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가이드 제작기 : ESG중 사회적 지표(Social)를 실천하는 법
테마위원회
루트임팩트에는 다양성 위원회가 있다.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나가는 ‘다양성 위원회’) 구성원들의 다양성 관점을 넓히기 위한 일부터, 루트임팩트의 핵심가치에 다양성 가치를 포함하는 일까지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SG 경영 중 사회적 지표(Social)를 실천하는 모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다양성 위원회는 ‘다양성 가이드’를 제작했다.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을 고려할 수 있게끔 돕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가이드 제작은 장장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어떤 과정들을 거쳐 가이드를 완성했는지 자세히 공유하고자 한다.
다양성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
다양성 위원회는 연초에 목표를 설정한다. 크게 구성원들의 다양성 감수성을 높이는 활동과, 구성원들이 하고 있는 ‘일’에서 다양성을 연계시키는 활동으로 나누어진다. 후자의 활동을 고민하던 중에 ‘다양성 가이드’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실 다양성을 알고 있는것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갭(Gap)이 존재한다. 일터에서 일을 할때는 더욱 어렵다. 시간이 부족할때도 있고, 정말 몰라서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그 두 문제를 다양성 가이드가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가이드가 존재한다면 다양성 관련 고려 사항들을 찾아보는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모르는 이슈들도 놓치지 않게 도울거라 기대했다.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가이드는 무엇일까?
크게 ‘콘텐츠’ 가이드와 ‘행사’ 가이드를 만들기로 했다. 더 욕심을 내 전사 가이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여러 성격의 사업을 하고 있는 조직이기에 가이드가 너무 복잡해지고 커뮤니케이션 난도도 높아질 것 같았다. 대신, 루트임팩트에서 교집합이 가장 많은 업무를 꼽아보았고 그 결과 ‘콘텐츠 제작’ 과 ‘행사 기획’ 업무를 선정했다. 또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장 가깝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다양성에 대해 자주 고민할것이라 예상했다.
가이드 제작에 앞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을 하며 다양성 관련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가이드가 있으면 그 어려움이 해소될 것 같은지 물었다.
총 9명의 구성원을 인터뷰 했고,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 가이드가 있다면 콘텐츠 업로드 전에 보고, 마지막 체크를 할 것 같다.
- 가이드를 찾기가 어렵거나, 읽기가 불편하면 안볼것 같다.
- 용어에 대한 고민이 있다. 나도 모르게 놓친 논란이 있을것 같아 걱정된다.
가이드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얻은 인사이트는 두가지였다. 첫째, 구성원이 실제 업무에 활용하기 쉽도록 접근성이 좋은 가이드를 만들것. 둘째, ‘용어 사전’을 제작할 것. 생각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용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콘텐츠’와 ‘행사’ 가이드에 ‘용어 사전’을 추가해 세 종류의 다양성 가이드를 제작하기로 했다.
다양성 가이드를 위한 9개월의 여정
1.콘텐츠 가이드 [링크]
콘텐츠 가이드는 크게 텍스트, 이미지, 영상 섹션으로 나누어 항목들을 정리했다. 루트임팩트의 콘텐츠는 주로 SNS와 뉴스레터로 발행되고 있기에, 이 기준에 맞춰 자료를 조사해 항목들을 정리했다.
‘텍스트’ 섹션에는 혐오/차별의 뜻이 담긴 단어 지양, 피부색/성별 중립 이모지 사용, 모두를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의 경우 단어나 문장 난도가 높지 않게 주의해달라는 내용을 넣었다. ‘이미지’ 섹션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텍스트 기능 사용법을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넣었다. 또한, 루트임팩트 디자인팀이 제작한 ‘디자인 윤리 가이드’ 중 ‘3. 웹 접근성을 고려한 디자인’ 항목을 참고하여 색약, 저시력자가 파악할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하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디자인 윤리 가이드는 디지털 소외를 최소화하고, 사회적인 맥락을 고려한 작업자의 태도를 위해 제작된 가이드다.)
마지막으로, ‘영상’ 섹션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 사용법을 소개했다. 이때 오롯의 배리어프리 한글 자막 제작 지침서가 큰 도움이 됐다.
