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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리포트

함께 만들어가는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후기 (상편)

크리에이티브X성수

2023년 10월 26일
Root Impact

여러분이 생각하는 다양성과 포용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기업은 다양성과 포용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을까
다양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를 향한 극복 방법은
다양성과 포용 측면의 임팩트 관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올해로 4회를 맞은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는 ‘다양한 나 포용하는 우리’라는 주제 아래 우리의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성은 어떤 모습인지, 이를 포용하는 일터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으로 이뤄졌습니다. 실제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사례를 통해서, 더불어 함께 일하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영감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연사 발표 1]  다양한 인종, 포용하는 커뮤니티 – 뉴욕에 헤이그라운드를 짓습니다

  •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대표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2018년 만들어진 루트임팩트의 자회사이자, 미국 뉴욕에 위치한 비영리 조직입니다. 뉴욕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취약계층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유색 인종,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 다양하고 포용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미션으로 합니다.

서울 안에서도 사실 지역 간 격차가 크잖아요? 그런데 뉴욕의 경우 밀도 때문인지 지역 간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프로그램 출신 창업가가 200명 정도 되는데, 그중 70%가 주거하고 있는 사우스브롱스의 경우 중간가계소득이 2만 불을 조금 넘는 수준이에요.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2400만 원 정도가 연간 소득인 셈이죠. 브롱스는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많은 환자가 나온 지역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30분만 내려오면 약 10배 정도의 중간가계소득을 기록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3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빈부격차, 소득 격차가 크게 일어나고 있고요. 이것이 결국 교육, 보건, 금융 등 사회 전반에 있어 다양한 격차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해 3월에 할렘에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공식 오픈하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어요. 이 지역은 뉴욕에서 무척 소외된 곳이지만 동시에 최근 오피스가 많이 지어지고 있고, 헤이그라운드가 위치한 할렘에서 5분만 걸어가면 글로벌 학생들이 많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매일 3개의 미국을 만나는 기분이 들어요. 헤이그라운드 뉴욕은 이처럼 다양한 인종과 배경, 경험이 섞여있는 곳에서 지역 커뮤니티 창업가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저희를 도와주는 파트너, 후원자들과 함께 커뮤니타스 벤처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걸 통해서 창업자를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어요. 이 과정에서 굉장히 철저하게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활동을 하는 것을 창업자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저희가 뉴욕주에서 인증을 받은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인데요. 5년밖에 안 된 신생 조직이 뉴욕주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전략적으로 집중한 부분이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유색 인종일 것, 더욱더 여성일 것, 더욱더 저소득 계층에 집중할 것. 의도적으로 브롱스와 할렘 중심의 창업가들을 리서치했어요. 이들은 70% 정도가 여성이고, 대부분이 유색 인종이에요. 특히 흑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색 인종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커뮤니타스 벤처스를 자신의 커뮤니티라고 느끼게 하는 감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을 염두하고 커뮤니티를 의도적으로 디자인했어요.  예를 들어 강사로 고용한 대부분이 흑인이에요.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배경에서 성공한 분들을 통해서 참여자들이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끼고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거죠. 10주가 지나면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투자자 앞에서 피칭을 하는데요. 지금까지 총 11기, 195명의 지역 창업가들이 굉장히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참여해 왔습니다.

커뮤니타스 벤처스 출신의 창업자들이 지역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포용적인 교육환경을 만드는 벤처를 운영하는 조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원래 미술 선생님이었는데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화상을 그리라고 하면, 45분 수업 시간 중에 30분을 자기 피부색 물감을 만드는 데 30분을 허비하는 걸 보게 된 거예요. 그러면 수업의 질이 굉장히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12개의 스킨 컬러가 있는 물감을 만들었어요.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통해서 다양한 관련 워크숍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유색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를 혁신하는 플랫폼을 만든 창업자, 특허 출원 중인 디바이스를 통해서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과학자 등 다양한 지역 창업가가 배출되었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창업가들은 지역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고, 사업 이득이 지역 커뮤니티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장의 기업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크게 보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컨퍼런스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이야기하는 자리인데요. 저희는 임팩트 성과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195명의 창업가들이 커뮤니티에서 어떤 이득을 주고받는지, 어떤 협업을 만들어내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 기준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성과를 분석했는데요. 195명의 창업가 중 90% 이상이 자기 비즈니스를 여전히 액티브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600개가 조금 안 되는 지역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토탈 약 130억 정도 원 규모의 펀드레이징도 만들어냈고요.

