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연 매출 100억, 동구밭의 노하우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2년 02월 17일
매거진 루트임팩트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동구밭을 빼 놓고 이야기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생태계 외부에서도 많이 알려져있고 대기업과의 협업,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할 만큼 입소문을 탔는데요, 동구밭의 성장 비결은 대체 무엇인지 박상재 부대표와 마케팅 담당자 강수진 매니저를 만나 직접 물어봤습니다.

Q. 소셜벤처/사회적 기업의 제품이 경쟁사가 없어서 좋을 때도 있지만 또 그만큼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요, 동구밭은 어떻게 ‘샴푸바’, ‘설거지비누’ 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나요?

A. 동구밭도 비누가 아닌 ‘고체 샴푸’라는 낯선 제품을 출시했죠. 때문에 고체 샴푸가 왜 비누가 아니고 샴푸인지, 사용해보면 어떤지, 이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리는 데 주목했습니다. 셀럽,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제품을 보여줄 때 ‘비누인 줄 알았는데, 샴푸처럼 머리가 부드럽다’와 같이 그 차이점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했죠.

또 설거지 워싱바도 협업하는 분들을 찾을 때, 단순히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찾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액체 세제와 이 제품의 차이를 알아줄 분들을 팔로워로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찾았어요. 남녀 상관없이 육아나 가사를 전담하는 분들은 잔여세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팔로워로 갖고 계신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서 ‘설거지 워싱바’는 잔여 세제 걱정이 없다는 부분을 잘 설명했죠.

일반적인 카테고리가 없다는 게 약점이 될 수 있는데, 또 역으로 생각하면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액체 샴푸A를 광고하던 분들이 다른 액체 샴푸B를 광고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고체 샴푸는 다른 카테고리니까 또 광고할 수 있는 거죠. 이런 포인트를 잘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Q. 작은 기업들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위해서는 협업이 좋은 기회가 되지만 쉽진 않죠. 동구밭은 어떻게 수 많은 대기업 그리고 유명 가수와 협업이 가능했나요?

B2B(Business to Business)시장을 통해 B2C(Business to Consumer)로 가는 게 저희의 전략이었어요. 특히 대기업의 임직원 선물 시장을 노렸죠. 저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선물 받은 제품을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저희 소비자가 됐어요. 실제로 ‘선물 받아 처음 써보고 마음에 들어 구매하게 됐다’는 리뷰가 많습니다. 처음 단가는 싸게 공급했지만 저희는 조금 더 멀리 내다봤어요. 저렴하게 공급했지만, 많이 팔리면서 우리 공장은 안정되게 운영하고 더 많은 소비자 경험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콜라보를 진행할 때, ‘동구밭’ 브랜드를 아예 제외하고 해당 파트너사의 로고를 크게 넣어줘요. 마치 그 제품이 해당 기업의 제품인 것처럼요. 그럼 콜라보를 진행한 파트너 분들이 만족하고 파트너십이 계속 이어지죠. 그렇게 계속되다 보면 결국에는 해당 제품이 동구밭에서 나왔다는 걸 모든 분들이 알게 돼요.

마지막으로는 스토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화장품 시장은 다 비슷한데,  동구밭은 지속가능한 제품이고 발달장애인 분들과 함께한다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강조하면 파트너십을 제안했을 때 신선하게 봐주세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도 제품을 만들 때 생산자 스토리를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하면 내부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만의 차별적인 스토리가 생기니까요. 최근에 핸드크림을 출시했는데요. 해당 제품의 디자인은 노란들판이라는 사회적기업과 협업해 청각장애를 가진 디자이너분이 해주셨어요. 

Q. 임팩트지향조직들의 강점인 ‘사회적 미션’ 동구밭은 어떻게 소구하고 있나요?

동구밭의 궁극적인 목적은 ‘발달장애인 분들의 지속가능한 고용’이에요. 그러나 처음에는 그걸 소구 포인트로 이용하지는 않았어요. 그것보다는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죠. 그게 더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렇게 친환경 브랜드로 인식을 공고히 하고 난 후에 2021년부터 슬로건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일상, 동구밭’을 내세웠어요. 그렇게 되면 시너지가 생기는 거죠. ‘친환경 제품으로 질도 좋은데 게다가 발달 장애인분들과 함께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서요. 여러 사회적 미션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면 대중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소구 포인트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리고 제품의 질은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 부분이고요. 

Q. 동구밭이 고객과 소통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저희는 늘 고객에게 물어봐요. 타겟 고객을 선정해서 페르소나(persona)를 그릴 때도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죠. 저희가 설정한 페르소나에 맞는 고객을 SNS 등에서 찾아서 인터뷰를 요청드려요. 실제 인터뷰를 하고 그분들이 자주 다니시는 동네를 방문하고 직접 활동을 해보는 거죠. ‘우리의 상상 속에서 이분들은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구매하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마트에서 구매하시네’ 이런 식으로 유통 채널 전략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가격이 적당한지 용량은 괜찮은지 등을 끊임없이 묻고 확인받습니다. 그럼 신제품이 잘 안된 경우에도 왜 안됐는지를 빨리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요가를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센스 스틱 제품을 출시한다고 가정하면 그 분들이 ‘이건 요가 한번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아니에요.’ 라고 답변을 주시면 용량이 문제구나!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거죠.

새로운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진심이에요. 매일 영업팀의 팀원이 전체 리뷰 중에서 좋지 않은 내용 5개를 팀 내 메신저에 올려요. VOC (Voice of Consumer)팀이나 영업팀에서 물론 바로바로 답변해주시는데, 그것 외에 의사결정권자들이 고객들의 말에 압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클레임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부대표인 제가 직접 고객에게 전화해요. 그분들이 단순한 클레임일 수도 있지만, 경영 시스템에 관한 불만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늘 1개월 이내에 말씀하신 부분이 수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드리죠. 그럼 때때로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충성고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Q. 앞으로 동구밭의 계획과 임팩트 비즈니스 업계에 나눠주실 조언이 궁금합니다.

동구밭은 지속가능하게 생산,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계속 출시할 예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용기, 성분 등은 계속 지속가능한지를 확인하죠. 제품의 품질과 지속가능성 모두 놓치지 않고 고민해야 합니다.

소셜벤처/사회적기업들은 미션을 지키면서 제품에서는 변주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추구하는 핵심가치만 변하지 않는다면, 피봇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시장에 빨리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릴 수도 있어요. 가치는 지키면서 세월과 돈은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구밭의 성장 비결은 ‘비누’라는 일반적 개념에 안주하지 않고 ‘샴푸바’라는 낯선 개념을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협업 기회를 찾고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함에 있었습니다. 동구밭이 공유해준 노하우들이 다른 임팩트 지향 조직들에도 좋은 배움이 되길 바랍니다. 2022년 임팩트 지향 조직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하며 이야기를 이만 마칩니다.

임팩트 생태계 전문가들의 생생한 이야기, 임팩트 지향 조직의 현재를 빠르게 알고 싶다면,
매거진 루트임팩트를 구독하세요!

구독하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