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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03.20

점자 표지판 이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헤이그라운드, DIY 점자 표지판 ‘점킷’ 공동 개발

‘점킷’의 점자 번역을 통해 ‘한겨레’를 점역했다. 점역에 따라 점자 핀을 점자 구성판에 꽂고 조립하면 점자 표지판이 완성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점킷’의 점자 번역을 통해 ‘한겨레’를 점역했다. 점역에 따라 점자 핀을 점자 구성판에 꽂고 조립하면 점자 표지판이 완성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사회혁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 ‘헤이그라운드‘는 20일 누구나 쉽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지판을 ‘손수 제작'(DIY, Do It Yourself) 하고 설치할 수 있는 ‘점킷'(JUM KIT)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점킷’을 활용한 점자 표지판 설치는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이동과 정보 접근을 돕는 무장애(배리어프리) 공간 조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획득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높은 제작 비용과 점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문제로 점자 표기가 널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점킷은 변화의 첫 걸음이다. 전문 업체에 의뢰해 제작하는 대부분의 점자 표지판과 달리 점킷은 ‘도서출판 점자’가 개발한 점자 번역 사이트를 통해 점자로 번역하고 싶은 단어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점역에 따라 점자 핀을 구성판에 꽂고 뚜껑을 덮어 조립하는 형태로 중간 수정도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점자 표지판이 알루미늄이나 폴리염화비닐(PVC) 스티커로 제작되는 것과 달리 점킷은 노플라스틱선데이에서 재활용한 플라스틱 컵을 소재로 제작한다.

헤이그라운드 입주사무실에 부착된 ‘점킷’. 루트임팩트 제공.
헤이그라운드 입주사무실에 부착된 ‘점킷’. 루트임팩트 제공.

‘점킷’은 사회 전체의 포용성을 강화하고, 모두가 동등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사회혁신기업들이 만든 합작품이다. 헤이그라운드의 기획과 관리,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속가능한 순환구조를 만드는 노플라스틱선데이의 개발과 제작,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사용성 자문과 점역 엔진 개발을 맡은 도서출판 점자가 1년 간 힘을 합쳐 점킷을 만들었다.

점킷은 현재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과 서울숲점의 입주사 사무실, 회의실을 포함한 약 700곳에 부착되어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향후 층별 안내문과 공간 내 다양한 부대시설에도 점킷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개발을 총괄한 노유리 헤이그라운드 파트장은 “점자 표지판 도입은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며 “누구나 독립적으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