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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에세이

가치소비 흐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2년 02월 17일
한양대학교 신현상 교수

시장의 수요는 본원적 수요(primary demand)와 이차적 수요(secondary demand)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유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을 본원적 수요 증대, 우유 시장 내에서 서울우유가 남양우유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을 이차적 수요 증대로 봅니다. 가치소비, 미닝아웃이 증가할 수록 본원적 수요 즉 파이 자체가 커진다는 점에서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메인스트림의 영리기업들이 ESG 브랜딩을 해서 시장에 진입할 경우 소셜벤처/사회적기업 입장에서는 이차적 수요 측면에서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은 소비자들이 제품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소셜벤처/사회적기업들은 어떻게 차별화를 하면 좋을까요? 

첫째, 소비자들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회문제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의 깊이, 일관성, 그리고 진지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론 사회문제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측면에서는 소셜벤처/사회적기업들이 아직은 일반 기업에 비해 우위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반 기업 역시 지식 축적 역량이 높고 습득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 우위를 누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소셜벤처/사회적기업 입장에서는 일관성 측면에서 오히려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치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민감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E브랜드의 페이퍼보틀 사건이 좋은 예입니다. 친환경 종이 패키지라서 호감을 가졌었는데 알고보니 종이포장 속에 플라스틱 통이 들어있어서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제품이 추구하는 가치와 생산/유통/폐기/재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의 과정에 대한 관리, 그리고 이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등이 일관성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내부소통 활성화 역시 일관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진지함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방법은 임팩트 측정 및 리스크 관리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이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해 왔는지, 앞으로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지만, 소비자들께서 도와주신다면 함께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으니 동참해 주세요’라는 식의 겸손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또한 임팩트를 기대만큼 창출하지 못할 수 있는 리스크, 생각지 않았던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진지함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고객중심사고(customer orientation)라는 비즈니스의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으로서 고객문제 즉 고객니즈에 대한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불편, 불안, 낭비라는 3가지의 고객 페인포인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급수제비누를 만드는 동구밭은 2021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개당 5천원-1만원을 지불하고 동구밭 비누를 사서 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선물로서의 동구밭 비누는 탁월한 가격경쟁력을 가집니다. 명절, 생일 등 특별한 날에 마음을 담아 선물을 해야 하는데 너무 싼 아이템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불안’하고, 너무 비싼 아이템은 빠듯한 살림에 ‘낭비’가 되니 부담스럽습니다. 특별한 날마다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죠. 그런데 동구밭 비누는 가격도 선물치고는 부담스럽지 않고, 포장도 예쁘고, 감동적 스토리까지 담겨 있으니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페인포인트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줍니다. 많은 기업들이 동구밭 비누를 선물로 활용하고, 심지어는 아이유의 팬클럽도 동구밭 비누를 회원들을 위한 선물로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이 가치소비의 흐름을 올라타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소셜벤처/사회적기업들이 진정성과 고객중심 사고를 바탕으로 ESG 열풍 가운데 펼쳐지고 있는 블루오션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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