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게 될 도시의 미래
매거진 루트임팩트
10월은 세계 도시의 날(10/31)이 있는 달입니다. 그래서인지 도시에 대한 담론과 전시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팬데믹으로 인한 도시의 해체부터,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하게 도시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졌을 때 안전하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등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하게 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세계 어느 도시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싶어요. 철학가의 도시라는 명성에 알맞게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들이 도시 곳곳 놓여 있고 네카르 강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도 있고요.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는 도시들에는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 공통점을 키워드로 삼아 도시를 계획하고 개발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도시들은 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이번 리서치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가 상상한 도시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가 있어 더 흥미로운 이번 매거진 루트임팩트,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우리가 살게 될 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함께 그려보시죠.
우리는 미래에 어떤 도시에 살까? 도시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이번 달 말까지 열리는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2년에 한번 열리는 이 행사는 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 도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자 다양한 논의와 철학적인 접근으로 도시건축에 대한 제안을 합니다.
이 행사의 주제는 한번쯤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문제이고 최근 들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도시에 살고 있나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떻게 변화해 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까요?
전시 총감독인 프랑스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에 의하면 ‘회복력(Resilience)’이 높은 도시 공간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빠르고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도시도 변화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고밀도 도시는 살기좋은 도시일까
얼마전 나온 “도심 지속가능성 (urban sustainability)”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고밀도, 저고도 도시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이상적인 지속가능한 도시라고 합니다. 파리와 같은 도시를 말하죠. 그래서 뉴욕같은 고층 건물로 구성된 고밀도 도시보다는 낮은 건물로 이루어진 파리와 같은 고밀도, 저고도 도시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합니다.
서울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는 서울이 고밀도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EBS <도시예찬>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고밀도 도시가 아니라고 합니다. 도시간 용적률로만 봤을 때 서울은 145%로, 파리 277%, 런던 370% 보다 훨씬 낮은 밀도를 보이고 있죠.
그런데 왜 우리는 서울이 빽빽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서울은 체감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특정 지역에만 사람이 몰리는 현상 때문인데요, 고층 아파트와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고밀도일 수밖에 없고 그 이외의 목적을 가지는 공간들은 넓게 분포되어 있어 밀도가 고르지 않은 것이죠. 서울은 녹지 비율은 높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마음먹고 가지 않는 이상 녹지 공간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죠. 근거리에 접근 가능한 공공 휴식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만 사람이 몰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람에 치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
밀도가 높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나 홍콩 같은 도시를 떠올려보면 과밀로 인한 좁은 주거 환경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 코워킹 (co-working)과 같은 맥락으로 코리빙 (co-living)이 뜨고 있죠. 공유 공간은 같이 쓰되 개인 공간은 침해 받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코리빙 스페이스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과밀 지역에서 1인 가구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대안일지도 모릅니다.
살기 좋은 고밀도 도시가 되기 위한 방법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과밀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합니다.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가게 되어있기 때문에 고밀 주거지에는 공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최근 2년 사이 더욱 답답함을 많이 느꼈을 겁니다. 밖에 나가기도 어려운 환경에서는 과밀지역의 좁은 집이 더 좁게 느껴졌겠지요.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 사이 경기도 등 서울 외곽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늘었고 집값도 껑충 뛰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도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이 나오는 단어가 ‘low footprint’ (적은 발자국)입니다. 전문가들은 도시의 전반적인 생활 면적, footprint를 줄여야 살기 편한 도시라고 하죠. 즉, 걸어다니는 거리 안에서 모든걸 해결할 수 있는 도시, 걸어서 15분 안에 모든 것이 있는 도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같은 도시입니다. 코펜하겐은 2008년에 이어 2021년에도 <모노클>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펜하겐은 “작은 마을의 조용한 분위기와 대도시의 인프라를 모두 갖춘” 도시로 평등, 연대 정신 (결속력), 그리고 믿음과 안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환경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지난 2012년에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죠.