이런 일을 혼자서 해내기는 굉장히 어렵잖아요. 실제로 협업을 통해 이뤄진 부분이 절반 이상이고, 그게 굉장히 주목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임팩트 성과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브롱스와 할렘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지역 커뮤니티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커뮤니티 졸업생과 지역에 이미 존재하던 커뮤니티 중심의 창업가들이 교육 문제를 푼다든지, 금융 소외 문제를 푼다든지, 보건 문제를 푼다든지 하는 클러스터들을 더 양성하기도 하고요.

처음에 세 개의 미국이라는 말씀드렸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동네에서 어떻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성공적으로 정의 내릴지 생각해 보면,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혼자서 잘 나가는 게 아니고 함께 만드는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성공을 같이 축하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결국 그 성공이 지역 커뮤니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희가 생각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아우르는 문화이고요. 그래서 앞으로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창업 생태계를 더 확대하기 위해서, 뉴욕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모델을 확장해나가려고 합니다. 


[패널 토크 1] 다양한 직원, 포용하는 조직 – 글로벌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

  • 윤명옥 한국GM 전무
  • 전양숙 유한킴벌리 지속가능경영부문 ESG&Communication 본부장
  •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총괄
  • 이보라 고려대학교 교수

글로벌 기업은 어떻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만들고 있나

이보라 첫 번째 패널 토크의 제목은 ‘다양한 직원, 포용하는 조직-글로벌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입니다. 일찍부터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기업 안팎으로 혁신을 시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임원 분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세 회사 모두 다양성을 다루는 사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먼저 구글이 정의하는 다양성과 포용은 무엇인지, 다양성위원회는 어떻게 조직되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민혜경 다양성은 기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관점, 다양한 강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모이면 덜그럭하기는 하거든요. 그러니까 다양성만 갖춘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고 그게 포용이라고 봅니다. 포용이라는 문화의 토대를 잘 갖추면 다양한 사람이 갖고 있는 것들이 의미 있게 충돌하고 섞이면서 굉장히 좋은 뭔가가 나오거든요. 그런 게 혁신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은 결국 회사의 힘입니다.

다양성위원회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구글 코리아에는 DEI Council(다양성 협의회 / DEI = Diversity, Equity, Inclusion –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 조직되어 있는데요.  한국의 리더들 중에 특히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는 리더들이 모인 소그룹 모임이에요. 직원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서 구글코리아의 DEI 즉,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해서 함께 논의합니다. 관련 사내 데이터도 정기적으로 살펴보고, 매년 DEI 연간 계획을 세워서 직원들과 함께 실행해 나가고요. 하지만 사실 다양성위원회 역할은 저희 회사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아주 일부분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가 있는 이유는, 리더들이 다양성의 중요성을 내재화함으로써 조직 운영에 녹여내게 되고, 그것이 나머지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보라 이번에는 한국GM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한국GM 사업장 1층에는 노틀담베이커리라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계기와 취지로 이 카페가 생겼나요?

윤명옥 노틀담베이커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협업하는 카페로,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노틀담 수녀회에서 운영합니다. 본사 건물에 이 카페가 들어오게 된 것이 바로 저희 회사 다양성위원회 2기의 작품인데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메리 배라(Mary Barra) 회장님이 글로벌 GM의 포용과 다양성에 대해 매우 강력한 선언을 했어요.  글로벌 GM에는 총 12개의 ERG(Employee Resource Group, 직원 리소스 그룹)가 있는데요. 이 조직들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화를 만드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어요. IAB(Inclusion Advisory Board), 즉 모든 직원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믿고 행동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구도 설립되었습니다. 

