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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에세이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나가는 ‘다양성 위원회’

체인지메이커 in 루트임팩트

2021년 04월 09일
루트임팩트 디자이너 서소령

루트임팩트에는 ‘다양성위원회’가 있다. 햇수로는 벌써 4년 째 운영되고 있는 최장수 사내 조직이다. 다양성위원회의 존재만으로도 조직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정체되지 않고 새로운 견해를 듣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나는 다양성위원회의 초기 좌장으로 함께하다가 올해 하차했다.

내가 이른바 ‘다양성 렌즈’를 장착하는 과정은, ‘당연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깨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고군분투했던 루트임팩트 다양성위원회의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다양성위원회, 이름도 낯선 모임의 시작

루트임팩트의 다양성위원회는 ‘여성위원회’로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시작된 여성위원회는 루트임팩트의 여성 구성원이 서로의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다양성 관점’을 조직에 녹여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던 중 위원회 참석자의 범위를 여성뿐 아니라 다양성 이슈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구성원으로 넓히기 위해 ‘다양성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확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다양성위원회는 지금과는 구성과 내용이 조금 달랐다. 매월 좌장을 선발하고, 정해진 시간에 좌장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를 준비해오면 관심 있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참석해서 토론하는 자리였다. 참석하고 싶은 사람이 편하게 찾아오는 구성이었지만, 주제에 따라서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맹렬한 토론을 하기도 했다.

매주 위원회를 진행하며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일은 의미 있었지만, 다양성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기만 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좀 더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 조직의 운영과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 그렇게 2019년, 다양성위원회는 새로운 구성을 모색하게 된다.

우리는 1) 루트임팩트의 뼈대가 되는 핵심가치를 다양성 관점에서 업데이트하고 2) 그렇게 만들어진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다양성 지표를 설계하여 채용과 사업 고객 선발 과정에 반영하고 3) 그 스토리를 정리하여 루트임팩트만의 다양성 가치와 규범으로 명문화해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고자 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을 구성원에서 외부로,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체인지메이킹 플랜이었다.

그러나, 위 워크플랜에서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딱 1분기였다. 본업이 아닌 사이드잡으로서 각 분기별 목표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가기가 어려웠다. 시작할 때 열정과 의지는 불타올랐지만, 우리가 만든 목표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사실 거대한지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포부를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때 만들어둔 스토리는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 지금까지 다양성위원회를 이끌어나가는 이정표로 자리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다양성위원회의 발자취

잠시 슬픈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다양성위원회는 그동안 다양성이라는 거대한 공감대 아래 많은 활동을 이어왔다.

  • 다양성 뉴스
    구성원이 다양성을 향한 관점을 놓치지 않도록 매주 관련된 최근 이슈나 칼럼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루트임팩트 구성원이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사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부터는 이렇게 오가는 콘텐츠를 흘려보내지 않도록 공유된 아티클에 다양성위원회의 인사이트를 더해 ‘다양성위원회 뉴스 아카이빙’이라는 이름으로 펴내고 있다.

  • 루트임팩트 핵심가치 업데이트
    2019년에는 루트임팩트의 여덟 번째 ‘핵심가치(https://rootimpact.org/about)’를 업데이트했다. 기존 항목은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 안에서 조화를 이룹니다.”라는 내용으로,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개인 성격 차원으로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양성위원회는 전사 구성원과 함께 해당 내용을 다듬는 작업을 이끌었고, 최종적으로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포용합니다.”로 핵심가치를 변경했다. 이는 루트임팩트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고유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기다움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 다양성 프로그램
    사내외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먼저 조직의 법정 의무교육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도록 장애 인식개선 교육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새롭게 기획하고 진행했다. 본인이 가진 사회적인 특권을 이해하는 ‘특권 빙고’, 나와 타인이 가진 소수성을 들여다보는 ‘I am, but I’m not’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다양성 감수성 워크숍’을 기획해서 루트임팩트의 교육 사업 고객인 대학생과 주니어 커리어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성 감수성 워크샵 중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숨을 고르며 다른 조직의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슬로워크의 여성 자유 보장 위원회 ‘피치(https://slowalk.com/2566)’를 만났고,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https://diversity.korea.ac.kr/diversity/index.do)’의 이보라 교수님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남은 때로는 공감과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놓치고 있던 것을 짚어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발판 삼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번 기회를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양성위원회 넥스트

2021년, 다양성위원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다양성위원회를 이끌어왔던 기존 구성원들이 하차하고 새로운 구성원이 다수 조직된 것이다. 숫자도 7명으로 크게 늘었고, 소속된 사업팀과 직무도, 성별과 연차도 다양해졌다. 다양성 관점에 눈을 뜨게 된 계기, 다양성위원회로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 구성원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다양성위원회는 이미 새로운 목표를 세워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올해를 지나 앞으로도 계속,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응원한다.

마치며

지난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에서도 여성에 대한 응원과 지지, 연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보며 뭉클함을 느꼈다. 여성 인권을 시작으로 더 다양한 소수자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드러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더 많은 이들을 위해 소리를 높여주었으면 좋겠다. 어렵지 않다. 누군가 아프다고 이야기할 때 “나도 아파!”라고 날을 세우기보다는 “괜찮아?”라고 물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내 주위 3m부터 변화를 시작하면 된다는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의 말처럼, 다양성위원회가 루트임팩트의 가장 작은 개개인이 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균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어져 만들어낼 큰 변화를 기다린다.


+ 다양성위원회를 바라보는 루트임팩트 구성원의 시선

나는 다양성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지는 않지만, 루트임팩트 팀원으로서 다양성위원회의 존재에 감사를 느낀다.

특히 다양성위원회에서 매주 전하는 뉴스는 내 편견 가득했던 상식에 큰 울림을 준다. 다양성위원회의 뉴스 클리핑과 루트 팀원들이 나누는 댓글을 보며 가랑비에 서서히 옷이 젖듯 ‘다양성 렌즈’를 장착해 나간다. 살아오면서 스스로 소수자라고 느껴보지 않았던 내가, ‘워킹맘’이라는 소수자가 되면서 모두가 소수자를 배려하는 렌즈가 장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다양위가 없었다면, 그리고 루트 팀 내에 워킹맘, 경력 보유 여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면 내가 지금처럼 일할 수 있었을까.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누면서도 “앗, 이건 너무 편견 가득한 이야기였다!”라고 스스로 외칠 때가 있다. 다양위가 전해준 뉴스와 이야기 덕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과 공유하는 ‘다양성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지금도 나는 다른 수많은 항목에서 아직도 다수자의 입장에서, 다수자로서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뱉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다양성위원회가 나의 도수 높은 안경이 되어 주길 바란다. 내가 체감하지 못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계속해서 보이길 바란다. 그래서 소수자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그들이 문제를 바꾸어 나갈 때 든든한 지원자, 조력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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