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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헬스 리서치

코로나와 행복의 상관관계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7월 28일
루트임팩트

저는 펀자이씨툰(@punj_toon)이라는 일상 속 철학적 이야기를 담은 인스타툰 작가의 글을 정말 좋아하는 데요. 펀자이씨툰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어머니(이자 철학자)의 이야기를 주로 담아 그리는 작가에요. 기억을 점점 잃어가면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고 순간의 대화에서 통찰을 이끌어 내는 엄마의 에피소드는 신선한 깨달음을 주는데요. 기억에 대한 걱정까지 통째로 없어져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그리고 신경쓸 것도 잊어버려서 되려 살 맛 난다고 말하는 엄마의 에피소드를 보며 행복을 찾는 일은 같은 상황 속에서 프레임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는 아닐까, 그 긍정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마음 돌봄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거진 루트임팩트의 7월 주제는 멘탈헬스 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마음 돌봄의 고수를 만나봤었죠. 이번 편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해봅니다. 코로나로 우울 지수가 높아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나 그 중에서도 되려 행복을 찾은 이들이 있다고 해요. 연일 높은 확진자 수로 괴로운 오늘, 우리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복의 프레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다현 드림


지난 한 해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참 많이 바꾸어놓았습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대중에서 가정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관계를 맺는 범위가 크게 변화했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장기화된 팬데믹이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코로나는 세계인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UN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팬데믹 이후로 사람들의 행복도와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에는 전날 슬픔과 걱정을 느낀 사람이 직전 3년에 비해 각각 10%와 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도 보였는데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어떤 인간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리서치에서는 팬데믹을 지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행복을 느꼈는지, 그리고 팬데믹 이후에는 어떻게 새로운 행복을 찾을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코로나는 피할 수 없었지만,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행복을 찾은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핀란드는 행복 금메달리스트  

올해 ‘행복보고서’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발표되었는데요, 핀란드가 4년 연속 전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1위를 했습니다.  핀란드는 코로나 이전에도 연속 1위를 해오고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1위를 유지한 것입니다. 행복도 조사는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데요. 코로나라는 변수 때문에 작년 한해는 예외로 조사를 실시했으나, 결과에 차이가 없었던 것이죠. 

반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10년 동안 감소 추세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우리 국민의 50%가 “더 불행해졌다”라고 답했고, 그중 92%가 코로나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국민 중 43%는 이전과 비슷하다고 답했고 오직 7%만 “더 행복해졌다”라고 느꼈습니다. 2021년 행복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행복도는 전체 149개국 중 62위입니다. 

행복도 조사는 주관적 자기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본인이 느낀 행복의 정도가 중요합니다. “어제 많이 웃거나 미소지었나요?” “어제 새로운 것을 하거나 배웠습니까?” “어제 하루 종일 존중받았나요?” 등의 일상 속 행복을 측정하는 질문들이 주를 이룹니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경우, 모르는 사람이나 경찰이 돌려줄 거라고 생각하나요?”와 같은 사회적 믿음에 관한 질문도 있습니다. 사회적 믿음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평가 또한 높다고 하네요. 

사실 핀란드는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행복감을 느끼기에 최적의 환경은 아닙니다. 해가 잘 나지 않아 화창하고 맑은 날씨를 보기 어려운 나라이니까요. 겨울이 길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종일 암흑같이 컴컴한 하루를 보내야 하니 상식적으로는 우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핀란드인들은 왜 행복도가 높은 걸까요? 어떻게 코로나 기간에도 변함없이 높은 행복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핀란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2미터 거리두기’를 발표했을 때, 핀란드인들은 “하던 대로 4미터 하면 안 되나요?”라고 농담을 주고받곤 했답니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나 익숙했던 거죠. 또한 핀란드에는 “행복은 항상 눈물로 끝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너무 좋아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인들은 인생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대를 훨씬 넘는 결과가 있을지라도 자랑하기보다 겸손하게 ‘셀프 디스’를 하곤 한다네요. 그래서 행복해도 크게 티내지 않는다는거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며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코로나 시대를 지나온 것, 그리고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고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 삶의 태도”가 핀란드인의 행복 비결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 각기 다른 얼굴의 행복

반면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아주 거리가 먼 국가였죠. 좁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부대껴 살며 왕성한 사회 활동을 즐기는 민족이니, 팬데믹으로 인한 갑작스런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핀란드인들처럼 평소에 거리두기를 하던 사람이 아닌 이상, 멀어진 관계와 고립된 환경이 고통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래서 팬데믹으로 인해 “더 불행해졌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절반 이상 되는 것이겠죠.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지면서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행복을 찾아갔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불필요한 관계는 정리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관계에 집중하는 ‘딥 컨택트 (deep contact)‘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인간관계의 폭은 줄이고 깊이에 집중하니 가족간의 대화가 늘어 가족 관계가 좋아졌다는 사람들도 있고, 직장 생활 때문에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화상 통화로 더 자주 만나게 되며 친구 관계가 좋아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인 관계가 단절되었어도 온라인으로 비대면 연락을 지속하거나 가족간 단합의 시간으로 활용한 경우는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행복도가 증가했습니다. 높은 관계성을 유지하고 서로를 챙기는 관심이 행복도를 증가시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 기간 중 SNS를 활용한 노년층의 행복도가 젊은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대면 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은 행복감이 떨어진 반면, 비대면이라도 가족과 유대를 유지했던 노년층의 행복감이 증가한 것이죠. 노년층으로 갈수록 자신이 가진 인맥 내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열망이 더 크다고 하네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연구에 의하면, 2017년에 비해 2020년에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도가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매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가 지난해 실시한 ‘세계 행복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들은 건강, 가족(배우자, 자녀)과의 관계, 직업, 재산, 그리고 인생이 의미 있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만족감 등을 행복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루틴’이 행복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규칙적으로 잘 먹고, 운동하고, 잘 자는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웰빙에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 팬데믹에 더 잘 적응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잘 견뎌냈다는 것입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팬데믹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인맥망이 더 넓어 온라인에서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갔다고 하네요. 
세계행복보고서는 외향성, 투지, 감사, 그리고 탄력성 등을 코로나 시대 정신 건강을 지켜준 정서적 특징으로 꼽았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다시 쓰는 행복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나를 들여다보고 관계에 집중하게 되면서, 비로소 우리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부터 행복을 찾는 법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우리가 이전에 누리던 생활을 되찾으며 다시금 직장과 사회 관계망을 통해 얻었던 행복을 찾아가야 합니다. 대면 관계를 열망했던 사람들은 사회로 복귀하면서 이전과는 또다른 행복을 발견하겠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전과는 달리 더 현명하게 자신을 지키고, 지혜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챙기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타인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꾸준한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며 나만의 루틴을 지켜간다면, 우리는 늘 항상 언제나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이니까요.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에디터 윤서영
편집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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