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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생태계 인터뷰

“가장 소외된 섬과 무인도에 찾아가 해양쓰레기를 줍습니다”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2024년 12월 26일
Root Impact

위기의 시대, 비영리에서 기회를 찾다 ㉒ 사단법인 섬즈업 윤승철 대표이사·홍종호 운영이사
매달 셋째 주 주말마다, 섬 지역 또는 무인도 찾아가 섬플로깅 진행
(현)사단법인 섬즈업×(구)섬마을봉사연합(IVU) 누적 정기봉사 62회, 누적 봉사 참가자 약 2500명 넘어

다음 중 우리나라 섬 이름이 아닌 것을 모두 고르세요.
①유부도 ②장고도 ③소안도 ④삽시도 ⑤노화도 ⑥탄도 ⑦정답없음


보기에 울릉도, 독도, 제주도가 없어 당황한 사람은, 모두 주목!

이 문제의 정답은 ⑦번이다. 보기 ①번부터 ⑥번까지 섬들은 실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섬 이름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섬들, 2024년 한 해 동안 여기 모든 섬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어 직접 만나봤다. 2016년 섬마을봉사연합(IVU)으로 출발해 올해 1월 사단법인 섬즈업으로 새출발한 윤승철 대표이사와 홍종호 운영이사가 주인공이다.

사단법인 섬즈업을 이끌고 있는 윤승철 대표이사(왼쪽)와 홍종호 운영이사(오른쪽)의 모습. /사진=조태현 작가
사단법인 섬즈업을 이끌고 있는 윤승철 대표이사(왼쪽)와 홍종호 운영이사를 직접 만나고 왔다. /사진=조태현 작가

“대한민국에는 약 3400개의 섬이 있어요. 이중 무인도는 2900여 개로 전체의 약 86%를 차지합니다. 사단법인 섬즈업은 우리나라 섬과 무인도 곳곳을 다니며 방치된 해양쓰레기를 줍습니다. 국내에 섬으로 플로깅을 하러 다니는 조직은 섬즈업이 유일합니다.” – 홍종호 운영이사

‘섬즈업’에서 ‘섬’은 단어 그대로 바다에 둘러싸인 섬을 뜻하기도 하지만, 영어로 ‘엄지척’을 뜻하는 ‘썸즈업(Thumb-Up)’과 발음이 같아 ‘섬이 최고’라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 그저 섬이 좋아 이 일을 시작했다는 청년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물었다.

이들의 만남은 두 사람이 대학생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섬즈업 운영진은 인터뷰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대학교 친구로 만난 네 사람은 우연히 ‘섬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청년들의 손길이 부족한 섬 지역으로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인 섬마을봉사연합(IVU)을 만들었다. 당시 네 사람이 단숨에 합의한 원칙은 봉사활동을 하러 ‘무조건 섬으로 가야 한다’였다.

“저희 네 사람은 모두 본업이 따로 있거든요. 저는 무인도섬테마연구소 대표이면서 활동가로 지내고 있고요, 홍종호 이사는 포토그래퍼(스튜디오 환타지스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자리하지 못한 이준호 운영이사는 콘텐츠디렉터(스냅허브 대표)이고, 김승규 대외협력팀장은 현직 한의사(광교경옥당한의원 대표원장)예요.

왼쪽부터 섬즈업 윤승철 대표이사(활동가), 김승규 대외협력팀장(한의사), 홍종호 운영이사(포토그래퍼), 이준호 운영이사(콘텐츠디렉터)의 모습. /제공=섬즈업
(왼쪽부터) 섬즈업 윤승철 대표이사(활동가), 김승규 대외협력팀장(한의사), 홍종호 운영이사(포토그래퍼), 이준호 운영이사(콘텐츠디렉터)의 모습. /제공=섬즈업

과거 섬마을봉사연합 시절에는 섬 주민 복지에 집중하며, 섬에 가서 각자 재능기부 형태로 봉사활동을 이어갔어요. 홍 이사는 섬 어르신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을 찍어드리고, 김 팀장은 섬 어르신께 한방치료를 해드렸어요. 미용기술이 있는 봉사자가 함께하는 날엔 미용봉사를 하기도 하고, 연탄봉사활동, 물품 나눔 행사같은 것도 마련해 진행했죠.

그 당시에도 해양쓰레기를 줍는 일도 종종 했었는데, 하다 보니 쓰레기를 다 못 치우고 섬을 나오는 일이 잦아지는 거예요. 그만큼 섬에 쓰레기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니 저희 외에 해양쓰레기 수거에 집중하는 다른 단체들은, 주로 도심지 하천이나 해안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를 우리가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로 정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섬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 윤승철 대표이사

지난 2019년 11월, 경남 통영 학림도에 해양 쓰레기를 주으러 모인 봉사활동 참가자들에게 윤승철 대표(가운데)가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섬즈업
지난 2019년 11월, 경남 통영 학림도에 해양쓰레기를 주으러 모인 봉사활동 참가자들에게 윤승철 대표(가운데)가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섬즈업

사실 ‘섬 지역’은 매번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통 사람들에게 심리적, 물리적 진입장벽이 꽤 높은 곳이다. 실제로 섬에 20~30명의 외지인이 들어갈 준비를 한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섬’에 들어가려면 준비를 꽤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정기여객선이 있는 지역이면 표를 미리 예매하고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터미널에 도착하도록 버스를 섭외해야 하고요. 편의시설은 물론 식당 자체가 없는 곳도 많아서 식사가 가능한 민박집을 찾아야하고, 민박집도 없으면 마을회관을 섭외해야 합니다. 식사를 미리 공지해야 해서 답사를 가서 밥도 꼭 먼저 먹어보고요. 보통 당일치기로 불가능한 일정이라서 잘 곳도 마련하고, 섬 내에서 이동수단도 미리 알아봐야 하죠.

