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선택이 아닌 필수
매거진 루트임팩트
체인지메이커님께 전할 사회 이슈는 ‘다양성’ 입니다.
종종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재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집은 재료가 틀려!” “운동하니까, 사람이 틀리더라” 순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다르다는 말보다 틀린 걸 먼저 떠올리는 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다른 존재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조직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 다양성을 점검하고 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직은 낯설지만 최고 다양성 책임자 (Chief Diversity and Inclusion Officer)라는 직책도 만들었죠.
의식적으로 환경을 바꿔 무의식을 변화시키다 보면, 다른 존재에 대해 차별과 혐오보다는 포용과 이해로 대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다며들어가는 (다양성에 스며들어가는) 세상을 꿈꾸며 이번 리서치를 보내드립니다.
다양성의 부재가 부른 비극
#1.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은 미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특히 이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아시아인 여성 6명이라는 점이 미국의 아시아인들에게 크나큰 슬픔과 충격을 안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인종차별에 의한 혐오 범죄로 보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미 전역에서 아시아인들을 향한 범죄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증오가 얼마나 늘었는지 방증합니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시아인이 적은 도시입니다. 도시 인구의 40.9%가 백인, 51%가 흑인이고 아시아인은 4.4%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는 각각 도시 인구의 14.1%, 34.4%를 아시아인이 차지합니다. 애틀랜타는 인종적 다양성이 매우 낮은 도시인 것이죠.
#2. AI도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내뱉습니다. 올해 초 20대 여성으로 프로그래밍한 인공지능 채팅 로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이용자들이 성희롱 발언을 퍼부어 큰 논란이 일었죠. 더 놀라웠던 것은 성희롱을 당하는 AI 챗봇이 이용자들의 혐오와 차별, 성희롱 발언을 학습해서 구시대적이고 성차별적 관념을 익혔다는 사실입니다. AI 챗봇은 이로 인해 성 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출시 3주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루다의 개발자 풀은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고, 해당 발언을 잘못이라 얘기해 줄 여성 동료의 부재가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미국에서도 몇 년 전 비슷한 일이 있었죠. 애플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시리(Siri)가 이용자의 성차별적 욕설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대응을 보이는 젠더 편향적인 답변을 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젠더 중립적인 답변들로 대대적인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AI 분야의 여성 개발자 부족, 디지털과 과학 분야의 현저히 적은 여성 인력, 직장 내 여성 임원 부족 등 미국 내 기업들의 조직 구성의 문제점들이 대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 Global AI Talent Report 2020에 따르면 논문 수집 웹사이트 arXiv에 등록된 AI 연구자 풀의 여성 비율이 15.4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 전문 인력의 57%가 여성이었으나 컴퓨터 관련 전문인력 중 여성은 25%에 그쳤다고 합니다. 유럽연합에서는 IT 관련 전공 남성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업계에 취업하는 반면, 여성은 IT를 전공한 사람 중 4분의 1만이 디지털 분야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하단 그래프: I’d blush if I could: closing gender divides in digital skills through education, P.19)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 성과도 높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 성과도 높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은 편견을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창의적이고, 더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하며,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7년 맥킨지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젠더가 다양한 임원진을 둔 상위 25%의 기업들의 경우 하위 25% 기업들에 비해 21% 더 높은 재무성과를 보였고,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조직에서 임원진의 젠더 다양성은 수익성과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임원진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보다 33% 더 높은 수익을 보였다고 합니다. (*편집인: 2020년 기준으로 젠더 다양성은 25%, 인종 다양성은 36% 더 높은 재무성과를 보였습니다. 다양성의 가치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단 그래프: Delivering growth through diversity in the workplace, exhibit2/4)다양성은 창의성에도 영향을 미치죠. 다양한 구성원들로 조직된 팀은 다양한 사고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해결방식을 더 많이 도출할 수 있으며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넷플릭스는 다양성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지난 2018년~19년에 걸쳐 약 300여개 영화 및 TV시리즈를 대상으로 인종, 민족성, 성 소수자, 장애 등 22개 항목의 다양성 지표를 분석한 것인데요, 19개 지표에서 매년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요 출연진의 흑인 배우 비율, 여성 주연 배우 비율이 높아졌고 제작진 역시 유색 인종의 여성감독, 시리즈물의 여성 크리에이터 비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넷플릭스가 1월 발표한 연간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만 전년 대비 76%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18세기 영국을 다소 파격적으로 묘사하면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브리저튼’ 은 방영 28일 만에 전 세계 8천 2백만 가구가 시청한 기록적인 흥행파워를 보여주기도 했죠.
조직 내 다양성에 귀 기울이기조직 내 다양성에 귀 기울이기
우버의 경우 2017년 한 엔지니어가 기업내 성희롱, 성차별 실상을 폭로하면서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았습니다. 이듬해 우버는 최고 다양성ㆍ포용성 책임자(CDIOㆍChief Diversity & Inclusion Officer)로 한국계 미국인 이보영 씨를 임명했고 이를 계기로 기존의 조직 문화를 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and Inclusion Officer)를 임명하면서 정부 기관 내 다양성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오비맥주가 지난 해 대표와 인사 담당 부사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다양성·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위원회’ 를 발족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이처럼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의 직책을 임원급으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표와 직접 소통이 가능해야 하며 다른 임원들의 협력과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829개의 미국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편견을 통제하거나 일방적인 교육, 고충처리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다양성 프로그램은 오히려 역효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관리자의 결정을 감시하는 방향이 아닌, 다양성을 위한 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멘토링을 통해 다양성을 지닌 구성원들과 접촉을 확대하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죠.
이는 작은 조직에서도 충분히 다양성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루트임팩트에서도 2017년 사내 여성위원회를 시작으로 2019년 다양성 위원회가 출범했는데요, 서로가 지닌 ‘다름’ 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 다양성에 관한 크고 작은 뉴스를 공유하고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워크샵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양성은 개인의 고유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구든 ‘자기다움’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름’을 섣불리 ‘틀림’으로 판단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다양성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요.
에디터 윤서영
코리아타임즈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씽킹’을 기반으로한 전략적 디자인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컨설턴트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 정지혜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매거진 루트임팩트를 구독하여 일주일 먼저 컨텐츠를 받아보세요
매거진 루트임팩트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