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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서치

우리가 몰랐던 그들, “경력보유여성”을 말하다

임팩트커리어 W 리서치 프로젝트

2021년 07월 13일
Root Impact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루트임팩트의 경력보유여성 프로그램 임팩트커리어W 프로그램!
시즌 1을 마무리하면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유의미한 정책을 제안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지난 3월 여성의 달을 맞아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좀더 자세히 해당 연구를 알리고자 연구팀인 박은연 위원님과 김영미 교수님께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은 기고글을 보내주셨습니다.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언택트시대의 원년인 2020년, 루트임팩트의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임팩트커리어W의 경험을 종합하고 보다 많은 경력보유여성들이 일터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찾아보는 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성수밸리와 실리콘밸리의 경력보유여성 경험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는데요, 체인지메이커 여러분들이 불확정성의 새 시대를 맞이하여 일터와 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이슈를 확 바꾸는 기회로 삼으실 수 있도록 이 연구에서 찾아낸 경력보유여성의 다양한 모습과 두 개의 지렛대를 공유하려합니다.


‘OECD 최악’ 3관왕의 한국, 경력보유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OECD 최고의 여성 학력에도 불구하고 OECD 최악의 여성 경제활동률에다가 20년째 정체된 최악의 남녀 임금격차에 최저의 출산율까지 겹친 한국의 현황, 신문에도 많이 오르고 말도 많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지요. 이는 최신 지식을 가진 고급 노동력의 부족을 야기하여 혁신, 즉 체인지메이킹에도 지장을 주게 됩니다. 월드뱅크가 발표한 글로벌경쟁력지수 지난 10년간 추세를 보면 한국이 10위근방에서 26위로 뚝 떨어져서 이런 조짐이 벌써 확연합니다.
170만명 여성의 경험을 ‘경단녀’ 한마디로 뭉뚱그리기보다는 이 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한국에 주재하는 한국인 고학력 경력보유여성 총 52명을 대상으로 일과 가족 관련 가치관, 태도, 실천 사항 등을 심층인터뷰했습니다. 그 결과를 Q방법론이라는 계량적 방법으로 분석해보니 고학력 경력보유여성들 안에서만도 생활경험과 선택행동을 구별하는 4가지 유형이 나타났습니다.

“남편이 마음껏 일하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육아를 도와주지는 않아요”라고 호소하는 ‘이중부담형’, 출산시에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아이들이 많이 크면서 돌봄부담이 줄어든 지금 간절히 다시 일을 하고픈 ‘포스트 돌봄기형,’ 남편과 일/양육/가사를 함께 상의하고 서로 돕는 ‘네트워크 워라밸형’, 그리고 일도 좋지만 가사/양육의 가치도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만족스러운 돌봄자형’까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이를 간과한 획일적 접근으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겠지요?


똑같은 경력보유여성, 그런데 왜 미국과 한국이 다를까?
성수밸리와 실리콘밸리를 비교한 최초의 연구라고 했는데, 두 지역의 결과를 비교해보니 뜻밖의 재미있는 점이 발견되었어요. 바로 한국과 미국의 대표유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경력보유여성의 가장 많은 유형은 ‘이중부담형’으로 55%가 이에 해당된 반면, 같은 한국 여성이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경우는 ‘네트워크 워라밸형’이 31%로 가장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 두 유형은 평균연령과 교육수준같은 개인적 특성은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소득과 자녀수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신 분들은 한국과 미국 모두 평균연령 30대후반으로 같은 연령대의 대졸 한국여성이지만, 미국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한 ‘네트워크 워라밸형’의 평균 자녀수는 1.3명으로 한국의 대다수인 ‘이중부담형’의 1.1명보다 약 20% 많을 뿐더러 월소득도 ‘네트워크 워라밸형’이 약 20%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수를 사회적 차원으로 바꾸어 보면 새 세대의 노동력 절대수가 되겠고, 조직의 입장에서는 인재풀이 되겠지요. 월소득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보상, 즉 생산성이 환산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적 조건이 유사한 한국 경력보유여성들이 실리콘밸리의 환경에 놓이면 재생산성과 생산성, 양쪽이 모두 20% 이상 높아질 확률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인재풀을 확보하고 게다가 구성원의 생산성을 20% 높일 수 있다면, 여성들 본인은 물론이고 체인지메이커들에게도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겠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위에서 보았듯이 스펙은 같은 여성들인데도요. 그 답은 바로 Norms & Networks, 즉 문화와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구조적 환경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둘이 바로 큰 사회변화를 가져오려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지렛대가 되는 것이지요.