국가적 노력에 더해 다양한 건축적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 지어지고 2019년에는 스키장까지 개장한 코펜힐 (Copenhill)이 대표적인 재생 건축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코펜힐은 열병합발전소 위에 스키장이 만들어진 건물로, 열병합발전소는 44만톤의 쓰레기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시켜 주변 15만 가구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고, 옥상은 주민이 이용가능한 레저시설로 재탄생함으로써 공공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미래 도시 프로젝트
코펜하겐의 코펜힐처럼 세계 각지의 도시와 지역은 그동안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 밑 낙후된 덤보지역을 재생시킨 사례, 과거 준공업지역이었던 서울의 성수동 공장지대가 소셜벤처밸리로 자리잡은 사례처럼요. 이제 도시는 유지와 재생을 넘어 창조의 단계로 넘어가야하는 시점입니다. 그리고 그를 위한 다양한 미래도시 프로젝트들이 이미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요? 무인 드론과 자율주행차들이 날아다니는 세상일까요 아니면 언제든 이동 가능한 수중 마을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초고속으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도시 혹은 모듈형으로 조립 가능한 공동 주택에 모여 사는 주거 공동체의 집합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모습들이 현재 실험 중이고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들의 형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나라의 끝과 끝을 가로로 잇는 미래도시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NEOM (네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The Line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놔 두며 그 위에 최첨단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초고속 철도가 도시의 끝과 끝을 20분 안에 갈수 있도록 잇고, 걸어서도 20분 거리안에 모든 것이 존재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우디의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의 거대한 비전이죠.
그리고 차와 도로가 없는 도시입니다. 사람은 땅 위에 걷고, 모든 교통수단은 땅 아래로 보내어 걸어다닐 수 있는 작은 단위의 마을들을 The Line 위에 분포하는 것입니다. 또한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100% 재생에너지(태양, 풍력, 수소)를 사용하며 바닷물과 폐수를 재생해 물부족 현상을 막고 건축 자제 및 제품 제조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자유롭게 지었다 부수고 변형 가능한 집들로 마을을 만드는 The Urban Village Project라는 재미있는 재생 도시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IKEA의 디자인 랩인 Space 10과 건축사무소 EFFEKT가 협업하여 만들고 있는 이 도시는 도심화 현상, 고령화, 기후변화, 주거 부족 문제 등의 대안으로 지속가능하고 자연 친화적이며 공동체와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꿈꾸며 기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정형 형태의 집이 아니라 레고처럼, 또는 이케아의 가구처럼 자유자재로 조립이 가능한 주거형태를 디자인하고 있죠. 그리고 모든 건축자재가 재활용되고 재생가능한 친환경적인 도시입니다. 이 집들은 넷플릭스처럼 매달 구독하는 형태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바다에서는 떠있는 도시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BIG 건축사무소가 디자인한 Oceanix City는 언제든 어디로든 이동 가능하며 한 단위씩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형태의 모듈형 해양 도시입니다. 2050년에는 90%의 해양도시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을 대비해 허리케인이 닥쳐도 끄떡없이 대피할 수 있는 도시, 재난에 대비하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Oceanix라는 미국 회사와 MIT 대학과 함께 구상하고 있는 것이죠.
이 해양도시는 자급자족하는 공동체입니다. 물 위에 떠있는 각각의 미니 마을에는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농장도 있고, 다양한 레저시설도 갖추게 됩니다. 또한 이 해양마을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100%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해수를 재생산해 에너지원으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시가 이를 본떠 부유식 해양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란?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하게 진화해온 세계의 도시들과 이들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한 노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로 기획중인 미래 도시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이 모든 사례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는 공동체적이고 (Communal), 재생산되며 (Regenerative), 유연하게 변화 가능하고 (Modular / (Climate) adaptive), 접근성이 좋은 (Accessible / low footprint) 도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지금은 땅과 바다 위에서의 다양한 도시 형태를 시도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하늘 위에 떠있는 도시도 현실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에디터 윤서영
코리아타임즈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씽킹’을 기반으로한 전략적 디자인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컨설턴트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