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일터: 루트임팩트의 DEI 랩 이야기
매거진 루트임팩트
일터가 다양성을 포용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루트임팩트는 DEI 랩(DEI Lab)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5개의 조직이 스스로 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3개월간 진행된 이 실험은 ‘포용하는 일터’가 조직에 가져오는 변화를 탐구했습니다. DEI가 일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연구 내용을 살펴보세요. |
<포용하는 일터는 무엇을 바꾸는가> 세미나 후기
루트임팩트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하는 공간, 즉 회사와 같은 조직에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지수를 높이기로요. 다양성과 포용성을 뜻하는 이 DEI는 최근 국내외 기업에서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가치로 주목받습니다. 왜일까요? 실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이 실험을 이끌 루트임팩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이니셔티브 팀이 탄생했습니다. DEI 랩은 팀에서 새롭게 시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조직의 실험을 돕습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DEI 제도 마련과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임팩트 지향 조직에 소정의 비용과 실험 설계 및 운영 과정을 지원합니다.
실험에 함께 할 5개의 ‘도전팀’도 선정됐습니다. 모두의연구소, 청소년기후행동, 진저티프로젝트, 사단법인 호이, 그리고 헤이그라운드는 DEI 랩의 지원을 받아 3개월 동안 조직 특성에 맞춘 DEI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포용하는 일터는 무엇을 바꾸는가>라는 세미나에서 그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5월 23일 브릭스 성수에서 열린 이 자리에서 ‘일하는 공간에 왜 DEI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소개합니다.
만약 아침에 다람쥐로 변했다면?
모두의연구소(이하 모두연)는 커뮤니케이션을 바꾸는 실험을 했습니다. 구성원의 다양성이 발현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한 겁니다. 이를 위해 개인별 커뮤니케이션 호불호를 기록해 공유하는 ‘나의 커뮤니케이션 설명서’와 회의에서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카드’ 3종을 제작했습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카드 중 ‘만약 아침에 다람쥐로 변했다면?’과 같은 재미있는 질문이 담긴 ‘IF…?!’ 카드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회의 시작 전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도구인 셈인데요. 분위기가 풀리면 회의에서 눈치 보는 일도 줄어들겠죠? 실제로 실험 이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구성원의 소통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이 상승했다고 전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하 청기행) 역시 구성원이 참여하는 가이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청기행은 조직 내 다양성을 저하하는 위계문화를 인지하고 위계문화에 따른 미세차별을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실험 결과와 함께 ‘다양성 가이드’ 제작과 ‘다양성 인사이트 공유회’ 등을 열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공유해주었습니다.
회사에 가족을 부르자 생긴 일
진저티프로젝트(이하 진저티), 사단법인 호이(이하 호이)는 이번 실험에 가족의 힘을 빌렸습니다. 진저티는 구성원의 생애주기별 돌봄을 지원하면 업무 몰입도와 심리적 안정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호이는 회사에 구성원과 가족이 함께 모이고 이해하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운영한다면 직장 만족감과 장기근속 의사를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는데요. 이 가설을 입증하고자 가족을 회사에 초대하는 실험을 한 것입니다.
진저티는 패밀리데이를 열어 회사의 일을 가족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밖에도 자녀돌봄 서비스, 가족돌봄휴가를 지원하는 등 DEI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했습니다. 호이 역시 우간다 지부에서 구성원과 가족이 모여 나들이를 떠나는 패밀리데이를 열었고, 오피스에 돌봄이 필요한 자녀가 회사에 머물 수 있는 모성보호공간을 조성했습니다. 또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성평등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죠.
회사에 가족을 부른 결과는 어땠을까요? 진저티가 구성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처음 세운 가설처럼 업무 몰입도와 심리적 안정감 등의 항목이 실험 전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호이의 경우 우간다 지부 구성원의 장기근속 의사가 100% 나오는 등 높은 직장 만족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 조직의 사례로 DEI가 기업경쟁력과 관계가 있음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DEI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휠체어 접근이 용이한 출입문과 사물함, 문자통역 서비스와 각종 DEI 행사…. 임팩트 지향 조직이 함께 일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는 이전부터 공간과 서비스를 통해 DEI를 실현하는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이번 실험에 참여하며 세 가지 클래스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먼저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한 집수리 클래스와 일터에서의 모성보호 증진을 위한 임신부 대상 운동 클래스, 그리고 접근성과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점자 워크숍입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이들 클래스를 도입한 경험과 함께 색다른 인사이트도 들려주어 많은 공감을 얻었는데요. 바로 일터에서 이런 DEI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구성원의 참여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4개 회사의 사례 역시 모두 구성원의 참여 없이는 시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위기 앞에서도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려면
일하는 공간에 왜 DEI가 필요할까요? 지난 3개월은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DEI 랩을 운영하는 루트임팩트 DEI 이니셔티브팀 선종헌 팀장은 시간을 거슬러 이 실험을 하게 된 계기를 먼저 들려주었습니다.
“시작은 DEI CAMP(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을 확대하고자, 루트임팩트 이니셔티브 팀에서 고려대학교 다양성 연구소와 함께 준비한 원데이 클래스)에서였습니다. 조직마다 DEI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공통된 DEI 가이드를 제공하기보다 업의 특성상 생기는 불편함과 조직에서 구성원이 현재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것으로 DEI 내재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DEI 랩의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2023년 11월 참가 조직을 공모했고, 선정을 위한 조직 인터뷰와 3개월의 실험을 거쳐 지금 이 세미나까지 열렸습니다. 루트임팩트는 더 많은 조직이 조직만의 DEI 과제를 발굴하고 과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떼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일하는 공간에 DEI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조직의 위기 대응력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많은 의문과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또 오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고,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AI 발전의 영향 등으로 일터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당장 DEI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DEI가 무엇이고 우리 조직에 어떻게 DEI 지수를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한다면 이런 위기와 변화를 대응하는 힘 역시 길러질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종헌 팀장은 DEI는 운동과 같다고 말합니다. 하면 할수록 쉬워지고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DEI도 처음은 어렵지만 결국 조직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역량이 될 거라고요. 그 과정에서 루트임팩트는 DEI 랩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세미나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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