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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인터뷰

일터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실험하는 DEI Lab – 진저티프로젝트 편

DEI Lab

2024년 03월 06일
Root Impact

DEI Lab은 루트임팩트가 새롭게 시도하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조직의 실험을 돕습니다. 모두의연구소, 청소년기후행동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DEI Lab 참여 기업은 진저티프로젝트입니다. 경력보유여성 3명이 스터디를 하다가 창업한 진저티프로젝트는 그 태생부터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며 “이렇게 일하면 왜 안돼?”라는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DEI Lab과 함께 할 실험 주제는 우리가 가장 오래 고민하고 씨름해 온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진저티프로젝트는 이번 DEI Lab 참여를 기회로 지난 10년간 시도해왔던 실험들을 정리하고, 실험의 의미와 확장성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며 나아가 연결되고자 합니다.

진저티프로젝트를 이끌고 계신 홍주은 대표님을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진저티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진저티프로젝트는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입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은 베테랑 여성들이 모여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조직의 룰(rule)에 사람을 맞추다보면 조직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경력보유여성이 겪는 어려움이죠. 처음에 진저티프로젝트를 시작한 세 명의 경력보유 여성들은 “9 to 6”가 아닌 그들만의 조직 문화를 만들고, 조직이 구성원의 라이프 사이클(life-cycle)에 유연하게 반응해보면 어떨지 상상하며 실험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진저티프로젝트의 다양성 포용은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른바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했다고 보여지는데, 더 바꿀 것이 있을까요?

“언제든 망해도 괜찮으니 우리답게 건강하게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시작한 회사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10년을 이어오며 구성원들도, 구성원들의 맥락도 많이 바뀌었어요. 초창기에는 워킹맘들로만 구성되었는데요, 현재는 워킹맘뿐 아니라 생애주기의 다양한 포인트에 서있는 구성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달라지고, 구성원들의 생애주기도 바뀌다보니 저희의 고민과 실험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또 진화하는 중입니다. 일례로, 워킹맘 구성원의 상황도 항상 같은 것이 아니라 자녀의 성장에 따라 계속 변화해요. 구성원의 자녀들이 유아기를 지날 때의 고민과 학령기를 지날 때의 고민은 다르거든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여름 방학, 겨울 방학을 마주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돌봄 공백이 생기고 때때로 회사에 아이를 데리고 올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죠.

한편, 회사에 아이를 데리고 오지는 않지만 또 다른 돌봄을 하고 있는 구성원들도 있어요. 부모님 돌봄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미혼 구성원이 그런데요, 다양한 생애주기를 거치며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 서로의 맥락이 다 다르게 있기 때문에 모두가 안전함을 느끼는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어요.

진저티프로젝트는 DEI Lab 을 통해 구성원 가족들을 회사로 초대하여 일터를 경험하고 중요 인물들을 만나보는 패밀리 데이와 돌봄 유급 지원을 계획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신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저희 회사는 구성원의 일터 밖 “맥락”에 관심을 높게 가지고 개입합니다. 구성원들의 일상으로 리더가 깊이 들어가봅니다. 퇴근 후 음악 밴드 활동에 열심인 구성원의 공연에 초대되어 가보기도 하고, 장거리 출퇴근 하는 구성원의 동네에 직접 가보거나, 자취하는 구성원의 집들이에 초대되어 가보기도 합니다. 리더가 구성원들의 회사 밖 다양한 역할과 맥락을 깊이 이해하게 됨으로써, 회사 안에서의 모습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구성원은 공감받고 있음을 느끼고 리더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러한 생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저티 초창기에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돌봄 공백이 생기거나 돌봄 체계가 무너졌을 때 ‘내 커리어는 여기까지 인가보다’ 좌절했어요. 그 당시만해도 아이를 회사에 데려올 수 있다는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회사에서는 ‘엄마’라는 저의 사적인 모습보다 ‘유능한 팀장’으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잖아요. 하지만 돌봄 체계가 무너지는 순간들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그런 저의 상황을 동료들이 공감해주었고, 적극적으로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오라고 함께 돌봐주겠다고 ‘안아주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그렇게 한 번 아이들 데리고 와보니까, 엄마 회사를 막연하게 싫어하던 아이도 엄마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비슷한 사정이 있는 다른 구성원들도 더 편하게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오게 되었어요. 저의 “맥락”이 회사에 공유되고, 그 맥락을 함께 고민하고 진심으로 지지하는 동료들을 경험한 후에 오는 이점들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진 1. 2017년 2월, “turning point” 동료들의 배려로 아이를 회사에 데려왔던 날

구성원 개인의 맥락이 공유되면 조직에는 어떤 점이 좋은가요?

