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번의 실패와 3번의 성공,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펀드레이징
뉴욕에 헤이그라운드를 짓습니다
* 루트임팩트의 자매사이자 미국 뉴욕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Communitas America) 대표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임팩트는 젊은, 그래서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아야 하는 산업이다. 임팩트라는 단어는 주로 충격, 영향, 변화로 해석된다. 임팩트 산업은 사회 곳곳에 변화가 필요한 곳을 찾아 질문하고, 의심하고 기존의 질서를 변화시킬 충격과 영향을 줄 만한 용기 있는 질문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혼자서는 어렵다. 임팩트 및 비영리 조직은 물론, 정부, 연구기관, 기업 등 다양한 배경과 역할의 이해관계자와 함께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부드럽게 굴러가면 이상적이다.
맞물린 다른 크기의 여러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제자리를 찾으며 돌아가려면 윤활유가 필요하다. 바로 좋은 자본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도 주요 후원자 덕분에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혹자는 주요 후원자가 있으니 추가 펀드레이징은 할 필요 없지 않냐고 묻는다. “아니다”. 커뮤니타스는 추가 펀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난 호에 소개한 바와 같이 뉴욕 시의 소외된 지역에 임팩트 생태계가 뿌리내리기 위한 자원은 순수한 미션과 주요 후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에서 보내는 두 번째 글은 신생 비영리 조직이라면 겪을 수 있는 펀드레이징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미국 뉴욕의 예이지만, 비영리가 면세 혜택을 받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본질을 되새기면 지역에 무관한 인사이트일 것이라 짐작한다.
첫째,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증명 Public Support Test
-2% 미만의 룰-
주요 후원자 외, 다양한 펀딩유치는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정관상 명시된 공공 이익을 이행할 능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비영리 단체 자격을 유지하는 도구 중 하나이다.
필자가 루트임팩트에 재직하며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한 2017년에 겪은 일이 있다. 당시 루트임팩트 회사 대표 메일로 샤넬재단이라며 만날 수 있냐고 이메일이 왔다. 스팸인가 하다가 혹시 몰라서 그대로 정경선 당시 루트임팩트 CEO와 파트너십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샤넬재단 팀이 서울로 출장을 왔고, 전반적 조직 개요를 상의한 후, 그들의 미션인 ‘여성의 역량강화 Women Empowerment’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역제안을 주었다. 그렇게 몇 개월간의 준비 및 수정작업을 거쳐 임팩트커리어W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루트임팩트의 샤넬재단 후원이 결정되고 다소 생소한 과정을 거쳤다. 추후 씨티재단도 과정은 유사했는데 이는 미국 내 재단이 글로벌 자선 사업을 할 때 미국 외 나라의 후원을 결정하고 검증하기 위한 절차였다. 첫 해에는 미국에서 보내는 후원금을 받기 위한 미국 내 비영리 자격이 되는지 봤고 다음 해에는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 public support test,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증명이 가능한지를 계산했다.
계산이 복잡하기는 하나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2% 미만의 룰’이다. 전체 기부 수입의 1/3을 수입의 2% 미만을 지원하는 퍼블릭 즉 공공의 후원처에서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1년 수입이 100만 불($1M)이라면 33만 불($333,333) 정도는 주요 후원자가 아닌 공공 즉 퍼블릭 후원자들의 후원금 합산으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이때 각각의 후원자들이 후원하는 금액은 2만 불(100만불의 2%)이 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정부기관으로부터 받는 금액은 말 그대로 공공이므로, 후원금이 2%가 넘어도 모두 공공 후원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 후원금으로 채우는 것이 계산이 수월하다. 최대한 정부에서 금액을 지원받은 뒤에 나머지 금액을 2% 미만 후원금의 합산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나 연방정부 후원을 받지 못한 비영리 조직의 경우에는 계산이 꽤나 복잡해진다. 100만불로 연간 운영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2만불 이하 기부자를 17군데 이상 찾아서 33만 불가량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에 적용해서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를 보자. 미국 내 비영리 단체 501c3로 2018년 시작한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정관에 소외/낙후 지역에 임팩트 생태계를 짓고자, 창업자/기업가를 위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시장 가격보다 낮거나 지불 가능한 수준으로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헤이그라운드와 커뮤니타스 벤처스를 의미한다. 창업 1년 차 가을에 커뮤니타스 벤처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3년 차부터는 팬데믹으로 주춤했지만 오히려 프로그램 및 커뮤니티 조성 차원에서는 성장했다. 그 커뮤니티에서 오는 시너지를 바탕으로 6년 차인 2023년 헤이그라운드를 열었다. 이 뜻을 함께한 팀, 프로그램 커뮤니티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후원자의 신뢰와 자본이 없다면 불가능한 속도의 프로그램 운영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주 수입처는 주요 후원자의 개인 후원이다. 프로그램 성과에 무관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영리 단체가 한 명의 개인 후원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나 조직 운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수입 구조로는 미국 국세청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렵겠다는 자각이 있었다. 본 조직은 2018년에 창업했으므로, 첫 5년의 관찰 기간(Lookback Period)은 2022년까지이다. 운 좋게 2022년 4월부터 5년간의 뉴욕 주정부 후원이 결정됐고, 10월 한 민간 재단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비영리 단체가 아닌 비영리 재단(Private Foundation)으로 조직 운영 전략을 일부 수정하거나, 주요 후원자의 후원은 예외적인 후원금으로 재구분하여 퍼블릭 서포트 계산에서 제외하고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를 충족하며,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펀딩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퍼블릭 서포트라는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므로 개인이 아닌 공공의 지원을 충분히 받는지 테스트하며 운영하여야 한다는 상식적인 확인 과정이다.
