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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포트

세계여성의날, “미래를 위해 여성에게 투자하세요”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

2024년 03월 20일
Root Impact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미래를 위해 여성에게 투자하세요(Invest in Women: Accelerate Progress)’ 라는 주제로 여성의 권익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각국의 정부, 외교관, 기업 및 학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해 성평등 달성을 위한 다양한 접근 방법과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행사는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이정심 소장의 인사로 시작하여 성평등을 위한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의 영상 메시지로 이어졌습니다. 김은미 유엔여성기구 대한민국 친선대사와 타마라 모휘니(Tamara Mawhinney) 주한 캐나다 대사는 각각 여성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과 여성을 위한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최근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외신기자의 눈으로 조명한 BBC 서울 특파원 진 맥킨지(Jean Mackanzie)는 인터뷰한 한국 여성의 사례를 보다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배경을 설명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조언했습니다.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 온 루트임팩트도 뜻깊은 자리에 초대되었습니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허재형 대표는 마지막 연사로서 성평등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일터를 위해 노력해 온 루트임팩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현장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통해 행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mpower women by investing in workplace equity
일터의 형평성에 투자하여 여성의 역량 강화하기

안녕하세요, 루트임팩트 허재형입니다. 마지막 순서로 발표를 하게 되었네요. 뜻깊은 자리에 설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오늘의 유일한 남성 연사로서 일종의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여기 계신 남성 분들께서는 동료 여성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언제 처음 알아채셨나요?

2017년 어느날, 저는 여성 직원들의 모임에 초대 받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는데요. ‘우리 회사 정도면 여성 분들이 다니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회사에도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리더로서 문제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일터에서의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희 팀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에 주목했는데요. 그들에게는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너무나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근로조건을 갖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남편들은 마음껏 일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육아와 가사를 나누어 하지는 않아서 그 부담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고요.

이제부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희가 밟아온 도전의 여정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도전의 여정: 임팩트커리어 W 

지난 2018년, 첫 번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의 커리어 재시작을 돕는 프로그램, ‘임팩트커리어 W Impact Career W’를 런칭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저희는 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습니다. 채용 파트너였던 위커넥트 WeConnect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단어 하나 달라졌을 뿐이지만, 실은 저희의 관점이 바뀐 것입니다. 그들을 ‘지원이 필요한 수혜자’가 아니라, ‘경력을 보유한 인재’로 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이 경력 단절 이전에 쌓았던 경험 뿐만 아니라, 육아 경험 자체도 경력이라고 보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제도가 있었습니다. 다만 여성들의 이전 경력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은 부족했습니다. 공급자 시각에서 다수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직업 위주로 기획되고 지원되고 있었거든요.

저희는 수요자인 경력보유여성의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유연한 근로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들을 발굴해 채용 기회를 연결했고, 소프트랜딩을 돕기 위해 ‘입사 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아직 취업까지는 부담되는 분들을 위해서는 참여 회사들의 실제 문제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일 경험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커리어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은 무기력을 이겨 냈고,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취업을 하기도 했고 창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서 광고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결혼 후, 첫 아이의 육아를 시작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개인사업도 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아이가 둘이 되면서 번아웃이 왔고, 부득이 경력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임팩트커리어 W에 참여하게 되었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다른 참가자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의 육아휴직을 계기로 풀타임 커리어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전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신생 비영리 조직에서 장학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의 여정: 모두의숲 공동직장 어린이집

이처럼 저희 루트임팩트는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접근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회사 안에서 경력 단절의 위험에 처한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하루는 육아휴직 중인 동료에게 안부를 물었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파트타임으로라도 복직하고 싶지만, 동네 어린이집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제게 하소연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죠.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좋은 인재를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다른 회사의 대표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힘을 모아보면 이 문제 풀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공통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스타트업 13개 회사가 모여서 어린이집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직장보육지원센터에서 설치비를 지원받았고, 하나금융그룹의 후원 덕분에 운영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공동직장 어린이집 ‘모두의숲’은 스타트업의 연대와 협력에 공공과 민간의 도움이 더해져 마침내 2020년 5월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대기업의 전유물이라고만 여겨졌던 직장어린이집을 이제 중소기업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영향은 부모 구성원 분들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컸습니다. 훌륭한 인재와 더 오랜 기간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만난 한 여성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모두의숲 덕분에 인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지원자가 육아 문제 때문에 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망설였는데, 믿을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입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코 작지 않은 임팩트

저희가 추진 중인 두 개의 프로젝트는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그 임팩트는 작지 않았습니다.

먼저, ‘임팩트커리어 W’는 경력보유여성 관련 제도가 마련되는 것을 촉발했습니다. 저희 루트임팩트가 소재한 성동구를 시작으로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돌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등 지원 기반이 마련되었고요. 그리고 지난해에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자는 법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했습니다.

‘모두의숲’은 상생형 직장어린이집의 좋은 사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년 전에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방문했었습니다. 부위원장께서 “우리나라 사업장의 대다수가 중소기업이고 지역에서 일하는 부모의 보육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직장어린이집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졌다”고 말하며,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을 청취하셨는데요. 모두의숲과 같이 중소기업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계기였습니다.

다양성을 넘어 형평성까지

한 조직의 리더에게 의사결정은 종종 부담스러운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사안들이 리더 앞에 남게 되는데, 결국은 좋아보이는 이 가치와 저 가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터에서의 여성’이라는 주제도 그랬습니다. 평등(Equality)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형평성 (Equity)은 모든 사람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자원을 달리 배분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저는 이 두 가지의 훌륭한 가치 사이에서 형평성에 좀더 무게중심을 두기로 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측면에서 불평등이 심화되어 이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공정하게 출발할 수는 없게 되어 가고 있는데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두가 일하기 좋은 일터’를 목표로 해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저상버스가 장애인과 노약자만을 위해 좋은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 청년들에게도 훨씬 좋은 것처럼요.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면 비단 엄마, 아빠인 구성원들만 일하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좋아지는 것이 되죠. 포용적인 문화가 자리잡으면 소수의 구성원만이 아니라 모두가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요.

세 번째 도전의 여정: DEI 이니셔티브

임팩트커리어 W와 모두의숲을 추진하며 성취가 많았지만, 한계도 경험했습니다. 경력보유여성이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넘어 지속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프로그램과 인프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재택근무나 시간제 정규직과 같이 구성원의 자기 선택권이 높은 유연한 근무 제도, 그리고 포용적인 조직 문화가 없으면 추구하는 변화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루트임팩트는 올해 세번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DEI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먼저 ‘DEI Camp’를 열어 조직의 리더들과 인사 담당자들의 이 주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DEI Lab’을 열어 선정된 회사의 조직문화 실험을 소정의 금액과 함께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투자하세요

지금까지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정보와 기회 그리고 돌봄 인프라 측면에서 커리어 접근성을 높이는데 투자해 온 저희 회사의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해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힘을 가지신 현재와 미래의 리더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리더 여러분, 일터의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사치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수익이 따를 것입니다.

리더 여러분, 그 첫 번째 투자로써 여성 동료들에게 여러분의 시간을 내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인지하시지 못하고 있는 조직 내의 불평등을 발견하시게 될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그들에게서 찾으실 것입니다.

저도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변화의 여정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더 많이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루트임팩트의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 관련 사업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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