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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필란트로피 리포트

IP1 기금, 한국 필란트로피의 미래를 묻다 (2)

IP1 기금

2025년 10월 16일
Root Impact

‘비영리 성장 실험의 기록, 변화의 시작’ 성장공유회 2편

IP1 기금 성장공유회 1편에서 실험의 철학(WHY)과 동행 방식(HOW), 실험의 결과(WITH WHO)를 살펴보았다면, 이어진 패널토크에서는 IP1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리 생태계 전체가 나아가야 할 길(FOR WHAT)을 모색했습니다.

[성장공유회] 비영리 성장 실험의 기록, 변화의 시작

일시: 2025.9.19(금) 14:00-17:00
장소: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브릭스홀

타임라인:
1부 실험의 시작과 과정
– 키노트 (WHY): 벤처 필란트로피 실험은 왜 시작되었나?
– 패널 토크 1 (HOW): IP1 기금은 비영리 조직과 어떻게 동행했나?

2부 실험의 결과와 미래
– 피칭 (WITH WHO): 함께한 비영리 조직들은 어떻게 성장했나?
– 패널 토크 2 (FOR WHAT): 더 많은 실험을 위해 생태계는 무엇을 해야 하나?

패널 토크2. FOR WHAT – 더 많은 실험을 위해 생태계는 무엇을 해야 하나?

뉴웨이즈와 온기의 이야기가 남긴 여운 속에서, 마지막 세션은 자연스럽게 더 넓은 질문으로 향했습니다.

더 많은 성장 사례를 위해, 우리 생태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

최근형 루트임팩트 팀장의 진행으로 시작된 마지막 대담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생태계를 바라보는 세 명의 전문가가 함께했는데요. 스타트업 창업가에서 IP1 기금의 출연자로 필란트로피스트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강석 IP1 기금 출연자, 글로벌 재단의 관점에서 아시아 필란트로피를 바라보는 김진영 어린이투자펀드재단(CIFF) 기후국장, 그리고 비영리 생태계의 현장을 가까이서 기록해 온 정진영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들의 대화는 생태계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미래를 향한 따뜻한 제언들로 채워졌습니다.

IP1 기금 성장공유회 두 번째 패널토크 현장. 왼쪽부터 최근형 루트임팩트 팀장, 김강석 블루홀(現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진영 어린이투자펀드재단(CIFF) 기후국장, 정진영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이사장.

현실 진단: 비영리 생태계가 마주한 과제를 들여다보다

대화는 생태계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김강석 IP1 기금 출연자는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통해 얻은 관점으로 비영리 생태계를 바라본 소회를 나누었습니다. 그가 본 비영리 생태계는 혁신을 외치는 사회의 다른 영역과 달리, 단기적인 프로젝트 성과에 묶여 어딘가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기부자 입장에서 보면, 비영리 조직들의 운영 방식이나 자금의 흐름이 너무 단기적이고 프로젝트 중심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조직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조직과 인재가 필요합니다. 이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새롭게 시도하고 성장하며 사회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새로운 기부 자본 유입의 ‘허들’이 되기도 합니다.”

정진영 이사장은 이러한 정체의 근본적인 원인을 ‘길’에 비유했습니다. 혁신적인 비영리 조직이라는 ‘자동차’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기부금품법을 비롯한 제도와 규제, 그리고 ‘운영비=낭비’라는 대중의 인식 등의 ‘길’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두 번째 패널 토크 모습. 정진영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이사장이 국내 비영리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동차가 쌩쌩 달려야 하는데, 길은 말이 달리기 좋게 만들어진 셈입니다. 특히 인건비나 운영비에 20% 정도만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관행과 인식의 문제가 단단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진영 국장은 해외 필란트로피와의 근본적 차이를 짚었습니다. 그는 북미나 유럽의 필란트로피가 조직의 본질적인 성장을 믿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신뢰’의 전통 위에 서 있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아직 이러한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신뢰의 격차’가 결국 조직의 핵심 역량에 투자하는 ‘코어 펀딩(Core funding)’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조직들이 장기적인 호흡으로 대담한 도전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인 셈이죠.

“아시아에서는 아직  신뢰 기반의 기부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이 신뢰의 격차를 줄이고, 조직의 본질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펀딩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나아가기 위한 제언: 무엇을 시도해야 하는가?

생태계의 현실을 진단한 패널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에 대한 생각도 하나씩 꺼내놓았습니다. 정진영 이사장은 리더십의 변화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민간 기금의 한계를 언급하며, 개별 조직의 경험과 배움이 흩어지지 않기 위한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IP1과 같이 의미 있는 시도들이 개별 조직의 경험으로 흩어지지 않고, ‘생태계 공통의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과정을 공유하고 함께 학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각각의 좋은 시도들이 모이고 쌓여야 합니다.”

