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임팩트 대표가 말하는 성수 소셜벤처 밸리와 임팩트 생태계
임팩트 생태계 알아보기
들어가며
설립 10주년을 바라보는 루트임팩트가 성수동에 터를 잡은지도 어느덧 7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금의 성수동은 화려한 카페와 스튜디오가 자리한 덕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주목받고 있지만, 성수동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과거 준공업단지로서 성수동을 대표하는 공장과 물류창고가 떠난 자리를 ‘소셜벤처’의 사회혁신가들이 이어받았다는 것입니다.
성수 소셜벤처 밸리의 탄생
루트임팩트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하려는 사람들을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라 부르고, 이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는 사업 초기에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은 힘이 작지만 우리가 한 곳에 모일 수 있다면 좀 더 자유롭게 도전하고 실패하고 무엇보다 서로 이끌어 주면서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가 상상하는 커뮤니티가 가장 효과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다음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일하기 좋은 동네가 어딜까’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었죠. 여기에 몇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1)너무 비싸지 않아야 하고 2)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3)열린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정한 곳이 지금 둥지를 튼 성수동이었습니다. 후보지로 고민했던 문래동, 신림동, 혜화동 중 최종적으로 성수동을 택한 이유는, 입지를 고민하던 2014년, 성수동은 이제 막 젊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동네였고 고시촌(신림동)이나 대학로(혜화동)처럼 기존에 형성된 이미지도 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루트임팩트가 성수동에 자리 잡은 시기에 의도와 우연이 교차하며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영리 및 비영리 소셜벤처 조직과 이들을 지원하는 중간지원기관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루트임팩트를 비롯한 에이치지 이니셔티브(HGI), 임팩트스퀘어, 소풍벤처스, 크레비스파트너스 등이 큰 역할을 했지요. 소셜벤처의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이들이 성수동으로 모이면서, 알고 지내던 소셜벤처들을 하나 둘 설득해 점차 더 많은 이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이 소셜벤처를 위한 크고 작은 공유 오피스를 오픈하면서 성수동에 소셜벤처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민간 자생적으로 형성된 성수동 클러스터는 정부와 지자체의 가세로 더욱 확장되었는데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소셜캠퍼스 온)’를, 중소벤처기업부/기술보증기금은 ‘소셜벤처가치평가센터’를 성수동에 열었습니다. 또한 성동구는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거점으로 각종 지원을 하고 있고, 서울시는 기존의 성수 IT 종합센터를 ‘서울창업허브 성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뉴얼하며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있지요.
임팩트 생태계의 조성
성수 소셜벤처 밸리가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등 임팩트 지향 조직의 집적지로 떠오르면서 ‘임팩트 생태계’ 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임팩트 생태계’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가 있겠으나, 저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결, 협력하면서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라고 정의합니다. 성수 소셜벤처 밸리 이외에도 서울에서는 은평구 불광동에서 ‘서울혁신파크’를 중심으로, 그리고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사회혁신센터’ 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색깔의 임팩트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임팩트 생태계의 주요 이해관계자로는 문제 해결자로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뿐만 아니라, 조력자로서 임팩트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정부, 지자체, 기업, 재단, 교육기관 등이 있습니다.
임팩트 생태계의 태동은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7년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2011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인증제를 시행함으로써 공공 주도의 사회적기업 지원 체계가 마련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태계가 성장한 시기는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입니다. 민간 투자와 지원이 점차 늘어나면서 ‘사회적 기업’과는 다소 다른 정체성을 가진 ‘소셜벤처’가 등장하기 시작했죠. 소셜벤처가 지향하는 성장 방식은 기존의 (인증)사회적기업보다는 오히려 일반 스타트업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셜벤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최근에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내에 소셜벤처가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발굴을 위해 호응해주었죠. 대표적으로 SK행복나눔재단의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LG전자/LG화학의 ‘LG소셜캠퍼스’, 현대자동차그룹의 ‘H-온드림’ 등의 공모전이 그 사례입니다.
또한 임팩트 투자와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 소풍벤처스, 임팩트스퀘어, 디쓰리쥬빌리, 크레비스파트너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옐로우독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과 자원이 모여드니 자본의 흐름도 화답했습니다. 사회적금융포럼에 따르면 2020년 현장에 공급된 금액은 약 1,400억, 총 운용자산 규모는 약 1조 4천억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또한 P2P대출, 사회성과보상사업(SIB) 등 투자 형태도 다변화되기 시작했고 임팩트 투자의 발달과 함께 임팩트를 측정, 관리 체계를 마련하면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었습니다. UN SDGs, IMP와 같은 글로벌 표준을 국내에서도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고, SK그룹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와 같이 사회적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하여 그 일부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시도까지도 생겨났죠.
한편 학계에서도 다수의 대학이 학부 및 대학원 과정에 사회적경제를 교육하기 위한 학위 또는 교과 과정을 개설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2013년 카이스트(KAIST)가 SK그룹과 함께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하여 창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이화여자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도 관련 전공을 통한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생태계의 순기능 그리고 생태계 다양성을 향해
이렇게 만들어진 임팩트 생태계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성장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먼저,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성장에 필요한 각종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집니다. 생태계가 더 많은 인재와 자본을 끌어당기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 사이에 필요한 정보, 지식, 경험, 네트워크의 공유가 활발해집니다.
또한, 생태계 덕분에 안팎으로 협력이 촉진됩니다.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재시작을 돕기 위해 여러 소셜벤처가 힘을 모으기도 하고(임팩트커리어W), 취약계층 청년과 여성의 디지털 스킬 함양을 위해 소셜벤처, 스타트업, 글로벌 IT기업이 뜻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구글x임팩트캠퍼스). 또한 코로나19 이후 심화되는 교육 격차 문제를 소셜벤처, 국제기구, 국제개발NGO가 함께 풀어가고 있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에 소셜벤처, 스타트업, 지자체와 함께 도전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임팩트 생태계가 계속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려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도 생물 다양성이 중요하듯이, 임팩트 생태계에서도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문제해결 주체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다양성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뿐만 아니라, 비영리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도 계속 태어나고 성장해야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을 길러내려는 노력 못지 않게 강한 생존력과 끈기로 꾸준하게 성장하는 ‘낙타’를 길러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오며
저는 성수동의 여러 핫플레이스 덕분에 이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립니다. 제게 성수동 최애 장소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서울숲’을 말합니다. 서울숲의 풍경은 계절마다 다르고, 그 공기도 새벽과 낮과 밤이 모두 다르죠.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확실히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고 특별하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숲이 우리 인간과 자연을 위해 많은 선물을 주는 것처럼 부디 임팩트 생태계가 숲 생태계를 닮아 우리 인간과 자연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선물로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