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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다음 세대 연구자를 위해 돌고래 연구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볼까?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2024년 02월 02일
소셜임팩트뉴스 염지현 기자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⑬ 실험실 벗어나 제주 바다로 떠난 과학자에게 듣는 해양동물 연구 이야기
[인터뷰] 장수진 MARC 대표, 김미연 부대표를 만나다!

“우연한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된 돌고래인데, 이 연구를 오래도록 하고 싶어서 제주로 내려가 골목 골목을 다녔어요. 그렇게 한 1년? 정도 남방큰돌고래를 무작정 찾아다녔죠. 그러다 진짜 남방큰돌고래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 앉아 망원경으로 돌고래가 발견된 위치와 돌고래 행동을 관찰하고 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녹음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제주 앞바다에 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우리나라 연구 기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발로 뛰며 모았어요. 데이터는 그 양이 많아질수록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모은 데이터가 제 이후의 돌고래 연구자들에게 전해지고 꾸준히 축적되기를 바랐습니다. 더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각자의 연구에도 활용하고 더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이어질 수 있을테니까요. – 장수진 MARC 대표 “

장수진 마크 대표가 제주 해안가에서 해양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제공=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장수진 마크 대표가 제주 해안가에서 해양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제공=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해양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Marine Animal Research & Conservation) 대표는 지난 2013년 ‘제돌이(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포획됐다가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방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남방큰돌고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당시 석사를 마치고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였는데, 제돌이 방류 소식과 지도 교수(최재천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교수)의 연구 제안으로 우연히 돌고래 연구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같은 대학원 선후배로 연이 닿은 김미연 부대표와 의기투합해 2018년 비영리연구단체인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이하 마크)의 문을 열었다. 마크는 해양동물의 생태 연구와 보전 활동에 앞장 서고 있는, 이름 그대로 ‘연구소’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 있다 방류된 제돌이(맨 오른쪽 1번)는 제주 바다에 적응해 무리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 /제공=마크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고, 현재 제주 앞바다에는 12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2013년 방류된 제돌이(맨 오른쪽 1번)는 제주 바다에 적응해 무리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 (2023년 기준) /제공=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핫핑크돌핀스

장 대표와 김 부대표는 대학원에서 각각 서로 다른 동물의 행동생태를 연구하던 사이였다. 장 대표는 석사 과정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연구했고, 김 부대표는 청개구리 소리를 연구했다. 그런 두 사람이 틈만 나면 제주로 내려가 남방큰돌고래를 찾아다니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연구 대상 동물을 돌고래로 변경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모두 박사 과정 연구 주제로 ‘남방큰돌고래 행동생태 연구’를 택했다.

”석사를 마치고 연구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다가, 장 대표를 따라 제주 현장에서 1년 정도 해양포유류를 연구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물 소리를 계속 연구하고 싶었는데, 박사 때는 청개구리보다는 좀 더 사회성이 높은 동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1년 동안 남방큰돌고래를 가까이서 관찰하며 확신이 들었죠. 혼자만 알기엔 아까운 돌고래의 매력과 직접 분석한 연구 결과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짙어졌어요. 주로 바다가 인접한 다른 나라에서는 몇몇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 기록이 30~40년 역사를 자랑하며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거든요. 우리도 제주 앞바다에 사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데이터를 한 곳에 잘 모아야 겠다고 다짐한 거죠.“ – 김미연 부대표

마크 연구자들은 남방큰돌고래뿐만 아니라 고래나 상괭이, 바다거북과 같은 해양포유류의 행동과 소리, 그들이 사는 서식지 환경을 관찰한다. 해양동물에게 서식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으로 인해 망가진 서식지 때문에 어떤 피해를 받고 있는지 살피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마크의 활동 범위가 개체군 연구에서 개체 보전까지도 넓어졌다. 

“언젠가부터 제주도 주변 바다에서 배를 타고 제주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는 관광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어요. 관광객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까이 가서 관찰하고 싶겠지만, 돌고래를 지키려면 선박은 50m, 드론은 30m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해요. 사실 그동안은 이와 관련된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었어요. 많은 선박과 제트스키가 돌고래 서식지를 무분별하게 침범하고 다녔던 거죠. 현재는 ‘남방큰돌고래 관광 법규’가 시행 중이긴 하지만, 관광객은 잘 몰라요. 그러니 저희가 이런 행동 지침을 잘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관찰한 결과, 돌고래는 소수의 선박이 다가와도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거든요. 사람과 함께 공존할 방법을 더 많이 알려야 하는 이유죠.” – 장수진 대표

김미연 부대표(왼쪽)와 장수진 대표가 마크가 직접 제작한 리플릿을 들고 있다. 장 대표가 들고 있는 최신 리플릿에는 우리나라 바다거북에 대한 정보와 함께 생활사와 위협요소, 제주 바다거북 연구활동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알찬 정보가 담겨있다. /사진=염지현 기자

김미연 부대표(왼쪽)와 장수진 대표가 마크가 직접 제작한 리플릿을 들고 있다. 장 대표가 들고 있는 최신 리플릿에는 우리나라 바다거북에 대한 정보와 함께 생활사와 위협요소, 제주 바다거북 연구활동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알찬 정보가 담겨있다. /사진=염지현 기자

