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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필란트로피 리포트

자선 자본과 임팩트를 연결하다

2022 AVPN

2022년 08월 05일
루트임팩트 김영신 임팩트 리서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자들과 사회혁신기관들의 네트워크인 AVPN(아시아벤처필란트로피네트워크)은  매년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 AVPN은 팬데믹 이후 첫 오프라인 행사로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었는데요,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사회혁신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AVPN에 참석한 임팩트 필란트로피팀이 두 편에 나누어 후기를 전합니다


출처: AVPN

AVPN(Asia Venture Philanthropy Network, 아시아 벤처 자선 네트워크)에서 주최하는 AVPN 글로벌 컨퍼런스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습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개념인데요. 유럽벤처기부협회(EVPA)가 정의한 벤처 필란트로피는 “사회적 목적 조직(Social Purpose Organizations)에 대해 재정적, 비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여 더 강력한 조직을 만듦으로써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증가시키기 위한 접근 방식”이라고 해요.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 경험 보고서> 참조)

저희 루트임팩트도 최근 이와 같은 방법론 도입을 목적으로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 1호 기금을 런칭한 만큼, 아시아 전역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들어보기 위해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했어요. 컨퍼런스는 취지에 걸맞게 벤처 자선 자본을 중심으로 매우 다양한 주제의 세션들이 열렸는데요. 세션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주제를 4가지 키워드로 추려봤습니다.

① 함께 만드는 임팩트

AVPN 스스로가 거대한 네트워크인 만큼, 제가 참가한 모든 세션에서 협업, 파트너십과 관련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그 협업의 대상이 현지의 개인부터 중소규모 자영업자, 정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었어요.

과학지식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비영리 기관 Open Knowledge Maps(이하 OKM)는 필리핀에서 현지 여성들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현지 여성들은 OKM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간단한 툴킷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OKM에 제공하고 경쟁력 있는 시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OKM은 그 데이터들을 가공하여 긴급 재난 상황 파악하는 등 필요한 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공유하고요. OKM은 자체 기술을 통해 원래는 고급 장비와 전문가에게 들어갔을 비용을 현지의 여성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현지 사람들의 생계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이외에도 인도에서 제품 생산 과정의 각 업체들과 협업하여 원재료가 쓰레기로 낭비되지 않도록 한 사례, 인도 현지 농부들과 더 지속가능한 방식의 농업을 추구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례 등 다양한 모델들이 나왔습니다. 

협업 모델을 구축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현지의 개인이나 영세 규모의 업체들과 협력할 때는 더욱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데요.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면서 사업 방식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들고, 그 시간 동안은 해당 개인이나 업체가 기존만큼의 소득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줄어든 소득을 어떻게 보전하면서 함께 나아갈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최근에는 각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을 더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업체들을 설득할 때 활용된다고 합니다.

파트너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주체는 바로 정부입니다. 대부분의 패널들이 정부와의 협업이 복잡성이나 속도 측면에서 난이도가 있음을 언급했지만, 잘 진행되기만 한다면 임팩트를 가장 크게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Rockefeller 재단의 vice president인 Elizabeth Yee는 정부와 협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1) 정부의 투자도 가급적 pilot부터 작게 시작하도록 유도할 것, 2) 정부와 협업할 때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확인할 것, 3) 정부의 Data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투자의 중요성을 알 것 이었습니다. 정부는 다른 조직에서는 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 – 법과 제도를 만들고 국가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이므로 임팩트 극대화의 매우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② 임팩트 리더들이 더 담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TED 창업자 크리스 앤더슨 세션 (출처: AVPN)

이번 AVPN에서는 임팩트 지향 조직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임팩트의 증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했어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등 각국에서 온 패널들 역시 최근 임팩트 측정과 평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 공감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흐름이 임팩트 지향 조직의 리더와 창업가들의 포부를 위축시키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는데요. 

