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tten the M Curve’
임팩트커리어 W 리서치 프로젝트
평탄한 M 곡선을 향해(Flatten the M Curve)- 임팩트커리어W 리서치 프로젝트
루트임팩트는 지난 2018년부터 임신과 출산, 육아 및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일을 쉬고 있는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체인지메이커 조직의 공동 채용 프로그램 ‘임팩트커리어W’를 운영해왔습니다. 2020년까지 총 5번의 기수를 거쳐 서른 세 명의 경력보유여성들이 다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죠.
루트임팩트는 임팩트커리어 W 프로그램의 시즌 1 종료를 앞두고 더 많은 경력보유여성이 다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정책적인 대안을 고민했습니다. 이에 임팩트커리어W 운영팀의 주관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영미 교수 및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Una Mesa Association의 박은연 박사와 함께 지난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에 걸쳐 경력보유여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질문 하나, 그 많던 ‘김대리님’은 왜 사라졌던 걸까
한국 여성의 고용시장은 M자형 곡선으로 대표됩니다. 직업 역량이 최고조에 이르는 25-34세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OECD 주요국 중에 꽤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후 직장으로 복귀한 비율은 4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재취업까지 평균 8.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임팩트커리어W를 거쳐간 여성들 및 다른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총 52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습니다. Q 방법론*을 채택하여 이들의 일과 가족 관련 가치관, 태도, 실천 사항 등을 질문하고 귀납적 과정을 통해 경력단절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연구 결과, 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이 경력을 단절하게 된 배경은 단일화된 이유가 아닌 다원적인 차원이었고, 기존 이론을 통해 이를 결정하는 구조적 조건, 즉 여성이 어떤 환경에 놓여졌는지에 따른 ‘규범적 환경‘ 과 여성이 가용한 ‘사회적 자원‘ 에 따라 여성이 경력을 단절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번째 조건 : 규범적 환경 (Normative Environment)
- 여성이 어떤 성 역할을 기대받고 있는지에 따라 경력 열망이 조정
- 성 역할태도 이론에 따르면 기존의 전통-성평등주의로 이분화되었던 성 역할 태도가 혼합형으로 다양해지고 있음
- 본 연구에서도 규범적 환경은 일지향 보수주의 (여성도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양육은 엄마의 몫)와 유연한 평등주의(남녀 모두 육아를 할 수 있다, 전업주부 또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의 혼합형 성역할 태도특성으로 드러나고 있음
두번째 조건 : 사회적 자원 (Network Resource)
- 일-가족 균형 달성에 있어서 경제적 자원보다 더 중요한 자원
- 사회적 자원은 경력 단절 여성이 필요로 하는 정보 및 취업의 기회, 그리고 이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돌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 포함
- 즉 일과 관련된 연결망 및 돌봄자원이 풍부한 환경과 결핍된 환경이 따라 구분
유형 1> 일 지향 보수주의 x 사회적 자원 빈곤
#1. 8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홍보 담당자였다. 결혼 후 아이를 출산한 이후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결국 아이 양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A씨는 아이를 무척 사랑하지만 하루 종일 아이 양육을 해야 하는 현실이 즐겁지는 않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창업을 통해 커리어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유형2> 일 지향 보수주의 x 사회적 자원 풍부
#2. B씨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자매를 키우는 주부다. 대기업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근무했지만 첫 애를 낳고 자연스럽게 육아의 책임이 따라와 경력 단절이 되었다. 17년 동안 아이들을 키웠고, 다 자란 아이들은 엄마의 새 출발에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이다. 긴 단절 기간으로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연하게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에 쏟으려 한다.
유형3> 유연한 평등주의 x 사회적 자원 풍부
#3. C씨는 7세, 4세 남매를 키우고 있다. C씨의 가장 큰 지지자는 남편이다. C씨는 육아를 하는 자신의 모습도 만족했지만 이 생활이 지속되면서 눈에 보이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삶을 원했다. 그런 C씨에게 남편은 그녀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적극적으로 일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제는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보다 남편을 더 따르기도 한다. C씨는 임팩트커리어W를 통해 남편의 지지와 함께 새로운 일을 찾았고 일에도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유형4> 유연한 평등주의 x 사회적 자원 빈곤
#4. D씨는 7세 딸을 키우고 있다. 일을 무척 사랑하지만 출산 후 육아 휴직 기간동안 아이를 직접 돌보고 살림에 전념하는 자신을 보며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자신의 모습도 꽤 만족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D씨는 임팩트커리어W를 통해 유연근무가 가능한 소셜벤처에서 일을 시작했고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위와 같은 유형화의 목적은 경력단절여성을 하나의 범주로 보는 것이 아닌, 여성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질성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이러한 네 가지 유형 또한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경력 단절의 과정에서 여성의 주관적인 경험과 동기, 선호 등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는 분류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자신의 경력을 멈추는 선택을 하기까지 위에서 살펴본 두 가지 구조적인 조건 즉 규범적 환경과 사회적 자본 제약의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해결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재취업을 연결하는 데 목적을 둘 것이 아니라, 경력 단절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예방책과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질문 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는 여성에게도 과연 열린 직장일까요
연구팀은 소셜벤처의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인식과 유연 근무 준비도를 확인하기 위해 소셜벤처 107곳과 스타트업 20곳을 포함한 총 127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반적인 조직 문화와 환경 그리고 유연근무에 대한 준비상태를 질의하고 이 제도의 활용현황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소셜벤처의 전반적인 유연 근무 준비도는 평균 4점(-10점~+10점 척도)
- 매우 높은 점수로 향후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
- 이 중 유연근무 성공의 3요소 중 인프라 및 문화 측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준비도를 보이고 있지만 스킬 측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보임
질문1>워킹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
-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구성원 중 워킹맘이 있는 조직이 없는 조직보다 있는 조직이 대부분의 항목에서 더욱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 그러나 워킹맘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있어 동료의 평가보다 대체적으로 인색했다
- 워킹맘의 자기 평가에 비해 동료의 평가가 특히 높았던 항목: 주변과 공감/소통을 잘 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이 좋다.
