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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리포트

돌보는 개인에게 배우는 돌봄의 가치

DEI LAB 세미나

2025년 06월 20일
Root Impact

지난 5월 22일,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에서 열린 2025 DEI LAB 세미나는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을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였습니다. 일터의 변화를 논의할 때 소외되었던 주제인 돌봄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세미나는, 루트임팩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이니셔티브랩의 취지에 걸맞게 구성되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특히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한정짓기보다 조직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확장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돌보는 개인의 내러티브에서 시작해 돌보는 여성 연구, 돌봄을 포용하는 조직 사례까지 돌봄에 대해 폭넓게 다룬 인사이트를 지금 공유합니다. 

2025 DEI LAB 세미나 콘텐츠 :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
#1 돌보는 개인에게 배우는 돌봄의 가치 (지금 읽는 중 👀)
#2 연구로 본 여성의 돌봄, 돌보는 조직이 품은 힘

[키노트 스피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허재준 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출산율은 급격히 하락한 현상과 이유를 짚으면서, 육아와 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적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문화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특히 소셜 벤처와 스타트업 같은 조직이 돌봄 문화를 주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최근 10년간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출산율은 반대로 급감했습니다. 이 두 지표의 괴리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지난 6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74배 증가했고, 기대수명은 약 29년 늘었습니다. 전적으로 가정과 아이만을 돌보는 시간이 개인에게 큰 기회 비용이 되는 시대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욕구와 높아진 결혼ㆍ육아 기준도 저출생에 영향을 줍니다. 결국 육아와 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은 단순히 가정의 책임이 아닌, 조직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유연한 근로시간 적용과 같은 구조적 개편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구성원이 육아휴직을 쓰면 동료를 일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부담을 덜어주고 보상해 줄 수 있는 제도의 고민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실천은 소셜 벤처나 스타트업 같은 조직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션 1. 돌보는 개인의 자리]

첫번째 세션 ‘돌보는 개인의 자리’는 돌봄 경험을 지닌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일상 속 돌봄, 그 돌봄을 수행하는 개인들의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돌봄의 가치를 상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 내 숨겨진 돌봄자, 영케어러 – 오현아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의 오현아님은 가족을 돌봐온 자신의 유년기를 ‘영케어러’라는 단어를 만나며 처음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의 양면성을 깨닫고, “돌봄은 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죠. 나아가 돌봄이 가진 가치를 조직이 새롭게 바라보고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돌보며 자랐습니다. 제가 해온 일이이 돌봄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러다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구나’, ‘우리 사회에 아픔이 많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고, 저마다 아픔을 견디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오랜 경험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를 만나게 되었어요. 바로 ‘영케어러‘입니다. 영케어러는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청년을 뜻합니다. 올해 3월 관련 지원법이 제정됐고,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돌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있습니다.

지금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돌봄을 경험하고 있고,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 활동도 하고 있어요.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의 미션은 ‘돌봄을 혼자 짊어지지 않고 N인분으로 나누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모두를 위한 돌봄의 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일터에서도 이러한 돌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터는 다양한 삶의 맥락이 교차하는 공간이지만, 여전히 돌봄을 ‘생산성 저하’로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돌봄 경험은 위기 대응력, 공감 능력, 관계 조정 능력 같이 중요한 역량을 키우는 자산입니다. 돌봄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조직은 이러한 역량을 자산으로 삼아 구성원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조직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해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이 질문을 꼭 나누고 싶습니다. 

“포용적인 돌봄의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학교 밖 돌봄 : 마을 방과후 교사 – 장영진 도토리마을방과후

도토리마을방과후 장영진 교사는 지원 제도 바깥에 있는, 동시에 아이가 주인이 되는 공동육아 방과후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운영 구조의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쉼’과 ‘관계 중심의 배움’을 제공하는 돌봄의 본질과 가치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공동육아란 여러 가정의 아이들을 모아 한 공간에서 함께 돌보는 방식이에요. 교사와 보호자, 돌봄 종사자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프로그램 중심의 돌봄이 아닌 생활 속에서 배우는 교육이 핵심입니다.

현실이 쉽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 보니, 운영 재정은 전적으로 보호자의 보육료에 의존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재정 부담이 커지죠. 돌봄의 질을 높이고 싶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아동 대비 교사 비율을 충분히 줄이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하는 돌봄의 가치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쉼과 여유가 있는 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생활 리듬과 발달에 따라 할 일을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고, 땅을 밟고 자연을 느끼면서 경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중시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쉬는 시간이에요. 아이들한테 가장 필요한 건 학교에서 긴장했던 마음을 푸는 시간이거든요. 이처럼 돌봄과 교육이 일상 안에서 연결되고 있습니다.

사전적으로 ‘돌보다’는 관심을 갖고 보살핀다는 뜻이고, ‘보살피다’는 정성을 기울여서 돌본다는 뜻인데요. 그래서 저는 돌봄이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 일상에 즐거움과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도토리마을방과후가 지향하는 돌봄의 가치일 것입니다.

[패널토크] 

패널토크에서는 홍주은 루트임팩트 모더레이터의 진행 아래, 돌봄의 가치와 의미를 톺아보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Q. 돌봄은 굉장히 다양한 맥락과 특성을 지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돌봄의 본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현아: 많은 사람들이 돌봄을 장애나 질병 같은 특정 상황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돌봄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삶의 아주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도적으로는 돌봄을 여전히 ‘수혜자와 제공자’의 관계로만 봐요. 

장영진: 동의합니다. 현장에서 늘 ‘교육’과 ‘돌봄’을 왜 자꾸 분리하려고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돼요. 돌봄을 통해 교육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Q. 돌봄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현아: 사회 전반이 성과 중심, 능력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돌봄이란 행위는 ‘취약함’을 인정해야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드러내는 게 어렵죠.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돌봄을 이야기해도 괜찮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진: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 돌봄을 서비스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고요. 남자 교사가 돌봄을 하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여전히 아이는 엄마가 봐야한다는 생각하는 성역할 고정관념도 여전합니다. 이러한 인식들이 아돌 돌봄의 가치를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Q. 돌봄의 가치가 드러나려면 제도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장영진: 만약 회사에서 ‘한 켠에 침대를 줄 테니 오래 일하라’고 한다면, 그게 과연 기분이 좋을까요? 지금의 돌봄 정책이 그래요. 정부가 아이를 밤늦게까지 책임질테니, 부모들은 마음 놓고 오래 일하라는 방식인데요. 정작 아이의 삶은 빠져 있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있기 때문에 하교 후에 긴장을 풀고 쉬는 시간을 가져야하는데, 부모들이 오래 일하면 학교가 끝나고도 교실과 비슷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거죠. 앞으로의 제도는 아이의 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현아: 종합적인 시선에서 돌봄 제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계속 변하고 성장하는 존재인데, 제도는 사람을 고정된 틀로 보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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