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그린다…IP1 기금의 특별한 도전
IP1 기금
IP1 기금의 특별한 도전 ①
루트임팩트-김강석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의기투합, 새로운 임팩트 필란트로피 기금 실험
사용처에 제약 없는 최대 3년의 장기 자금,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성장 지원까지
자선 자본 영역에서 더 많은 시도가 등장하도록 이번 실험의 경험을 아낌 없이 나눌 것
지난 1월 3일, 국세청은 2022년 국세통계연보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분석한 국내 자선 자본 총액*은 2022년 기준 연간 15.1조 원이었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도 예산이 1조 7234억 원,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도 관광 분야 예산이 1조 3115억 원, 질병관리청 2024년도 예산이 1조 6303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자선 자본의 규모는 매우 크다.
자선 자본 총액* 이 자본은 법인기부금과 개인기부금을 모두 포함한 통계다. 특히 개인기부금은 종합소득세 기부금합계, 기부금 세액공제액-기부정치자금, 기부금 세액공제액-특별공제(종교 단체기부금 등)로 신고된 모든 항목을 더한 값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자선 자본이 매년 사회에 투입되지만, 복잡한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까지 충당하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전통적으로 자선 자본은 자금의 특성상 빠른 문제해결 성과를 선보일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즉각적 고통 해소’와 같은 주제에 집중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국내외 자선 기금의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자선 기금의 생태계를 탄탄하게 갖추고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해외 조직에서 먼저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했다. 전세계 필란트로피 전문가들은 달라진 ‘2023 필란트로피 트렌드*’를 몇 가지 주요 관점을 들어 설명했다.
2023 필란트로피 트렌드*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 기업 UBS는 전세계 각국의 필란트로피 전문가 100명의 의견을 모아, 최근 ‘2023 필란트로피 트렌드(Trends for philanthropy in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UB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지원 조직이 이루는 단기적 성과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해당 조직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문제 해결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선 기금을 운영하는 방식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원 조직의 성과를 일방적으로 보고 받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끊임없이 소통하는가 하면, 영수증을 관리하느라 소모되는 시간 대신 지원 조직의 성장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자금으로 사회 약자를 돕는 일을 넘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산업 기술을 적극 활용해 가치와 임팩트 창출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기대한다는 걸 증명한다. 모두 신뢰 자본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같은 글로벌 자선 기금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한 루트임팩트 역시, 새로운 성격의 ‘자선 기금’을 고민해 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임팩트 생태계와 고락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기존 자선 자본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며 비영리 조직의 성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마침내 뜻을 함께 할 김강석 블루홀(現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를 만났다. 그의 출연으로 지난 2022년 IP1 기금(舊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을 조성했다. 핵심은 ▲사용처에 제약 없는 장기 자금 제공과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성장 지원이다.
루트임팩트는 지난 1년 반 동안 벤처 필란트로피 원리를 충실히 따르도록 조직의 평가 기준을 만들고, 선발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기준의 타당성을 높이고 선발 프로세스의 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문제해결자로 나아갈 조직의 성장과 역량 강화를 돕는 일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선정된 지원 대상은 총 6곳이다. 사단법인 뉴웨이즈, 사단법인 비투비, 사단법인 온기,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사단법인 피치마켓, 그리고 소셜밸류랩의 ‘베이크 액션 부스터’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루트임팩트는 2023년 IP1 기금 운영 결과를 토대로 3월 27일 ‘IP1 기금 임팩트 리포트(클릭, 다운로드)’를 발간했다. 이번 실험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고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소셜임팩트뉴스는 날카로운 지성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임팩트 생태계 구성원과 현장을 지원하는 이해 관계자들 모두가 IP1 기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응원하고 나아가 실험에 동참하기를 바라며 5회에 걸쳐 시리즈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비영리 생태계의 안정적 확장에 필요한 인내자본 등장
IP1 기금의 여정은 김강석 출연자의 비영리 생태계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모인 생태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비영리 조직이 자금을 조달하고 집행하는 방식의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자금 사용에 대한 지나친 제한 조건이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한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꽤 오래 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였지만, 자선 자본을 다루는 운용사 입장에서 ‘사용 제한’을 두지 않는건 꽤 많은 위험 요소를 감당해야만 하며 쉬운 결심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조직뿐 아니라 해외 자선 자금 제공 조직도 대부분, 정기 보고서나 예결산 자료, 지원 조직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청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본 결과, 한정적인 기간 내에 한정적인 자금을 투입해 문서로 작성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금 제공 조직의 성과와 지원받는 조직의 성장 모두에 걸림돌이 되곤했다. 앞에서 언급한 UBS의 필란트로피 트렌드 보고서는 자금 제공 조직의 개입을 줄이고, 지원받는 조직과 대표의 재정적 안정성이 보장될 때 ‘임팩트 효과’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허나 기존 관행에서 비영리 조직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주체는 조직 운영에 필요한 ‘간접비(문제 해결에 필요한 직접적인 실 비용이 아닌)’ 비중을 매우 낮추기를 기대한다. 집행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반면, IP1 기금은 해외 동향과 결을 맞추며 조직 사이의 신뢰 자본을 바탕으로 IP1 기금의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루트임팩트는 김강석 출연자와 풍부한 토론을 거쳐 ‘자금 제공 방식을 바꾸는 것이 비영리 생태계에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IP1 기금은 선정 조직에게 다년 간 사용에 제약이 없는 자금을 제공한다. 비영리 조직이 더 많은 임팩트를 지속적,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 3년 간 지원한다. 이들을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파트너로 바라보면서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성장 지원과 핵심역량 내재화를 돕는다. 그동안 자선 자본의 흐름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개별 조직의 특성을 존중하고 주도적 성장을 돕는 IP1 기금
IP1 기금은 선정된 조직이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비영리 조직이 활동하는 영역이나 각자의 문제 해결 방식과 역량이 모두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루트임팩트가 닦아온 임팩트 생태계는 이들에게 필요한 파트너와 인재, 기회를 찾아 연결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기존에 확보한 모금, 회계, 인사, 리더십 등 다양한 영역 전문가와 관계를 유지하며, 조직이 자문을 받아야 할 때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다. 조직의 규모나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비영리 조직에게는 꼭 필요한 지원이다. 이 역시 해외 필란트로피 트렌드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필란트로피 전문가들이 나서서 작은 조직이 갖출 수 없는 파트너들과 연대를 이루도록 앞장서고 있다.
