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열정을 하나의 지도로: 녹색전환연구소가 ‘공동의 우선순위’를 세운 법
CP1 프로젝트
기후 위기 대응은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사회 변화를 필요로 하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비영리 조직이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업의 규모만큼이나 단단한 내실이 중요합니다. 루트임팩트는 기후 비영리 조직들이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CP1(Climate Philanthropy 1) 프로젝트를 통해 이 여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녹색전환연구소의 사례를 통해, 리더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전략이 어떻게 구성원 모두의 이정표로 거듭났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01 리더십 전환기, 신뢰를 넘어 ‘시스템’이 필요했던 이유
녹색전환연구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국가와 지역, 경제와 삶의 전환을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초기 연구자 네트워크로 출발해, 2026년 3월 기준 21명의 상근 연구원이 활동하는 독보적인 연구소로 성장했습니다.
그동안은 강력한 리더십과 신뢰를 핵심 동력으로 달려왔지만, 최근 리더십 전환기를 맞아 의사결정 권한을 나누고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는 등 조직적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현실적인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실무와 임팩트 간 연계성 강화: 비전과 미션이 선언적으로 존재했지만, 실무 현장에서 체감되지는 못했습니다. 구성원들은 주어진 과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활동이 조직의 임팩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 조직 정체성 내재화 및 결속력 제고: 조직 규모가 급격히 커지며 저연차 연구원이 다수가 되었지만, 조직의 고유한 비전과 문화를 체화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성장의 속도만큼 단단한 내부 결속력을 갖추는 데 구조적 한계가 되었습니다.
- 전략적 우선순위 판단 기준 확립: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시급한 과제 속에서는 모든 활동이 중요해 보였지만, 정작 우선순위를 가려낼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합의된 기준이 없다 보니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기 어려웠고, 조직의 한정된 자원이 분산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녹색전환연구소에게 필요한 것은 리더십의 변화를 넘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공동의 전략적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운영단부터 실무자까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우선순위를 가려낼 수 있도록, ‘공동의 전략 지도’를 그리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02 비전 선언문이 2030년의 구체적인 ‘전략 지도’로
녹색전환연구소는 CP1 프로젝트를 통해 조직 전략을 전면적으로 점검했습니다. 특히 ‘중장기 목표 수립’과 ‘2026 사업 계획 수립’ 과정은 조직의 지향점과 실제 사업 현장을 하나로 잇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CP1 역량 개발 프로그램 보러가기]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댄 워크샵의 화두는 세 가지였습니다.
- 우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회 변화는 무엇인가
- 변화의 흐름 속에서 녹색전환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 지금 우리의 사업은 만들고 싶은 변화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


치열한 논의 끝에 녹색전환연구소는 비전과 미션, 그리고 장기 성과와 임팩트 목표를 하나의 구조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문구를 정돈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추상적이었던 비전이 우리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소통하며, 서로의 이해를 빈틈없이 맞추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유의미한 결실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전략은 2026년 연간 사업 계획의 든든한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각 팀의 사업을 펼쳐놓고, 조직의 목표와 구조적으로 어떻게 정렬되는지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업을 선별하고 조직의 방향에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트리플라잇과 함께한 전략 수립 프레임워크 보기]
03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전략이 선명해지자, 조직 운영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임팩트 관점의 도입: 사업을 단순한 산출물이 아니라, 조직이 만들고자 하는 변화와 연결된 활동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정책 연구’ 활동을 ‘시민 주도의 녹색전환을 위한 인식 기반을 만드는 활동’으로 재정의하는 등 기존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 사업 설계 기준의 변화: “이 사업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사업이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사업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실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 자원 배분의 변화: 핵심 전략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기후시민팀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활동에 팀 예산의 약 1/3(전년 대비 2배 이상 상향)을 배정하며 곧바로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실제로 구성원들은 개별 사업 계획에서 더 나아가, 조직의 목표를 기준으로 각 사업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직의 목표에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라는 막연한 판단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여러 사업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구성하게 된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기도 했습니다.
“전에는 조직의 운영 방향이 리더의 머릿속에만 있었다면, 이제는 하향식(Top-down) 결정을 줄이고 구성원과 함께 논의하며 나아가는 구조로 변화했습니다. 전사가 숙의해 세운 ‘큰 틀’이 중심을 잡아주기에, 각자의 자유로운 제안이 조직의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고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녹색전환연구소가 그린 이 ‘공동의 지도’는 여정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전략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현장에 맞춰 이 지도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CP1 프로젝트는 녹색전환연구소를 포함해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세 개의 기후 비영리 조직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내실을 다지고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고민하는 이들의 치열한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 녹색전환연구소의 사례에서 얻는 핵심 인사이트 1. 미션·비전은 선언문이 아닌 판단 기준: 조직의 미션과 비전은 단순히 선언문이 아니라, 실제로 “이 사업 우리가 정말 해야 할까?”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 전략은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힘’: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조직의 목표에 맞춰 핵심 과업에 자원을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전략의 본질입니다. 3. 조직이 커질수록, 방향을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 리더 한 명이 머릿속에 전략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사 워크샵, 팀별 논의, 자발적 공유를 통해 조직 전체가 같은 방향을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