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라운드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법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사람들
펫 프렌들리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헤이그라운드가 운영 중인 두 지점 중 서울숲점은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 가능하다. 서울숲점은 2019년 오픈 당시부터 지금까지 반려동물 친화(펫 프렌들리 Pet-Friendly) 정책을 운영해 왔고 입주 계약 전 서울숲점이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공간임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다.
헤이그라운드 멤버라면 누구나 반려동물 출입 등록 신청서와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면 반려동물과 서울숲점에 동반 출근할 수 있다. 출입 등록 신청서를 제출할 때 멤버는 보호자가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모두 읽고 동의 서명을 한다.
함께 출근한 반려동물은 공용공간에서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있어야 하고 2m 이내 목줄 또는 가슴줄을 착용해야 한다. 출입 등록 후 1년이 경과되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새로 제출한다. 안전을 위한 수칙을 지킨다면 소속 회사의 사무실뿐만 아니라 공용공간에도 함께 출입이 가능하다. 다양한 구성원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10층 모두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반려동물을 어려워하는 멤버들을 위해 일부 회의실, 화장실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공간에 왜 이런 정책이 필요할까?
필자 역시 반려견 본비와 함께 사무실에 자주 출근하고 있다. 본비와 함께 일하는 일상은 내게 무척 당연하지만, 일반적으로 일하는 공간에서 이러한 부분까지 고민하기는 쉽지 않다. 일하기 위해 모인 공간에서 어떻게 반려동물 친화 정책을 고민하게 된 것일까?
반려동물 친화 정책은 2017년 문을 연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을 운영하면서 얻게 된 다양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헤이그라운드가 더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오피스가 되길 바랐고 그 바람은 2년 후 서울숲점을 오픈하면서 모두의 화장실, 반려동물 및 어린이 친화(Pet-Friendly, Kids-Friendly) 공간으로 실현됐다. 특히 반려동물의 사무공간 출입은 관련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겪었다.
초기에 정책을 고민할 때는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후에는 이용 수칙을 자연스럽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친화적인 공간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반려동물에게 더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펫친소’ 콘텐츠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펫친소’는 ‘나의 펫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줄임말로, 출입 등록한 반려동물을 소개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인터뷰 형식으로 발행한다.)
헤이그라운드 팀의 운영 방침이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구성원의 공존’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헤이그라운드를 이용하는 멤버들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이 정책, 어땠을까?
반려견과 멤버 모두 성숙하게 공존하기
필자는 동료들에게 종종 ‘본비는 어떤 때 출근하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야근이나 다른 일정 등으로 본비가 집에 혼자 오래 있어야 할 때, 그래서 식사를 제때 챙겨줄 수 없을 때 함께 출근한다. 식사뿐만 아니라 실외에서만 배변활동을 하는 본비 덕분에 산책도 하루에 최소 두 번 이상 나가야 하는데, 집을 오래 비우면 본비는 하루 종일 급한 볼일을 참아야 한다. 이럴 때 동반 출근이 가능한 내가 본비를 데리고 출근한다.
사무실에 같이 있으면 챙길 것도 신경 쓸 것도 많아 ‘일에 집중하기 어려우실 것 같다’는 걱정 담긴 질문도 자주 받는다. 실제로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인턴’ 시절의 본비는 그랬다. 겁이 많아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내가 보이지 않으면 끼잉끼잉 울어서 화장실에 갈 때도 동료들의 눈치를 봤다. (마음 따뜻한 동료들은 그런 본비를 오히려 귀여워했다.) 일 하랴 미팅하랴 본비도 챙기랴. 이동할 때마다 본비에게 필요한 짐도 한가득 메고 다녔다.
원활한 동반출근을 위해 본비에게 일하는 공간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교육하려고 애썼다. 사무실에서 짖지 않고, 배변 실수하지 않고, 다른 동료들의 일을 방해하지 않기.
