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임팩트 생태계 칼럼

“뉴 키즈 온더 블록 New Kids On The Block”, 커뮤니티의 신출내기

뉴욕에 헤이그라운드를 짓습니다

2023년 06월 21일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대표

* 루트임팩트의 자매사이자 미국 뉴욕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Communitas America) 대표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들어가며 
이번 임팩트 칼럼은 ‘경제적 이동(Economic Mobility)’을 다룹니다. 이번 글은 라즈 체티(Raj Chetty) 교수의 경제적 이동성(Economic Mobility) 연구와 함께, 현대미술작가 김성환 작가의 2014년 출간 작품 <Talk or Sing>을 통해 알게 된 인류학자 빅터 터너의 책 <문지방성과 커뮤니타스(Liminality and Communitas), 1969>를 인용합니다. 

물론 ‘커뮤니타스’라는 조직명을 본 것도 반가웠지만, 터너가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제시한 커뮤니타스의 의미가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는 점과 통한다는 점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말하자면, 문지방성에 대한 것인데, 그야말로 문지방, 문을 열고 넘어갈 때 거치게 되는 경계지역입니다. 커뮤니타스는 스스로 ‘신참자(new kid on the block)’이며 우리 프로그램은 ‘만물상’(hodgepodge)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커뮤니타스는 창업생태계에서 먼지처럼 미미한 신참자new kid이지만, 커뮤니타스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은 hodgepodge 즉 다양한 정체성을 담아내는 문지방의 역할을 한다는 거죠. 이번 칼럼에서는 브롱스, 할렘의 경제적 상황과 이를 개선하는 솔루션으로써 지역의 창업가를 지원하는 뉴욕 및 미국 내 유사 프로그램 및 연구를 소개합니다.  

“뉴 키즈 온더 블록 New Kids On The Block”, 커뮤니티의 신출내기

“커뮤니타스” 의 의미를 되새긴다.
김성환 작가의 출판 작품 [Talk or Sing, 말 아님 노래, 2014] 한국어판 31쪽에는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다. 캐서린 우드(테이트 모던 뮤지엄의 큐레이터)가 빅터 터너의 책 <문지방성과 커뮤니타스(Liminality and Communitas), 1969>의 일부를 인용하여 적은 부분이다.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가 잠비아의 은뎀부(Ndembu) 족이 행하는 통과의례에 관해 분석한 “문지방성과 커뮤니타스(Liminality and Communitas)”에서 우리는 개인들이, 특히 지도자가 될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 어떻게 시험을 치르고, 따라서 마치 그들이 ‘진흙이나 먼지’가 된 듯 겸허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알게 된다. 입문자는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존재’의 제로 상태를 통과하게 된다. 터너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문지방성 안에서 신참자는 빈 석판(blank slate)인 백지상태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 위에 그의 새로운 지위에 걸맞게 집단의 지식과 지혜를 새겨 넣는다. 이들은 지극히 생리적인 성격의 시련과 굴욕을 감수해야 한다. 이 절차는 부분적으로는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위를 파괴하고, 부분적으로는 이들이 새로운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게 준비하고 새로 주어질 특권을 악용하지 않도록 그들의 본성을 누그러트리게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신참자들은 원래부터 자신들이 사회에 의해 형태가 부여되는 진흙이나 먼지, 단순한 물질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사회를 보는 관점은 보다 역동적이고 변증법적인 과정이며, 결코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변수에 따라 문화는 구조와 반구조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을 전제로 진화하는 것이다. 

‘커뮤니타스’라는 이름은 2018년 정경선 창업자가 지었다. 터너의 책을 당시 염두에 두었는지는 잘 모른다. 나의 경우, 지난 1분기 파트너 레터를 적으며, 헤이그라운드 뉴욕은 문화와 경제가 만나는 곳이라는 다소 무모한(?) 비전을 내세웠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김성환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복잡한 정체성을 가진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커뮤니타스”가 제대로 이름값을 하려면, 빈부격차가 심한 경제와 이민자 중심의 다양한 뿌리를 가진 이질적 문화 간, 구조와 반구조를 드나들며 “문지방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략을 굳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 경우 갈등이 불가피할 테니 시간이나 비용이 더 들겠지만, 문턱이 낮아지고 또 넓어지면 연결과 기회가 유입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질 테고, 그렇게 터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저소득 지역 창업가의 꽃길과 흙길 : 당신에겐 소셜 캐피탈이 있습니까 
흔히들, 창업가의 길은 선형(linear)을 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선으로 뻗지 않은 길이더라도 이곳을 먼저 개척한 가족, 동료, 친구가 있는 창업가의 경우 그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라즈 체티(Raj Chetty) 교수는 이를 소셜 캐피탈로 보고 아래와 같은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라즈 체티 교수는 상승 이동(Upward Mobility) 및 경제적 이동(Economic Mobility) 연구를 ‘기회 인사이트(Opportunity Insights)’라는 웹사이트에서 소개한다.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빈곤층이라도 경제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상위 경제 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의 연관관계를 입증한 연구다. 

