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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음악-세상을 품은 아이들 이재명

언유주얼 X Changemaker

2019년 11월 26일
Root Impact

[루트임팩트는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일, 삶, 배움의 커뮤니티를 통해 성장을 지원합니다. 우리가 직접 만난 체인지메이커들의 이야기를 문화 무크지 언유주얼을 통해 전합니다.]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스스로를 소개하며 랩을 하는사람이라고 했다. 작사를 하고, 곡을 만들고, 자유롭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 후 어느 날,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이 모인 2박 3일간의 행사에서 공연을 하는 그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노래를 했고, 눈을 감고 랩을 하기도 했다. 그가 부르는 노래와, 그가 뱉는 랩은 모두 어쩌면 발라드를 닮아 있었다. 그는 지금 소외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소개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내뱉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 담담한 가을을 닮은 스물다섯 살 이재명 님이 음악으로 만들어왔고, 앞으로 만들어 갈 변화를 소개한다.

이재명 공연 실황

Q. 재명 님께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A. 저는 <사단법인 세상을품은아이들>(이하 세품아) 내에 자립사업단인 패스메이커스(Pathmakers ; 길을 찾는 사람들)에서 세품아 아이들이 직접 자기만의 사업을 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세품아에서는 소외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서 많은 프로젝트들을 시도했는데요. 그중에서 저는 소외 청소년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적합한 일자리 탐색을 도와주며, 사회와 연결하는 일을 해 왔죠. 쉽게 말해 먼저 굴러 본 입장에서, 세품아 아이들이 좀 굴러 보고 싶은데 두려워할 때 ‘괜찮아. 굴러 봐도 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안전지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자문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고요. (웃음)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품아만의 관점이나 세품아가 하는 일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A. 세품아는 소외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생활 공동체라고 표현할 수 있죠. 가정과 학교,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요. 세품아는 일방적인 치유가 아니라, 아이들이 심리적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관계에 기반해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고 있어요. 음악과 여행 등 교육적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되찾아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세품아만의 특별한 관점은 ‘문제아’라고 불리던 아이들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만드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아이들이 더 나아가 ‘문제 해결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어요. 돌봄을 받던 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이로, 치유를 받던 아이가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이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지향하는 곳이죠. 특히 음악과 함께 회복하고 또 진로를 찾는 아이들이 있어요. 공연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직접 랩과 노래 가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쓰고 부르는 것을 통해 치유를 반복하죠.

Q. 아이들이 자신의 랩과 노래 가사를 쓰는 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A.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가사로 담아보자고 하면, 처음에는 굉장히 막막해해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죠. 요즘 유행하는 힙합을 들어 보면 ‘그들만의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많잖아요. 돈이 많고, 포르쉐를 타고,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요. 아이들은 그에 반해 자기 이야기는 너무 어둡고 무가치해 보인다고 느끼는 거죠. 

한 친구는 처음 가사를 쓸 때, 자기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외모도 별로이고 말도 잘 못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했어요. 그런데 가사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내 다리는진짜 길다’고 장점을 잡아내더라고요. 그 소재로 가사를 써 보면 좋겠다고 충고하니까 그 친구는 이런 가사를 썼어요. ‘나는 다리가 길어서 남들이 한 걸음 걸을 때 더 많이 걸어갈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출발이 좀 늦었지만 도달은 더 빨리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거예요. 저는 그렇게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들이 치유받고 즐거워하는 그 과정이 좋아요. 이걸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하고요. ‘내힙크로바’라는 프로젝트도 이런 변화를 보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나는 다리가 길어서 남들이 한 걸음 걸을 때 더 많이 걸어갈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출발이 좀 늦었지만 도달은 더 빨리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거예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재명 님이 준비하고 있는 ‘내힙크로바’ 프로젝트는 소외 청소년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A. 그렇지 않아도 두 파트로 나누어 실행해 보려고 해요. 그 첫 번째가 지금의 청소년 교육을 통해 콘서트를 만들어 확산하고자 하는 것이고요, 다른 한 파트는 어떤 기준으로든 표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앨범으로 담고자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살다 보면, 이야기가 ‘고여 있는’ 시기가 공통적으로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라든지, 처음 일을 하는 사회 초년생, 은퇴가 가까워진 분들,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어머니들처럼요. 우리 주변에 있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콘셉트 앨범으로 작업해 보고자 해요. 그래서 이 노래가 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로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Q. 재명 님께서는 랩 음악과 힙합을 하고 있지만, 자작곡 가사들만 보면 감성적이고 위로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 그런지 발라드 감성이 느껴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는 제 삶을 통해 발라드라는 키워드를 떠올려 보면, 마치 ‘무의식에서 오는 힌트’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유레카를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라기보다는 바람같아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처음에는 바람 부는지도모르고 걷다가 문득 기분이 좋아지고, 뒤늦게 부는 바람이 참 좋다고 느끼는 것처럼요. 발라드도 좀 그런 느낌인것 같아요. 듣다 보면 어렴풋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고,돌아보면 ‘나도 이런 적 있다’고 느끼게 되는 거요.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며 재명 님이 앞으로 극복하고 싶거나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가고 싶은 게 있다면 이야기 듣고 싶어요.

A. 저는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살고자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살다 보면 사실 모든 게 솔직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나를 숨기게하는 것의 원인에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서 그걸 바꾸고 싶어요. 좋은 것조차 좋다고 말 못하는 순간들이 저에게도 있고, 그래서 가끔 쓰라리기도 해요. 그런 의사표현이 나로서 가장 자연스러우려면 어떤 문화가 필요할지 계속 고민할 거에요. 

▶세품아 이재명 님의 인터뷰가 실린 [언유주얼 매거진] 5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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