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경계가 필요할까요?
매거진 루트임팩트
우리에게경계가필요할까요?
주목받은 도시는?
New York / San Francisco, US
임팩트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정부 주도로 천억 규모의 임팩트 펀드가 조성되었고, 최근 SK그룹과 KDB산업은행,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공동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가 조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빠르게 임팩트 펀드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말로 사회변화를 이끌 정확한 투자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가진 기존 비영리 단체와 새로운 개념의 임팩트 투자자, 이들이 서로를 아직 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직접 만난 전 세계 임팩트 조직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새 코너 <임팩트 커넥트> 지금 시작합니다.
1. 외국어 영화상이 아닌 국제장편영화상 〈기생충〉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 4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새겨 왔다며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고백합니다. 특히 국제장편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 최초수상자로서,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이야기한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을 의미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foreign’이라는 말은 묘하게 선긋기의 뉘앙스가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라는 말에도 묘한 소외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International’이 가장 나은 대안인지는 모르지만, 오스카는 영화라는 필드에서만큼은 너희도 우리도 아닌 ‘모두’를 경계 없이 이야기하겠다는 뜻이리라 짐작합니다.
모두의 커뮤니티를 이야기하는 임팩트 현장에서도, 이러한 선긋기는 매일 일어납니다. 나의 깜냥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애정을 갖고 깊이 알고자 노력하기보다 우선 편견을 갖고 그저 ‘foreign’하게 여기고, 일종의 다른 부문의 경쟁작 정도로 여기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국가 간(international)’까지 못 가더라도 ‘분야 간(intersectional)’ 노력을 기울이고자, 그러한 노력을 하는 조직이나 개인을 만나 짧은 글을 한 달에 한 번씩 전해 드리는 <매거진 루트임팩트>의 새 코너 <임팩트 커넥트>입니다.
2. 경계가 없는 임팩트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영화 <결혼이야기> 보셨나요? 남편으로 나오는 아담 드라이버가 극중에서 맥아더의 ‘지니어스 그랜트(Genius Grant)’를 수상합니다. 맥아더 펠로우는 분야에 무관하게 독창적인 창의성을 위해 고유성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개인이나 작은 조직에 주는 펠로우십입니다.
영화가 아닌 실제에서 이 펠로우를 받은 사람이 바로 데이먼 리치(Damon Rich)입니다. 데이먼 리치는 Hector라는 도시계획/디자인 조직을 이끕니다. 재작년 엠에이에스 서밋(MAS Summit) 연례 세미나에서 Hector와 데이먼 리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Hector는 공공주택이든, 지역개발이든, 혹은 놀이터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든 그 기획 단계부터 지역의 십대나 일반 시민들이 공공기관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을 만듭니다. 시민 주도의 시민의식을 어릴 때부터 키우는 것이 핵심이지요.
3. 서로의 현실을 깊이있게 알고자 한다면 경계는 천천히 무너지고, 가치는 연결(Connect)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이도 참여하고, 공공기관도 함께 하고 ‘경계 없이 잘 하고 있네’라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엠에이에스 서밋 바로 직전에 참여했던 임팩트 투자자, 자본가들의 연례 회의인 소캡(SOCAP)에서는 임팩트 워싱 즉 임팩트 투자로 밀려 들어오는 자본의 용처를 걱정하더라는 것입니다. 임팩트 투자를 위해서는 커뮤니티에 대한 진정한 이해,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사랑 그리고 투자 자본의 목적이 동일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지역 베이스의 조직들은 몇십년 된 비영리 단체로서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2007년 갓 태어난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와 임팩트 투자자는 임팩트 혹은 재무적 리턴을 지향하고 있어 분명 상호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집합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소캡에서 만난 임팩트 투자자들이 뉴욕의 엠에이에스 서밋에 가서 데이먼 리치를 만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조합이라고 봤거든요. 임팩트 투자자에게는 실제 변화를 만들 투자처를 제공하고, 자본이 부족한 도시계획을 하는 조직에게는 자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의 저자 모간 사이먼(Morgan Simon)은 예상 수익, 재무적 리스크, 임팩트 창출을 임팩트로 보되, 커뮤니티, 성공사례, 부가가치 및 전환계획 등을 기준으로 투자사례를 평가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가까운 예로 한양대 경영학과 신현상 교수팀은 2019년 예술/문화 기관의 임팩트를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본 사회성과 평가모형을 리뷰하는 자리에서 신현상 교수가 “예술, 문화로 세상에 좋은 임팩트를 창출하는 조직이 임팩트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던 말씀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연구원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다양한 조직을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와 질문을 많이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계(border)를 경계(warning)하고, 모든 연결을 기쁘게 엮어보면 임팩트의 가치가 보다 의미 있게 전달되고 또 뜻하지 않은 부가가치가 생겨남을 알게 됩니다.
영화 <조조래빗>의 마지막 화면을 채운 릴케의 “Go to the Limits of Your Longing”의 문구로 첫 <임팩트 커넥트>를 마무리합니다.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Just keep going. No feeling is 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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