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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리포트

플레이스메이커 포럼: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 후기 

크리에이티브X성수

2023년 12월 06일
Root Impact

지속가능한 도시의 공간을 위한 다양한 혁신과 시도를 모색하다

어떤 가치를 지닌 미래 도시를 꿈꾸는 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 스스로 던져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엿보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가능성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을 찾기 위한 플레이스메이커의 역할은

플레이스메이커들은 다양한 콘텐츠와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 기반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소셜 디벨로퍼, 조각 투자 등을 활용해 공급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창조적으로 도시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시 혁신 그룹들의 협력과 새로운 시도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도전 과제들을 플레이스메이커 포럼에서는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오프닝]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N가지 상상력

  •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
  • 정원오 성동구청장

정수현 반갑습니다. 모더레이터 앤스페이스 정수현입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많은 크리에이터가 도시에 몰려들었고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과 과제도 생겨났고, 더 나은 미래도 꿈꾸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두 연사의 발표를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 플레이스메이커 그리고 성수동에 관해 얘기해 볼 예정입니다. 프로그램 세션에서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다양한 아이템과 현실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이신 분들 모두가 플레이스메이커라고 생각하는데요. 도시·부동산 산업·서비스·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스메이커들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토론하면 좋겠고, 연사분들의 이야기, 소통을 통해서 여기 모인 분들이 새로운 상상력에 대가가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정원오입니다. 2014년 취임했을 때, 새로운 성수로 만들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과 ‘성수동이 이런 모습으로 가야겠다’라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이야기대로 이뤄져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더불어 해결해야 할 일도 많이 생겼는데, 이는 행정과 정책을 통해 보완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스메이커들과 행정력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잘 합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 방향의 합의가 중요한데, 오늘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1부: 오프닝 키노트] 플레이스메이커의 도시 성수,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과제는

  •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성수동이 10년 전에 비해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많은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 역시 마주하고 있습니다. 어떤 가치를 지닌 미래 도시를 꿈꾸는 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합니다.”

성수동 클러스터가 만들어지기까지
성수동이 서울의 다른 지역, 다른 도시의 지역들과 구별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가 소셜 벤처 그리고 사회·환경 문제를 풀기 위해서 노력하는 임팩트 메이커가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성수동을 ‘소셜 벤처의 허브’라고 소개했고요.

성수동 이야기 전에 루트임팩트 이야기를 좀 하자면, 루트임팩트는 사회 환경 문제를 풀어가는 조직에게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특히 창업가와 동료들에게 그들의 행보를 지지하고 협력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은 루트임팩트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만약 혼자 했다면 이렇게 빠르게 큰 변화를 만들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스퀘어 등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사람들과 뜻을 모아 각자 회사들이 지원하는 회사들, 작은 조직들을 하나, 둘 초대하면서 성수동에 좀 더 빠르게 임팩트 스타트업이 모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014년에는 성수동에 10개 남짓한 소셜 임팩트 스타트업, 비영리 조직들이 있었는데 성동구청 집계에 따르면 현재 500개가 넘는 업체가 성수동에서 국내외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런 클러스터가 만들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사례이고, 지금도 완성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집적된 클러스터가 산업 안에서 그리고 도시 안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과제, 젠트리피케이션과 기후 위기
성수동이 10년 전에 비해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많은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 역시 마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서울시 평균보다 낮았던 성동구의 임대료가 4년 사이 크게 뛰었고, 특히 성수동은 2배가 올랐어요. 국토연구원의 젠트리피케이션 지표로 보면 성동구는 주의와 경계를 오가고 있고, 성동구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조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 원주민들이 원치 않게 이주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원래 있던 문화의 정체성도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많은 도시에서 경험하는 불평등 이슈가 한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지역 커뮤니티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커뮤니티 응집력이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다음은 기후 변화 이야기예요. 도시를 사는 사람들은 도시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상 기후의 피해자이자, 간접적인 가해자이기도 한 거죠. 기후 위기는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주제에서 중요한 이슈이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도전하고 풀어내야 할 과제입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른 도시의 사례를 공유하려고 해요.

첫 번째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사례인데요. 코펜하겐은 중장기 도시 비전을 설정하며 ‘살기 좋은 도시’, ‘책임 있는 도시’ 구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인류를 위한 책임감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도시를 선언하고, 자원 낭비 최소화, 순환 경제 등을 도시 차원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기후 위기 대응 능력을 높여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부분까지 고민하며, 그 솔루션을 통해 다른 도시들에도 기여하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좀 더 급진적으로 도시 운영 모델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도넛 경제학 모델을 도시 정책으로 채택해 추진하는데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이상을 추구하되, 지구 환경에 미치는 생태적 임계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번영을 추구하자는 것이 기본 골자입니다.