이는 빈부의 격차가 큰 뉴욕에서 경제 개발 프로그램을 하는 우리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승 이동으로 시작한 연구가 지금은 경제 계층, 소득의 경제적 이동, 소셜캐피탈 등으로 확대되었다. 

소셜캐피탈은 쉽게 말하면 친구 혹은 지인인데, 본 연구의 데이터를 가시화한 소셜캐피탈 아틀라스에 들어가면 카운티, 우편번호, 고등학교, 대학교를 대리(proxy) 지표로 삼아, 경제적 유대감(Economic Connectedness), 응집성(Cohesiveness), 자원봉사(Civic Engagement)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헤이그라운드 뉴욕이 위치한 곳(우편번호 10027)과 커뮤니타스 벤처스 참가자의 60% 가량이 거주하는 사우스브롱스(우편번호 10455) 그리고 맨해튼의 고소득 지역 중 하나인 웨스트빌리지(우편번호 10014)를 비교해 보자. 

경제적 유대감(Economic Connectedness) 중간이하 소득을 가진 저소득층이 중간이상 소득을 가진 고소득층과 친구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친구가 된 것 자체가 창업가에게 더 많은 리소스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가 되면 직업 소개 및 정보 공유의 기회가 많아지므로, 소득의 상승 가능성을 돕는다. 

본 경제적 유대감은 헤이그라운드 소재지는 39.2%, 커뮤니타스 알럼나이 주거지는 31.8%, 웨스트빌리지는 55.3%이다. 이 세 군데의 우편번호로 소셜캐피탈을 분석해 보면, 경제적 유대감(Economic Connectedness)이 낮은 곳은 소득의 상승 이동도 낮아짐을 알 수 있다. 모두 웨스트빌리지가 가장 높고, 브롱스가 가장 낮다. 본 논문 <Social capital I: measurement and associations with economic mobility> 114쪽, 117쪽 표에서 보듯, 소득의 경제적 이동은 인종, 나이, 교육, 가정환경 등보다 소득계층 간 연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경제적 유대감과 상관관계가 더 높다. 달리 해석하면, 소득을 근거로 한 끼리끼리 문화가 경제적 이동을 저해한다는 뜻이다. 

표1. 사우스브롱스(10455)와 웨스트빌리지(10014)의 경제적 유대감: 경제적 유대감, 즉 고소득, 저소득 계층 간 연결이 55%가 넘는 웨스트빌리지는 소득의 상승 이동 가능성이 미국 전체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붉은색으로 갈수록 경제적 유대감이 낮고, 푸른색으로 갈수록 경제적 유대감이 높음)

표2. 헤이그라운드 소재지(10027)의 경제적 유대감: 브롱스와 웨스트빌리지의 중간이나 여전히 경제적 유대감 즉 계층 간 연결이 낮은 편이다. 

체티 교수팀은 미네아폴리스와 인디애나폴리스의 경제적 유대감을 각 49%, 32%로 측정하고, 저소득층에서 자란 어린이가 35세가 되었을 때 소득이 각 35,000불과 25,000불로 약 10,000불가량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경제적 유대감을 상세히 보면, 고소득층에 노출이 높고, 아래 표3과 같은 끼리끼리 친구가 되는 ‘친구 선택 편향(Friending Bias)’이 낮은 곳이 경제적 유대감이 높아 소득상승이동이 높다. 