두 번째 패널 토크 모습. 김진영 어린이투자펀드재단(CIFF) 기후국장이 ‘벨라지오 센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김진영 국장은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들이 탄생한 이탈리아 ‘벨라지오 센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록펠러 재단이 만든 이 공간은 혁신가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머물며 교류하고 사색할 시간을 제공합니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유명해진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바로 이곳의 네트워킹 속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는 필란트로피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태동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였습니다. 김진영 국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 비영리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IP1 기금을 통해 성장한 조직들의 아이디어는 정말 훌륭하지만, 비영리 생태계 전반을 놓고 보면 한국은 북미나 유럽보다 아직 성숙해 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탄탄한 펀더 그룹의 유무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더 크고 담대한 비전을 가진 펀더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비영리 단체만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고 판을 키워나갈 ‘펀더 생태계’를 의식적으로 함께 성장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역할: 어떤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패널토크의 마무리는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졌습니다. 김강석 출연자는 업계 차원의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패널 토크 모습. IP1 기금의 출연자인 김강석 블루홀(現 크래프톤) 공동창업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잠시 멈추고 ‘왜 열심히 하는데도 잘 작동하지 않을까?’를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계 차원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재풀에 대한 장기적인 시각과 뚝심 있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IP1 기금을 해보니 3년은 너무 짧습니다. 이 실험의 진짜 성과는 훨씬 더 먼 미래에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정진영 이사장은 리더들 간의 ‘학습 공동체’ 필요성과 함께, 임팩트 미디어를 응원하고 공유하는 ‘개인 각자의 역할’을 강조하며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대담의 마지막, 김강석 출연자의 소회는 패널토크의 논의를 함축하는 깊은 울림을 남겼는데요. 그는 IP1 기금금을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비싼 실험’이었다고 말하면서, 그 안에서 분명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강조했습니다.

“IP1은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비싼 실험’이었습니다. 잘될지 아닐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IP1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이런 실험이 더 활발하게 확산되기를 희망합니다. 더 선진적이고 진취적인 시도가 어디선가 시작되고, 나아가 이것이 생태계의 흐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비영리 생태계를 더 매력적으로 보고, 더 많은 기부자가 생기고, 더 좋은 제안들이 오갈 때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 패널토크는 성장공유회의 하이라이트이자, IP1 기금이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미래를 그려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IP1이라는 하나의 실험을 넘어, 한국 비영리 생태계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정면으로 마주해볼 수 있었습니다.

IP1 기금 성장공유회 전시. 참가자들이 가장 공감이 가는 메시지에 스티커로 투표한 모습.

결국 IP1 기금 성장공유회는 ‘WHY’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해 ‘FOR WHAT’이라는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루트임팩트가 품은 질문(WHY)은,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묻고 답을 찾아가는 동행의 과정(HOW)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뉴웨이즈와 온기 등 선정 조직의 성장(WITH WHO)으로 생생한 사례가 되었죠. ‘비싼 실험’은 그 자체로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남은 것은 이 실험의 결과를 각자의 현장으로 가져가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실험으로 확장하는 우리 모두의 액션일 것입니다.

비영리 생태계에 남은 과제에 관한 질문들
*참가자 분들이 남겨주신 질문과 답변을 일부 공유합니다.

Q ‘성장’이라는 단어 안에는 과정과 실패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는 더욱 그러합니다. 과정과 실패가 성장이 되기 위해서 조직은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과정과 실패가 성과가 되려면, ‘학습을 통한 성장이 가능한 실패’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 차원에서는 프로젝트 설계 단계부터 세심한 논의와 준비를 할 필요가 있어요.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할지, 그것을 어떻게 측정하고 해석할지, 장애물과 대책은 무엇인지, 실패 시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기대와 얼마나 일치하거나 벗어났는지도 냉정히 판단해야 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면 지속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때에 얻은 교훈은 조직 전체와 공유해야 했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지 않으면 실패는 학습으로 이어질 수 없어요. 결국 실패를 통한 성장은 쉽지 않지만, 이를 해내는 조직은 그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김강석 출연자

Q. IP1 기금의 실험이 지속가능한 기부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 IP1이 도출한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먼저 ‘사람과 조직에 대한 선행 투자’입니다. IP1 기금의 가장 바탕에 있는 믿음은, 일하는 사람과 조직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크고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소규모 조직이 다양한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재원의 흐름을 마련할 때까지 조직의 성장 단계를 고려하는 기부가 비영리 분야에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도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신뢰는 불필요한 소통과 관리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줍니다. 특히, IP1 기금처럼 다년 기부를 지향하는 경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위한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Q. 기금 출연의 임팩트에 대한 기부자의 인식 성장도 중요할 텐데요. 이를 위해 비영리 조직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첫째, 기부자와 비영리 조직 간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소통,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사업과 성과, 미래 자원과 어려움에 대한 솔직한 소통이 쌓일 때, 두터운 신뢰와 장기적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기부자가 조직의 한계와 고충을 느끼는 순간이 기부 중단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 기반 기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비영리 조직이 스스로 성장 과정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고 이를 기부자와 공유하면서 공감의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강석 출연자

※ 임팩트 필란트로피 팀과 IP1 기금은 이번 공유회를 시작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비영리 생태계를 위한 실험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 다 담지 못한 질의응답 전체 내용을 비롯해, 앞으로 IP1 기금의 실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함께 학습해나가길 희망하는 분들은 우측 링크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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