그림에서도 보듯이 생산성과 만족도가 현저히 높은 ‘네트워크 워라밸형’의 환경 특성 중 하나는 ‘유연한 평등주의’의 문화입니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남성도 여성도 일이나 가사/양육을 할 수 있고, 둘 다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기업 리더십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조직문화가 만족도와 몰입도는 물론이고 생산성도 20% 이상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에 이중부담형이 속한 문화, 즉 한국에서 훨씬 흔한 조직문화는 ‘일지향적 보수주의’로 “여성도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래도 양육은 엄마의 몫”이라는 접근인데 생산성과 몰입도가 모두 떨어집니다. 삶의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자녀 수도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와 같은 문화의 강력한 영향은 비단 조직뿐 아니라 국가의 차원에서도 나타납니다. 2016년 하버드대학의 메리 브린턴교수가 OECD의 24국가를 비교분석한 연구에서 ‘유연한 평등주의 (Flexible Egalitarian)’ 문화의 국가들은 출산율이 높고, ‘일지향적 보수주의 (Pro-work Conservatism)’가 강한 국가들은 출산율이 저조한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 24개 국가들 중 가장 출산율이 저조한 한국과 일본이 일지향적 보수주의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었는데, 저희의 연구에서도 유연한 평등주의 문화 속에 있는 ‘네트워크워라밸형’이 일지향적 보수주의 문화 속에 있는 ‘이중부담형’보다 평균자녀 수가 2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와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인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하는 첫번째 열쇠는 역시 이런 성역할에 대한 생각을 포함한 문화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체인지메이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면 이 문화의 지렛대를 당길 수 있을까요? 아래 몇 가지를 자문하거나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문화 측면에서 우리 조직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쉽게 점검할 수 있어요.

• “혹시 여성 구성원이 육아와 살림을 담당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 “남성 육아 휴직제도를 제공하고 있는가? 있다면 활용도가 낮지는 않은가?”
• “채용, 평가, 보상, 승진 과정에서 유연함이 필요한 여성보다 붙박이 남성를 선호하고 있지는 않은가?”

경력보유여성 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풀을 포용하여 혁신이 펑펑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체인지메이커들이 움직일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지렛대는 Network -네트워크 자원입니다. 그림에서도 보듯이 삶의 만족도, 생산성, 재생산성이 모두 월등한 네트워크워라밸형의 환경 특성 중 하나는 네트워크 자원이 풍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차이가 실질적으로 조직 환경에서는 몇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경력 관련 상의할 수 있는 멘토나 코치가 있어요”
• “경력단절 기간에도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 “행복한 가정과 인정받는 일터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워킹맘 롤모델이 주변에 있어요”
• “유연근무 제도가 있을 뿐더러,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사/선배가 있(었)어요”

일에서도 삶에서도 함께 성공하고픈 여성이라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는 일터와 환경을 찾는 것이 좋겠지요. 조직과 사회에서 이 네트워크라는 지렛대를 당기고 싶은 체인지메이커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경력보유여성 뿐 아니라 ‘지금은 비주류’인 다양한 인재풀에 주목하고 그들을 위한 (1) 멘토/코치 제도 만들기, (2) 조직을 떠난 이전 구성원(Alumni)들을 위한 네트워크 기회 제공하기, (3) 워킹맘들의 리더급 승진 기회 / 개발 제도 정착시키기, (4) 남성도 여성도 마음껏 쓸 수 있는 성평등한 유연근무 제도를 지원하는 문화 조성하기 그리고 (5) 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리더급의 유연근무 스킬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할 것을 추천합니다.

글 박은연 위원 (Una Mesa Association) & 김영미 교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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