경제적 유대감과 고소득층 노출은 높지만 소득에 따라 끼리끼리 친구 되는 경향이 강한 할렘 
브롱스보다 경제적 유대감이 높은 할렘에 헤이그라운드가 위치한 것은 저소득층의 창업가가 경제적 상승이동을 하기에 ‘일단’ 좋은 선택이었다. 할렘에 컬럼비아, CUNY 등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Civic Engagement 즉 자원봉사자의 비율은 7.8%로 5.7%인 고소득 지역 웨스트빌리지보다 오히려 높으므로, 이 역시 비영리 조직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경제적 유대감의 구체적 지표를 살펴 보면, 웨스트빌리지는 친구 선택 편향은 낮고, 고소득층 노출은 높은 반면, 사우스브롱스는 친구 선택 편향은 높고(백분위 기준으로 전미 7위) 고소득층 노출은 매우 낮다. 할렘은 고소득층 노출은 높지만 친구 선택 편향이 백분위 기준 전미 2위로 사우스브롱스보다 더 높다

사우스브롱스와 할렘 모두 친구 선택 편향을 완화하여 소득 이동 상승을 위한 정책적 개입(일자리 교육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시사점이 있다. 할렘처럼 고소득 노출과 친구 선택 편향 모두가 높은 것은 뉴욕이 속해있는 미국 북동부 지역 특성이다. 짐작컨대 인구 밀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므로 같은 동네(우편번호), 출신 고등학교, 대학교를 통해 고소득층에 노출은 높은 편이지만, 민족 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라 쉽게 친구가 되지는 않는 것이 아닐까 가정해 볼 수 있다. 커뮤니타스의 용어로 아직 지역 내 그리고 지역 간 다양성을 대변하는 커뮤니티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완벽해 보이지 않은 이 연구에 왜 내가 이렇게 매력을 느끼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개인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 개념을 얘기할 때, 서울의 개발 역사가 어쩌면 좋은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태어나, 1977년에 반포로 이사했다. 국민학교 때 반친구들이 다 보는데, 선생님들은 아빠 직업이나 방이 몇 개인지 물으며 하나, 둘, 셋 하며 순서대로 손을 들게 했다. 또 우리 반엔 한신 아파트, 주공 아파트 그리고 개구멍 같은 터널을 지나면 있는 둥근 마을 아이들이 한 반에 있었다. 라즈 체티 교수에 의하면 한신아파트는 고소득층, 주공아파트는 중간, 둥근 마을은 저소득층에 가까운 지역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일주일에 한 번 짝을 바꾸었는데, 내 짝이 둥근 마을에 살았고, 우리는 점심 도시락을 같이 먹었다. 그날 집에 가는데, 반 친구들이 나를 몰아세우며 어떻게 그 동네 아이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냐며 심한 말로 나를 다그쳤다. 이후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나 역시 고분고분한 성격이 아니기에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을 게다. 아마 선생님한테 일러바쳤을 듯한데, 방 개수가 몇 개인지 다 같이 손 들게 하는 선생님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었을까 싶긴 하다. 

그저 짝이랑 밥을 같이 먹었을 뿐인데 놀림을 받은 까닭은 압축 성장의 상징인 한국,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서 겨우 6,70명에 불과한 한 학급에서조차 소득 격차가 여실히 존재했기 때문이리라.. 

(시공간을 뛰어넘고, 부동산 소득 등 다른 조건을 제한하여) 반포를  경제적 유대감(Economic Connectedness)에 적용해 보면, 나의 둥근 마을 친구는 고소득층에 노출이 많았지만, 친구 선택 편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득상승 기회가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표3. 고소득층에 노출되는 환경에 있더라도 계층을 넘어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높은 노출 exposure, 높은 친구 선택 편향 friending bias)

Source: Raj Chetty on Social Capital and Economic Mobility 
(2022년 9월 강의, Princeton Bendheim Center for Finance)

경제적 이동(Economic Mobility)라는 이름을 내건 뉴욕 창업 생태계의 프로그램
커뮤니타스는 프로그램을 거쳐간 얼럼나이 창업가들에게 적극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나 펀딩 기회는 주로 닿을 수 있는 기회이다. 

