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때, 미래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⑱ 김영란 위시스쿨 대표
위시스쿨, 북한 출신 전수예 공동대표와 합을 맞춰 올해 안에 사단법인 설립 목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만나고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 모임 문화 정착 앞장
지금 여기가 바로 위시스쿨의 미래예요. 한국, 북한, 미국, 캐나다, 뉴멕시코, 그 어떤 배경이어도 상관없어요. 물론 쉽지는 않죠. 언어의 장벽, 경험의 장벽이 있는데 한 자리에 모여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욱 쉽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해내고 있어요. 여기 모인 위시스쿨 친구들이 해내고 있어요. 이게 바로 우리의 미래예요.
It doesn’t matter if you’re from South Korea, North Korea, the United States, Canada, New Mexico, or anywhere else. It’s not easy. It is not easy to gather and share your story and try to hear another person’s story when there’s language barriers experience barriers. But We’re doing it. We’re doing it here together at Wish School. It’s our future. – 쌔미 사만다 마르꾸 (Sammi Samantha Marcoux) 위시스쿨 매니저
운좋게 ‘위시스쿨의 미래’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초대됐다. 지난 8년 동안 위시스쿨을 이끌어 온 김영란 대표부터 지난 5월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쌔미 사만다 마르꾸 매니저, 이제 막 시차 적응 중인 미국에서 온 인턴 2명, 또 김 대표가 과거에 직접 가르쳤던 제자 출신 인턴들도 함께 모여 회의실을 꽉 채웠다.
위시스쿨은 영어를 도구로 한 학생 주도형 수업을 통해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제3국 출생 탈북(또는 탈북2세)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주제 중심 프로젝트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다. 여러 사정으로 한국에서 살게 된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이 이방인으로서 방황을 최소화하고, 위시스쿨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과 끈끈한 협력을 통해 다문화를 넘어 세계시민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있다.
특히 올해는 8년 전 김영란 대표와 탈북민 봉사단체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던, 북한 출신 전수예 공동대표가 위시스쿨에 합류해 새로운 법인격으로 출범할 준비를 마쳤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두 대표가 힘을 모아 조직을 새롭게 다듬어 진정한 미래 통일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위시스쿨이 이야기하는 미래 통일시대가 대체 뭘까. 김영란 대표에게 물었다.
“사실 위시스쿨이 계획하는 통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통일인 것 같아요. 지리적·경제적으로 남북한이 하나되는 것의 의미를 넘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문화를 나누고,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걸 꿈꿔요. 사람들이 북한 출신은 물론이고, 제3국 탈북 2세 출신이라고 하면 더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친구들도 그곳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거든요. 북한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된 상황, 중국 체류의 어려움, 분단의 현실 등으로 생겨난 희생자이기도 하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친구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잘 몰라서 거리감을 느끼는 걸 거예요. 그래서 위시스쿨은 언젠가 다가올 미래 통일시대에 마주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과 문화를 미리 경험하고 잘 준비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김 대표는 이런 이유로 누구 한 사람이 이끄는 위시스쿨이 아닌, 위시스쿨 내부에서 먼저 남과 북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올해 팀원을 재구성했다. 위시스쿨이 먼저 서로의 다름은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정착하려는 계획에서다. 이번 여름, 인턴으로 합류하게 된 청년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중학생 때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게됐어요. 북한은 폐쇄적인 곳이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북한 문화나 실생활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죠. 저는 조직 구성원은 물론, 위시스쿨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그들이 북한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인턴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이번 인턴 활동을 하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싶어요. 더 나아가 인턴십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저 역시 청소년 시절 위시스쿨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제가 만나는 청소년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각자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잘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 이진아 위시스쿨 인턴
“저는 대한민국 광주에서 태어났어요. 그동안 반은 한국인, 반은 유색인으로 살았어요. 자라면서 한국 문화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꽤 오랫동안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런데 위시스쿨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위시스쿨에 인턴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여기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유산을 탐구할뿐만 아니라 비슷한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어요. 특히 이 인턴십을 통해 역사와 사회적 규범, 교육이 지역 사회 구성원과 외부인을 대하는 방식과 인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문화적 통찰을 얻고싶습니다.