이후로 회사가 많이 변했습니다. 눈에 띄게 여성 임원들도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한국에 12개 ERG 중 딱 하나가 있었는데, GM WOMAN이라는 여성위원회였어요. 그런데 2020년에 와서 보니 여성 관련 이슈만 가지고 드라이브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21년에 다양성위원회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남성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저 외에 공동의장으로 남성 임원을 앉히기도 했어요. 노틀담 베이커리는 이러한 GM의 새로운 가치 추구의 노력 아래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보라 유한킴벌리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실제 제품 개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실제 판매 중인 처음생리팬티 개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전양숙 유한킴벌리는 국내에 여성 용품 브랜드를 소개한 첫 회사입니다. 1970년에 회사가 만들어졌는데, 영업사원이 월경 용품을 판매하면 재수 없다고 하던 시대였어요. 그래서 학교를 대상으로 인식 개선을 위한 월경 교육을 꾸준히 펼쳤죠. 그런데 한번은 특수학교 보건교사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발달장애 아동들은 영상 같은 걸 보여준다고 해서 교육이 되지 않습니다.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라면서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저희가 장애 여성에 대한 고민은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죠. 생리대 사용 교육 자료를 제작하여 무료 배포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육 자료로만은 한계가 컸어요. 장애 아동이 어떻게 생리대를 사용하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점들을 반영하면서 결국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시행착오 끝에 패드 모양을 팬티에 그려 넣어서 가이드를 따라 붙여 쓰도록 제작한 거죠. 이 과정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초경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하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생리팬티’라는 제품명도 교사 분들로부터 공모를 받아 지은 것인데요. 편견 없는 워딩을 사용하고자 최선을 다했어요. 이 작업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생리대 교체를 돕기 위한 매뉴얼 영상을 아동용, 학부모용으로 나누어 만들어 배포 중이에요.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저희가 질문했던 것은, 우선 어느 범주까지가 우리의 소비자인가였어요. 유한킴벌리는 지역사회 관점을 지닌 회사이니 결국  이러한 다양성 문제가 비즈니스와도 다이렉트하게 연결되겠구나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사회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보라 다양성의 가치가 제품으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구글은 일하는 방식이나 사무 공간, 구성원 성장 부분에서도 다양성과 포용 가치를 전방위적으로 실현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장애인 채용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혜경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구글코리아가 장애 포용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장애인 고용 의무 덕분이었습니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그저 ‘의무’로 생각하고 접근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저희는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구글은 감사하게도 좋은 일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구글이 장애인에게도 좋은 일터인가?” DEI의 여러 측면 중에서 장애 포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갈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고용 의무와 관련한 법 역시도 사실은 비슷한 질문에서 출발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구글은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정으로서, 장애포용성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구글 채용의 특별한 점은, 장애인을 위한 직무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따로 정해져 있다’라는 편견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포용적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라면, 질문을 다르게 해 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 “어떻게 하면 역량 있는 누군가가 장애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회사의 어떤 직무든지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내부적으로 포용적인 직무설명서를 스크리닝 하는 과정도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데요. 장애와 관련해서는 직접 장애인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먼저 장애인에게 프렌들리 한 일터라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대요. 그래서 모든 직무설명서 밑에 “구글은 모든 장애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면접을 통해 입사한 장애인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굉장히 강력한 시그널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영어 사용을 필요로 하는 직군이 많다 보니 ‘ability to read and speak English’’라는 조건을 넣거든요. 과연 이 표현은 뭐가 문제일까요? 그러니까 굳이 speak가 필요하냐는 거예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read and speak’’라고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듣고 수정했어요. 이렇게 채용의 모든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배워야 할 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여전히 배우면서 실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보라  GM의 경우 다양성과 포용성이 구성원  평가에도 반영된다고 하는데요. 평가를 받는 개별 구성원으로서도 매우 예민하게 주목해야 할 부분인 듯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윤명옥 기업 문화는 결국 거기 속한 사람의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조직의 구성원을 평가할 때 우리가 원하는 문화를 행동으로 실천한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이죠. 인재를 평가할 때 두 가지 축이 있어요. 하나는 흔히 알고 계시는 퍼포먼스죠. 내가 내 일을 얼마나 잘했나, 성과를 얼마나 만들었냐는 기준이 있다면 다른 한 축에는 behavior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어요. 그런데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했거나,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behavior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 그 사람은 톱퍼포머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는 퍼포먼스 리뷰를 할 때 GM behavior라는 7가지 항목에 대해 매니저가 평가를 해왔는데요. 2020년에 Be Inclusive라는 항목이 추가되었어요. GM Recognition이라는 칭찬 제도를 운영하는  사이트에서도 Inclusive 함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후 이 항목으로 칭찬받는 직원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포용을 잘하면 회사가 나를 높이 평가하고, 이런 사람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구나”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죠. 

