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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리서치

루트임팩트가 말하는 ‘임팩트 프레임워크’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2년 10월 20일
루트임팩트 최근형 임팩트 애널리스트

루트임팩트는 선한 의지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적, 사회적, 재무적 자본을 연결하는데요, 이들이 잠재력을 최대로 실현하려면 자본을 얻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임팩트 관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임팩트 관리’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의도한 사회 환경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임팩트 지향 조직의 성과 관리입니다.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작업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기에, 우리는 보다 쉽게 임팩트를 조직의 핵심적인 성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론,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마련했습니다. 

아래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는 ‘정의’ – ‘지표 설정 및 측정’ – ‘평가 및 개선’ – ‘소통’ 네 개의 단계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이 글이 조직의 임팩트 관리 체계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임팩트 정의
‘임팩트’를 조직의 핵심 성과로 관리하려면 먼저 조직이 의도하는 임팩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만들고자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미션, 비전과 같은 조직의 ‘정체성’부터 이해당사자(임팩트 지향 조직의 활동의 결과로 사회 환경 문제로부터 경험하던 부정적인 영향이 해소되는 집단 또는 환경)가 경험하길 기대하는 ‘변화 여정’,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까지, 정의 단계는 임팩트 관리의 기반이 되는 내용을 합의하고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방법론은 ‘변화이론’ 입니다.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투입한 자원과 그 결과에만 집중하는 블랙박스 방식이 아니라, 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관점)

임팩트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 리더 혼자만의, 또는 조직만의 상상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정의한 사회 환경적 성과는 이해당사자의 삶에 실제로 중요한 변화여야 하고, 그 변화를 만드는 방법도 실현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용 취약 계층의 빈곤을 해결하려는 조직이 이들의 취업을 핵심적인 성과로 정의한다면, 취업을 하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 일자리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또, 자체적인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채택한다면, 효과 있는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를 하기 위한 대표적인 접근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요, 하나는 정의 작업에 아예 인터뷰나 워크숍 등의 방식으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작은 규모의 ‘임팩트 실험’을 통해 조직의 가설을 하나씩 검증해 나가는 것입니다. 전자는 이미 운영하며 결과를 내고 있는 프로그램을 ‘임팩트의 관점’에서 검증하고 정리할 때, 후자는 사업의 초기 단계, 또는 사업을 재정립하는 시기에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지표 설정 및 측정
지표는 성과를 측정할 수 있게 하고, 측정은 관리를 수월하게 합니다. 지표는 정의 단계에서 수립한 변화 이론 상 의도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를 식별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요, 이들의 상태를 정량적 또는 정성적으로 나타내는 도구가 곧 지표입니다. 임팩트 프레임워크에서는 변화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 지표’와 여기에 이르는 과정이 잘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 지표’로 나누어 설정하기도 합니다. 

측정 대상이 되는 현상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지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 조직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허영 지표(vanity metric)’를 설정한 뒤 만족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설명한 고용 취약계층의 빈곤을 해결하려는 조직의 경우 사회적,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해당사자의 상황을 고려해 좁은 지역 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취업 지원’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취업자 수’를 핵심 지표로 설정하면 프로그램 참가자 수 확대에 집중하느라 세밀한 타겟팅이나 맞춤 지원을 놓치는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기존에 조직이 관리하고 있던 지표를 ‘임팩트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측정 대상으로 식별한 핵심 요소들과 연결해보면, 기존 지표가 임팩트를 만드는 과정의 어느 지점을 측정하려는 것인지 더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UN SDGs, 더 넓혀 IRIS Catalog of Metrics의 표준화된 지표들 중 사업의 성과를 잘 드러내는 지표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마땅한 것이 없다면, 꼭 맞는 지표를 새로 고안해내야겠죠. ‘그럴듯해 보이는’ 표준화된 지표에 조직의 성과를 끼워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단, 비슷한 임팩트를 추구하는 다른 수많은 단체들과 달리, 우리 조직은 무엇이 다르기에 고유한 지표가 필요한지에 대해 합리적인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가 및 개선
측정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그 자체로 중요한 값이지만,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가 되려면 그 결괏값을 해석하고, 목표한 바와 비교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요. 예를 들어, 취업에 성공한 자활 프로그램 참가자의 시급이 평균 10,500원이라 할 때, 임계점(이해당사자가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최저임금(2023년 9,620원)으로 설정했다면 긍정적인 성과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서울형 생활임금(2023년 11,157원)이었다면 아니겠죠. 조직이 설정한 목표가 임계점을 넘어 13,000원이었다면, 목표 대비 미달 폭이 더 크고요. 또는, 임금의 수준뿐만 아니라 고용이 지속되는 기간 역시 중요한 목표라면, 두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지속 기간’ 지표는 초과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면, 다음 해에는 임금 수준을 높이는 데에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거나 다른 전략을 시도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몰입하고 실행의 결과를 바탕으로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으려면, 조직의 목표가 팀의 목표로, 팀의 목표가 구성원의 목표로 정렬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아래에서 설명할 구성원에게 맞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일테지만, 기존의 성과 관리 체계에 임팩트 관리를 융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사업 목표를 담은 성과 관리와 임팩트를 강조한 성과 관리가 이원화되어 운영될 경우, 구성원의 몰입을 방해할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부담으로 여겨 동참하지 않을 위험이 있으니까요. 임팩트 관리의 모든 과정이 마찬가지이지만, 평가 및 개선 단계는 특히나 모든 구성원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소통
임팩트 지향 조직을 임팩트를 의도적으로, 그리고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 단체라 정의했죠.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이 주도자의 역할을 하지만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 환경 문제를 홀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가깝게는 조직의 구성원부터 이해당사자, 협력 파트너, 투자자 및 기부자, 언론, 관계 부처, 그리고 대중까지. 임팩트 지향 조직은 때로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때로는 이들을 설득하며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 왜, 어떻게,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그 청사진을, 그리고 그 결과 얻어낸 성과와 그 다음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정의, 지표 설정 및 측정, 평가 및 개선 모두가 소통할 소재인 것이죠.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에서 항상 기억해야 할 점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리포트’는 없다는 것입니다. 리포트를 읽는 독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조직이 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소통하는 내용과 형식이 바뀐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구성원에게는 프로그램 운영 지원이나 참가자 민원 대응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것이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겠지만, 투자자에게는 유용하지 않은 정보일 거예요. 반대로 투자자에게는 IMP의 15개 데이터 카테고리 하나 하나에 맞추어 정리한 데이터가 유용하겠지만, 구성원에게는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마치며
여전히 임팩트는 모호하고, 그래서 측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여기에 어느 정도 동의가 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막연한 부담감에 측정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조직을 마주치면 아쉽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ESG가 대두되며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비재무적 영역의 영향을 측정하고 관리하려는 시도가 주류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팩트’에도 공시를 목적으로 하는 표준화된 측정 기준이나 환경 분야의 ‘탄소 배출량’과 같이 중요성과 시급성 모두 자명하게 높은 공동의 목표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측정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려는 접근 방식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임팩트 지향 조직이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주류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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