 분석, 고객 및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핵심 인사이트를 담은 시장 조사 보고서와 앱 서비스 기획 아이디어를 파트너사에 제안했습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 Pain Point에 대응하는 솔루션, 앱 서비스의 핵심 기능과 메뉴 구상의 측면에서 실용성이 높아 파트너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와이비에스에듀 팀은 잠실에 위치한 국가유산체험센터의 개관 준비 단계에 합류하여 3D 그래픽 툴 및 데이터를 활용해 공간 세부 연출을 협의하였고, 개관 이후 보완이 필요한 운영 개선, 브랜드 구축,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완성도 높게 제시했습니다. 파트너사에서 필요로 했던 공간 및 마케팅 관련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만나 시너지를 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타서울 팀은 종이팩 재활용을 주제로 한 참여형 챌린지를 기획 및 운영하였습니다. 성수동 소재의 환경 관련 기관 맵핑, 이해관계자 인터뷰,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을 거점으로 한 홍보 활동 등 현장 중심형 운영으로 대중에게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였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시작할 힘과 추진력을 얻은 것 같아요. 제가 잘하는 것, 부족한 점, 보수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 힘들어도 참고 하고 싶은 일, 본능적으로 끌리는 일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번에 파트너사와 했듯이, 스몰 브랜드나 스타트업과 함께 프로젝트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도 싶고요.”
“보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 10여년 만에 이력서를 수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자신에게는 큰 변화이자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부트캠프 수료 시기에 맞추어 재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생한 일경험과 제 이력서의 언어를 다시 볼 수 있는 코칭 세션 등이 도움이 되었고, 이전과 달리 ‘시간의 비중’을 기준으로 기업과 근무 조건을 조율하여 조직과 제 자신 모두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리부트캠프로 일감각과 자기효능감을 회복한 경력보유여성들은 취업, 창업,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유급 노동을 재개하면서 커리어를 능동적으로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리부트캠프를 통해 얻은 지식, 다시 발견하고 인정하게 된 자기 인식, 근로 조건과 문화 등 커리어 선택의 기준 확립, 그리고 든든한 동료들이 모두 경력보유여성들이 나아가는 길에 크고 작은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모든 사람의 고유한 경험이 존중받는, 다양성과 포용이 있는 일터를 조성하고자 하는 루트임팩트의 여정에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