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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헤이그라운드의 리뉴얼은 달랐다

루트임팩트가 일하는 방식

2022년 09월 30일
헤이그라운드 워크스페이스 리드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커뮤니티 오피스 헤이그라운드
헤이그라운드는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 사회·환경 문제를 비즈니스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조직들이 모여있다는 점과 공간 공유를 넘어서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와는 차이점이 있죠. 

하지만, ‘오피스’라는 공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공간은 사용되고 소모됩니다. 2017년 오픈한 헤이그라운드도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낡고 닳아, 사용에 불편한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또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필요도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개인 공간의 필요성이 커지고, 화상 회의 장비와 온라인 판매를 위한 촬영 장소 등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습니다.  

헤이그라운드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 구성을 바꾸고 새롭게 공간 정비를 했죠. 그러나,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커뮤니티 오피스이기에 리뉴얼 과정에서 사회·환경적인 영향력을 고려하고,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해치지는 않는지 고민합니다. 

같지만 다른, 헤이그라운드의 리뉴얼 과정에 담긴 철학을 헤이그라운드 워크스페이스 리드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리뉴얼의 기준은 4가지였어요. 고객에게 필요한가, 환경에 이로운가, 다양성을 존중하는가, 헤이그라운드와 어울리는가.” 

리뉴얼의 기준 4가지 : 고객, 환경, 다양성 그리고 헤이그라운드

고객
오피스 공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용객에게 있어요. 아무리 잘 만든 공간이라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헤이그라운드는 설립 단계부터 잠재 입주사들이 함께 공간을 설계했을 정도로 이용고객과 함께 공간을 구성해왔어요. 리뉴얼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고객들이 잘 사용한 공간과 사용하지 않은 공간이 어디인지를 살펴봤어요. 그리고 고객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물어봤죠

그러나 때로는 고객이 원하는 공간과 필요한 공간이 다를 때도 있어요. 고객 스스로가 공간 사용 습관을 모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헤이그라운드 라운지의 경우, 휴식 기능에 초점을 맞출지 업무 기능에 초점을 맞출지 많이 고민했어요. 설문 결과에 의하면, 멤버가 원하는 건 휴식 공간이지만 실제로 라운지에서는 캐주얼한 업무 미팅이나 식사를 많이 하는 편이었죠. 기존에 있던 소파와 티 테이블은 휴식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미팅이나 식사 하는 멤버들을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었죠. 고민 끝에 워크라운지로 공간의 성격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의 존재 목적이 체인지메이커의 ‘일’을 지원하는 공간이기에, 휴식 공간은 소규모로 프라이빗하게 마련하고 라운지는 보다 업무에 초점을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는데요. 꽤 도전적인 결심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변경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크라운지로 결정하고 큰 테이블 배치 후 사용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공간을 리뉴얼 할 때는 무조건 고객에게 물어보기만 해서는 안되고, 운영자가 공간의 존재 목적을 잊지 않고, 고객의 공간 이용 모습을 살펴봐야 해요. 그래야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워크라운지로 리뉴얼된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라운지

환경 
헤이그운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녹아있어요. 센서형 조명이라든가, 8종의 분리배출함 등이죠. 이번 리뉴얼 과정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기존 가구는 나눔을 통해 처분하고, 새로운 가구는 환경에 이로운 제품을 찾았어요. 어떤 가구가 가장 환경에 이로울지 자문도 구하고, 내구성에도 주목했습니다. 공용 가구가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려면 결국 튼튼하게 오래 쓸 수 있는 게 최고니까요. A/S도 정말 중요하고요.

다양성 
공간을 구성할 때는 다양한 이용자들이 편히 일할 수 있도록 키즈 프렌들리(kids friendly)나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측면도 열심히 고민해요. 헤이그라운드에는 모두의 화장실(서울숲점), 장애인 화장실(성수시작점) 등 다양성을 고려한 공간들이 이미 구성되어 있는데요. 다양성을 고려한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공간 이용에 있어 다양한 구성원들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헤이그라운드 사무실에 아이와 함께 출근하시는 분들이 계신대요,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기에는 신발을 벗고,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더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6층 라운지의 목재 계단을 확장해 마루를 만들었어요.