IP1 기금 역시, 선정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IP1 기금은 선정 조직의 토론 파트너(Discussion Partner)로서 끊임 없이 질문하고 토의한다. 조직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와 계획이 문제 해결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지 한발 떨어져 점검하고, 정의한 문제를 흔들리지 않고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다.
IP1 기금은 선정 조직이 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자본과 기회를 제공한다. 비영리 조직이 당장의 생존을 위해, 또는 일시적인 확장의 과정에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각 선정 조직이 제공받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멀리 바라보며 조직에 투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IP1 기금이 선정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은 IP1 기금 임팩트 리포트에서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IP1 기금이 그려갈 비영리 생태계의 새로운 미래
최대 3년 동안 사용처에 제약 없는 자금 지원과 조직의 주도적인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이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주축으로 IP1 기금은 비영리 생태계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IP1 기금은 자선 자본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보다 많은 비영리 조직들이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 해결 노력을 안정적으로 확대해나가는 흐름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또, 조직을 선정하고 나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긴밀하고 다각적인 재정적 지원과 비재정적 지원 모두를 아끼지 않는다. 또 조직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IP1 기금 선정 조직은 당장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조직의 미래를 준비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
나아가 IP1 기금은 조직이 앞으로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이 구상한 소셜 임팩트가 사회에 잘 드러나는지 함께 고민하고 측정하며 관리한다. 조직이 한정된 자원을 정말 중요한 활동에 투입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전략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IP1 기금은 이 같은 변화를 토대로 선정 조직이 이해관계자와 자원을 모아내고 장기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IP1 기금을 마중물로 삼아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 선 비영리 조직이 운영 불안이라는 악순환에서 벗날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튼튼하게 조직 역량을 쌓아 나가며 성과를 토대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잘 배분해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미래를 그리고 있다. 선정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임팩트에 대한 동일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말 중요한 활동에 집중하기를 기대한다.
루트임팩트와 김강석 출연자는 비영리 조직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경로를 다각도로 고민했다. IP1 기금은 그 경로 중 하나다. IP1 기금이라는 실험이 비영리 생태계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기로 했다. 다만, ‘비영리 조직 운영의 악순환 고리 끊는 방법’과 같이 명쾌한 결론을 내리거나, 정답을 찾으려는 건 아니다. IP1 기금의 당돌한 실험을 보면서, 오래된 관행을 깨려는 시도가 여기 저기에서 더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IP1 기금을 비롯해 다양한 자선 기금이 실험대 위로 올라오고 실험으로 얻는 성공과 실패의 사례가 쌓일 때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변화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포부다. IP1 기금을 시작으로 비영리 조직들이 각자에게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더 커다란 장이 열리길 기대하고 기다린다. 관성을 깨는 데에는 많은 힘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부자와 함께 새로운 방식의 자선을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
[IP1 기금, OX 퀴즈!] /출처=Getty Images Bank IP1 기금은 다년 간 사용에 제약이 없는 자금을 제공한다! O IP1 기금은 각 선정 조직이 임팩트를 가장 잘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도록 적극 권장합니다. 자원을 선정 조직이 임팩트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창출하는 데에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간접비나 사용처에 불필요한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IP1 기금은 모두 3년 단위로 지원받을 수 있다! X IP1 기금은 각 조직의 상황과 성격에 따라 최대 3년간 함께합니다. IP1 기금은 지원 기간 3년이 종료되면, 추가 지원은 제공하지 않는다! X IP1 기금은 지원 기간 3년이 종료돼도 비재무적 지원을 계속 제공합니다. IP1 기금은 선정 조직의 사업 방향과 성장 목표를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O IP1 기금은 그동안 선정 조직이 쌓아 온 역량과 성과를 신뢰하기에 선정 조직의 사업 방향과 성장 목표를 먼저 제시하지 않습니다. 최선의 전략을 찾고 실행하는 것도 조직의 몫이자 책임이므로, 선정 조직이 스스로 결정한 모든 선택을 존중합니다. 다만, 선정 조직이 설정한 목표와 계획이 문제 해결에 다가가고 있는지 한발 떨어져 점검하며, 최대한 흔들리지 않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곁에서 돕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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