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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필란트로피 칼럼

각자의 도시, 하나의 수업: 담을 허물고 싹튼 유쾌한 교류 [담을 넘는 자본 ②]

2026년 10월 29일
소셜임팩트뉴스 염지현 기자

5시간 반의 여정이 만든 효능감과 ‘교육의 유연성’

2026년 5월 28일, 춘천 한림대 스테이션C 코어에 세 도시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국립순천대 18명, 경북대 21명, 한림대 24명과 심사위원과 참여 교수 등 관계자 13명까지 76명이 「AI활용 대학생 로컬임팩트 포럼」 자리를 빛냈다.

2026년 5월 28일 한림대 스테이션C 코어에서 열린 「AI활용 대학생 로컬임팩트 포럼」에 참가한 국립순천대·경북대·한림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세 도시에서 모인 76명의 참여자들은 AI 활용 사례와 지역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나눴다. /소셜임팩트뉴스

가장 먼 길을 달려온 건 순천대 학생들이었다. 대절 버스로 편도 5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그 버스와 학생들의 식사를 댄 것은 1편에서 다룬 필란트로피 기금이었다. 어느 대학 회계 항목으로도 지출할 수 없는 항목이었다.

원래 이 발표회는 서울 성수동의 한 공간에서 열 계획이었다. 그런데 참가 인원이 80명 가까이로 늘자 공간 내 자리가 부족했다. 마침 한림대에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만든 창업 거점 스테이션C 코어가 문을 연 참이었고, 발표회는 춘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 도시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발표 세션에서는 대학별 우수팀과 최우수팀이 문제의식과 AI 활용 과정,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포스터 세션에서는 팀별 결과물이 벽에 걸렸고, 60초 영상 세션에서는 각 팀의 핵심 아이디어가 짧은 영상으로 상영됐다. 심사와 시상도 있었다.

사실 심사와 시상의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순천에서 발견한 문제와 대구에서 발견한 문제, 춘천에서 발견한 문제를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한림대 김용근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며, “춘천에 모인 세 도시의 청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뽐내고, 쉬는 시간엔 서로의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보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며, “물리적 거리를 넘어 청년들이 교류하는 그 벅찬 장면을 보며, 우리가 그토록 허물고 싶었던 ‘대학 간의 견고한 담’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2026년 5월 28일 한림대 스테이션C 코어에서 열린 「AI활용 대학생 로컬임팩트 포럼」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세 대학 교수진이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림대 김용근 교수, 국립순천대 이재은 교수, 경북대 이새롬 교수의 모습. /소셜임팩트뉴스

이재은 교수는 “기후변화를 다룬 경북대, 상권 활성화를 다룬 한림대의 다채로운 방식을 보며 우리 학생들이 큰 자극과 도전의식을 받았다”고 말했고, 이새롬 교수 역시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왜 이 해결책이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지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시야를 넓히고 효능감을 키우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유쾌한 교류는 필란트로피 자본이 든든한 ‘지렛대’가 되어주었기에 가능했다. 국립대의 예산은 보통 해당 지역으로 용처가 엄격히 묶여 있어 대규모 연합 행사나 외부 전문가 초빙에 행정적 제약이 따른다. 교수진은 입을 모아 “이 자본은 단순한 행사 비용을 넘어 대학들이 행정적 제약을 뚫고 새로운 융합 협력 모델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연한 기반을 온전히 만들어 주었다”고 강조했다.

대학 예산의 행정적 제약을 뚫고 새로운 융합 모델을 열어준 이 작은 가능성은, 각자의 도시에 갇혀 있던 청년들을 잇고 지역 교육이 나아가야 할 확실한 미래를 보여주었다. 거대 기관의 틈새를 영리하게 채운 다정한 연결 속에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소통을 시작했다.

성공한 실험이 만든 설득의 힘: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 무대가 필요하다”

이 장면은 지난해 한림대에서의 진행했던 1박 2일 캠프가 출발점이 됐다. 캠프가 남긴 결과물을 근거로 한림대 김용근 교수는 국립순천대와 경북대 교수진에게 프로젝트를 함께 해 보자고 제안했다.