2. 행사 가이드 [링크]
행사 가이드는 행사의 시간 순서대로 섹션을 구성했다. 행사 전에 고려할 사항으로 발표자의 성별 다양성,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장소 여부, 비건 옵션 포함된 식사 구성 등의 항목을 고려하도록 작성했다. 행사 중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포용성 여부, 연사 및 참가자의 초상권 동의, 육아 서비스 제공 고려 등 다양한 기준으로 항목을 추가했다. 행사 종료 후에는 다양성/접근성 관련 요구사항이 충족되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질문을 포함하도록 제안했다.
행사는 다양성을 고려할때 품이 크게 드는 편이다. 그럼에도 한번 더 시도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하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업체 (실시간 자막 서비스, 수어 통역 서비스 등)와 비건 케이터링 업체 등 정보를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와 행사 가이드에 공통적으로 ‘Highly-recommended(매우 권고함)’ 기준을 추가했다. 가장 중요하고 최소한으로 지켜지길 바라는 중요한 항목 들을 골라 하이라이트로 표시했다. 또한, 구글 문서의 ‘체크 박스’ 기능을 활용하여, 실무자들이 일을 할때 문서를 복사하여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3. 용어 가이드
용어 가이드는 다른 가이드보다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논란이 되는 표현들은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가 어디까지 다루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우리 회사 톤앤매너 상 자주 쓰는 단어’를 기준으로 삼았다. 루트임팩트의 브랜드는 신조어나 B급 유행어보단, 진중하지만 일상적인 용어들을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써왔지만 차별적인 의미가 포함된 용어들을 위주로 정리했다.
용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대안어’와 ‘논란어’로 구분했다. 대안어는 해당하는 용어가 차별, 혐오 표현이라는 사실에 대중적으로 공감대가 있어 지양해야 할 용어를 말한다. 범죄 옹호 표현, 성 불평등 표현, 권위주의적 표현, 가족의 형태 표현 등 크게 8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리했다. 왜 차별, 혐오 표현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여 보는이가 한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런 표현 어때요?’ 섹션에 대체해 쓸 수 있는 용어를 함께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용어에 대해 구성원들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생각은?’ 섹션을 만들었다.
‘논란어’는 사회적으로 의견이 분분해 쓰는이가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용어를 말한다.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차별, 혐오 표현에 해당이 될수도, 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어떤 논란과 이슈들이 있었는지 작성했다.
다양성 가이드가 가이드로 끝나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모든 구성원이 접근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용 노션에 페이지를 만들어 ‘다양성 가이드 포털’ 역할을 하도록 했다. 가이드 바로가기 링크 아래엔 ‘가이드 활용법’을 짤막하게 정리했다. 또한, 다양성 가이드의 이름 옆에 ‘1.0’ 이라는 버전을 추가했다. 이 가이드의 핵심은 ‘지속적인 업데이트’ 니까. 앞으로도 꾸준히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고, 새로운 케이스를 추가하며 버전을 업데이트 할 때 이 가이드가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루트임팩트는 일주일에 한번,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위클리(Weekly)미팅이 있다. 그 시간을 통해 ‘다양성 가이드 1.0’ 의 배포를 알렸다. 왜 만들게 되었는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도 함께 전달했다. 그 후 한달 정도 지난 시점에 실무자들에게 1:1 미팅을 신청하여 활용 여부를 확인했다. 대부분 ‘활용한 적이 있다’는 현황을 파악했지만, 동시에 개선을 필요로 하는 부분들도 확인했다. 또한, 각자의 다양성 관점에 따라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항목들을 ‘가이드’로서 제시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함께 다양성 가이드를 제작한 TF 멤버들은 ‘한국에 참고자료가 많지 않았는데, 우리가 그 시작이 되어주면 좋겠다’며 가이드의 의미를 되돌아보기도 했고, ‘가이드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앞으로도 계속 정립해나가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다.
다양성 가이드의 첫 발은 다양성 위원회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루트임팩트 구성원들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 가이드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길, 계속해서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개선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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