이렇게 한두 달 전에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는데도, 당일에 태풍이 불어서 활동이 취소된 적도 있었어요. 활동이 취소되면 아쉬운 마음도 마음이지만 때론 경제적 손실도 감수해야 합니다. 늘 만반의 준비를 하는 저희도 매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죠. 아무래도 이렇게 변수도 많고,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 활동이다 보니 사람들의 손길이 부족할 수 밖에요. 그래서 항상 저희끼리 이야기해요. 우리가 열심히 다니고, 활동을 더 널리 알리자고요.”  – 홍종호 운영이사

/사진=조태현 작가
윤승철 대표이사(왼쪽)와 홍종호 운영이사가 섬 활동이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태현 작가

윤 대표는 활동을 더 확장하려는 의지로 주무관청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로 둔 사단법인 섬즈업을 올해 설립했다. 2016년부터 7년 동안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며 정리한 데이터를 해수부와 공유하며 정책 제안에도 앞장서고 있다. 예를 들어 해양쓰레기 중 유독 부표가 많이 수거되는 지역에는 어구실명제 단속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는 등 근거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섬 주민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을 해 보면, 저희에게 이런저런 고충을 많이 이야기 하세요. 그럼 저희도 같이 해결책을 고민하고, 도나 시에 속한 담당자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도 해요. 저희의 중심 활동이 해양쓰레기를 줍는 일이긴 하지만, 마을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도 주요 활동 중 하나거든요.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데, 육지에 사는 보통의 사람들은 내 눈 앞에서 사라진 쓰레기는 다 치워졌다고 생각하고 살잖아요. 그런데 이 쓰레기가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 대양으로 가기 전 섬 곳곳에 엄청 많이 걸려 있어요. 또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해류를 따라 흘러온 쓰레기가 모이는 곳도 섬 지역이에요. 그럼 섬 주민들은 당장 어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생활 환경도 점점 더 악화되죠.

저희가 보통 한 번의 활동으로 수거하는 해양쓰레기 양이 700~900kg 정도 예요. 이중에서 약 80%가 플라스틱 쓰레기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가 주로 마시는 페트병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어업 활동에 쓰이는 부표 등에서 많이 나와요. 그래서 어구실명제가 중요하고, 오래된 부표는 쓰레기 문제를 개선한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게 교육도 해드리고 있어요.

/제공=섬즈업
윤승철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부표 쓰레기를 정리해 옮기고 있다. /제공=섬즈업

염분이 묻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아예 불가능하고, 플라스틱이 잘 수거된다고 해도 1~2%만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매번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로 잘 정리하고 있거든요. 플라스틱이 쪼개지고 쪼개지면 나중엔 걸죽한 죽처럼 돼요. 이것들이 모여 태평양 한 가운데 쓰레기 섬이 생길 정도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태평양까지 흘러가기 전, 섬에서 수거하는 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섬에서는 소각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수거한 쓰레기를 시나 군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 신경쓰고 있습니다.” – 윤승철 대표이사

섬즈업 정기봉사 섬플로깅에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 매번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한다. 봉사참여대상은 별도 제한이 없고,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봉사자도 있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다. 가장 놀라운 건 섬플로깅을 할 때 필요한 비용은 자부담이 원칙이라는 점이었다.

“보통 평균 10만 원대 초반 비용으로 안내해 드리는데, 모두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고 참여해 주세요. 참 감사한 부분이죠. 정기후원자 분들도 130명 정도 모금해 주시는데, 그 덕분에 날씨 때문에 섬플로깅이 취소되면 발생하는 위약금, 미리 식사 준비해주신 비용에 대한 일부 사례를 할 수 있습니다.” – 홍종호 운영이사

섬즈업은 2025년에는 사람의 손길과 관심이 닿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는 무인도에서 활동도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저희가 섬플로깅을 오시면 꼭 섬 투어를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을 드리거든요. 섬 자체를 탐색하고 즐기시라는 의미에서요. 때때로 상황에 따라 수거할 쓰레기가 그렇게 많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럼 봉사자 분들이 꽤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럴 때에도 ‘왜 이렇게 쓰레기가 없어요?’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섬엔 쓰레기가 조금 적어서 다행이다’라고 안심하면서, 섬에 어렵게 들어오신만큼 섬에 매력에 충분히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섬이 좋아야 또 오거든요. 섬이 재미있어야 또 만날 수 있으니, 섬을 충분히 즐겨주세요!” -윤승철 대표이사 

윤 대표의 설명에서 평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육지 중심의 표현’이 꽤 많다는 걸 깨달았다. 태풍을 예보할 때에도 ‘11일 자정,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겠습니다’라고 표현하지만, 알고 보면 11일 자정 섬 지역에는 태풍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윤 대표는 거듭 강조하며 말했다.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미니 문답]

사단법인 섬즈업은 헤비멤 프로그램 덕분에 무사히 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사단법인 섬즈업은 헤비멤 프로그램 덕분에 무사히 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조태현 작가

Q.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이하 헤비멤) 프로그램은 섬즈업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만약 헤이그라운드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사단법인 설립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특히 헤비멤 프로그램으로 모금 교육, 회계 교육을 받으면서 정말 큰 도움이 됐고요. 교육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 건 언제든지 물어봐도 된다고 전문가와 느슨한 연결고리가 존재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함께 일하는 옆 조직에게 받는 영향도 참 커요. 다시입다연구소나 뉴웨이즈 같이 여기 와서 새로 알게된 조직들이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기회가 주어져서 시야가 참 넓어졌어요. 자극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총회나 대의원회를 할 때 항상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사용하거든요. 멋진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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