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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리포트

남성의 돌봄을 포용하는 DEI Lab – 피스윈즈코리아 편

DEI LAB

2025년 08월 06일
DEI 이니셔티브 팀

DEI Lab은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에 관한 조직 실험을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외부 전문가가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조직이 스스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직접 실험을 설계합니다.

이번 DEI Lab은 “돌봄”이라는 주제에 주목했습니다. 돌봄을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닌 조직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고, 포용적인 조직을 ‘돌볼 줄 아는 조직’의 모습으로 그려보고자 합니다.

만약 조직이 구성원의 돌봄 역량을 리더십처럼 중요한 자질로 인정한다면, 특히 남성 구성원의 돌봄을 포용하고 가치있게 여긴다면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요?

첫번째 실험 참여 기업인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님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피스윈즈코리아와 동환님의 돌봄 상황을 소개해주세요.

피스윈즈코리아는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단체로 ‘긴급함’과 ‘현장성’이 중요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불·홍수 등 국내 재난 대응부터 난민·국제재난 구호까지 활동 영역이 넓습니다. 또한 재난대응 교육·유기견 안락사 제로 프로젝트 등 민관 협력 기반의 생명과 희망을 살리는 인도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5년간 피스윈즈 일본 법인에 소속되어 근무하다가, 피스윈즈코리아의 사무국장을 맡게 되며 귀국했고, 현재 생후 160일 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서 육아휴직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저도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시도했지만 출산 휴가를 마치고 3월 말 산불이 발생해 현장에 가야해서 육아휴직은 포기했습니다. 일과 돌봄의 병행을 고민하며 현재는 일주일에 1~2일은 시터 분에게 아이를 맡기고, 기본적인 돌봄은 제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번 실험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재난 상황에 대한 빠른 대응과 집중력이 관건인 업무 환경에서 돌봄은 조직의 우선순위 의제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제가 최근 첫 아이를 얻으며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순간에도 쉴 새 없이 메시지는 울리고, 현장 출동과 긴급 회의가 반복되는 가운데 육아는 일시정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직은 빠르게 움직이는데 제 삶은 천천히 가야만 했어요. 이때 처음으로 “돌봄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하루는 제가 아이를 돌보며 온라인 회의에 참여하게 되면서 아이가 환대받는 장면을 통해 구성원들의 돌봄에 대한 반응과 그 너머의 현실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이 저마다 감당하고 있었을 돌봄을 미처 몰랐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먼저 육아 조언과 돌봄 팁을 나누며 따뜻하게 반응해준 동료들에게 고맙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갔는데, 동료들이 너나없이 아이를 안아주고 각자 나름의 돌봄 스킬을 발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순간들을 통해 돌봄은 숨기거나 사적으로 다뤄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쁜 이야기라는 믿음을, 돌봄이 조직 문화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느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 돌봄이 작은 계기가 되어 우리 조직 안에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돌봄’이 피스윈즈가 추구하는 회복력 있는 리더십과 지속가능한 현장성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피스윈즈코리아의 DEI Lab 실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핵심은 아이와 사무실에 동반 출근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사무실에서 일상을 보내면서, 조직이 돌봄을 포용하는 방식이 실제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관찰할 예정이에요.

팀원 인터뷰, 현장 영상 등을 통해 변화의 순간들을 면밀히 기록하고, 특히 구성원들이 돌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팀 내 대화와 관계가 변화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돌봄에 있어 어떤 감정의 변화가 있었는지, 아이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누군가가 새롭게 보였는지,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거나 그간 말하지 않았던 가치와 감정을 드러냈는지 등을 자유롭게 나누고자 합니다.

사무실 내에는 아이를 위한 안전한 공간도 조성할 예정입니다. 유아 매트, 울타리, 장난감 등을 준비해서 아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돌봄을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시나요?

