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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필란트로피 리서치

“함께 고민해주는 IP1 기금, 망설이지 말고 노크하세요”

IP1 기금

2024년 04월 12일
소셜임팩트뉴스 염지현 기자

IP1 기금의 특별한 도전 ④
선정 조직 소개 2편-피치마켓, 소셜밸류랩의 ‘베이크 액션 부스터’ 프로젝트
교육 사각지대 느린학습자 위한 커뮤니티 기반 새 실험, IP1 기금과 함께 도전
‘비영리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맞춤형 프로젝트로 IP1 기금의 문 열어

소셜임팩트뉴스는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만드는 루트임팩트의 새로운 실험 IP1 기금을 기획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1회에서 전세계 필란트로피 트렌드와 함께 IP1 기금의 탄생 배경과 특징을 설명한 데 이어, 2회에서는 기금 출연자와 운용자의 특별대담을 통해 IP1 기금의 철학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관련 기사 링크: 1.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그린다…IP1 기금의 특별한 도전 / 2. [특별대담] 신뢰의 힘, IP1 기금 탄생을 이끌다)
3회에서 지금까지 선정된 IP1 기금 선정 대상 6곳 중 4곳(뉴웨이즈, 비투비, 온기, 에이유디)을 소개한 데 이어, 4회에서는 2024년 막 선정된 IP1 기금 선정 대상 2곳을 더 소개한다. 이들 조직은 ▲임팩트 지향성 ▲임팩트 잠재력 ▲조직 건전성 ▲가치 추가 가능성 등 IP1 기금이 제시하는 평가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저마다 뚜렷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길고 꼼꼼했던 심사 과정과 선정된 조직들이 펼치는 활동을 통해 IP1 기금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살펴보려 한다.

IP1 기금은 여러 영역에 속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할 지원 대상을 2~3개월에 걸쳐 심사한다. 주요 평가 기준으로는 ①임팩트 지향성 ②임팩트 잠재력 ③조직 건전성 ④가치 추가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래 도표 및 임팩트 리포트 내 17~18p 상세 설명 참고)

IP1 심사 대상 평가 기준내용
임팩트 지향성사회·환경 문제 해결이 조직의 의사 결정과 운영 방식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문제 정의와 솔루션, 대표자의 의지 등을 통해 확인
임팩트 잠재력미래에 규모(scale), 깊이(depth), 지속 기간(duration) 세 측면에서 더 많은 사회·환경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 확인
조직 건전성조직이 존속하는 데에 요구되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상태인지 비영리 조직으로서의 책무성과 리스크 확인
가치 추가 가능성IP1 기금의 재무적·비재무적 지원과 협력이 조직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를 확인

3회 기사(링크)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대상은 지난 1월 IP1 기금의 다섯 번째 선정 대상이 된 피치마켓과, 3월 여섯 번째 선정 조직으로 합류한 소셜밸류랩의 ‘베이크 액션 부스터’ 프로젝트다. 두 곳은 최근 IP1 기금이 발간한 2023 임팩트 리포트에는 언급되지 않은 신입생이다. IP1 기금의 2024년 따끈따끈한 새 소식이 궁금할 독자를 위해 소셜임팩트뉴스가 누구보다 빠르게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와 소셜밸류랩 이은희 대표를 만나 생생한 후기를 들어봤다.

