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생태계의 핵심,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임팩트 생태계 알아보기
앞서 두 편의 글을 통해 임팩트 생태계와 임팩트 측정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생태계의 중심에서 기업의 형태로 임팩트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주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해서도 알아볼 차례입니다.
사회문제를 비즈니스의 방식으로 풀려는 최초의 시도, 사회적기업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조직만 ‘사회적기업’(띄어쓰지 않고 붙여쓰기 주의!) 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제도화 되어 있죠.
지난 십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2021년 7월 기준 사회적기업은 약 3,000여개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의 66%가 일자리 제공형이므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제공을 위한 목적을 톡톡히 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인증 전 단계인 예비사회적기업까지 포함하면 2018년 기준 전체 사회적기업의 매출액은 약 1조9천억원에 달하기도 하지요.
보다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벤처기업의 방식으로, 소셜벤처
그럼 소셜벤처는 어떨까요? 소셜벤처기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는 1999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소셜벤처 경연대회’ 부터 소셜벤처라는 용어가 등장했는데요, 이 대회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벤처’ 라는 개념이 강해졌다고 해요.
국내에서는 2009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제1회 소셜벤처 경연대회’ 를 시작으로 소셜벤처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때 1위 입상자가 ‘공부의신’이자 헤이그라운드 초대 입주사 중 하나인 ‘공신닷컴’ 강성태 대표라는 사실! )
소셜벤처 정책을 주관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지닌 기업가가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기업을 소셜벤처라고 정의하는데요, 즉 기존의 사회적기업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자유롭고 과감한 경영방식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지요. 또한 보다 빠르고 규모있는(scale-up) 성장을 꾀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1,509개의 소셜벤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9년 소셜벤처는 태동 5년만에 1,000여곳으로 집계됐는데, 1년사이 500여개가 증가했으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지요. 설문에 참여한 1,147개 사 중 30%에 해당하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사회적기업과 유사하게 관련 법제화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는 소셜벤처의 법적 정의가 드디어 마련되었는데, 소셜벤처의 체계적 육성과 투자 및 지원근거 마련을 위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2021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에는 소셜벤처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으로 보고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있을 것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혁신성과 시장전망 등에 따른 사업의 성장성이 충분할 것 등을 요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셜벤처를 판별제 방식으로 규정하게 되었습니다.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모두를 품는 ‘네트워크’ 의 힘
제도적인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나뉘어져 있습니다만, 해외에서는 통틀어 ‘사회적 기업’ 즉 ‘소셜 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 으로 불립니다. 정대용·김민석(2010)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의 어원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 가는데요, 1844년 저임금과 실직에 처한 영국 랭커셔 지방의 직조공 28명이 로치데일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로치데일공정개척자(Rochdale Pioneers)’에서 추구한 공동체와 그 구성원을 위한 사회적 경제 추구였다고 합니다. 140년이 지난 1980년에는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 로 불리는 빌 드레이튼이 아쇼카(Ashoka) 재단을 설립하며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추구와 더불어 경제적 가치 추구를 동시에 실현하도록 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증)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본질적인 성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지요.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의 체인지메이커들 역시 이처럼 기업의 형태와 관계없이 사회 문제 해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보다 더 큰 임팩트를 추구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니까요. 인증 사회적기업이면서 동시에 소셜벤처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동구밭, 두손컴퍼니 등이 좋은 발전 방향을 보여줍니다. 두 기업은 본래 이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 즉 ‘소셜미션(social mission)’ 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착실히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조직은 일반 영리 벤처 기업보다 인적 자원 및 재무적 자원에 대한 제약이 더 많습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더욱 강력한 네트워크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루트임팩트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임팩트 생태계 허브로 발돋움한 헤이그라운드를 중심축으로 하여 임팩트 생태계를 구성하는 110여개의 다양한 조직이 성수동에 모여 서로를 돕고 지지할 수 있도록 든든한 연결망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장기화된 팬데믹, 절망적인 기후 변화 등으로 이제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루트임팩트가 사업을 시작한 2012년과 비교하면 변화를 절감합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일반기업과 소셜벤처(또는 사회적기업)를 구분하는 것조차 무색해지는 시절이 올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모습이 어떠하든 사회 문제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풀어보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본질에 충실한 조직이 많이 등장할 수록 우리가 그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이 한 발짝 다가오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