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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인터뷰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2025년 08월 11일
DEI 이니셔티브 팀

루트임팩트 X 유엔여성기구의 [돌보는 아빠 워크숍(2025 Papa School)]

돌봄은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넘어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바탕입니다. 그 누구도 돌봄없이 혼자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죠. 특히 한 아이가 태어나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기까지 보호자와 사회의 돌봄은 필수적인데요. 그러나 돌봄, 특히 양육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현실입니다. 최근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남성들이 충분한 돌봄 역량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여전하죠.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발맞춰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 센터가 아빠들의 돌봄 역량을 강화하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공동 개최했습니다. 바로  <돌보는 아빠 워크숍>인데요.

‘돌보는 아빠 워크숍’은 좋은 아빠의 역할을 고민하는 아빠들이 돌봄 역량을 키워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퇴근 후 성수동에 모인 20여 명의 아빠들이 진솔한 고민을 나누고 더 나은 돌봄을 모색한 ‘돌보는 아빠 워크숍’ 현장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돌보는 아빠 워크숍’ 개요

일시: 7월 14일 (월), 7월 16일 (수), 7월 21일 (월) 오후 7시 ~ 9시 *총 3회차
장소: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연사: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 대표 (현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멘토, 전 저출산고령사회운영위원회 자문위원)

1. ‘돌봄은 정치이자 삶의 중심이다’ – 아버지의 내면을 탐색한 첫만남

“돌봄은 ‘엄마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입니다.”

워크숍 첫 날, 20여 명의 아빠들이 설렘과 기대를 안고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을 찾았습니다. 예비 아빠부터 10대 자녀를 양육하는 아빠까지, 다양한 양육 환경에 놓인 아빠들이 모였는데요. 자녀 연령과 일터는 달라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공통된 진심이 퇴근 후 소중한 저녁 시간에 이들을 한 곳에 모이게 했습니다. 본격적인 워크숍에 앞서,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센터 황윤정 소장이 따뜻한 환영사로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황윤정 소장은 “아빠 육아 참여가 늘고 있지만 노동 구조, 긴 노동 시간, 고정된 성 역할 인식 등으로 인해 돌봄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가 부족한 아버지가 많다”며 이번 워크숍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돌봄 역량을 발견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며, 가족 문화를 생각해보는 이러한 경험을 장차 아시아 태평양의 다른 국가에서도 나누어보려 한다”고 밝히며, 이번 워크숍이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첫번째 워크숍은 ‘돌봄은 정치이자 삶의 중심이다’라는 주제 아래 돌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아버지라는 정체성을 탐색하는 시간으로 펼쳐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동료 아버지들과 함께 “나는 어떤 아버지입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색함도 잠시, 아빠라는 공통분모 아래 “아이에게 버럭할 때가 많아 걱정이다”, “아이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어렵다” 등 육아 고민을 나누며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모둠별 활동과 강의를 통해 돌봄은 ‘엄마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임을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김기탁 대표는 “과거에는 아빠는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 양육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시대”이며 양육을 보호자 모두의 역할이자 책임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참가자들이 그린 이상적인 아버지상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과묵하고 엄격했던 자신의 아버지들을 떠올리며 자녀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던 만큼, 참가자들은 이전과 달라진 아버지 역할과 자신이 바라는 아버지 상 등을 짚어보면서 돌봄의 필요성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아버지의 돌봄이 자녀 발달, 부부 관계 개선, 그리고 사회적 성평등 실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돌봄이 남성 당사자에게 주는 정서적 풍요로움과 자기 효능감, 다음 세대에 건강한 남성상을 전달하는 롤모델 역할의 중요성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깊은 공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전통적인 남성성에 대한 압박이 여전한 한국 사회에서 많은 남성이 자기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도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올바른 감정 표현은 아이뿐 아니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이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 먼저 아버지로서 느끼는 자기 감정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첫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빠’라는 공통점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1회차 워크숍은 평소 의식적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적었던 ‘아버지로서의 삶’과 ‘나’를 깊이 성찰하는 계기였습니다. 아빠 자신의 감정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울 수 있었죠. 첫 시간의 소중한 발견을 바탕으로 2회차 워크숍에서는 본격적으로 육아의 고민과 방법을 펼쳐볼 수 있었습니다.

2. ‘아버지들의 육아 참여를 위한 긍정적인 소통 방법’ – 양육의 고민을 나누고 소통의 방법을 찾다

“감정을 표현하는 아버지가 더 강한 아버지입니다. 아이는 ‘말’보다 ‘느낌’을 배웁니다”

‘아버지들의 육아 참여를 위한 긍정적인 소통 방법’을 키워드로 열린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실제 육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와 효과적인 소통 전략을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나의 돌봄 시간표’를 작성하며 하루 일과 중 자신이 수행하는 다양한 돌봄 활동을 기록해보았는데요. 돌봄의 의미를 확장하고 돌봄 활동의 다양한 형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돌봄 패턴을 파악하고, 일과 돌봄 병행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번아웃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어요. 작성한 일과표를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추가 돌봄 목표를 세우고 공유하는 ‘아버지 성취 루틴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돌봄이라고 하면 어쩐지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자신 일상을 잘 쪼개보면 말 한마디, 1분의 투자로 할 수 있는 소중한 돌봄 활동도 많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 ‘출근 전 다정하게 인사하기’와 같은 작지만 의미있는 돌봄의 성취 루틴 계획인 포스트잇마다 채워져나갔습니다.