아래는 매년 비영리 단체가 국세청에 보고하는 Form 990이다. 섹션B의 13번을 보면 501c3로서 첫 5년은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를 스킵하라고 한다. 6년 차,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경우 내년이 되면 스킵할 수 없는데, 섹션C의 16번은 보면 그 전년도의 수입의 삼분의 일이 퍼블릭에서 서포트 되었는지 묻는다. 이어 18번은, 앞서 13번, 16번, 17번을 첵크하지 않았다면, 비영리 민간 재단에 해당하므로 다른 질문에 답하라는 가이드이다.
둘째, 검증 Validation
-200건의 콜드 이메일, 50번의 줌미팅, 30건의 제안서 작성과 2건의 실사-
외부펀딩유치는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이름을 섞어도 좋은 후원기관 혹은 개인을 찾는 일이다. 앞서 말한 자각은 조금 서둘러서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펀드레이징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필자의 경우 2013년, 뉴욕을 중심으로 한 광의의 임팩트 조직 연구의 경험이 있었기에 뉴욕 시 임팩트 생태계 조직들은 최소한 이름이라도 들어봤고 그래서 아주 낯선 곳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것이 우리 조직이 준비됐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비영리 조직에 첫 펀딩을 줄 때 오픈콜, 제안서 제출, 심사 및 실사 등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일부 씨티재단 같은 기관은 팬데믹을 고려하여 회계감사 요구조건을 크게 낮춰주기도 했으나, 샤넬재단은 오히려 기존 후원 기관을 우선시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팬데믹 시기에 3-4년 차를 맞아 낮아진 회계감사 요구조건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신규 비영리 조직은 민간 재단의 신규 펀딩조차 받기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었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3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펀드레이징 측면으로는 200여 건의 콜드메일, 50여 건의 줌 미팅, 30여 건의 제안서 제출, 2건의 실사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겨우 뉴욕주정부, 저스트웍스(Justworks),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재단(PwC Charitable Foundation )으로부터 연간 1,000~125,000불 정도 펀딩을 유치할 수 있었다.
과정으로만 볼 때 베스트 케이스는 저스트웍스이다. 펀딩은 자본을 구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조직의 이름을 서로 섞어도 좋은 기관을 찾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과정임을 배웠다. 아래 저스트웍스에서 요청한 제안서와 중간 보고서 질문을 참고로 소개한다.
제안서
- Tell us about your organization, what is your mission?
귀하의 조직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귀하의 사명(미션)은 무엇입니까? - What problem/issue/community need are you addressing?
어떤 문제/이슈/지역사회의 니즈를 해결하고 있습니까? - What minority and/or women-owned businesses (MWBE) group benefits from your work?
소수자 및/또는 여성 소유 기업(MWBE) 그룹이 귀하의 비즈니스로 어떤 혜택을 받게 됩니까? - Describe how your organization (or a specific program) supports underrepresented founders of early-stage businesses.
귀하의 조직(또는 특정 프로그램)이 낙후 지역 출신의 초기 단계 비즈니스의 창업자를 어떻게 지원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 What are some outcomes you expect and how will this grant support those outcomes?
기대하는 결과는 무엇이며 그 결과를 위해 해당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됩니까?