세 번째는 ‘15분 도시’ 프랑스 파리입니다. 15분 도시는 최근 부산이 도시 모델 키워드로 삼겠다고 하면서 국내에 많이 알려졌는데요. 요약하자면 주거·의료시설·일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동 시간 자체가 상당히 짧아지는데요. 이는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남을 의미하고, 화석 에너지로 유지되는 모빌리티가 줄어들어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앞서 소개한 3개의 도시가 세웠던 비전과 목표 그리고 그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 어떤 가치를 지닌 미래 도시를 꿈꾸는 가에 대한 질문들을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합니다. 정부, 지자체 리더보다 시민들이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갈 도시,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1부: 플레이스메이커 인사이트] 플레이스메이커에게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소장

“창조계급이 모이는 플레이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들은 매우 독립적이면서도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공동체를 만나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무언가를 함께하길 원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크리에이티브 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독립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크리에이티브 플레이스
멋진 공간을 만들고, 장소성에 변화를 일으키는 플레이스메이커들과 함께 ‘더 나은 공간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를 살펴보고 싶어 오늘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플레이스메이커는 누구일까요?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조금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 교육자, 예술가, 연예인, 건축가 등 창조계급(Creative Class)도 플레이스메이커들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품 디자인부터 도시 재생까지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삶을 디자인하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니까요.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요. 그럼, 창조계급이 모이는 플레이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들은 매우 독립적이면서도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공동체를 만나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무언가를 함께하길 원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크리에이티브 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왔습니다. 조직이나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곳에서, 창조적이고 일하는 것이 일상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고요. 또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 이기주의의 피폐함을 본 사람들이 대안적 경제 모델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공유 경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안 쓰는 걸 나눠 쓰면 환경 파괴도 줄이고, 나와 상대방도 서로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재미있는 활동을 벌이는 도시를 ‘크리에이티브 시티’라고 하는데요. 서구 사회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시티가 1990년대 중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창조 계층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공간, 성수
산업화 시대였던 1970~80년대를 시티 1.0이라고 한다면, 시티 2.0은 지식, 과학 기술이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공공 영역과의 협력과 커뮤니티 참여가 중요해지고, 휴먼 스케일이 강조되기 시작했어요. 시티 3.0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티 2.0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다 가지고 있되, ‘인텔리전트 시티’가 만들어지고, 공유하고 함께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거버넌스가 중요해지면서 시민사회도 도래했고요. 그래서 도시 계획에서도 도시 계획자가 아닌 시민들의 목소리가 중요해졌고, 정책 입안자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시티 3.0입니다. 시민의 행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공원, 광장과 같은 오픈 스페이스가 중요해졌고요.

앞서 말했듯 크리에이티브 플레이스는 도시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이 있어 창조 계급을 끌어들이는 곳이에요.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있잖아요? 생기 넘치고, 자기표현에 거리낌이 없고, 개방적이고, 활동성이 넘치고요. 그리고 지역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이런 주인의식이 있어야 도시 재생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안주를 하기 시작하면 그건 그냥 후퇴인 거예요.

또 크리에이티브 플레이스는 네트워킹이 일어나는 곳이에요. 낯선 이와 대화할 수 있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오픈 스페이스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요. 한 명, 한 명이 노력한다면 우리가 도시를 바꿔 갈 수 있습니다.


[1부: Q&A] 지속 가능성과 플레이스메이커의 역할

  •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소장
  •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진행)

다양한 종류의 산업과 직업이 공존하는 동네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이 다양성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끌고 가느냐가 성수동 지속 성장의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로컬이 갖고 있는 강점은 지역민들이 잘 알아요. 그분들이 일단 이 지역을 어떻게 만들지 정하셔야 해요.” –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소장

정수현 1부 패널 토크를 위해서 다시 한번 두 분 모시겠습니다. 먼저 허 대표님께 여쭤볼게요. 지금의 성수동을 예상하셨는지, 성수동의 성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허재형 10년간 성수에서 지내면서 느낀 건 잠재적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멋진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를 가든 지역을 대표하는 특정 산업이 있는데, 성수는 매우 다원적이에요. 제조 공장들, 수제화를 만드는 곳도 있고, 패션 회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큰 게임 회사도 있습니다. 소셜 임팩트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예술가들도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산업과 직업이 공존하는 동네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이 다양성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끌고 가느냐가 성수동 지속 성장의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정수현 성수동도 마찬가지지만,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따라오는데요. 완전히 막을 수 없더라도 플레이스메이커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요?