실질적으로 구성원의 조직 만족도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장면은 주로 프로페셔널한 “일”이지만, 사실 그 일도 구성원의 일부이고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심리적, 정서적 환경인 “맥락”이 있습니다. 그 연관성을 잘 이해해야 결국 구성원의 일도 더 효과적으로 돕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모든 주간회의 때마다 첫 1시간을 할애해서 구성원의 “맥락”을 깊게 나누고, 수시로 리더-구성원 간 1 on 1을 하고, 비정기적으로 ‘갤럽 Q12’에 기반한 업무 몰입도 조사를 익명으로 진행하기도 하면서 이 효과를 확인합니다. 구성원의 맥락을 돌보고 반응하며, 서로의 일상을 깊숙이 공유할 때 조직 소속감이나 업무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구성원의 일상이나 맥락이 업무와 굉장히 깊게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이 돌봄 책임이 있는 사람을 예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육아 하는 사람의 맥락은 일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여 나 아닌 누군가를 배려하고 헌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더 귀한 경험과 자질이죠. 나 아닌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기꺼이 수고하고 내 것을 헌신하는 것이 ‘돌봄’입니다. 저는 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직과 일 역시 조금 더 성숙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모를 수 있어요. 혼자 일하는 경우라면 괜찮을 수 있겠지만, 함께 일하는 경우라면 그런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맡기기 힘들어요. 결국 조직은 ‘함께’ 일하는 곳이니, 돌봄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가진 이타성, 성숙함, 타인을 향하고 돌볼 줄 아는 태도를 보여주면 안심이 되고 고마워요. 본인 뿐만 아니라 동료 구성원의 적응과 성장을 돕는 역할도 자연스럽게 맡길 수 있게 됩니다.

​회사가 돌봄을 유급으로 지원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재택 근무나 휴가가 자유로우면 돌봄이 해결될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양육자가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실은 일과 양육을 모두 다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경우에는 마땅한 이름의 지원이나 휴가 제도도 없기 때문에 개인 휴가를 내고 혼자서 감당하기도 해요. 구성원들의 다양한 돌봄 책임에 대해 회사가 함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돌봄 지원금으로 자란다나 째각 악어와 같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각자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체 휴무 제도가 있어도 업무가 많다보면 선뜻 휴가 내기가 어렵고 그러다보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십상이에요. 가족 돌봄 휴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 정서상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자발적, 정기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회사가 먼저 가족들과의 시간을 권장하고, 그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의미가 커요. 아이를 키우는 여성 구성원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삶의 책임이 있을테니, 이 기회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사진 2. 2024년 2월, “DEI Lab과 실험 ing” 돌봄교실 방학으로 엄마 회사로 출근한 진저티플 키즈. 사진 1의 어린이가 자라 사진 2에 등장한다.

패밀리 데이는 어떻게 운영하실 예정이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시나요?

회사가 1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가족들의 배려와 지지가 큰 힘이 되었어요. 지금까지 우리를 응원해준 구성원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감사와 함께 진저티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는 헤이그라운드 투어와 함께 헤이그라운드에 근무하는 다른 구성원(체인지메이커)들과 만남도 주선해보고 싶습니다. 저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숲점만 해도 다양한 체인지메이커들이 계시니, 이 커뮤니티 안의 다음 세대와 아이들을 연결해주고 싶습니다. 가족들에게 그들이 보는 우리 구성원들은 어떤지 얘기도 들어보고 싶고요. 가족들의 맥락과 경험을 나눔 받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전문성이 있는 구성원의 가족들에게는 자문을 구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에서 HR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해오신 구성원의 부모님께 노하우를 전수 받는다거나 초등교사로 다음세대의 성장을 지원하고 계신 부모님께는 다음세대 연구에 대한 자문을 받는다든지, 단순히 일회성의 즐거운 행사가 아니라, 구성원들과 회사가 좀 더 의미있게 연결고리를 만드는 방식의 Work & Family Day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변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해 온 진터티프로젝트가 DEI Lab 에 함께 해주시니 너무나 든든합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구성원의 “맥락”을 파악하고, 공식적으로 그것을 지지하는 문화 조성이 조직 몰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더 원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지 힌트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다양한 생애주기를 지나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한 맥락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다이나믹이 어떻게 정리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의견은 언제든지 initiative.dei@rootimpact.org 로 보내주세요.

진저티프로젝트
분야: 사회 변화를 위한 연구, 교육, 출판
업력: 10년차 (2014년 4월 설립)
구성원 수 및 평균 근속 년수: 구성원 수 7명, 평균 근속 년수 5년
남녀 성비: 남 30%, 여 70%
주요 직무: 다음세대, 조직문화, 사회혁신 주제 연구, 교육, 출판, 자문
DEI Lab 실험 내용: 실험 1) 일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돌봄 지원 <돌봄, 돌아보다> : 방학 중 자녀 돌봄 공백이 생긴 워킹맘 지원, 기혼/미혼 구성원의 가족돌봄 휴가 지원 실험 2)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터-가족 연결 <Work and Family> : 창립 10주년 기념 구성원 가족 초대 행사
DEI Lab 기대 성과: 조직 내 다양한 아이디어가 촉진되는 안전한 기반 형성.구성원들의 안정감과 결속감을 향상.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비혼 구성원 그룹에게도 동등한 가족 돌봄의 기회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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