하지만 본비가 적응하는 데는 외려 ‘하면 좋은 것’에 대해 배운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사무실에 들어오는 동료, 공용공간에서 마주치는 다른 낯선 멤버들과 인사하기, 사무실에서는 놀거나 쉬기, 쉬는 시간에 근처를 산책하며 외부에서 배변하기 등을 경험하면서 함께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규칙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상에서도 유지되었고, 본비와 내가 점점 더 어디에서나 성숙하게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본비를 포함하여 출입 신청은 50건 이상 등록되어 있다. 즉 50마리가 넘는 반려동물들이 헤이그라운드로 출근해 왔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의 라운지, 회의실에 반려견을 동반하여 열띤 회의를 벌이고 있는 모습, 옥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멤버와 반려견의 모습 등 곳곳에서 반려동물과 멤버가 어울리는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한 입주사에서는 구성원들이 유기 동물 임시 보호 혹은 입양을 결정하기도 했다.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반려견 둘과 함께 출근하는 대표님의 모습 덕분이었다. 해당 입주사에서는 사내에서 유기 동물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한 것에 헤이그라운드의 반려동물 친화 정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얼마 전 10층에 입점한 카페 ‘디 진테제 하이’에서도 반려견 벨로와 매일 출근 중이다. 벨로 근처에 가면 언제나 멤버들의 행복한 미소와 대화가 넘친다.
물론, 늘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입 등록 신청을 하지 않고 출입하는 반려견이 종종 있었고, 출입 등록일을 매번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아 예방접종 증명서가 제때 제출되지 않거나 갱신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청각에 예민한 반려견들이 갑자기 짖어대서 이웃 멤버들이 힘들었던 경우(반려견 특성상 같은 층에서 한 친구가 짖기 시작하면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친구도 같이 짖는다), 사무실 문이 잠깐 열린 사이 라운지로 탈출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새로운 반려동물 동반 정책과 운영 프로세스
이용 수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멤버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기꺼이 참여하고 싶게끔 권장하는 ‘반려동물 웰컴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1. 보호자 멤버가 출입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다.
설문 형식의 신청서를 통해 보호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용 수칙을 읽고 준수하겠다는 서명을 한다. 헤이그라운드 공간 내 반려동물 소개 콘텐츠에 들어갈 이미지와 내용도 함께 제출한다.
2. 동반 출근일에 웰컴 카드에 발도장을 찍는다.
출입 등록 신청서 제출을 완료하면 동반 출근일에 헤이그라운드 팀과 만난다. 헤이그라운드가 제공하는 웰컴 카드에 반려동물과 보호자인 멤버가 함께 이용 수칙을 준수하겠다는 의미의 발도장을 찍고, 헤이그라운드 팀은 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멤버에게 전달한다. 웰컴 카드에는 다음 출입 등록일(예방접종 증명서 갱신일)을 적어주고, 출입 가능한 공용공간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용 수칙을 강조하여 안내한다.
3. 반려동물 웰컴 키트를 수령한다.
발도장 서명을 완료하면 사무실 생활에 필요한 웰컴 키트를 받는다. 웰컴 키트 구성품 대부분은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이그라운드 출입 신청을 완료하고 멤버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멤버 ID 카드와 헤이그라운드 로고 키링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보호자의 책임’만을 강조했다면, 그에 더하여 반려동물과 사람이 일하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과 운영 프로세스 전반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표현이 우리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생각에 기반하여 반려동물 관련 표현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애완동물’, ‘품종’, ‘주인’, ‘견주’ 등 소유물, 재산, 물건의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반려동물’, ‘종’ 또는 이름을 묻고, ‘보호자’,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출입 등록 신청 시에도 종을 묻지 않는다.
기존에 출입 등록한 반려동물을 소개하던 ‘펫친소’ 콘텐츠 역시 개편 중이다. 귀여운 소개 콘텐츠에서 나아가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기 위해 헤이그라운드 팀이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외에도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정책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체인지메이커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반려동물과 함께 있거나 서로를 바라볼 때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능률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도 반려동물이 있는 사무실의 분위기는 대부분 활기차고, (청자가 반려동물인 경우가 많지만) 긍정적인 표현이 자주 오간다.
일터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반려동물이 가족인 멤버들에게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돕는다. 보호자가 출근하는 경우 반려견이 집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은 평균 8.2시간이다. 긴 시간 혼자 있는 경우 분리불안 증상으로 인한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가 외부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 이를 교육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한 반려견과 그 가족의 스트레스는 일하는 일상에도 이어진다.
헤이그라운드가 이로 인한 업무와 일상 사이의 방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길 소망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 멤버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키며 여정을 지속할 수 있길 기대한다. 더불어 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헤이그라운드에서의 경험이 선례가 되어 사회 곳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퍼트려 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