경신원 유럽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보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정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2의 성수동을 만든다면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우리가 만드는 도시와 뉴커머스 사이의 끊임없이 소통이 중요한데, 이것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 극도의 가치만 추구할 수는 없거든요. 뉴커머스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참할 의지가 있는지, 어떤 것을 공유할지, 경제 활동으로 인한 이윤 추구는 어느 정도로 할 건지 등에 대한 서로의 동의가 중요해요.

정수현 우리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활성화를 추진해야 할 단계인데 어떤 전략을 세울 수 있을지 대한 질문입니다. 특히 노원구는 산, 하천이 많아 생태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전하려고 하는데 고민을 나눠달라고 하셨어요. 

허재형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 거버넌스입니다. 노원구 안에는 의사결정자도 있고, 사는 사람도 있고, 일하러 오는 분도 있을 거예요. 그분들이 모여 노원구가 어떻게 가야 하고, 노원구만의 매력적인 자산은 무엇인지 함께 발견하고, 정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신원 말씀하신 대로 로컬이 갖고 있는 강점은 지역민들이 잘 알아요. 그분들이 일단 이 지역을 어떻게 만들지 정하셔야 해요.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과 활성화는 같이 사는 거라, 피할 수는 없어요. 어떤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이지만, 어떤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제발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게 왜 싫겠어요? 다만 로컬의 강점은 지역민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지역을 어떻게 만들지는 그분들이 일단 정하셔야 해요. ‘어떤 힙스터들이 모이게 할까’, ‘어떤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까’ 하는 걸 먼저 스스로 정하고, 전문가들을 모아 뭔가를 해 보자고 하는 건 그다음입니다.


[2부: 연사 발표] 새로운 공식을 만드는 플레이스메이커

“저희가 말하는 좋은 부동산의 조건은 만지고, 느끼고, 인게이지먼트가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테일 참여로 주주들이 건물을 소유한다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 루센트블록 허세영

“부동산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 변했습니다. 콘텐츠 기반의 부동산 시장이 열린 거예요. 부동산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발신하고, 고객의 시간을 오래 잡아둘 수 있느냐가 새로운 부동산의 가치입니다.” –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

“개인 소유의 동네 건물들을 매입해 ‘모두의 자산’으로 소유하는 동네자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하나의 건물을 공유하는 방식이라면, 비스트리트는 어은동 지역에 분산돼 있는 셰어하우스, 카페, 교육장, 창업 공간 등을 함께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 이태호 윙윙 대표

정수현 1부에서 이론, 철학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고민했다면 2부에는 장소성을 넘어 다양한 로컬 가치를 창조하고, 플레이스를 소유하고, 오너십 역량을 갖추는 단계를 고민하는 플레이스메이커 세 분을 모십니다.

Speaker 1. 지속가능한 도시X금융(프롭테크)
조각투자로 부동산의 ‘소유’의 공식을 바꾸다

  •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루센트블록은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철학으로 시작했습니다.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건물주, 건물을 임대한 임차인, 공간을 이용하는 소비자, 이 주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했어요. 자본가처럼 몇 백억이 없더라도 투자할 수 있고, 천 원이라도 투자했다면 건물 가치가 올라갈 때마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서비스 이름은 ‘소유’이고요. 부동산 조각 투자, 부동산 증권 거래 플랫폼, 혹은 토큰 증권 STO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질은 같아요. 10억, 100억짜리 부동산을 백 개, 천 개로 쪼개서 소액으로 지분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공모에 참여함으로써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고, 주식처럼 거래도 할 수 있어요. 단순한 방법이겠지만 사회적으로 큰 임팩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좋은 부동산에 대한 정의는 다 달라요. 강남이라는 사람도 있고, 성수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희가 말하는 좋은 부동산의 조건은 만지고, 느끼고,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동산과 고객과의 인게이지먼트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1호 상장 부동산은 안국에 있는 수제 버거 브랜드 건물이었어요. 매출과 연동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어 매출이 올라가면 임대료도 오르고, 배당도 상승하도록 했습니다. 특정 지분 이상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10% 할인 혜택도 주고요. 이런 리테일 참여로 주주들이 건물을 소유한다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윙윙과 협업해 카페와 오피스 복합공간으로 된 대전 창업스페이스를 상장했어요. 그리고 윙윙이 운영하는 카페만 할인한 것이 아니라, 동네 상권 활성화를 명목으로 동네 멤버십을 붙여 투자한 주주들에게 동네 치킨 5% 할인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기술기반 회사니까 아무래도 데이터를 많이 보는데, 실제적 교감을 갖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그러니까 부동산에서도 자신이 출퇴근하면서 교감할 수 있는 물리감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창업스페이스의 소규모 투자자 대부분이 대전 분이셨어요. 로컬라이즈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이었습니다.