간략한 중간 보고서 및 지속적인 업무 협의
- Project update: How is your proposed project going? What, if anything, has changed with your proposal plans since the initial submission? Please share any challenges or successes. (please share any materials/references/links)
프로젝트 업데이트: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초기 계획서 제출 이후 변경된 사항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성공한 것이나 어려웠던 점을 알려주세요. (자료/참조/링크 어떤 것이든 공유해 주세요) - Key Insights: What insights have you learned during the course of your project on how to better support founders and early-stage entrepreneurs of MWBE businesses? Are there emerging trends that you see? If so, how are you addressing them?
주요 인사이트: MWBE 비즈니스의 창업자와 초기 단계 기업가를 더 잘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습니까? 떠오르는 트렌드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 Beyond this project: Are there any programmatic developments from your work, outside the project submitted, that you are particularly excited and proud about?
프로젝트를 넘어서: 제출한 프로젝트 외에, 특별히 기대되고 자랑스러운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 The partnership: Has the collaboration with Justworks through this grant impacted other areas of your operations, other projects? If so, how?
파트너십: 이 보조금을 통한 Justworks와의 협업이 귀사의 운영, 다른 프로젝트의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요? - Are there any other updates you would like to share with us?
우리와 공유하고 싶은 다른 업데이트 사항이 있습니까?
가장 순탄치 않았던 곳은 구겐하임 파트너스(구겐하임 뮤지엄이나 펠로우와 별개의 투자기관)의 예이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사회혁신을 위한 네트워크’ Network for Social Innovation에 2020년에 지원했으나 실패하고, 2022년 재도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운영예산이 적은 신생 비영리 조직을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기존의 수혜 조직들 가운데 이미 커뮤니타스와 적극적 협업 관계에 있던 곳도 두세 군데 있었다. 2020년은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과정을 경험하고 이해하고자 가볍게 지원했고, 2022년은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꼬박 10개월의 여정이었다. 그동안 10개의 구체적인 질문이 있는 1라운드 지원-> 직원 투표 -> 또 다른 10개의 구체적 질문의 2라운드 지원 -> 온/오프라인 실사 및 프로그램 참가자, 이사회, 조직의 이해관계자 및 팀과 여러 번의 미팅을 거쳤다. 지원서는 100페이지가 넘었고 담당자와의 이메일 교류는 50건이 넘었다. 이 펀딩에 더욱 정성을 쏟은 이유는 운영 예산이 적은 신생 비영리 조직을 후원하는 그랜트가 희소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반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구겐하임’ 네임밸류와 연계되어 우리의 인지도를 제고하려는 욕심도 있었다. 실용적으로는, 비록 조금 더 복잡하긴 했지만 기본 펀딩 설계가 이미 성공한 저스트웍스와 전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스트웍스나 구겐하임의 직원들은 유사한 프로파일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며, 과정상 직원투표를 통과하고 2라운드 지원과 동시에 CSR팀이 실사를 서두른 건 최종 선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갖게 했다.
기대와 달리 과정은 하세월이었다. 12월 초에 발표하기로 한 프로그램은 12월 20일이 돼도 발표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바로 전, 1월에 발표하겠다는 메일이 왔다. 1월 31일 오후 4시 이메일이 왔다. 커뮤니타스는 선정되지 않았으니 2,500불을 지급할 것이고, 프로그램 담당자는 회사를 나갔으며 또 해당 프로그램은 앞으로 운영하지 않으므로 관련 건으로는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발표가 지연됐을 때 이미 예상은 했다. 그러나, 2,500불은 우리 조직의 하루 운영 비용 정도이고, 이메일의 무례함이 내 감정과 이성을 모두 건드렸다. 난 같은 수준, 아니 더 무례한 답장의 초안을 썼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팀원들이 나를 강하게 말려서 그 이메일은 보내지 않은 편지가 됐고, 대신 과공비례 격의 답장과 함께 2,500불의 청구서를 보냈다.
기사를 찾아보니 조직 내부에 이 프로그램과 관련이 낮아 보이지만 사고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예년과 달리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최종 기관이 발표되지 않은 것을 봐서 우리뿐 아니라 최종 파이널리스트에 있었던 10개가량의 조직은 우리와 같은 이메일을 받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로 인해 약 200개의 비영리 단체, 그리고 광범위한 실사를 우리와 함께 대응했을 약 10개의 비영리 조직과 그 이해관계자들은 그 프로그램 이름이 시사하듯 network for social innovation에 쓸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대신 제안서 작성과 실사 대응에 썼다.
그리고 우리가 조직적으로 배운 점은 역시나, 간판도 인지도도 좋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펀딩을 받으려 애쓰는지 하는 것 말이다.