느린학습자에게 적정한 교육 환경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 피치마켓

피치서가 화면 캡처. 피치마켓은 느린학습자의 문해력과 인지능력을 고려한 쉬운 글 콘텐츠를 만든다. 나아가 글자를 읽지 못하는 느린학습자도 콘텐츠를 즐기고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디지털화해 오디오북, 그림사전, 판서 기능 등이 구현되는 피치서가를 개발했다. /제공=피치마켓
피치서가 화면 캡처. 피치마켓은 느린학습자의 문해력과 인지능력을 고려한 쉬운 글 콘텐츠를 만든다. 나아가 글자를 읽지 못하는 느린학습자도 콘텐츠를 즐기고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디지털화해 오디오북, 그림사전, 판서 기능 등이 구현되는 피치서가를 개발했다. /제공=피치마켓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3.6%를 경계선 지능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본인이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우려해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들은 애매한 경계선 위에 놓여 기본 학습권 마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 참여의 기회도 서서히 잃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한 사단법인 피치마켓은 경계선 지능인과 발달장애인, 다문화 가정 아동 등을 포괄해 ‘느린학습자’라 부르고, 느린학습자를 위한 학습 콘텐츠와 전문 교육 기관이 부족한 현실에 집중해 왔다. 피치마켓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느린학습자가 학습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들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IP1 기금 역시, 느린학습자가 겪는 문제의 심각성 및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했다. 늘 이해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적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을 고도화하는 피치마켓의 ①임팩트 지향성은 조직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그동안 피치마켓은 인지 능력과 문해력이 부족한 느린학습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다각도로 마련해 왔다. 느린학습자가 학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쉬운 글 콘텐츠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도 만들어 함께 제공했다. 덕분에 피치마켓은 2023년 한 해동안 느린학습자 4,000명과 각 평균 10회 이상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 피치마켓은 지난 해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함께 라이브러리 피치(애칭:라피치)를 개관했다. 이곳은 느린학습자가 학교 밖에서도 언제든지 책을 접하고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기존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와 같은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책을 읽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이어간다. 느린학습자 구분 없이 누구나 공간을 이용하고 어울리며, 서로의 특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라피치 개관 이후로 누적 이용자 수가 6,000명을 넘었다. 피치마켓 이름으로 5만 권의 도서를 기부하기도 했다. 

라이브러리 피치 이용 수칙은 이용자 모두가 함께 만든다. 라이브러리 피치는 운영자가 만들어낸 규칙을 무조건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서로 바라는 점, 아쉬운 점을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든다. /제공=피치마켓
라이브러리 피치 이용 수칙은 이용자 모두가 함께 만든다. 라이브러리 피치는 운영자가 만들어낸 규칙을 무조건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서로 바라는 점, 아쉬운 점을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든다. /제공=피치마켓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IP1 기금에 지원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초창기 라피치를 찾은 비느린학습자들이 행동이 자유분방한 느린학습자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운영진에게 컴플레인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어요. 고민 끝에 그 공간에 책상과 의자를 다 비우고 빈백을 설치해 모두가 누울 수 있게 만들었어요. 어떤 이유로든 느린학습자와 비느린학습자를 구분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자 비느린학습자도 자유분방하게 앉고 행동에 자유함을 보이기 시작했고, 알게 모르게 그들을 구분하던 보이지 않는 선이 사라졌어요. 우리가 만든 커뮤니티 안에서 느린학습자가 사회와 분리되지 않는 방법 하나를 찾아낸 순간이었죠. 그래서 조금 더 과감하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피치마켓의 영향력을 알리는 새 실험을 구상하고 있을 때, 운명처럼 IP1 기금을 알게 됐어요.”

함 대표는 “올해 피치마켓은 느린학습자 교육 영역에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직접 서비스 방식에서 벗어나 커뮤니티 기반의 다양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을 앞둔 시기에 IP1 기금에 선정돼 든든하게 생각하며 루트임팩트라는 좋은 파트너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함 대표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느린학습자 교육의 슬세권(슬리퍼 차림처럼 편한 복장으로 카페나 편의점, 도서관, 쇼핑몰 등의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신조어)화’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영리 조직의 지지자 커뮤니티 강화를 돕는다!: 소셜밸류랩 ‘베이크 액션 부스터’ 프로젝트

베이크 액션 부스터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화면. / 출처=베이크 홈페이지 캡쳐
베이크 액션 부스터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화면. / 출처=베이크 홈페이지 캡쳐

소셜밸류랩은 누구나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 액션을 계획하고, 이 액션에 동참할 참여자와 지지자를 모집해 액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플랫폼 ‘베이크(Vake)’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크는 SDGs에 기반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챌린지, 펀딩, 커뮤니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셜 액션 네트워크다. 2024년 3월을 기준으로 베이크에서 누적 179개의 소셜 액션이 오픈됐다. 가치를 만들고 싶은 5,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마음을 모았다. 