Speaker 2. 지속가능한 도시X콘텐츠(기획)
크리에이터들의 오프라인 포트폴리오 시대를 열다

  •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

프로젝트렌트는 2018년에 성수동에서 시작했어요. ‘좋은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6.5평짜리 작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월세가 저렴해 ‘안 되면 대리운전이라도 해서 유지하면 되지’란 생각으로 질렀죠. 공간을 팔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일종의 광고판으로 쓴다는 게 좋은 솔루션이었어요. 직원들에게는 작지만, 재미있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만나게 하면 새로운 관점이 생길 것 같다고 설득했습니다.

저희는 거리를 오프라인 매거진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거리에 또다시 방문하고 즐길 이유가 되는 이야깃거리를 풀어놓는다면, 우리 일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올 때 갖춰야 할 게 정말 많아요. 보증금, 인테리어비가 억 단위가 넘으니,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작은 브랜드들이 시도하도록 리테일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9년도에 2호점을 만들 때까지도 ‘월세를 낼 수 있을까?’ 떨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3호점, 4호점을 내고 현재는 성수에 6개 공간, 다른 지역까지 하면 8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들은 새로운 실험을 하거나, 새롭게 매장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테스트하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설계했어요.

기업들이 가장 큰 비용을 쓰는 게 마케팅이죠. 최근 성수동에서 한 브랜드가 오프라인 행사를 크게 했는데, 사실 TV 광고도 같이했거든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TV 광고를 본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이제 오프라인 스트리트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벽면 하나를 사용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도 벽마다 광고가 붙어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완성형은 사실 맨해튼 스트리트였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성수가 팝업 스트리밍 레벨에 도달하면서 단순히 전광판 역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와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진화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상징성과 정보 발산력을 가진 거리가 된 거죠.

전통적으로 부동산의 가치는 역세권, 유동 인구를 기반으로 했어요. 위치로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거죠. 그런데 부동산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 변했습니다. 콘텐츠 기반의 부동산 시장이 열린 거예요. 부동산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발신하고, 고객의 시간을 오래 잡아둘 수 있느냐가 새로운 부동산의 가치입니다. 모든 브랜드에서 추구할 부분도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Speaker 3. 지속가능한 도시X커먼즈(소셜디벨로퍼)
로컬 커뮤니티의 힘으로 자산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다, 지역 자산화 B.Street 프로젝트

• 이태호 윙윙 대표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있는 비스트리트(B.Street)는 지역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창업가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개인 소유의 동네 건물들을 매입해 모두의 자산(Local Commons)으로 소유하는 동네 자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2개 건물을 매입했고, 3개 건물을 장기 임차하고 있으며,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9개 건물에 20개 넘는 공간들을 연결해 놓았어요. 서울이 하나의 건물을 공유하는 방식이라면, 비스트리트는 어은동 지역에 분산된 셰어하우스, 카페, 교육장, 전시 공간, 창업 공간 등을 함께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공간을 연결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벌집’이라는 코워킹 공간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니라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통해 최소한의 리스크만 감수하고 서점, 식당, 셰어하우스 등의 사업 아이템으로 각자 창업했어요. 생존의 위기를 느끼며 각자 열심히 사는 구도로 커뮤니티가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창업한 지역이 현재 윙윙 사무실이 있는 유성구 어은동인데, 어려운 지역에 청년들이 창업을 한다고 하니 주민분들이나 상인 분들도 우호적이셨어요. 2015년부터 주민들과 축제도 하고 운동회도 하며 가까워지고 신뢰도 쌓아 갔는데, 그렇게 동네 분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맺은 것이 당시 뉴딜 사업 기조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문제는 도시재생 사업 이후였습니다. 지역 상인들, 주민분들을 ‘삶이 나아질 것”이라며 설득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긴 거예요. 장사도 안 되는데 거리가 깨끗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내몰리는 동네 분들을 보니까 속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그때 동네가 커뮤니티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스트리트 운동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뉴딜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2020년 8월부터 마을 자산화 사업을 기획하게 됐고요.