“춘천에서의 작은 성공을 우리만의 성과로 조용히 묻어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순천과 대구의 청년들에게도 각자의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AI로 직접 풀어보는 실천적 연대의 경험이 절실하다고 판단했죠. 필란트로피 자본이 만들어준 1차 캠프의 구체적인 결과물을 들고 타 지역 국립대 교수님들께 연합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지역 교육의 한계에 깊이 공감하시던 교수님들께서 흔쾌히 같이 해보자고 하셨어요.”

그 제안의 바탕에는 그가 오래 품어온 생각이 있었다.

“청년들은, 특히 대학생들은 뭔가 의미 있는 장, 그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된다는 생각이 늘 있어요.”

그 운동장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얼굴이었다.

“순천대 학생들도 한림대 학생 만나면 반가울 거고 새롭고. 그런 인터랙션이 자연스럽게 경쟁도 되지만, 서로가 하는 것들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거죠. 그게 포스코에서 제가 충분히 느꼈던 거였어요.”

2026년 1학기, 이 유쾌한 연대에 국립순천대학교와 경북대학교가 합류하며 ‘AI 활용 솔버톤’이라는 3개 대학 연합 정규 교과목이 탄생했다. 국립순천대학교에서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재은 교수(교과목명: AI 활용 문제해결 프로젝트)는 합류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동력을 이렇게 회고했다.

국립순천대 이재은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AI로 해결 방안을 찾는 연습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연합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셜임팩트뉴스

“순천 지역에는 4년제 대학이 국립순천대밖에 없다 보니, 학생들이 다른 대학 학생들과 한 무대에서 치열하게 교류하며 자신의 역량을 확인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스스로 성장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죠.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김용근 교수님께서 앞선 실험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합 프로젝트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AI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실천적 학습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주저하지 않고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경북대학교에서 참여한 이새롬 교수 역시 지역 사회와 교육을 잇는 ‘현장성’에 주목했다.

2026년 5월 28일 한림대 스테이션C 코어에서 열린 「AI활용 대학생 로컬임팩트 포럼」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재은 국립순천대학교 교수가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심사평을 전하고 있다. /소셜임팩트뉴스

“그동안 데이터 분석이나 캡스톤 수업에서 학생들이 주변의 불편이나 사회적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제안하도록 해왔습니다. 배운 지식과 기술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번 프로젝트 기획안을 접했을 때, 우리가 해오던 활동을 다른 지역 대학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컸습니다. 특히 기술을 잘 아는 학생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기술은 배워가며 해결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경험을 학생들에게 꼭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낯섦을 넘어 실전으로: 쓰레기 문제부터 스마트 정류장까지

필란트로피 자본은 연합의 판을 깔아주는 훌륭한 역할을 했지만, 그 판 위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자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지렛대 삼아 훌쩍 뛰어오른 대학(이해관계자)의 뛰어난 교육 역량이었다.

수업의 방식은 세 학교가 같았다. 학생들은 지역에서 관찰되는 문제를 고르고, 그 문제가 누구에게 생기는지, 왜 해결이 필요한지, AI로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검토했다. 문제 정의에서 아이디어 구체화, 실행 방안 도출, 결과물 제작, 발표 준비로 이어지는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한림대·국립순천대·경북대가 공동 운영한 정규 교과목 「AI 활용 솔버톤」의 운영 구조와 대학별 프로젝트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세 대학 학생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농업·환경·소상공인 분야의 지역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소셜임팩트뉴스

외부 전문가의 지원이 이 과정에 맞물렸다. 다솔인 이종범 대표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업」 특강이 3월 12일 경북대(온라인), 3월 18일 순천대, 4월 1일 한림대에서 차례로 열렸다. 학생들은 캠피엘(Campiel)로 아이디어의 방향과 실행 방안을 정리하고, 구글 스티치(Google Stitch)로 서비스 화면을 직접 구현해 봤다. 특강 뒤에는 학교별 진행 상황에 맞춘 온라인 멘토링이 이어졌다. 문제가 충분히 구체적인지, 해법이 실제 사용자에게 필요한 방식인지, AI가 프로젝트 안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수업 초기, 학생들에게 AI는 과제를 돕는 낯선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AI 이종범 대표의 특강과 팀별 온라인 멘토링 등 외부 전문가의 지원이 정규 커리큘럼과 촘촘하게 결합되자 학생들의 태도는 놀랍게 변했다.