  • 펀드레이징 편에서 설명한, 뉴욕시 경제개발국(NYC EDC)에서 운영하는 시티 펠로우십(City Fellowship)이나 창립자 펠로우십(Founder Fellowship), 
  • 뉴욕주 퓨즈허브(FuzeHub)의 프로그램
  • 에드윈 굴드 재단에서 운영하는 EGF 액셀러레이터(EGF Accelerator)
  • 모건 스탠리의 포용적 벤처랩(Inclusive Venture Labs)
  • 로빈후드재단에서 운영하는 블루 릿지 랩(Blue Ridge Labs)
  • 브루클린의 부동산 개발사 재단에서 운영하는 데이비드 프라이즈(David Prize)
  • ideas42의 18개월 기간의 공동 번영을 위한 벤처(Ventures for Shared Prosperity
  • 파트너십 펀드 포 뉴욕 시티(Partnership Fund for New York City) 

아직 파트너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 전략적으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프로그램들 중 최근에 눈에 띄는 키워드는 바로 경제적 이동(Economic Mobility)이다. 

뉴프로핏(New Profit)은 6월 중에 두 번째 기수 모집 공고가 뜰 예정이고, 샘비드 벤처스 가족재단(Samvid Ventures)은 테크스타스(Techstars)를 통해 첫발을 내디뎠다. 필자는 체티 교수의 본 연구를 봐 오기도 했고, 해당 키워드는 바로 우리 프로그램을 거쳐 간 창업가들의 니즈이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이 창업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줄지 무척 궁금했다. 또한 다른 프로그램 대비 무엇이 다를지도 궁금했다.

뉴프로핏은 아직 정식 공고가 나지 않아서 10만 불을 16개 기관에 준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의도를 모른다. 하지만, 샘비드 벤처스는 두 번 미팅을 하고, 웨비나에 참석했다. 기술, 교육, 금융소외, 경제회복 등을 키워드로 기업을 모집하고 있으며, 커뮤니타스로서는 우리 프로그램과 근접하므로, 적극적 파트너십을 가져가야 할 조직이다.    

웨비나에는 씨티의 임팩트 펀드를 포함한 서너 명의 패널이 들어왔다. 씨티의 임팩트 펀드는, 현재 약 5억불 규모이다. 2020년에 시작하여, 약 40개 회사에 투자했다. 금융소외, 기후변화, 사회구조, 일의 미래 등에 투자한다. 물론, 씨티는 초기라고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 얼럼나이와 같은 초초기 창업자는 아직 투자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초초기 단계의 창업자와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매우 존경스러웠다. 임팩트 펀드의 담당자는 초초기 창업자는 성장을 위해서 맷집을 키우고 또 관계를 쌓고 또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패널은 저소득 지역 창업자의 행동 변화를 요구했다. 어떤 이슈에 대응하기보다, 근본 원인을 우선 분석하라고 한다. 또 다른 패널은 피터 심즈(Peter Sims)의 리틀 벳Little Bets를 읽어볼 것을 추천하면서, 모두가 J커브를 그리며 갑자기 급성장하는 벤처는 아니고, 불확실성을 즐기며 작은 시도를 해보고 다시 정비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달라지는 실험적 혁신가(Experimental Innovator)의 가치를 얘기했다.     

Big Bet vs Little Bets
커뮤니타스 벤처스(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창업가 육성 프로그램)가 이제 11기를 모집하기 시작하면서 필자 스스로 벤처, 스타트업, 기업가(entrepreneur)에 대한 관점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매우 유동적이다.. 어떤 날은 175명의 얼럼나이 모두가 큰 투자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어떤 날은 175명 얼럼나이 모두가 커뮤니티에 뿌리를 내리며 천천히 조금씩 같이 성장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것은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균형 있게 잘 성장하여, 커뮤니티의 문제를 잘 푸는 창업가가 큰 투자를 받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필자의 관점이 크게 바뀐 계기는 ‘하이드로노미’ Hydronomy와 ‘리본팜즈’ReBORN Farms와 가깝게 일하면서이다. 하이드로노미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여름에 진행한 5기의 우승벤처이다. 공기 중 수분을 잡아내 깨끗한 식수로 바꾸는 기술을 특허출원 중에 있다. 2020년 여름 프로그램, 해당 기술의 시장진출전략을 구체화했으며, 우승상금 10,000불을 사용하여 특허를 출원했고,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YCEDC)의 창립자 펠로우십(Founder Fellowship) 및 기타 펠로십과 투자기회를 구체화했다. 동시에 텍사스 등 몇몇 주 내의 지방정부와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실 그 어떤 파트너에게도 가장 자신 있게 소개하는 조직 중 하나가 바로 하이드로노미이다. 이들이 간과하지 않는 일의 하나는 로컬 커뮤니티의 일자리 개발 프로그램(workforce development)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뉴욕 시정부와 파트너십으로 ‘블록파워(BlocPower)’가 진행하는 해당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올해 하이드로노미가 헤이그라운드에서 시작했다. 하이드로노미는 이전에도 그랬듯 일자리 소외 계층을 위해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을 오는 여름 다시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향후 파트타임 직원 채용 계획도 있다.

