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실험하는 DEI Lab – 청소년기후행동 편
DEI Lab
DEI Lab은 루트임팩트가 새롭게 시도하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조직의 실험을 돕습니다. 첫번째 지원 대상이었던 모두의연구소에 이어, 청소년기후행동이 DEI Lab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안전한 조직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서 다양성에 주목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조직 내부의 운영 및 다양한 외부 조직과의 연대 과정에서 연령 등에 의한 미세차별에서 시작해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경험하며 다양성이 저하된 조직(나아가 사회)이/가 얼마나 단절되고 또한 공동 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갈 수 없는지를 직접 경험해왔습니다. 그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직내 적용 가능한 다양성 가이드를 구상 중입니다. 상세한 수준의 다양성 가이드와 점검 지표가 미세차별에 대한 열린 대화와 조직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지금부터 약 3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실행할 예정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을 리드하고 계신 김보림 General Operations Coordinator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어떤 단체인가요? 보림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문제의 위험수준을 실제로 줄이고 또는 사회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을만한 정치, 정책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주로 기후위기 관련 정세를 분석하고 필요한 캠페인을 실행해요. 저는 단체 운영에 대한 행정 전반을 담당하면서 캠페인을 기획하고 펀드레이징을 맡아 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에 관심을 두게 되셨나요? 특히 ‘가이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신 이유는요?
저희 단체는 6명의 사무국 상근 구성원이 함께 하는 작은 조직이지만, 회원 1,000 여명이 함께 하는 큰 조직이기도 해요. 저희 단체명이 말해주듯이 회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 혹은 20대 청년이에요. 통상적으로 주류가 되어 힘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아니고 쉽게 배제되거나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는 나이나 전문성, 경험, 지역 등의 차이로 관계 맺지 않아요.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은, 우리가 전문가가 되고 기성 사회 시스템 안에서의 기득권이 되는 즉, 스스로를 사회 주류화 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기후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운동을하죠. 그래서 우리는 구성원 누구든 독립된 존재 그대로 존중받으며 서로 관계 맺는게 중요합니다. 서로를 범주화 시키고, 개별 정체성이 가진 차이를 위계로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죠. 결국 다양성과 포용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죠.
조직이 작은 모임에서 시작하여 체계화가 되고 커져가는 동안 다양성은 언제나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평등문화 약속문을 만들고, 다양성을 반영한 내부 규칙을 만들고, 시위 할 때 참고할 가이드 등 여러 가지 다양성과 관련된 메세지를 다듬어 내보내왔어요.
그러나 청소년기후행동이 외부와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범주화된 차별은 빈번히 반복되어 왔고, 우리 조직이 무얼 중요하게 여기든 조직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청소년기후행동은 주장에 대한 객관적 근거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를 세세히 분석하며 실질적인 정책이나 정치변화를 위한 전략들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는 “기특한 아이들”의 이미지에 가둬질 뿐이었어요. 그리고 이런 반복적이고 해소되지 않는 차별들에 대해서 감각하면서, 우리는 조직 내부에서도 미세한 차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두가 이 조직에게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평등문화약속문에 동의하더라도 실제 구조적 차별이 만연한 사회 안에서 살아오면서 내재된 사고들은 미세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우리는 미세차별을 방치하는게 조직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내부 구성원이 점점 단절될 수 있는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약속문을 넘어서, 서로가 건강하게 관계 맺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좀 더 실질적인 다양성 도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그래서 계속 점검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장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DEI Lab 이라는 기회를 빌어 생각해오던 것을 실행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구요. 우리끼리 논의하여 만들 수도 있지만 DEI Lab 을 통해 다양한 분들의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일정에 따라 진행하면 성공이든 실패이든 어떤 결과는 확인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가이드가 정말 좋은 것인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이유를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차별을 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특히 저희 단체 구성원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핵심적인 원칙입니다. 저희 사무실에도 그런 원칙이 명확하고 디테일하게 있어요. 하지만 일상에서의 ‘미세차별’을 극복하는 것에 그 원칙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요. 만든 사람은 민감하게 만들었어도, 보고 이해하는 사람은 그 민감성을 전달받지 못하는 것이죠. 필요를 느낀 사람이 만든 가이드가 그 가이드에 동의한 사람의 행동까지 바꾸는 것은 역부족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공동의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그라운드룰을 만들어 보고, 그것이 실생활의 미세차별을 줄이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조직 내부에서도, 우리가 관계 맺는 기후 운동 안에서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지원서에 “구성원이 원칙에 동의한다는 것이 조직 차별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느끼신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주실 수 있나요?
업무 소통 중 연소한 구성원을 대하는 무의식적인 태도에서 가끔 발견해요.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데도 사소한 영역까지 개입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 그렇죠. 이러한 장면들이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한 상황을 반복해서 겪다보면 연소한 구성원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와 비슷한 자기 의심을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는 점점 동등한 관계를 맺고 정보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에 소극적이 되는 거예요. 신뢰의 기반이 없어진 것이겠죠. 그러다보면 자꾸만 동등한 소통이 되는 사람들끼리 따로 일하게 되고, 소통은 점차 어색해져 가면서 조직 내 단절이 일어나게 되죠.
