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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난민은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죠.”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2023년 07월 27일
소셜임팩트뉴스 정재훈 기자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④

[인터뷰]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이사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지나치게 단편적
분쟁지역 가보면 강한 생명력과 유쾌한 주민들의 모습 확인할 수 있어
다시 일어서는 건 결국 그들의 몫..아디는 그저 그들의 자립을 지원할 뿐

[대문사진] 2018년 3월, 팔레스타인에서 이동화 이사/제공=이동화 이사

“제가 직접 만난 분쟁지역의 피해자들은
강인한 생명력과 유쾌함을 지녔고 끈끈한 연대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있었어요.”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분쟁지역 피해자들의 인권활동을 지원해온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이사는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미지가 정형화 된 탓이 커요. 매체를 통해 불쌍하거나 동점심을 자극하는 그런 방식들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동화 이사는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현장에서 빈곤을 유독 부각하는 것은 난민들과 시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내가 당장 이 사람을 도와줘야겠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난민과 시민 사이에 대등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난민과 관련해 여러 왜곡을 낳게 되니, 솔직히 많이 안타까워요.”

사단법인 아디가 분쟁지역의 참상을 ‘제대로 기록’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아디는 ‘외부인’들이 분쟁지역에 머물며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분쟁 지역의 피해자’들이 ‘긴 호흡’으로 조사해 직접 문서화하도록 돕기로 했다. 

그렇게 ▲팔레스타인 ▲미얀마  ▲방글라데시 로힝야 ▲티베트의 인권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인권이 싹트는 지역은 인권이 보장된 곳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낮고 열악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권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개발하면서 전진하거든요.”

이동화 이사는 “무너진 지역을 복구하고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들”이라며 “아디는 그저 그들을 옆에서 응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시민과 분쟁지역 난민들 사이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무너뜨리고 있는 사단법인 아디와 이동화 이사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자신을 ‘셀림’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한 이동화 이사. 무슨 뜻이냐고 묻자 “아랍어로 건강한 청년을 의미한다”며 웃어보였다. 다음은 건강한 청년, 이동화 이사와의 일문일답.

Q. 일단 사단법인 아디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아디는 영어로는 ADI, ‘Asian Dignity Initiative’의 줄임말이다. 아시아 지역의 인권을 보호하고 분쟁으로 인한 피해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다. 

2016년 6월에 창립했으니 올해로 딱 만 7년이 지났다. 현재 천주교 예수회 소속 박상훈 신부님(대표이사)과 7명의 상근활동가, 10명의 인턴과 지원활동가(자원봉사자) 및 500여명의 정기후원자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아디는 현재 4개의 분쟁 지역 이슈를 깊숙히 들여다보고 있다. ▲로힝야 집단학살(방글라데시·미얀마)  ▲미얀마 군부독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국의 티베트 소수민족 탄압(인도·네팔) 등이다. 

아디의 핵심사업은 ‘기록’이다. 피해 현장에서 분쟁의 참상을 기록하는 일을 지원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많이 만날 수 밖에 없다. 로힝야 같은 경우에는 햇수로 5년째 기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마을과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100여명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런 보고서가 지금껏 20개 넘게 나왔으니, 어림잡아도 적지 않은 숫자다. 

이동화 이사가 2022년 발행된 로힝야 난민 아동 교육 보고서 “우리의 위기는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들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Q. 인권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아디는 왜 ‘기록’을 지원하기로 했는가. 
분쟁지역의 인권침해를 해결할 때, 첫 관문이 바로 진상규명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니까. 그래서 보통 많은 인권단체들이 사건이 벌어지면 현장으로 가서 조사를 한다. 기관의 전문가들을 파견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조사기간이 길지 않다. 단체 입장에서는 이 사건말고도 들여다 볼 일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아디는 이걸 뒤집어 보기로 했다. 피해 현장에 장기간 머물며 조사해서 사건의 진상을 분석해보기로 한 거다. 누가 제일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결국 분쟁지역의 피해자들이더라.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기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또 기록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으니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얼마 전에는 팔레스타인에서 ‘여성 독립 언론인’ 육성 사업을 시작했다. 현지 여성지원센터와 함께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직접 분쟁의 현실을 다루고 취재하며 당사자, 목격자를 넘어 기록하고 알리는 여성(예비)언론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양한 현실을 기록하고자 하는 현지 여성들을 교육하며 이들의 시선과 관점이 깃든 기록물을 제작할 예정이다.

Q. 피해자들의 관점으로 자신들의 상황을 알린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사실 언론이나 기관에서 현장 상황을 취재해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지 않나?
맞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분쟁상황과 피해자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분쟁지역 난민을 연상할 때, 굉장히 정형된 이미지, 즉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인식에 갇히도록 만든다. 

