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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칼럼

지구를 위한 마땅한 책임

CP1 프로젝트

2026년 02월 03일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CP1 프로젝트 기고 시리즈 03

[편집자주]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단일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입니다. 학계·시민사회·기업·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적인 가운데, 기후 비영리 조직은 서로 다른 영역을 잇고 공동의 실행을 만들어내는 핵심 연결자로서 기후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역할과 책임에 비해 장기적·신뢰 기반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으며, 이는 조직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기후 대응 생태계 전반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CP1 프로젝트는 기후 비영리 조직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기후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조명하고,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필란트로피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번 기고 시리즈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지역 현장에서 만들어온 변화의 경험을 전합니다. 이어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이 기업의 책임과 협력의 관점에서 기후 비영리 조직과의 관계를 짚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국내 기후 비영리 조직의 성장 사례를 통해 장기적·전략적 지원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살펴봅니다.

지구를 위한 마땅한 책임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파타고니아에는 매년 매출의 1%를 전 세계 비영리 기후·환경 단체의 활동에 지원금으로 힘을 보태는 “1% for the Planet”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매출 1%를 국내 환경 단체에 지원해왔고, 2025년에는 약 9억 6천만 원의 예산으로 총 42개 단체의 활동에 힘을 보탰다.

지원 후에는 단체가 활동하는 지역의 현장을 찾아가려 노력한다. 모니터 속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보다, 직접 보고 듣고 사람을 만나는 현장의 경험에서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고, 환경과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파타고니아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의 1% for the Planet 프로그램 (출처: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그래서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의 기후·환경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의 현장을 경험하고 현장 활동가들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교 건설로 위협받고 있는 낙동강 하구의 철새 도래지, 중국 기업의 리조트 개발이 시도되었던 제주의 송악산, 신공항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전북 새만금의 수라 갯벌, 강 한가운데서 1년 넘게 생활하며 세종보와 4대강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는 환경 단체의 텐트가 있는 금강의 모래톱. 삼척 석탄 화력 발전소의 건설 현장, 기후 변화를 생업에서 체감하는 농부들의 과수원과 제주 해녀들의 바다까지. 현장에는 언제나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요하고 치열한 활동이 있었다. 

환경 보전과 기후 위기 대응의 최전선에는 국가나 기업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자리를 메우고, 때로는 사회 전체가 외면하는 문제를 가장 먼저 드러내며,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비영리 기후·환경 단체와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목소리 덕분에 정책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귀한 활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파타고니아는 아직 부족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을 찾아 나가고 있다.

첫째, 기후·환경 단체에 대한 기업의 기금 지원이나 협업은 오래 이어질 관계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기금 전달이나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단체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끊임없이 교류해야 한다. 비영리 조직이 겪는 현실과 고민을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일회성 후원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가는 관계가 서로에게 훨씬 도움이 됨을 알게 되었다.

둘째, 기업은 기후·환경 단체와의 협업이나 기금 지원 성과를 평가할 때, 눈에 띄는 빠른 변화를 요구하거나 수치로만 성과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단숨에 해결되는 기후·환경 문제는 거의 없다. 변화는 활동의 축적을 통해 서서히 일어난다. 오래 두고 이어가는 한결같은 협력, 그리고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셋째, 협업이나 지원 기금 사용에 있어 단체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기후·환경 단체는 기업의 예산을 활용해 기업이 원하는 활동을 대신해주는 대행 조직이 아니다. 단체 고유의 전략과 철학에 따라 활동하고, 지원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효과가 나타남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비영리 기후·환경 단체가 시민의 뜻을 모아 정부와 기업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본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이 힘을 보태야 한다. 단체가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정부나 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기업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 시민들이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지할 수 있도록, 기업의 여러 채널을 통해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고, 고객이나 직원들이 직접 후원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기업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루트임팩트의 ‘CP1’ 프로젝트는 위에서 말한 신뢰에 기반한 관계, 장기적 관점, 자율성 보장, 적극적인 자원 연결을 고려하여 기후·환경 단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된 반가운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지구 환경에 이로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기후·환경 단체들이 한층 더 힘차게 활동해 나가길 기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조직이 ‘영리’를 좇아 환경 문제에 눈을 감고 기후 위기를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세상에서, 지구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돈이라는 이익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몸과 삶으로 증명하는 분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이 더 정의롭고, 평등하며,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 간다.

파타고니아는 앞으로도 기후·환경 단체들과 손잡고 함께 나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활동을 돕는 것이, 위태로운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지구 환경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파타고니아를 포함한 모든 기업들의 마땅한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광현 |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파타고니아의 미션을 국내에 전파하고 실천하는 환경팀 리더. 파타고니아 자체 환경 캠페인 기획, 환경 단체 지원(매출 1% 기부), 책임 경영 등 활동을 이끈다. 비즈니스 액티비스트와 알피니스트가 되기를 꿈꾸며, 파타고니아의 환경 철학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기업 책임 경영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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