이후 비플러스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총 2억 3천만 원을 마련했고, 비스트리트란 이름으로 첫 마을 자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온라인 설명회와 리모델링을 거쳐 건물 1층은 카페로 운영하고, 한 공간을 빌려면 여러 다른 공간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네를 연결했습니다. 2호 자산화 건물은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루센트블록이 운영하는 부동산 조각 투자 서비스 ‘소유’를 통해 마련했어요. 동네 소상공인 분들이 맡긴 전세금, 펀딩 외에 9억 1천만 원의 유동화가 필요했는데, 전국에서 1천 명의 건물주가 참여해 주셔서 두 번째 건물을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윙윙이 1억 원을 투자한 최대 주주로 건물을 소유하고요. 두 번째 건물은 4~5개의 로컬 콘텐츠 팀들의 공간과 3층 서점, 2층 공방으로 이뤄져 있고, 1층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몰리신 소상공인 분이 입점하셨어요. 이 건물이 성수의 헤이그라운드처럼 비스트리트트의 상징이자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을 비전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2부 Talk]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변화와 시도들

  •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
  • 이태호 윙윙 대표
  •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진행)

정수현 질문이 재미있는 게 많이 들어왔는데요. 먼저 작은 지방에서도 팝업으로 활성화가 가능한지, 성수동이라 가능한 것은 아닌지 물어보셨습니다.

최원석 인구로는 서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죠. 서울과 수도권을 합치면 인구가 2,100만이니까요. 서울에서 열었던 가나 초콜릿 팝업 스토어의 경우 6주 동안 2만 명이 왔는데, 대기하느라 못 들어오신 분 포함하면 2만 2천 명이 넘어요. 하지만 결국 인구보다 더 중요한 건 고객에게 얼마나 큰 경험을 주느냐입니다. 도쿄 아라시야마 현에 있는 아라비카 커피 매장이 있는데, 일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가거든요. 결국 필요한 건 강력한 경험의 밀도예요.

정수현 말씀대로 콘텐츠의 밀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태호 대표님께는 커머닝, 커먼즈에 대한 개념 설명과 함께 커뮤니티 공간에 정체성 맞지 않은 입주자가 들어오려고 할 때나 자본이 들어와서 커뮤니티의 가치를 가져가려고 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 질문을 드립니다.

이태호 정확한 정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커먼즈’는 공유 공간으로, ‘커머닝’은 각각의 커먼즈에 맞는 규칙, 운영 방식을 정해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만들 때는 건물 입주자분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저도 구성원의 하나로만 참여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건물마다 운영되는 규칙이 달라집니다. 다만 저희의 역할은 더 큰 임차를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왔을 때도 규칙을 존중해서 막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려면 결국은 오프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데, 그 시점에 부동산을 얻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이 생겼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가능성이라고 봐요.

정수현 적극적인 의미에서 소유권 같은 권한을 나누는 행위, 자원을 공유하는 그룹, 규칙 등을 커먼즈라고 하고, 그 규칙을 하는 실천하는 행위가 커머닝인데 잘 설명해 주셔서 이해됐습니다. 다음 질문은 팝업 주체가 많아지면서 잘 되는 팝업과 그렇지 않은 팝업의 격차가 생기고 있는데, 그 격차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물으셨어요.

최원석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미 성수는 전 세계에 없는 스트리트를 가져버렸어요. 불과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지만, 해외에는 이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팝업스토어에 대한 경험치는 전 세계에서 최고입니다. 그 말은 소비자가 순식간에 판단한다는 거예요.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지 않으면, 혹은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아요. 그게 팝업 스토어의 격차를 만들기 때문에, 전략 단계에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채팅만 할 수 없고,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데요. 그 시점에서 부동산을 얻지 않고 할 방법이 생긴 변화 자체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수현 너무 공감했고요. 앞으로의 도시에서는 팝업 스토어뿐만 아니라 부동산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신 것 같습니다. 결국 본질, 콘텐츠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면 어느 조건에서도 할 수 있고, 지방이든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으니 실력을 키우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플레이스메이커 포럼의 핵심도 결국 부동산은 거들뿐, 여러분이 갖고 계신 소프트 파워와 커뮤니티의 가치를 확인한 게 아닐지 싶습니다. 그 가치를 앞장서 실험하고, 호되게 맞아도 보고, 그러면서 가치를 증대해 보신 분들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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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튜디오 비선형
글 | 박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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