넓게 보면 활동을 하는 중에 저희 단체가 가끔 받는 피드백도 이와 닮았어요. 저희의 성과를 “청소년이라는 것 덕분에 주목 받는 것이다 또는 MZ는 다르다” 등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어요. 범주화된 특징에만 주목하고 오롯한 노력을 봐주지 않는 것 같아요.
미세차별이 있을 때 마다 그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바로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일단 미세차별은 미세해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차별을 반대하는 조직에서는 다른 어려움이 있죠.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이 차별에 반대한다고 항상 말을 하고, 이러한 가치에 동의한다고 말을 하니 쉽게 피드백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어떤 차별이나 혐오를 경험하면 무기력해지거나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이러한 취급은 익숙하니까) 이 정도는 내가 견딜 수 있지, 이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등등.
그럼에도 미세차별이 쌓이고 쌓일 때, 직접적인 피드백을 시도하려 하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피드백이 자칫 해결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보다는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만 전달 될 가능성도 크니까요. 미세차별이든 미세하지 않은 차별이든 차별적인 행동/말/시선을 보낸 사람과 차별을 경험한 사람의 관계는 사회적 위계가 작동해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조직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세차별에 대해서 경험했거나 조직 내 미세차별을 감각한 사람이 피드백을 바로 하는 방식의 해결은 결국 조직이 구조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보다는 발화할 용기를 가진, 해결할 역량을 가진 개인에 의존하고 기대하는 것에 그친다고 생각해요. 개인에 의존해서 해결되거나, 방치되는 것이라면 (미세)차별은 조직에서 언제든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조직을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양성 실험을 통해 우리가 하려는 시도는 미세차별을 하는 누군가를 매장하고 단체에서 내쫓기 위한 것이라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함께 하든 안전할 수 있는 조직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조직이 스스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또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시스템적으로 확보한다면,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힘을 가진 조직이 될 수 있을것이라 믿어요. (단, 차별을 이야기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조직이 된다는 것은 실질적인 폭력과 도넘은 차별과 혐오를 감싸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양성 가이드가 어떻게 일상의 미세차별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장 기대하시나요?
예를 들어 약속문의 현재 수준은 “차별하지 않습니다” 정도에요. 그정도 수준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 것이고, 특히 청기행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레 생각하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일상의 작은 차별적 행동들에 대해서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의도한 바는 아닐 것이다’하는 등으로 검열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사소한 행동들에 대한 회고나 피드백을 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거죠. 그래서 더 구체적인 수준으로 발전 시켜 여러 항목으로 구체화하고 상황이나 예시를 추가하면 우리 실제 상황을 대입하여 논의 자체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계기를 통해서 일상의 미세차별에 대한 열린 토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해요. 눈에 보이는 대화가 많아지는 것이죠. 이른바 조직내 안전감이 생기면서 소통 효율도 좋아지고 신뢰가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앞서 언급한 활동가 커뮤니티 내에서의 미세한 차별 언행에 대한 열린 토론이 가능해지면 좋겠어요. 그를 통해 더욱 돈독한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가면, 저희가 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청기행이 만드는 가이드는 다른 가이드들과 어떻게 다를까요? 특히 이번 실험을 통해서 시도해보고 싶으신 혁신적인 방법이나 독특한 접근이 있을까요?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볼 예정인데 상당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 저희 조직 내부에 적용할 가이드이지만 조직 내에서 검증을 마치면 저희 청기행과 함께 하는 1000여 명의 활동가 커뮤니티에도 확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또 더 넓게는 저희가 하는 활동 영역 전반에 걸쳐 외부적으로도 적용 가능한 지침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23년 9월 기후파업을 하면서 만든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이를 본 많은 분들이 해당 시위에서 이 가이드를 준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조직에 가지고 돌아가 적용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저희가 먼저 준비하지만, 작은 범위에서나마 적용 가능함을 보여드리고 공유하면 분명 관심있는 조직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가이드는 사람들이 단순히 특정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청소년기후행동이 기대하는 가이드는, 그를 통해 더 많은 대화와 논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실험을 계기로 나누게 될 많은 대화에, 일터가 연령의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해야할 노력과 조건에 대한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많은 분들께서 의견과 아이디어를 더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의견은 언제든지 initiative.dei@rootimpact.org 로 보내주세요.
청소년기후행동
분야: 기후위기
업력: 5년 (2018년~)
구성원 수 및 평균 근속 년수: 상근인원 6명, 평균 근속 년수 2.4년 (2021년부터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존재)
남녀 성비: 남 16 % 여 84%
주요 직무: 캠페인 전략, 연구, 디지털 전략 컨텐츠, 행정 등
DEI Lab 실험 내용: 미세차별 극복을 위한 조직 내 다양성 가이드 제작
DEI Lab 기대 성과: 조직내 안전장치 확보와 관계와 신뢰의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