이보라  구글에서도 평가 관련해 매우 주목할만한 노력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구성원을 평가하는 리더들에게 특별히 ‘인지편향’에 대한 주의를 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민혜경 인지 편향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뇌 기능이잖아요. 그런데 인지 편향이 사람과 관련한 결정에 개입하면 조직에 굉장히 해로울 수 있고, 개인의 성장과 사업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채용 과정도 마찬가지지만 평가 과정에도 인지 편향이 부정적으로 미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정기적인 성과 평과 전에 항상 인지 편향에 대한 리마인드를 하고, 성과평과 과정에 작용할 수 있는 인지 편향을 피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함께 살펴봅니다.  가령 어떤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aggressive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할게요. 그럼 만약 그 사람의 성별이나 인종이 달랐어도 그렇게 평가했을지 다시 한 번 자문하게 하는 거예요. 일의 분배 과정에서도 형평성 있게 나누어지는지, 인지 편향으로 인해 몇몇 사람에게만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팀장들에게 코칭과 자료 등을 제공합니다. 이런 식으로 체크 포인트를 가지고 최대한 이런 편향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을 추구하며 부딪히는 어려움, 어떻게 극복할까

이보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라 그런지 역시 혁신적이네요. 이러한 다양성과 포용을 만드는 과정까지 분명히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명옥 저는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이지만 ‘전군의 간부화’라는 말을 좋아해요. 감투를 씌워주면 사람이 달라지거든요. 이제는 Diversity Council에서 활동하는 구성원이 20~30여 명 되었지만, 전체 조직 규모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코어 그룹으로써의 Diversity Council은 두고, 전 function별로 DC 관련 활동이 가능한 서브그룹을 만들도록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코어와 연결하는 전략을 쓴 것이죠.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서브그룹에 데려와야 하는 책임이 주어지면 자신이 먼저 공부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기 시야가 먼저 넓혀지면서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게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리더가 열심히 하니까 밑에 있는 직원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그렇게 100명이 넘는 직원이 다양성위원회에 포섭이 됐고, 그전에는 여성위원회에 대해서 “뭐 하는 집단이야? 여성한테 특혜를 주는 집단이야?”라고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다양화해야 합니다. 포용적인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거예요. 

기존의 고정관념이 너무나 팽배할 때 어떻게 뚫고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결국에는 전군의 간부화로 난관을 극복했고요. 리더들을 정말 많이 설득하고 어필했어요. 안 하면 부끄럽게 해서라도, 칭찬을 많이 해서라도 변화를 만들었어요. 리더십의 인식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도 함께하게 된 거예요. 

이보라 유한킴벌리의 이야기에서도 ‘전군의 간부화’와 맥락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어요. 구성원 스스로 주인의식을 발휘해 TF 운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TF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회사의 공식적인 제도나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전양숙 포용적인 조직 문화나 제도 관련 노력을 자발적인 TF 중심으로 많이 합니다. TF는 전사적인 문화와 맥락을 만드는 작업을 해요. 예를 들어 육아휴직 사용률도 중요하지만, 리더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구성원에게 복귀를 강요하거나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를 위해서 작은 디테일에 힘을 많이 써요. 사실 대의를 위하고 동의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자리 밑의 쓰레기통을 없애자고 하면 난리가 나요. 당장 불편함이 오니까요. 그래서 이런 작은 디테일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중요하고요.

저희가 스마트워크 사무 환경을 만들 때 고정된 자리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그중 하나가 쓰레기통이었어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담당 부서에 자기 자리에만 쓰레기통 좀 놔주면 안 되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디테일한 일상에서 습관을 바꾸는 디테일을 믿고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번거로움도 비용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희가 상반기, 하반기 임신하신 분들을 축하하기 위해 임산부를 초대하는 행사를 20년째 하고 있는데요. 육아 제도가 계속 바뀌니까, 리더분들은 우리 때는 안 쉬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반드시 팀 멤버들이 행사에 참여해서 이야기 나누고 사진도 찍게 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걸 반복해서 하니까 사람들이 ‘이제는 2년도 갈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을 배우는 기회를 가지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모먼트를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과 측면에서 다양성과 포용 관리하기는 어떻게 다를까