베이크 플랫폼으로 만난 지지자들은 종종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공=소셜밸류랩
베이크 플랫폼으로 만난 지지자들은 종종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공=소셜밸류랩

베이크에서는 단순 기부의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여타 유관 플랫폼과 달리, 참여자가 기부뿐만 아니라 소셜 액션 내에서의 다양한 역할까지 선택할 수 있다. 덕분에 참여자가 쉽게 연대를 이루고 직접 소통하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견고하게 형성된다.

소셜밸류랩은 이같은 베이크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소규모 비영리 조직이 소셜 액션을 기획·실행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활성화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IP1 기금과 함께 기획했다.

이은희 소셜밸류랩 대표는 IP1 기금 지원 과정을 이렇게 밝혔다. 
“IP1 기금을 알게되자마자, 오랫 동안 짝사랑(!)을 했어요. 소셜밸류랩이 IP1 기금의 목적과 취지가 결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저희는 비영리 조직은 아니라서 지원할 수 없겠다 고민도 했었죠. 그런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문을 두드리니까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전 미팅은 물론, 신청서와 제안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꼼꼼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저희 조직이 비영리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IP1 기금은 기본적으로 비영리 조직을 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다. 소셜밸류랩의 사례는, 소셜밸류랩이라는 조직을 선정한 것이 아닌 ‘베이크 액션 부스터(Vake Action Booster, VAB)’라는 이름의 비영리 생태계 강화 맞춤형 프로젝트를 선정한 특별한 경우다. 비영리 생태계 강화라는 IP1 기금의 목적에 비추어, 소규모 비영리 조직들의 성장을 유의미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금의 ④가치 추가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로 기대된다. 수행 과정에서 소셜밸류랩의 목표인 ‘기관 주도 및 모금 중심인 비영리 생태계 패러다임 다각화’ 를 위한 실험 역시 풍부하게 시도할 예정이다.

소셜밸류랩은 ‘베이크 액션 부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소규모 비영리 조직이 소셜 액션을 기반으로 조직 미션과 연결된 참여형 활동을 진행해, 지속가능한 후원자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면밀히 지원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10개 조직은 소셜 액션 기획·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VAB 워크숍, 1:1 전문가 멘토링, 협업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 받게 되고, 각 기관별로 미션과 특성에 기반한 소셜 액션을 실증하는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IP1 기금에 선정된 덕분에 그동안 베이크가 열망해왔던 소규모 비영리 조직의 지지자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실험·실행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설렌다”면서, “특히 루트임팩트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난 만큼 앞으로 더욱 몰입해서 소셜 임팩트를 만들겠다”고 선정 소감을 말했다. 

짝사랑하던 IP1 기금,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를 꽉 붙잡다!

IP1 기금 선정 조직으로 새롭게 합류한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왼쪽)와 이은희 소셜밸류랩 대표(오른쪽)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IP1 기금 선정 조직으로 새롭게 합류한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왼쪽)와 이은희 소셜밸류랩 대표(오른쪽)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마지막으로 IP1 기금 지원을 고민하는 조직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이은희 소셜밸류랩 대표는 “IP1 기금이 자신의 조직과 잘 맞는지 궁금하고, 정보가 없어 답답하고 막막한 상황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IP1 기금 매니저에게 ‘만나고 싶다’고 이메일 한 통을 보내라”고 조언하며,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 사전 미팅만으로도 충분히 지원할지 말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IP1 기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심사 과정에서 ‘서로에게 진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조직의 성장과 목표를 두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보통 지원 사업 신청서를 쓰는 과정에서 ‘선정되기 위한 보여주기식 목표’도 함께 고민하기 마련인데, IP1 기금을 지원할 때는 기금 매니저와의 단단한 라포 형성으로 조직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툭 터놓고 상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대표는 IP1 기금의 장점으로 기금을 간접비에도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우리가 하려는 일은 사람이 꼭 필요한 일’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인정받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입을 모아 IP1 기금의 심사 단계마다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신청서의 칸만 채운 게 아니라 진짜로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만큼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는 이야기다.

IP1 기금의 특별한 도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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