근데 현장을 가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현장이 다 절망에 빠져있고 침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쾌한 농담도 주고받는다. 공동체가 와해 됐을 것 같지만, 상당히 끈끈하게 결속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일제 강점기 시대를 생각해보자. 독립운동에 나선 분들은 주권국가로서의 독립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싶었지 단순히 동정 몇푼 받자고 온 세계에 조선의 상황을 알린 게 아니지 않나. 그들도 똑같다. 

Q. 제대로 기록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많은 관심은 당연히 감사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작은 관심이어도 현장에서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최대 난민촌인 발라타 난민캠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정말 벌떼처럼 확 몰려드는 것이었다. 갑자기 몰려드니까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그 때 옆에 있던 젊은 활동가들이 “네가 이해해라. 저 아이들이 살면서 만난 동양인은 네가 처음일 거다” 라고 얘기해주더라. 실제로 현장에 있는 주민들이 “한국이 우리한테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너무 감동한 채 자기 이야기를 막 쏟아내더라. 생각을 참 많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동화 이사가 팔레스타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Q. 셀림은 왜 아시아 분쟁 지역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처음부터 분쟁지역 인권에 관심을 두고 있진 않았다. 아디를 만들기 전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10년 정도 국제연대 담당으로 재직했다. 당시 나의 일은 “국내의 인권상황을 해외에 알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UN을 비롯한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하게 됐는데, 그 때 아시아 지역 인권단체들과 교류를 하게 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쟁 지역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전해 듣게 됐다. 

한국의 60~70년대, 정말 개발독재 정권 하에서 벌어졌던,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한 일들이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그리 멀지 않은 이웃국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너무 한국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우리 주장만 앞세운 게 아닌가 싶어 인권단체들과 함께 연대해서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고 그 때 인연으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Q.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도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이 역대 최대라고 한다. 현장에서 활동해온 활동가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 아닌가?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정부가 조금 더 영리하게 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예산이 사용되길 바란다. 보통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이슈가 있을 때 민간 모금이나 정부재원을 마련하는 건 잘하는데 그걸 장기적으로 쭉 사용하는 데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기금을 사용할 때 원칙을 세우고 한 5년 이상 길게 유지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여성인권이나 소수자 보호, 아동 교육 등 목적과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 “한국은 외교적으로 이런 것들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정부 예산을 통해 이렇게 사용하는구나”라는 걸 보여주자는 거다.

우리 생각보다 한국에 대한 세계 시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국가라는 호명은 분쟁지역의 많은 시민들에게 매우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있고 지속가능한 행동으로 화답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에필로그] 행사 많은 아디에게 비영리멤버십은 정말 딱!

이동화 이사가 비영리 멤버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Q 작년 여름에 브라이언임팩트x헤이그라운드 비영리멤버십(이하 비영리멤버십)에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공간이다. 아디가 행사가 많다. 작년 한해에만 5~6번 정도 행사를 했다. (선정은 여름이었지만) 입주가 11월이었으니 꽤 많이 한 거다. 근데 아시겠지만, 보통 행사 장소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가격, 규모, 시설, 교통 등을 다 맞추는 게 만만치 않다. 다행히 우리한테 (공간을 빌릴 수 있는) 헤이그라운드 크레딧이 있지 않나?(웃음). 큰 규모와 깨끗한 시설, 편리한 교통이 위치한 곳에서 행사를 열어 매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사무공간도 마찬가지. 여기 들어오기 전에 공유오피스를 알아보러 갔는데, 10배 정도 더 비쌌다. 

Q. 네트워킹은 어떤가?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말 “다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이 딱 맞다. 조직을 운영하려면 공간처럼 하드웨어도 필요하지만, 회계와 노무 등 소프트웨어도 잘 다뤄야 한다. 작은 조직들은 그걸 다 알아서 하기 어려운데, 비영리멤버십으로 이곳 조직들과 연결돼 있으니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전문가 컨설팅도 지원해 준다. 

Q. 지금 회원 수가 500여 명이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몇 명이었나?
처음에 100여 명이었다. 

Q. 그 100여 명은 어떻게 모았는가? 
아무래도 창립자들의 맨파워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우리도 시민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단체 운영을 목표로 했지만, 그것 역시 초기에는 일종의 시드머니가 필요하다. 그 마중물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건 대표자나 이사님들이 중심이 된 인적기반이 아닐까 싶다. 

Q. 후원회원을 모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이 부분은 우리도 정답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도 아직 작은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에서 나누고 있는 고민을 말씀드리자면, 결국 “어떻게 해야 시민들을 설득시켜서 우리 단체의 활동에 참여시킬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한다. 실력과 노력,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너무 뻔하지만 이건 무조건 챙겨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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