사진 1. 뉴욕시장 팀이 함께 한 하이드로노미와 블록파워의 일자리 개발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졸업식이 5월 말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다

리본팜즈ReBORN Farms는 브롱스의 ‘먹거리 정의’ food justice를 해결하고자 만든 루프탑 농장이다. 창립자인 헨리는 커뮤니타스 1,2기부터 성장을 지켜봐 준 커뮤니티의 동료이다. 최근에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큰 피치를 잘 마치고 돌아와 헤이그라운드의 멤버로 함께 지내며,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고, 끊임없이 뉴욕의 식음료업계의 다양한 투자자, 학교 및 시정부의 관련 프로그램과 논의한다. 브롱스에 위치한 뉴욕 보태니컬 가든(New York Botanical Garden)의 아프리카 가든 프로젝트에 재능기부를 하거나, 킹스브리지 아모리 재건 등 다양한 브롱스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에 참여한다. 

사진 2. 헤이그라운드의 멤버인 리본팜즈ReBORN FARMS의 창업자 헨리 오비스포가 함께한 브롱스 소재 뉴욕 보태니컬 가든에 새로 조성된 아프리칸 아메리칸 정원.

당장 커뮤니티의 노동력을 키우고 정원을 가꾸는 일이, 설령 기존의 투자자가 보기에는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에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가의 미션은 10년 후 더 큰 리턴을 가져올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내린 단단한 뿌리가 사업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간을 더 투자하며 노동시장으로 복귀시킨 인력이 사회의 건강한 노동력이 되어 돌아올 것이며, 가족/친구 혹은 고객이 되어서 사업을 지지해 줄 것이다. 더 많은 투자를 받고, 팀을 늘리고 영업기회를 물어오는 방식과 사뭇 달라 보인다. 그래서 아주 많이 배우고 또 재미가 있다. 

나는 커뮤니티 베이스의 얼럼나이는 우리의 스승이며, 투자자 중심의 얼럼나이는 우리의 숙제라고 팀과 이야기한다. 우리처럼 만물상을 다루는 조직은 오히려 더욱 정교한 비즈니스 통찰력(business acumen)이 필요하다. 커뮤니타스가 이름값을 하려면, 만물상과 비즈니스가 균형을 잡아 생태계에 조금 모호하지만 그래서 건강한 ‘문지방(liminality)’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쪽에 남을지, 저쪽으로 건너갈지는 순전히 기업가의 몫이지만, 문지방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조직은 이쪽과 저쪽의 질서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을 더욱 끌어들여 고소득층에 노출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서 어울리는 상황을 통해 친구 선택 편향을 낮추어 경제적 유대감이 올라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여러 유사 조직이 내세우기 시작한 경제적 이동의 핵심이라고 연구를 통해, 그리고 커뮤니타스의 여러 사례를 통해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이 만물상이 결국은 보물함이었다는 미운오리새끼 같은 이야기를 한 번 기다려본다.  

그래서 7월에는, 바로 그 미운 오리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 자신이 이룬 성공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 특히 저소득층 혹은 소외/낙후 지역 창업가, 특히 여성에게 더욱 많이 보이는 현상을 창업생태계 차원에서 다루어보려 한다. 앞서 언급한 ideas42의 행동 과학을 도입하여 복잡한 사회 문제를 들여다 보고, 개인/사회 차원에서 해로운 내러티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유도한다. 가면 증후군 타개에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리틀벳(little bets)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등을 함께 이야기해 보자. 

*커뮤니타스 아메리카(Communitas America)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루트임팩트 자매사로서 2018년 미국에서 출발했다. 미국 뉴욕의 낙후된 지역에서 여성 및 BIPOC(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r: 주로 백인 인종을 제외한 유색 인종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로 구성된 포용적이고 공정한 지역 경제를 조성하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3월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오픈했으며 커뮤니타스 아메리카의 활동소식은 웹사이트 및  블로그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필자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대표 (Communitas America Executive Director)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