휴게실도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으로 바꾸면서도, 성별 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방음문을 설치했고요.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와 건물 내 모든 공간을 살펴봤어요. 이 과정에서 여닫이문과 라커, 정수기 등 공용 기기 접근성에 특히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보안을 위해 도어크로저를 설치한 여닫이 목문은 휠체어를 이용한 상태로 열기에 매우 불편하더라고요. 6, 7층 사무공간으로 진입하는 문 4개를 자동문으로 교체했습니다. 라커, 정수기 테이블, OA실 작업대 등의 가구는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있도록 하단부에 공간을 확보했어요.

(좌)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라커 / (우) 여성 전용 휴게공간 ‘레이디스 룸’

헤이그라운드
공간마다 컨셉과 특징이 있는데,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은 공간을 이용하는 개개인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모노톤의 색감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선호해요. 리뉴얼을 계획하면서 보자마자 ‘우아’하고 감탄이 나오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기존 공간적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주는 게 더 올바르다고 생각했어요. 리뉴얼에서 비용과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한 건 100칸이 넘는 라커 제작이었는데요, 기존 라커 사이즈를 조정해 개수를 훨씬 더 확대하고 라커키도 다양한 사람들의 사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라커를 처음 보고 ‘우아’하고 감탄하진 않을 거예요. 기존과 같은 다크그레이 마감재로 심플하게 디자인해 스쳐지나가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한순간에 관심을 끌지 못하더라도 찬찬히 사용해보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필요한 공간도 달라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체성 
‘커뮤니티 오피스’로서 헤이그라운드의 정체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죠. 보통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하면 탁 트인 공간만 생각하기 쉬운데, 개방적인 공간도 독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진가를 발휘해요. 공간이 서로 시너지를 내야 각자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연출도 필요합니다.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은 두 개 층씩 보이드(void)가 있어요. 라운지로 두 개 층을 연결한 이 공간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덕분에 다른 회사지만 서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요. 공용 공간인 캔틴에 설거지하러 갔다가 “먼저 쓰세요” 한마디라도 더 주고받게 돼요.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얼굴을 마주치고 일상적인 말을 건네는 것부터 커뮤니티가 시작되는 거죠. 

이번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리뉴얼은 퍼시스와 함께했는데요, (링크) 협업을 진행하면서 퍼시스 편집부에서 펴낸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50m 이상 떨어진 직원들이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정수기의 위치를 바꾸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죠.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의 보이드처럼 의도된 장치를 마련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거죠. 그 의도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면 그게 좋은 커뮤니티 오피스를 만드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도 헤이그라운드는 ‘커뮤니티 오피스’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의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6,7층 연결된 라운지

일하는 방식의 변화, 그 속에서 헤이그라운드는 
코로나 이후, 헤이그라운드 입주사들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면서, 구성원 수보다 적은 인원 규모의 사무실을 계약하는 곳도 늘었어요. 그런데 전에 비해 커뮤니티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졌죠. 뜻하지 않았던 단절로 인해 오히려 커뮤니티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 같더라고요. 오프라인 행사 관련 문의가 늘었고, 중대형 회의실 같은 집합 공간 대한 수요가 훨씬 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은 계속 변화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공간과 가구는 계속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이번에 대형 회의실 가구를 바꾸고 자율좌석제로 구성을 리뉴얼했는데, 다음에는 또 다른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죠.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고 다양성을 염두에 두는 등, 많은 고민을 거쳐 리뉴얼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 철학을 늘 의식하고 있어요. 당장 완벽할 수 없더라도 헤이그라운드는 생각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공간의 존재 목적을 잊지 않고, 사회·환경적 영향력을 고려하며 헤이그라운드다운 변화를 앞으로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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