어쩌면 펀딩을 받는 기관의 입장에서, 효율성을 떠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베스트 케이스는 뉴욕주 정부이다. 앞서 설명한 퍼블릭 서포트 테스트를 위해서도, 또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검증을 위해서도 꼭 필요했던 펀딩이었다. 2022년 초부터 새로운 조직과 콜드콜을 할 때 뉴욕주에서 펀딩을 받았다고 하면, 그 순간 눈빛이 바뀌는 기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 4년 차의 조직이 코넬이나 마운트사이나이 등과 함께 받기에는 과분한 펀딩이기도 했다.
작년 10월 버팔로에서 뉴욕주 펀딩을 받는 기관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했다. 그 회의에서 필자는 우리만의 “WHY”를 찾았다. 왜 이 펀딩이 우리에게 과분하지 만은 않은 펀딩이었는지 말이다. 우리의 “자리”가 이 생태계에서 꽤 확실하게 자리 잡혀가고 있음을, 다시 말하면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차별화 Differentiation
임팩트 창업 생태계 내에서 초기 창업가, 특히, 낙후지역의 창업가를 지원하는 역할은 누가 선뜻 나서지 않지만, 꼭 필요한 자리이다. 이 자리가 커질수록 신규 유입 인구가 많아져서 생태계에 활기가 생긴다. 이러한 조직이 추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고단한 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비영리 조직으로서 우리의 인큐베이터 모델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후원 비중과 유사 규모의 외부 후원을 유치하여 조직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그래야 주요 후원자의 신뢰와 후원이 이 생태계의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게 된다.
물론 공공 이익, 검증 그리고 차별화의 세 가지 이유보다 더 강력한 것은 운영자금의 필요성이다. 우리 이사회에서 필자에게 늘상 하는 말이 있다. “정말 빠듯한 살림으로 운영하는구나(Running a tight ship.)” 난 벌지 않았는데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부적인 속사정이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우리의 위상(?)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NFF에서 이자 0%인 대출(loan)을 구하면서 25만 불을 신청, 12만 5천 불을 주면서 뒷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얘네가 이 일을 안 하면 누가 하겠어?”. 우리가 운영자금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다고 생각한 NFF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에게 담당자가 반박한 내용이었다. 작년 10월 뉴욕주 버팔로 회의에서 우리의 네트웍 내에서 차별화된 우리 자리를 확인하고, 또 NFF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파트너십 미팅을 하면서 필자도 예전보다는 덜 눈치를 보고, 더 뻔뻔해졌다. 처음 얘기해 보는 사람에게 겸손의 미덕을 별로 비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역설적으로 내가 뻔뻔해지면서 조금씩 뉴욕 내 유사 조직과 관계가 두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곳은 데이빗 프라이즈, 라이트십 재단, NYCEDC의 founder fellow 그리고 Partnership Fund NYC, EGF Accelerator, 로빈후드재단의 블루릿지랩 및 로컬의 VC들이다. 상세한 소개는 몇 달 내 이어지는 칼럼에서 임팩트 지형을 소개하면서 다시 풀도록 하겠다.
중요한 것은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198번의 실패를 했지만, 워스트이건 베스트이건 그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8번 정도 안 겪는 신생 조직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지난 3년간 콜드콜부터 시작하여 공을 들였던 투자기관 투시그마(Two Sigma)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의 가족재단으로부터 후원이 결정되었다. 후원금을 받는 것은, 다시 한 번 조직의 이름을 섞어도 좋은 기관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의 낙후 지역 창업가를 통해 임팩트를 키우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믿어주는 기관들과 더 큰 꿈을 꾸며 뿌리부터 탄탄한 임팩트를 키워가길 기대한다.
사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조직의 차별점을 고민하면서 후원처를 물색할 수 있는 것도 주요 후원자가 있는 비영리 조직의 일종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자본은 보여주기식 사치가 아닌 조용한 책임을 갖고 사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본의 힘으로 임팩트 산업이 계속 젊은 산업으로,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영향, 충격을 주며 지혜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은 펀드레이징과 연결된 듯 연결되지 않은 비영리 조직 운영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 볼 것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Communitas America)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루트임팩트 자매사로서 2018년 미국에서 출발했다. 미국 뉴욕의 낙후된 지역에서 여성 및 BIPOC(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r: 주로 백인 인종을 제외한 유색 인종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로 구성된 포용적이고 공정한 지역 경제를 조성하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3월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오픈했으며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활동소식은 웹사이트 및 블로그,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필자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대표 (Communitas America Executive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