Hi, I’m Zora Sanders. I was born in Gwangju and I live in albuquerque, New Mexico. I am half Korean half black and I feel like growing up I’ve always struggled with my biracial identity especially not really being able to be connected with my Korean culture and my Korean heritage. As a bi-racial individual, I have often grappled with my identity and struggled to find acceptance within my communities. Interning at Wish School would not only allow me to explore my culture and heritage but also to share these experiences and learn from others with similar challenges. This internship will provide me with invaluable cultural insights into the roles of history, societal norms, and education in shaping our treatment and perceptions of both community members and outsiders.” – 조라 샌더스(Zora Sanders) 위시스쿨 인턴
“저는 대한민국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다른 분들과 다르게 배경이 특별하지 않죠. 그런데 이런 점 때문에 제가 위시스쿨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위시스쿨에서 만나는 다양한 외국인 유학생들이나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에게 보통의 대한민국 10대가 어떤 삶을 사는지 설명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청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지 제 삶을 공유할 수 있어 좋습니다.
위시스쿨 인턴십을 통해서 저는 제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싶어요. 나중에 유학을 가게 되거나 해외에 취업을 하게 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경험한 여러 사례들이 제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위시스쿨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질감없이 도움을 주고 싶어요.“ – 허준서 위시스쿨 인턴
인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김 대표가 강조했던 화합(Unity)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한복판에 위시스쿨을 설립했던 김 대표, 위기는 없었을까.
“코로나19가 막 시작하던 2020년 6월, 위시스쿨을 설립했어요. 설립 전 3개월 동안 구성원들과 매주 만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 중에 학생들이 눈에 띄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신나고 설렜는지 몰라요. 그런데 함께 일을 하던 구성원들이 비자 문제로, 개인 사정으로 조직을 떠나야만 했어요. 그렇게 혼자 남아 위시스쿨이 없어질 위기에 놓인 거죠.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다행히 돌파구가 생겼어요. 탈북민 취업지원센터에서 전문 강사로 불러주시기도 하고, 서울시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단체로 선정돼 공익경영센터에 입주하면서 또 다른 길이 열렸고요.
무엇보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만난 사람들이 오늘날의 위시스쿨을 있게 만들었어요. 영어 알파벳도 모르던 탈북대안학교 학생들이 위시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영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10점 미만이었던 점수가 95점까지 오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오늘 여기 모인 인턴친구들도 만나고 쌔미도, 전 공동대표도 만날 수 있게 된 거예요.”
탈북 2세 자녀로 한국에 오게되면, 현행법상 바로 한국 학생 신분이 주어진다. 그러면 한국어를 전혀 모른 채 일반학교 또는 대안학교로 진학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태어난 일반 학생들과 대학 진학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나 영어를 제대로 학습하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을 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교육 현장을 이탈하는 현상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을 사회 문제로 정의하고,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공부하기 어려워하는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 왔다.
새로운 팀 구성을 마친 위시스쿨은 언어 교육과 더불어 ‘자신만의 정체성 개발’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신만의 정체성 개발 교육도 처음엔 제3국 출신 탈북 청소년을 생각하며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이 친구들은 보통 부모님 중 한 분은 북한 사람, 한 분은 중국 사람인데 자기는 한국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밖에 없죠. 일방적으로 선택된 한국 사람으로서 건강한 정체성을 갖추지 않으면, 자라면서 계속 혼란스러울테니까요.
그래서 위시스쿨은 이런 친구들을 포함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 교육 프로그램과 헤이그라운드 주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확대해보려고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시스쿨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알리고, 함께 고민하면서 위시스쿨의 특징을 더 단단하게 브랜딩하고 싶어요.”
[미니 문답]
Q.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이하 헤비멤)에 언제부터 합류하게 되셨나요?
위시스쿨은 지난 2022년 말에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에 최종 합격했어요. 사무실을 2023년 3월에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헤이그라운드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Q.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이하 헤비멤) 프로그램은 위시스쿨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헤이그라운드는 우선 훌륭한 공간으로 인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고요. 그 밖에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석하면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실제로 헤비멤 프로그램에서 만난 백성주 누구나데이터 팀장 소개로 위시스쿨 센터를 마련할 수 있었어요. 서울외국인학교에서 기증한 도서를 맘껏 활용할 수업 공간이 필요했는데 백성주 팀장께서 도와주셨어요. 지금 그 공간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제3국 출신 탈북 청소년들과 저소득층 다문화 학생들에게 영어그림책으로 진행하는 세계시민 교육이 진행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