질문2>소셜 벤처의 유연 근무 제도* 활용도 순위
- 시차 출퇴근 – 원격 근무 – 탄력 근무 순
- 재량 근무와 전환형 파트타임은 활용도가 낮은 편이나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을수록 활발히 사용되고 있음
- 소셜벤처의 성 평등 유연 근무 활용 지수는 0.4(최소값 -4 ~ 최대값 4)로 나와 균등에 가까운 상태로, 성별에 관계없이 남녀 공히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하고 있음
**성 평등 유연 근무 활용 지수: (여성 직원의 유연 근무 사용 비율 – 남성 직원의 유연 근무 사용 비율) / 여성 직원의 유연 근무 사용 비율
우리가 나아갈 방향
연구팀은 경력 단절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 하기 위해 여성을 바꾸기보다 ‘일하는 방식’ 을 바꾸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 세 가지 방향성의 정책을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우선 조직 내 성 평등한 유연 근무 제도의 확산입니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들은 ‘기업 내 유연 근무 제도 정착’ 및 ‘남성 육아 휴직 확대’를 선호 정책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유연 근무를 육아기 여성의 근무 형태로 제한할 경우, 일터 내 여성의 주변화와 돌봄에서의 남성 부재가 지속될 있기 때문입니다. 성 평등한 유연 근무 제도는 긴 시간 한 공간에서 일하며 회식을 헌신과 능력의 지표로 삼아 온 한국의 ‘이상적 근로자 규범’ 해체에 기여하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재량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 근무의 확산은 일상적 가사 노동의 부담을 성별로 구분해 온 규범적 환경에도 영향을 미쳐, 남성의 육아 및 가족 돌봄 참여가 확대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두번째는 조직 스스로 유연 근무 정착을 위한 스킬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유연 근무 준비도 지표를 통해 조직의 인프라, 문화, 스킬 측면의 다양한 항목을 점검해보는 것과 함께, 실질적으로 유연 근무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팀 스킬 교육 및 컨설팅 지원이 필요합니다. 설문을 통해 소셜 벤처의 경우, 비교적 성 평등한 유연 근무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 향후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번째로는 근로/자녀 관련 지원금 등에서 벗어나 여성의 일 동기와 욕구를 반영하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 결과 ‘공공 보육’ 및 ‘아동 수당’ 등 돌봄 자원과 관련된 경제적 지원은 정책 선호 순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반면 여성에게 정보, 영향력, 새로운 기회를 연결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은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꼭 필요함에도 제외되어 있었는데요, , 근로/자녀 장려금 등 금전적 부분에 집중되어 있던 지원을 여성의 다양한 일 동기와 욕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회사와 개인의 수직적 연결을 넘어 동료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끝)
*Q방법론을 통한 연구과정
Generate Potential Statements: 한국 경력 보유 여성의 주관적 특성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하여 문헌을 검토하고 예상 진술문 생성
Select Q Statement: 더 이상 주요 진술을 얻을 수 없을 때까지 심층 파일럿 인터뷰 진행
Select P Samples(Interviewees): 임팩트커리어 W 프로그램 지원자 풀을 중심으로 지역/연령/고용상태를 고려하여 인터뷰이 샘플링
Q-Sorting: 진술문을 동의/비동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그 이유에 대한 인터뷰 진행
Coding and Q-Analysis: PQ Method 활용한 데이터 분석
Q Factors/Groups: Q 요인에 따라 인터뷰이 그룹핑
Final Model Selection: 12개의 잠재 모델 중 가장 성과가 좋은 ‘4개 유형’ 모델 최종 선택
*유연근무제도 유형
1. 원격근무: PC,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업무 수행
2. 시차출퇴근: 출퇴근 시간에 시차를 두거나, 출퇴근시간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선택하여 업무 수행
3. 탄력근무: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업무 수행
4. 재량근무: 출퇴근 의무 없이 프로젝트 수행으로 주40시간 업무 수행
5. 전환형 파트타임: 풀타임 직원이 단축근무를 원할 경우 파트타임으로 전환 가능하며 원하면 다시 풀타임으로 복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