이어 자녀 연령별로 소그룹을 구성하여 양육의 현실적 어려움도 나눠보았는데요. 편식, 수면, 성교육 등 보편적인 고민부터 코로나 시대 육아, 소셜 미디어 중독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양육 고민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쏟아졌습니다. 곳곳에서 “맞아, 맞아!” 하는 공감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시간이 부족해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나누지 못한 그룹에서는 “공감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갔다”며 아쉬워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소통 방법과 효과적인 훈육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준비된 워크시트로 자신의 양육 방식을 성찰하고, 폭력적인 훈육의 악영향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역할극을 통해 직접 자녀의 입장을 이해하고, 비난 대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의사소통 방법을 연습해보기도 했습니다. 머릿 속으로 좋은 말을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는, 말로 직접 내뱉으면서 연습하는 힘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죠. 아빠들은 다른 표현과 소통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언어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3. ‘행복한 가족, 균형 있는 삶, 그리고 성장하는 아버지’ – 아버지로서의 비전을 찾는 여정

“워라밸은 하루를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무언가를 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선택입니다.”

세번째 워크숍은 ‘행복한 가족, 균형 있는 삶, 그리고 성장하는 아버지’를 주제로 하여, 연령별 양육법과 일-가정 양립 노하우, 아버지 비전 수립까지 아빠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다채로운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특히 연령별 맞춤 양육의 지혜를 나누는 시간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따른 고민이 큰 아빠들에게 꼭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기저귀를 가는 방법부터 사춘기 아이와 소통하는 법까지, 연령별로 육아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역할과 문제, 아버지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배우고 익혀야 할 정보도 노하우도 많지만, 사실 엄마 아빠 모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 공동 육아를 하는 태도”로, 수많은 양육 정보 및 전문가와 비교하기보다는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라는 마인드가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워라밸 성공법”을 주제로 워킹대디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펼쳐졌는데요. 일을 하면서 살림, 육아, 부부관계 등을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여기서 ‘관계’는 워라밸의 숨은 열쇠입니다. 지역사회, 회사, 가정 등 모든 관계망에서의 지지와 연대가 워라밸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겠죠? 참가자들은 ‘일 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조직의 변화나 회사의 정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쳐보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의지, 상급자의 모범, 육아 휴직 추천 제도, 양육자에 대한 이해, 대체 인력 보완, 유연 근무 문화, 남성 육아 휴직 인식 개선, 사내 교육 활성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빠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필요한 변화, 자신이 조직에 돌아가 시도해볼 수 있는 변화를 함께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빠로서의 정체성 확립부터 실질적인 양육 노하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돌봄 역량을 강화한 워크숍 마지막 순서로는, “내가 되고 싶은 아버지”  비전보드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내 가족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는가?”, “가족과의 관계”, “일과 커리어”, “일/가정 양립 실천”, “나 자신에 대한 돌봄”, “2026년 내 모습” 등의 질문에 답하며 저마다의 비전보드를 정성스럽게 채워나갔습니다. 막연했던 ‘좋은 아빠’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계획, 비전으로 언어화되고 공유되는 모습을 통해 3회 여정이 가져다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일상에서 새롭게 확장될 돌봄을 꿈꾸며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소감을 나누고 인사를 주고받으며 짧지만 알찼던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김기탁 소장은 “아빠 대상의 돌봄 교육에 대한 니즈가 많음을 확인할 수 었던 시도였고, 가정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돌봄 적용을 고민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워크숍이었다”며, “앞으로 남성 돌봄의 가치와 역량을 강화하는 이러한 교육이 확대된다면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좋은 돌봄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워크숍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워크숍 후에도 명함을 주고받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돌봄 역량을 키우고 관계망을 형성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루트임팩트와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 센터가 함께한 ‘돌보는 아빠, 돌보는 조직’ 성장 프로젝트는 돌봄의 평등한 균형과 아버지의 역할을 배우는 의미 깊은 여정이었습니다. 아빠들은 단순히 육아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지혜를 얻었을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을 마치고 각자의 가정으로, 사회로, 조직으로 돌아간 아빠들의 모습은 분명 이전과는 다르지 않을까요? 이들의 변화는 개별 가족의 행복을 넘어, 돌봄이 존중받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한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루트임팩트는 이번 ‘돌보는 아빠 워크숍’과 함께 ‘[DEI Lab] 돌보는 조직의 일터의 돌보는 아빠 포용 실험’을 통해 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직 실험을 지원하며, 개인의 성장을 넘어 조직 문화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남성의 돌봄으로부터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 돌봄의 가치와 역량을 조명하고, 남성 돌봄으로 더 나은 가정과 일터,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확산해나갈 예정입니다.

아빠들은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까? 돌보는 아빠 워크숍 참여자 소감 

“감정 조절을 잘 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 비전을 쓰면서 가족들에게 행복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나의 비전을 발견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자녀와 소통이 안될 때는 감정이 폭발하거나 회피하기도 했는데요. 표현을 잘 못한다고 해서 회피할 게 아니라, 훈련하고 연습해서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람은 역시 배워야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가 평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고, 결국 배우면서 적용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계속 참여하면서 노력하는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봄에 있어서 제가 자만했다는 걸 느꼈고 다른 아빠들을 보면서 평균 이하의 아빠임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햇빛이 너무 좋아서 이불을 널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을 예전  같았으면 그냥 흘렸을 텐데, 돌봄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지나치지 않고 바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 일상의 변화에 감사드립니다.”

“아빠 동지들을 얻은 것 같습니다. 허물이나 연약함을 얘기해도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이심전심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조직, 감정을 표현하는 아빠가 강한 아빠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필사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올 시간에 차라리 아이를 보는 게 낫지 않나라는 고민을 하면서 고심 끝에 참여한 자리입니다. 어렵게 온 만큼 뭐라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와 놀아준다는 관점의 변화를 배운 것도 좋았고, 멋진 분들을 만나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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