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다양성 리포트

포용성 있는 회사는 무엇이 다를까

2024년 06월 12일
Root Impact

지난 5월 23일, 루트임팩트 DEI 랩(DEI LAB)의 세미나 <포용하는 일터는 무엇을 바꾸는가>가 열렸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 베어베터와 사회혁신가를 위한 적정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누구나데이터의 사례 발표가 있었습니다. 베어베터는 ‘다양성 포용은 HR 담당자에게 무엇을 요구할까’라는 제목으로 포용하는 조직이 일구어낸 성과를 이야기했고, 누구나데이터는 ‘다양한 구성원이 근속하는 힘: 지율근무를 보장하는 업무 소통의 기술’을 통해  자율근무제도 도입으로 일과 일상의 변화를 만들기까지의 노하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포용하는 일터로 한 발 나아가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DEI 랩의 세미나 <포용하는 일터는 무엇을 바꾸는가> 글로 읽기 

세션 1. (👀 지금 읽는 중!)
(1) 다양성 포용은 HR 담당자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 임상빈, 베어베터 교육팀 팀장
(2) 다양한 구성원이 근속하는 힘: 지율근무를 보장하는 업무 소통의 기술 – 누구나데이터, 류강윤 고객성장팀 팀장 

세션 2. 경력보유여성의 삶을 통해 미리 보는 일의 미래 – 이보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세션 3. 변화하는 일터: 루트임팩트의 DEI 랩 이야기 – 모두의연구소, 청소년기후행동, 진저티프로젝트, 사단법인호이, 헤이그라운드

포용성이 있는 회사는 속도가 다릅니다 

  • 연사: 베어베터 임상빈 교육팀 팀장
베어베터 임상빈 교육팀 팀장. 베어베터는 베어베터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조직이다. 

2012년 대학로의 작은 인쇄소에서 시작한 베어베터는 현재 28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인쇄뿐 아니라 배송, 커피, 꽃, 사내매점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합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12년을 유지한 장애인표준사업장은 드뭅니다. 베어베터도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베어베터가 10년 이상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을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베어베터에는 나만의 속도를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니 많은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 일을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택한 방법은 직무를 쉽게 만들고, 교육과 각종 지원 제도를 지원하고, 좋은 동료 관리자를 두어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직무를 쉽게 만든다는 건, 하나의 직무를 단순한 작업으로 세분화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레몬을 소분포장한다’는 하나의 과업이 있다면 ‘레몬 세기’ + ‘봉투에 레몬 담기’ 이렇게 두 개의 과업으로 나눕니다. 업무를 여러 단계로 쪼개 더 쉽게 만든 거죠. 이 과정에 개인의 선호와 재능도 고려했습니다. 지하철 타기를 선호하는 직원에게 지하철 배송을 맡기는 식으로요. 쉽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협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과 관련한 교육자료는 이해하기 편한 말로 쓰고 이미지를 중심으로 만듭니다. 교육시간도 길지 않은데요. 매일 5분에서 10분 정도 하는 아침 조회시간에 교육을 여러차례 나눠 진행합니다. 집중하는 속도를 고려한 거죠. 그리고 일 만큼이나 이들의 여가시간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동아리 활동이나 건강관리를 지원합니다. 베어베터가 직접 운영하는 운동센터도 있어요. 

마지막 비결은 좋은 동료 관리자입니다. 베어베터는 관리자를 채용할 때 직업 전문성 외에 ‘베어베터와 결이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장애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사람이 저희와 결이 맞더라고요. 관리자의 노력으로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에게 세상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인생을 배우듯이요. 다만 베어베터가 다른 직장과 다른 점은 속도겠죠. 베어베터의 관리자는 우리만의 속도로 세상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어베터가 고용의 질을 높여 성장을 이어나간 비결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한편으로 정부의 장애인연계고용제도로 베어베터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도 중요한 비결이죠. 또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베어베터가 발달장애직원에 집중하다보니 말씀드린 동료 관리자는 전문가로서 주목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이 분들의 전문성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포용하는 회사는 협업의 기술이 다릅니다  

  • 연사: 누구나데이터 류강윤 고객성장팀 팀장 
누구나데이터 류강윤 고객성장팀 팀장. 구성원이 다양한 환경과 업무 방식을 존중받으며 협업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배우는 것도 많고 업무환경도 쾌적해서 가능하면 평생직장으로 좋을 거 같다.”

2023년 초,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누구나데이터 입사 3주년 무렵이었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페이스북에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데이터는 주 5일, 하루 7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각은 자율적으로 정합니다. 휴가도 무제한이었지만 오히려 아무도 안 쓰는 바람에 1년에 25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것으로 바꾸었죠. 이런 자율적인 근무문화 때문에 누구나데이터를 평생직장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 삶에도 자율성이 높아졌거든요. 

그런데요. 회사가 이렇다고 말하면 ‘그래서 일은 잘 돼?’라는 질문이 많습니다. 제 대답은 ‘네, 일이 잘 됩니다’입니다. 좀 더 풀어 이야기하면 자율근무 속 ‘비동기문서기반 협업’ 덕에 일을 잘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동기문서기반 협업이란 말이 어려운데요. 이 말의 반대 격인 ‘대면 회의’를 생각하면, 비동기문서기반협업이 무엇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누구나데이터는 따로 회의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대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테스크 보드(Task board)’ 중심으로 비대면 회의를 합니다. 이 테스크 보드에는 업무, 담당자, 진행상태, 마감일, (논의를 위한) 댓글 설정을 할 수 있어 회의보다 더 밀도 높은 소통과 논의가 가능합니다. 

누구나데이터에서는 어떤 디지털 협업도구를 사용하는지 궁금하실 거 같은데요. 할일관리 툴과 사내문서 툴로 노션(Notion)을 사용합니다. 화상회의는 줌(ZOOM)으로 하며, 설문 폼은 탈리(Tally), 뉴스레터 발송은 스티비(Stibee)를 활용합니다. 

디지털 협업도구를 도입하거나 바꿀 계획이 있다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1. 사용성: 기능이 최고인 것보다 (기능이 조금 모자라도)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 툴 사용에 드는 에너지가 지나치면 구성원 호응이 어렵다. 
  2. 범용성: 다른 조직에서도 많이 쓰는 툴을 선택해야 한다.  다른 툴과 연동이 잘 되고, 새로운 사람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3. 단일성: 가급적 하나의 툴 안에서 해결한다. 여러 종류의 툴 사용은 지양한다. 

이런 디지털 협업도구의 사용과 함께 업무자동화 역시 일의 자율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나데이터에서 사용하는 업무자동화 시스템만 100개입니다. 누구나데이터의 ‘업무 자동화북 레시피’를 통해 그 일부를 공개하고 있는데, 세 번 이상 반복하는 일은 모두 자동화와 같이 효율성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단순한 일은 거의 자동화를 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더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자율근무로 누구나데이터는 자기주도성이 보장되는 회사를 만들었고 구성원 일상의 변화까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강조하고 싶은 건, 자율근무를 도입할 때는 자율근무는 절대적 선이 아니라는 겁니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므로 조직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율근무를 도입하려는 조직에 누구나데이터의 사례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