TED의 창업가 Chris Anderson은 한창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할 ‘글로벌 히어로’(임팩트 지향 조직의 창업자/리더)들이 지원금을 얻으러 다니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사회에 더 많은 ‘전염력 강한 관대함'(Infectious Generosity)이 생겨나려면 ‘창의성'(Creativity), ‘담대함'(Creativity), ‘협업'(Collabor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TED는 ‘담대한 프로젝트’ (Audacious Project)라는 이름 아래 글로벌 히어로들에게 현실적인 계획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이 충분히 많다면 이루고 싶은 변화’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기부자들과 연결하기 시작했고,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인도의 기부금 조성 단체인 EdelGive Foundation의 CEO Naghma Mulla는 돈에는 숨은 힘이 존재하기에, 자금을 제공하는 쪽도 자금을 제공받는 쪽도 모두 원치 않는 탁상 행정이 생기기도 한다며 이를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임팩트나 아웃컴의 정확한 측정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이 도구들이 임팩트 리더들이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참 중요하겠습니다. 늘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하면서요.

③ 실패와 성장, 그리고 위험 감수 자본

임팩트 지향 조직 역시 다른 모든 조직과 마찬가지로 여러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데요. 이번 AVPN 2022에서는 실패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제목이 ‘Learning from Failure in Philanthropy’라는 세션이 있을 정도였어요.

빌&멜린다 게이츠 (Bill&Melinda Gates) 재단의 파트너십 담당 Rober Rosen은 정말 공들여 만든 아름다운 온라인 플랫폼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실패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실패는 물론 힘이 빠지고 아픈 경험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경험을 통해 이후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배웠다고 해요. 이렇게 실패 경험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해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문화를 가진 조직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자선 자본이 위험을 감수하는 동시에 인내하는 자본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왔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이러한 자본을 제공할 수 있는 기부자들의 등장이 절실하다는 이야기와 함께요. 사회/환경 문제 해결은 매우 어렵고 장기간에 걸친 도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요 하지만 임팩트 지향 조직들은 특히 비영리 조직일 수록 실패를 포함한 성장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자금은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특정한 프로그램 운영비에만 한정되어 있죠.

WHO 재단의 Erin Hulme Oceguera는 서양의 경우 오랜 시간 시행 착오를 거치며 점차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선 자본의 비중을 키워 왔다며, 아시아는 좀더 빠르게 신뢰 기반 자선으로 퀀텀-점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④ 다시 무엇보다, 진정성

싱가포르 무역회사가 설립한 Trafigura 재단의 이야기를 나누는 세션 (출처: AVPN)

이번 AVPN에서 찾은 마지막 키워드는 진정성이었습니다. 사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워낙 오래전부터 쓰여 와서 당연하고 진부하기까지 한데요. 최근 다시 이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임팩트 워싱에 대한 경계심이 전반적으로 고조된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기업이 출연한 재단부터 큰 투자금을 운용하는 투자회사까지, 모두가 임팩트 워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어요. 

Trafigura라는 싱가포르 무역 회사가 설립한 Trafigura 재단의 대표 Vincent Fiber는 기업 재단의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업 이미지를 위한 프로젝트들은 기업의 CSR에서 담당하고, 재단은 재단의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일에 자금을 쓴다고 해요. 시민 사회 출신인 자신을 리더로 선임한 것도 이러한 독립성을 잘 보여주는 선택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비영리 임팩트 투자 펀드 Acumen의 창립자이자 CEO인 Jacqueline Novogratz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들을 수혜자로 바라보지 않고 인격체(Human-being)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고민없이 주는 무차별적인 지원이 아니라, 알맞은 지원의 형태(Right Form of Support)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고요. 이를 위해서는 앞서도 언급한 인내 자본이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회 혁신가들이 실패와 협업을 통해 성장해, 마침내 자신들의 담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인내 자본이 사회에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
이번 AVPN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며 또 한번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는 루트임팩트에게도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저희와 함께하는 수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무수히 많은 실패를 인내하며 배우고,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2편 ‘자선 자본의 역할을 고민하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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