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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체인지 리서치

2026 한국 임팩트 생태계 현황 조사 ② 지향은 시스템 체인지, 관행은 성과 입증

연구보고서: 판을 바꾸는 협력

2026년 06월 24일
Root Impact

※ 해당 글은 2026 한국 임팩트 생태계 현황 조사 ① 숫자로 보는 고착의 신호에서 이어집니다.

새로운 변화의 언어는 떠오르고 있을까

“시스템 체인지, 잘은 모르지만 궁금하다”

세 번째로 확인한 것은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현재 인식입니다. 이 질문은 루트임팩트의 연구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떠오른 질문이었어요. 처음에는 ‘진짜 변화를 만드는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한 사람의 탁월한 역량이나 단일한 인재상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드러났습니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역량을 넘어, 그런 변화가 가능해지는 조건과 환경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문항은 그 연장선에서 던진 질문입니다. 여기서 조건과 환경을 바꾸기 위해선 반드시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연구진은 ‘시스템 체인지’라는 개념이 생태계 안에서 얼마나 익숙한지, 그리고 현장이 느끼는 변화의 필요를 설명할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시스템 체인지’는 아직 생태계에서 익숙한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응답자의 40.8%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23.3%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둘을 합치면 64.1%가 시스템 체인지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개념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조금 다르게 나타났어요. ‘시스템 체인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은 ‘호기심’으로, 절반 이상인 53.4%가 응답했습니다. 시스템 체인지라는 개념은 아직 낯설지만, 그 지향점에는 관심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다만, ‘시스템 체인지 지향성’ 평균은 5점 만점에 4.36점으로 높았지만, 스스로 평가한 ‘시스템 사고 수준’은 3.8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를 시스템 차원에서 사고하는 역량은 아직 더 연습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이 문항은 시스템 체인지가 이미 완전히 정착한 개념이라기보단, 그 필요가 생태계 안에서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조짐을 보여줍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낯선 개념을 앞세우는 일이 아니라, 현장이 이미 느끼고 있는 변화의 필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듬는 일일 수 있는 것이죠.

4. 우리 조직은 지금까지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을까

“결정적인 순간에 기존의 방식을 택한다”

시스템 체인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더라도, 실제 조직이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기존 관행에 머물러 있다면 변화는 쉽게 일어나기 어렵겠죠. 지금까지 임팩트 조직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다뤄왔을까요?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거나 문제를 정의할 때, 응답자들은 조직이 주로 반응적 문제 해결(29.1%), 예측·통제(27.7%)에 가까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근본 원인을 파악하거나, 당사자와 실무자의 목소리가 문제 정의의 핵심이 되도록 설계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평가 단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는데요, 프로젝트나 사업이 끝난 뒤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높게 나타난 응답은 성과 입증(31.1%)이었습니다. 정량 성과는 23.2%, 근본적 변화는 23.8%, 학습·성찰은 22.0%로 뒤를 이었어요.

그렇다고 단순히 “조직이 보수적이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업이 계획과 다르게 흘러갈 때의 대응 방식에서는 전략 수정(39.3%)이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문제를 처음 정의하는 방식과 마지막에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기존 방식에 관성을 가질 뿐, 현장은 변화에 맞춰 움직이려는 유연성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 FGI에서는 이 지점을 보다 구조적인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지원과 투자의 기준이 점점 정형화되면서, 무엇이 ‘적합한 시도’인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_ 사회혁신 생태계 연구자 C

“성과가 단순한 숫자로만 환원되면서, 중요한 변화가 평가에서 사라지기 쉽습니다.” _

전문가들은 조직 관행의 한계가 개별 조직 내부의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현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자원과 평가의 기준이 이미 정형화되어 있을 때 그 기준에 맞는 방식으로 기획하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따라서 조직 관행 변화는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무엇을 성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생태계 차원의 합의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우리의 협력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을까

32.2%,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협력의 수준입니다. 사회혁신 생태계는 콜렉티브 임팩트, 얼라이언스, 파트너십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강조해왔죠. 실제로 응답자의 84.5%가 프로젝트나 사업 차원의 협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요.

하지만 협력의 유형을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집합행동형 협력은 36.8%, 활동 정렬형 협력은 34.5%였지만, 공동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자원 배분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설계하는 시스템 조율형 협력은 18.4%에 그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협력 내용에 대한 평가에서도 아쉬움이 확인됩니다. 협력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응답이 32.2%, “보통이다”가 31%로 높게 나타났어요.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28.7%, 매우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4.6%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협력에 필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속가능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협력 요소로 공통의 아젠다(27.7%)를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인데요. 더 많은 협력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협력이 역할 분담이나 일정 조율을 넘어,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자원과 권한의 구조를 조정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문가 FGI에서는 앞으로 필요한 협력의 방향도 함께 제안되었어요. 단순히 파트너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언어, 정당성, 확산 경로, 평가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상위 시스템과의 전략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학계·교육 시스템, 둘째는 미디어를 포함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생태계, 셋째는 정책·제도 시스템입니다. 이 세 시스템을 실제로 연결해 작동시키는 핵심 역할이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_사회혁신 미디어 편집장 A

이러한 전략적 결합을 위해 필요한 역할로 ‘오케스트레션(Orchestration)’이 언급되었어요. 이는 여러 주체의 목적과 자원, 언어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뜻하는데, 이것이 협력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치며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현장은 이미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지금의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요.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이 “생태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생태계가 쌓아온 경험과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죠.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한계에 부딪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이 더 필요한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현황을 데이터로 정확히 직시한 순간, 해결을 위한 여정은 이미 절반쯤 지나온 셈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을 떠올려봅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왔는데, 왜 우리가 풀고싶은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 같을까?”

정체의 감각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현장의 진단을 넘어 시스템 체인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 방향이 궁금하시다면, 연구 보고서「판을 바꾸는 협력: 사회혁신 생태계에 던지는 새로운 제안」 전문에서 그 깊이 있는 실마리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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