순천대 이재은 교수는 순천대 학생들의 극적인 변화를 회상했다. “관련 지식이 부족하면 문제 정의 단계부터 망설이기 쉬운데, 학생들은 생성형 AI로 배경지식을 빠르게 보완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수확 시기를 정하기 어려워진 고령 농업인을 위해 ‘D-3 수확 준비’처럼 직관적인 알림 문구를 큰 글씨와 음성으로 제공하도록 제안한 팀, 버스 기사들이 승객 탑승 의사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신호 체계를 새롭게 설계한 스마트 정류장 프로젝트 등 학생들의 갚이 있는 통찰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AI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원칙을 세운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새롬 교수는 경북대 학생들의 훌륭한 밀착형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처음엔 AI 사용법조차 낯설어하던 학생들이 후반부에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능숙하게 AI를 활용했습니다. 도심 빗물받이에 쌓이는 쓰레기 문제를 다룬 팀은 단순히 ‘환경을 깨끗하게 하자’는 주장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실제 시설의 구조와 관리 방식을 이해하고, 관리 담당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치열하게 분석해 특허 출원을 준비할 정도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기술 학습과 완벽하게 연결해 낸 것이죠.”

같은 커리큘럼 위에서 세 도시의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문제에 집중했다. 순천에서는 농촌과 교통이, 대구에서는 도심의 시설 관리가, 춘천에서는 골목 상권이 문제였다.

이러한 변화는 정량적 수치로도 증명됐다. 한 학기 수업과 합동 발표를 거치며 학생들의 AI 역량 자기 평가는 평균 3.78점에서 4.37점으로 상승했고, AI를 통한 진로 개발 긍정 응답률도 33.33%에서 58.33%로 크게 늘었다.

‘진짜’ 매뉴얼을 만들자: 현장에서 깨달은 ‘사용자 중심’의 진짜 의미

1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한림대 학생들의 현장은 춘천 후평동 은하수거리였다. 한림대 디지털인문예술전공 3학년 주현호 학생 팀은 자신들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사장님이  혼자서 미용실의 디지털 도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작했다. 디자인 전공인 주 학생은 그것을 보기 좋게 정성껏 만들었으나, 김 사장에게 보여주자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글씨가 너무 작고, 무엇이 중요한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었다.

「AI활용 대학생 로컬임팩트 포럼」 성과공유회 현장. 발표를 앞둔 학생들이 전시된 각 팀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둘러보며 서로의 아이디어와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셜임팩트뉴스

“그 순간 조금 부끄러웠어요. 사장님을 위해서 매뉴얼을 만든다고 했지만, 결국 저는 그냥 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던 거였어요.”

팀은 곧바로 처음부터 다시 매뉴얼을 만들었다. 글씨를 눈에 띄게 키우고, 핵심적인 내용은 빨간색으로 강조했으며, 김 사장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디자인했다.

“디자인이 훌륭하거나 예쁜 매뉴얼은 아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긴 했죠. 정말 직관적으로, 사장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만들었습니다.”

디자인은 나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맞춰야 한다는 말을 수업에서 수없이 들었지만, 현장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 과정은 AI를 대하는 그의 태도마저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제가 원래 AI랑 작업을 잘 안 하는 편이었어요. 거기서 나온 게 대부분 1차원적인 결과뿐이어서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맞춰 돌려보니 추천을 제대로 해주더라고요.”

이 강렬한 현장의 경험은 그의 진로까지 바꾸어 놓았다. 원래는 창업을 전혀 생각하지 않던 그는 지금 친구와 함께 강원도의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교육 사업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동해의 한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인터뷰했을 때, 전문 강사보다 대학생이 직접 와서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를 들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강원도의 디지털에 소외되신 분들이 다 평등하게 AI를 쓰는 세상을 꿈꾸게 됐습니다.”