이번 실험은 세 가지 핵심 변화를 관찰하고 검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돌봄 역량이 업무 역량과 직결된다는 가설입니다. 재난 대응과 같이 복잡한 업무 환경에서는 위기관리, 멀티태스킹, 공감적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역량인데, 아버지로서의 돌봄 경험이 이러한 역량을 자연스럽게 훈련시킨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아이를 돌보면서 감정 조율, 우선순위 설정, 협상 능력이 향상되었고, 이것이 업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돌봄을 수행하는 남성 리더가 정서적 리더십 측면에서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두 번째로 주목하고 있는 변화는 돌봄을 말할수록 그 힘이 강해진다는 현상입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돌봄은 ‘침묵’ 속에 존재해왔다고 느껴요. 하지만 제가 돌봄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을 때, “그런 경험이 나도 있다”는 동료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남성 구성원이 자신의 돌봄 경험과 책임을 조직 안에서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을 때, 돌봄에 대한 자긍심과 효능감이 향상되고, 팀 내 소속감과 주체성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직에서 돌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수록, 돌봄이 단순한 ‘가정사’가 아닌 조직의 문화적 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기대하는 바는 돌봄을 조직의 정서적 문화를 바꾸는 힘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번 실험에서는 아이를 사무실에 데려와 직원들이 직접 아이와 소통하고 돌봄에 일부 참여하는 구조가 생기는데요. 아이를 사무실에서 함께 돌보는 경험은 구성원 전체가 돌봄의 주체가 되는 계기가 되고, 이로 인해 팀 내 정서적 연결, 상호 신뢰, 일상 공유가 자연스럽게 촉진될 것으로 봅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연결, 유머, 인간적인 대화의 확산을 통해 돌봄이 개인의 부담이 아닌 정서적 공유자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결국 아이의 존재가 조직을 ‘일만 하는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재정의할 수 있을 것이고, 사무실은 아이로 인해 더 따뜻해지며 구성원들은 서로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에서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일본, 대만 등 해외에 있는 피스윈즈 지부로도 사례를 공유하고 실험을 확산시키고 싶기도 합니다.

이번 실험이 돌봄 책임이 있는 다른 구성원과 조직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피스윈즈코리아에는 저와 같이 자녀 돌봄 책임이 있는 남성 구성원, 유연근무제로 근무하시며 양육 중이신 일본인 구성원, 미혼인 구성원 등 다양한 분들이 계십니다. 이번 실험은 ‘남성의 육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구성원의 다양한 돌봄 책임을 어떻게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출발점을 만드는 계기였으면 합니다.

제가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조직에서는 개인의 삶과 책임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라요. 이것이 다른 형태의 돌봄을 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돌봄 이야기를 꺼내고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실험을 시작하면, 다른 구성원들도 각자의 돌봄 상황에서 필요한 지원이나 배려를 더 자연스럽게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는 ‘사무국장이니까 가능한 일’이 아니라, 돌봄 책임이 있는 모든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말할 수 있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저희 조직의 실험을 통해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터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다른 조직에서도 구성원의 돌봄과 관련하여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시거나, 앞으로 반드시 경험하시게 될 일이라고도 생각해요.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었던 돌봄이 조직 문화와 역량, 리더십의 문제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피스윈즈코리아의 실험은 재난 현장의 긴급함 속에서도 돌봄이 어떻게 조직의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입니다. 아빠의 돌봄이 단순한 개인사가 아닌 조직 전체의 정서적 기반이 되는 과정을 기대하며, 궁금하신 점이나 의견은 언제든지 initiative.dei@rootimpact.org 로 보내주세요.

[피스윈즈코리아]

  • 분야: 재난구호 및 해외 인도적 지원 NGO
  • 업력: 2020년 설립 (한국 지부 기준)
  • 구성원 수 및 평균 근속 연수 : 5명 (한국 본부) / 1년
  • 구성원 성비: 남 30%, 여 70%
  • 주요 직무: 재난 대응, 인도적 지원, 해외 개발협력
  • DEI Lab 실험 내용: 아이 동반 출근을 통한 돌봄 포용 조직문화 실험
  • DEI Lab 기대 성과:
    • 돌봄을 수행하는 아버지의 역량이 정서적 리더십으로 연결되는 사례 축적
    • 사적 경험의 공유가 조직 문화의 신뢰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증명
    • ‘일과 삶의 구분’이 아니라, ‘삶을 함께 품는 일터’로서 조직 문화의 확장 가능성 확인
    • 구성원 간 정서적 거리 감소, 비공식 소통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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