이처럼 마크는 선박 관광프로그램과 개인의 해양레저 활동이 돌고래의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찰하고,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19일부터 일명 ‘남방큰돌고래 관광 법규’가 시행됐다. 돌고래 관광을 하는 선박은 돌고래 반경 1500m 안으로 접근하면 거리 구간에 따라 속도를 줄여야 한다. 300~50m 구간에서는 스크루를 완전히 정지해야 한다. 돌고래 반경 300m 안으로 3척 이상의 배가 동시에 들어갈 수 없다. 드론을 이용해 돌고래를 관찰하는 경우 바다 표면에서 30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규정을 어기면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돌고래 반경 50m 밖에서 배를 멈춰 세웠음에도 돌고래가 다가오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거나 돌고래를 만지면 안 된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의 최상위 생태계 포식자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관광 선박과 같이 인위적인 사람의 행동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환경이 파괴된다면, 단순히 남방큰돌고래 개체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마크는 해양포유류 개체를 식별할 수 있는 연구 자료와 같은 학술 연구물을 내놓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이나 대중 강연, 정책 제언 등의 활동으로 연구 결과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마크는 지난해부터는 남방큰돌고래뿐만 아니라 바다거북에게도 집중하며, 바다거북시민과학 프로젝트도 진행하며 바다거북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연구해 발표하고 있다. 

테크포임팩트, 드론에 인공지능 기술 더해 해양동물 생태계 지키기 앞장 서

장수진 대표와 김미연 부대표는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가 운영하는 사회혁신가 지원 프로그램 브라이언 펠로우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의 행보는 지난해 카카오임팩트(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가 지원하는 테크포임팩트 사업의 우수 성과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론에 인공지능 기술(이하 AI)을 더한 덕분이다.

마크는 테크포임팩트 사업을 수행하면서 모두의연구소의 기술 커뮤니티 ‘DVA(Drone Video Analysis) LAB.’과 협업하고 있다. 테크포임팩트는 지난해부터 카카오임팩트가 추진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비영리조직과 벤처기업에 카카오의 기술과 인력, 네트워크를 지원해준다.

그동안 마크는 해양동물 연구에 드론을 적극 활용했는데,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데이터는 말 그대로 영상 그 자체이므로 영상 자료를 백 번 천 번 돌려 보며 영상에 담긴 돌고래 행동이나 소리와 같이 필요한 연구 데이터를 일일이 정리해야만 했다. 돌고래와 선박의 크기를 추정하거나 돌고래와 선박 사이의 거리를 알아내는 건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하나하나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이런 연구 과정의 어려움에서 착안해, 마크는 DVA LAB.과 함께 드론 영상에 녹화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 알고리듬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 해 6개월 동안 함께 연구를 이어갔다. 돌고래와 선박이 찍힌 드론 영상을 웹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AI가 분석한 돌고래와 선박 사이의 거리, 움직이는 방향, 돌고래와 선박의 속도 등 정보를 시각화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내일을 바꾸는 기술의 힘,그 시작점에 서다! 한서우 VISIT(비지트) DVA LAB짱 CTO가 마크와 협업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캡처=모두의연구소 모두콘2023 영상 중에서 갈무리

내일을 바꾸는 기술의 힘,그 시작점에 서다! 한서우 CTO VISIT(비지트) DVA LAB. 랩짱이 마크와 협업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캡처=모두의연구소 모두콘2023 영상 중에서 갈무리

이처럼 마크는 책상 앞에 앉아 자료를 분석하는 전통적인 연구 기법은 물론, 디지털 기술과 소셜 임팩트가 만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적정 기술도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반이 탄탄한 기존 연구 활동에 기술을 더하면, 사회를 바꾸는 변화와 영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끝으로 장 대표는 아직 마크는 비영리연구단체로서 완벽하게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당분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다림이 반드시 필요한 해양동물생태연구, 특히 바다 속에 사는 살아있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누구나 할 수 없는 연구를 하고 있는 두 과학자가 꼭 오래도록 연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미니 인터뷰]

Q. 서울 연구 거점으로 헤이그라운드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마크 사무실은 제주도에 있지만 계속해서 저희 연구 범위와 활동 지역을 동해와 남해 등 제주 이외의 지역으로도로 넓히고 있어요. 저희가 최근에는 해양포유류를 연구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거든요. 서울에서 학업과 마크 활동을 병행하는 연구장학생과 연구원들이 있기 때문에 서울 연구 거점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서울 공간을 찾던 중에 마침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을 알게 돼 신청하고 합류하게 됐습니다! 

Q. 비영리 조직 중 헤이그라운드 공간과 비영리 멤버십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헤이그라운드에는 회의실과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정말 많아요. 업무에 적극 활용한다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헤이그라운드 운영 조직인 루트임팩트가 브랜딩이나 수익 사업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비영리 거버넌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요. 

또한, 헤이그라운드 제휴 혜택도 큰 장점인데요. 의료 서비스부터 법률자문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답니다. 저희처럼 규모가 작은 단체에서 이런 다양한 혜택을 잘 활용한다면 입주 기간 동안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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