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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헬스 에세이

어둠 속의 속삭임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2021년 07월 08일
정경선 실반그룹 공동대표(루트임팩트·HGI 창립자)

계속해서 이어지는 변이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곳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거론 자체가 터부시 되는 ‘정신 건강’ 문제가 그중 하나다. 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불안과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두 배까지 증가하였다고 한다. 재정적 불안, 실업, 감염에 대한 공포 등 정신 건강에 대한 위험 요소가 증가한 반면 사회적 연결, 고용, 신체 운동, 의료 서비스 접근성 등 보호 요소는 감소한 결과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문제 해결이 더욱 까다로운 정신 건강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인구의 약 13%인 9억 7100만명이 정신 질환을 겪고 있으며, 유병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가장 흔한 정신 질환은 우울증(3억명)과 불안증(2억 8000만명), 그리고 약물 사용 장애(1억 5000만명)이다.

한국도 정신 건강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18세 이상 국민 중 25.4%는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과적 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OECD 국가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특히 20대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각각 30%와 30.5%로 60대(14.4%)보다 2배 이상 높아 젊은 층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질병을 앓는 사람뿐 아니라 그 주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영국 의학지 ‘The Lancet(더랜싯)’에서 발행한 리포트(Lancet Commission reporton Mental Health)에 따르면 정신 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정부 비용 지출로 2030년까지 세계 경제에 16조 달러의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한 정신 질환은 다시 사회적 편견과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적절한 치료 수단이 없을 경우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 약물, 알코올 등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현대 인류의 정신건강은 점점 더 험난한 싸움을 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 현대 인류가 밟게 될 두 가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인 도시화와 디지털화 모두 정신건강에는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휴식 공간 부족, 소음, 오염 등의 환경적 원인과 외로움, 불평등, 범죄에 대한 노출 등 사회적 요인으로 도시 인구의 우울증 발병률은 도시 외곽에 비해 20% 높다. 환각, 망상, 편집증 등 정신 질환 발병 위험은 77% 높다. 또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 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7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되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로 거론된다. 하나는 의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는 심리 상담 치료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앱이나 챗봇 등 디지털 치료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AI를 활용하는 상담 치료 플랫폼 서비스인 ‘진저(Ginger)’나, 전문 심리 치료사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토크스페이스(Talkspace)’가 그것이다. 또 하나는 평소 정신 건강 회복탄력성을 증진하는 방법이다. 2019년 정신 건강 분야 스타트업 최초로 유니콘이 된 명상 앱 ‘캄(Calm)’처럼 디지털 기반의 접근을 하는 곳도 있고,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치유활동가 집단 ‘사단법인 공감인’도 있다.

개인의 정신 건강은 사회 경제적인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하거나 음지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건강 관련 정보와 서비스를 찾고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인 ‘건강 문해력’을 높이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해당 칼럼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2021.07.06)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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