이보라 저희가 다양성과 포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게 어떻게 보면 임팩트 이야기잖아요?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러한 임팩트 측면에서 어떤 지표를 설정하고 관리하고 계신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민혜경 구글의 경우 다양성 리포트라는 걸 전사적으로 발표했어요. 사실 되게 부끄러운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테크 회사이다 보니 여성 비율이 굉장히 낮았었거든요. 저희가 업계에 성별, 인종별 구성원 수치 등을 모아서 발표하겠다고 공표하고 실제로 오픈했어요. 이건 우리가 앞으로 이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겠다는 뜻이었어요. 이게 실리콘밸리 업계와 테크 업계에서 굉장히 큰 화두가 됐고, 다른 회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논의가 있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양성 관련해서는 총 네 가지 정도의 지표를 봐요. Representation, progression, retention, 그리고 inclusion입니다. 이 네 가지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하위 지표들이 각각 있고요. 첫 번째로 Representation의 represent는 어떤 집단을 대표한다는 뜻이죠. 조직 안에 다양한 그룹을 구성원들이 고르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여성, 남성의 비율이라든지 인종, 장애인 비율 이런 것들을 트래킹 해요. Progression은 균등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조직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단순히 있는 걸 넘어서 이 분들이 잘 성장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사 시스템 전반에서 형평성이 갖추어지고 모두가 성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지를 살핍니다. 세 번째 Retention은 그들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계속 신나게 일하면서 조직을 떠나지 말아야 하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성장하게 하고, 유지하기 위한 토양이 되는 것이 마지막 inclusion, 즉, 문화입니다. 어떻게 포용적인 문화를 계속 가꿀지를 고민하고 측정합니다. 구글 가이스트를 통해서 양적 피드백을 수집하고, 리스닝 세션 등을 통해 질적 피드백도 지속적으로 듣고 있습니다.

이보라 지표를 세우고 성과를 관리하면 실제로 어떠한 변화들이 생기는 지도 궁금합니다. 이른바 다양성과 포용성이 강조되는 문화가 조성되면서 GM에도 매우 고무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들었어요. 

윤명옥 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다 보니, 우리 제품 중에 장애인을 위한 전용 차량이 없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GM에이블이라는, ERG에서 하는 다양성위원회에서 체험 행사를 했는데 거기 참여를 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저희 회사에서 만든 기존 차를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타보려고 했어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고 가정하고요. 그런데 결국 못 탔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이 다 실패했고,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죠. 

지금까지의 장애인 차량은 기존에 있던 차량을 약간 개조해서 휠체어 탈 수 있게끔 한 거였어요. 이 경우 제대로 통합 시스템이 이뤄지지 않아서 많이 불편해요. 그런데 자동차 회사가 처음부터 개발 단계를 거치려면 2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첫 단계부터 장애인들의 패턴이나 불편을 캐치해서 자동차를 만들면 지금까지와는 굉장히 다른 차원의  자동차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용자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차를 탈 때, 차를 부를 때, 차에서 내릴 때, 차를 운전할 때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 등을 살핀 거죠. 제가 듣기로는 200개의 아이디어가 벌써 나왔고, 8개의 페르소나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페르소나는 어떤 장애인 타입의 차를 만들 건지 이런 거예요. 프로젝트 진행 중인 사진을 보았는데, 차 문을 열면 휠체어가 에스컬레이터처럼 쭉 내려와요. 그러면 휠체어가 그걸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거죠. 또 장애인인 휠체어 이용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운전할 때 필요한 감각이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 그에 대해서도 각각의 페르소나를 정해서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애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어요. 영구적 장애, 일시적 장애, 상황적 장애. 그 말은 우리도 결국 다 장애인이라는 거예요. 이 관점이 굉장히 많을 것을 바꿉니다. 실제로 미국 조사에 따르면 장애를 가진 인구가 전체 인구의 26%래요. 장애인들을 보살펴주는 케어 인구까지 하면 40%이고요. 그러니까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했을 때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걸 넘어서 돈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여태까지는 장애인 대상 차량을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해온 거거든요. 이런 활동이 사회 공헌적인 활동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충분한 의미가 있고, 충분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의미 있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보라 지금까지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성과 포용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세 연사분이 공유해 주신 다양한 사례 속에 공통의 메시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인데요. 앞으로 구글, 유한킴벌리, 한국GM이 더 보여주실 다양성과 포용의 가능성이 더욱더 기대됩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레퍼런스 삼아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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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튜디오 비선형
글 | 박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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