배움과 현실 사이에서 마주한 생존의 무게

한림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전공 2학년 경유준 학생의 팀이 맡은 곳은 큰 매장 규모에 비해 직원이 두세 명뿐이어서 음식이 늦어지고 특수 부위 설명이 어려웠던 ‘왁자지껄 뒷고기집’이었다. 캠프에서 또래들이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은 경 학생은 밤새워 튜토리얼과 책을 파고들며 실력을 키웠다.

한림대학교 경유준 학생이 AI를 활용한 지역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의 성과와 현장에서 얻은 배움을 발표하고 있다. /소셜임팩트뉴스

초기에는 사장님의 경계와 부담이 있었으나, 매주 찾아뵙고 고민을 나눈 끝에 2030세대와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AI 고객 큐레이터 앱’을 개발했다. QR코드만 찍으면 인원과 분위기에 맞는 메뉴 조합 및 외국어 주문 문장이 추천되는 시스템이다. 강원도의 외국인 유학생 특성을 반영해 중국어와 영어를 지원하고, 로고, 외국어 메뉴판, 블로그 이벤트 글, 먹는 순서 포스터 제작은 물론 매장 앞 화분을 치워 대기 공간을 만드는 실질적인 제안까지 이끌어냈다. 사장님이 활짝 웃으며 고마움을 전했을 때의 기쁨은 교실 밖 지식이 일상을 편하게 만들었다는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경유준 학생의 목소리에도 깊은 뿌듯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 달 남짓한 기간은 너무 짧았고, 더 큰 벽은 사람과 현실이었다. 상인들의 성향이나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가게만 섭외되다 보니, “학생들은 장사 안 해봤잖아”라며 가르치려 들거나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와 부딪히기도 했다. 골목의 빈 점포들을 보며 사장님들에게 홍보와 추가 투자는 생존권이 걸린 두려움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뉴스나 타인의 이야기로만 세상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들어가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는 깊은 배움을 얻었다.

이후 여름방학 상인 AI 교육을 거치며 닫혔던 마음이 뒤늦게 열린 사진관 사장님이 학생에게 직접 찾아와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춘천 후평동 은하수거리 상인회 박충묵 매니저의 말처럼 이 프로젝트의 진짜 성과는 매출의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낯설기만 하던 AI와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상인들의 태도 변화 그 자체였다.

이후 다른 연합 프로그램에서 총괄을 맡았던 경유준 학생은 처음엔 학교 간 경쟁인 줄 알았으나 ‘학교 계급장을 떼고 문제를 중심으로 모이는 경험’임을 깨달았다. 이는 서로를 이기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통해 배우는, 김 교수가 그토록 바랐던 진정한 의미의 ‘운동장’이었다.

QR코드 기반의 메뉴 및 외국어 주문 문장 추천 서비스를 개발해 지역 상인의 든든한 파트너로 활약한 한림대 경유준 학생. 경유준 학생팀은 춘천 후평동 상인들과 협력해 외국인 고객 등을 위한 ‘AI 고객 큐레이터 앱’을 개발했다. /소셜임팩트뉴스

필란트로피의 역할과 한계: 판을 깔아준 자본, 변화를 만든 사람들

교수진은 이 자본이 단순한 행사 비용을 넘어, 대학들이 행정적 제약을 뚫고 새로운 융합 협력 모델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한 기반을 제공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판 위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자본이 아니라 대학과 사람들이었다. 정규 수업을 설계한 교수진, 매주 시장을 찾아가 상인들과 소통한 학생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상인회의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동력이 됐다.

기금이 하지 않은 일들을 살펴보면 그 역할이 더욱 명확해진다. 기금은 수업을 대신 운영하거나 학생들을 대신해 가게를 찾아가지 않았다. 단지 세 대학이 가진 기존의 교육 역량이 학교 담장 밖에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그 사이의 빈칸만 채워주었을 뿐이며, 결과물의 가치는 온전히 이를 길러낸 대학들의 몫으로 남았다.

세 도시의 학생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순천의 농가와 정류장, 대구의 빗물받이, 춘천의 골목으로 향했지만, 같은 날 같은 방에 앉아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았다. 그 기억이 다음 학기와 다음 도시로 어떻게 이어질지는 3편에서 이어진다. 다음 편에서 계속 확인하기

*소셜임팩트뉴스에서 시리즈로 연재한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은 소셜임팩트뉴스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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