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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힐러’가 될 수 있습니다”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2023년 11월 23일
소셜임팩트뉴스 정재훈 기자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⑩

[인터뷰] 하효열 사단법인 공감인 대표
“충고·조언·평가·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공감하면 누구나 치유자 될 수 있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내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 있다면 자살하지 않을 거라 믿어”
“충고, 조언, 평가, 판단. 일명 ‘충조평판’만 안하면 돼요”


하효열 사단법인 공감인 대표는 “평범한 사람도, 심지어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치유자가 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 대표는 “생각보다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면서 “일단,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하면 된다. ‘충조평판 금지’가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저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자살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묻자, 하효열 대표는 “반드시 꼭 해야 하는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공감’”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 아닌가?”라고 되묻자, 하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능력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따라가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따라간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질문하는 거죠. 사실 우리는 그 사람의 상처를 한번에 이해할 수 없잖아요. 계속 질문하면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면 돼요. 저희는 그걸 ‘마음을 쫓는다’고 표현해요. 그러면 말을 하는 사람도 질문하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요. 공감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대문사진)하효열 사단법인 공감인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하효열 대표는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소소한 트라우마 정도는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능력이 있다”면서 “그래도 어렵다면, 사단법인 공감인을 찾아와달라.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소박한 치유릴레이를 보여 드릴 자신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시민들이 치유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

‘마음: 온 나편’ 프로그램 현장 사진/제공=사단법인 공감인

2013년 설립된 사단법인 공감인은 서울시의 ‘자살예방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사람들에게 주로 약물 치료 방식으로 진행됐던 예방사업을 넘어, ‘자살에 이르는 고리 자체를 끊자’며 대대적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던 시점이었다. 공감인은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프로그램을 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약 20여명의 시민들을 모아서 잘 차려진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참 신기한 게요, 밥을 먹으면 사람이 모드(Mode)가 바뀌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정성스럽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 ‘마치 집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여기서는 내가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얘기해도 되겠구나’ 싶으셨던거죠.”

낯선 사람들 20명이 모이면,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에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편할 때가 있어요. 가령, 부부 사이에 있던 일들을 아는 사람에게 말하면, 남편이나 부인한테 들어가는 속도가..제트기보다 빨라요(웃음). 제가 비행기 조종사 출신이거든요. 서울에서 뉴욕까지 16시간이에요. 서울에서 이야기하고 비행기 타는 순간, 내가 뉴욕에 도착하기도 전에 와이프는 이미 다 알고 있어요(웃음).”

대화를 나눈 후에는 대화 내용을 모두 잊어버리기로 한다. 활동보고서 형식으로 적는 것도 없다. 서로가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속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이제는 다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차례다. 언뜻 노동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하효열 대표는 고개를 흔든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치유하는 동안 듣는 나 스스로를 치유하는 역량이 동시에 성장해나가는 셈이다. 

지금까지 2만 명의 시민들이 치유 경험..치유는 계속된다

속마음산책/제공=사단법인 공감인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프로그램은 ‘마음:온 나 편’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프로그램 개수와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사연을 가진 화자와 이야기를 들어줄 공감자를 1:1로 매칭해 서울숲 일대를 걸으면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속마음 산책’과 오프라인 참여가 힘든 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마음:온라인 나 편’ 등도 만들어졌다. 

과도한 업무와 조직내・외 갈등으로 스트레스 및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그룹대화’ 방식의 마음건강프로그램(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그룹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심리적으로 지치기 쉬운 사회복지사들에게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제주 마음: 온라인 나 편’ 등도 열렸다. 

그렇게 공감인은 (2022년 기준)총 7757회의 치유프로그램이 열렸고, 2만 701명이 치유프로그램을 경험했으며 2764명의 치유활동가를 길러냈다. 

<공감인 참여자들의 말말말>

“생각보다 너무 편안한 분위기에서 감정공유도 하고 공감자님의 경험을 들으면서 생각 정리도 되고 대인관계, 심리적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 됐던 것 같습니다. 공감자님이 오히려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걱정되기도 했고 다음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치유가 되고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처음 뵙는 낯선 분이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마주 앉는게 아니라, 넓은 숲에서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감자의 이야기도 조금씩 들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자리 잡은 큰 바위가 작게 부서져 버린 듯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홀가분해졌습니다”

“다른 상담 프로그램을 몇 번 해보았는데 이번 상담이 가장 편안하고 나 자신이 이해됐던 시간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어진 여건은 녹록치 않다. 사업의 주요 후원자였던 서울시가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효열 대표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올해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인의 노하우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달려가 지원 하고, 공모사업 신청도 준비중이며, 시민들의 후원과 관심으로 사업 유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속 해야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구든지 약자가 될 수 있어요. 코로나19가 생길지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인간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위기에 빠진 약자를 배려할 수 있다는 능력이에요. 저는 그게 인간이 가진 가장 훌륭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공감인이 바로 그 훌륭한 무기를 계속 갈고 닦아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비영리멤버십 사업 이후 헤이그라운드에 늘어난 비영리조직들 보면 괜히 든든해요”

사단법인 공감인 로고/제공=사단법인 공감인

(루트임팩트×브라이언임팩트의 비영리멤버십에 선정된 것은 언제인가?)
장보임 공감인 사무국장: 작년 여름이었다. 

(비영리멤버십의 장점은 아무래도 사무실 비용 지원아닌가?)
그렇다. 우리의 경우에도 거의 70% 이상 사무실 비용 감면을 받았다. 매우 큰 도움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인 혜택 말고도 심리적으로 주는 안정감이 꽤 크다. 특히 우리한테는. 

(그게 무슨 말인가.)
우리는 성수시작점이 오픈했을 때부터 입주했다. 당시에는 비영리 조직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물론 다 같은 임팩트지향조직이라고 하지만, 비영리조직들 수가 적어서 어딘지 모르게 외로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비영리멤버십에 선정된 후, 인사차 다른 비영리조직들과 만난적이 있었다. 그 때, 한 20여개의 비영리 조직들을 만났다. 그 때 왠지 모르게 든든한 기분이 들더라(웃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로 시작해서 “이렇게 많이 사람들이 같이 하게 됐구나”하는 뿌듯함, 내지는 안도감이 들었다. 

(비영리조직들에게 루트임팩트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어떤 의미인가?)
루트임팩트로부터 ‘우리를 믿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중간지원조직들에게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려고 한다. 당연히 이해한다. 돈을 집행하는 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루트임팩트는 조금 다르다. 당장 어떤 결과를 내지 못해도, 또는 숫자로 증명하지 못해도 우리가 어떤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그것만 맞으면 그냥 믿고 간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맙고 든든하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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