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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리서치

공감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9월 29일
Root Impact

지난 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회적 가치 축제 <2020 SOVAC> 에서는 미래 인재의 핵심 DNA를 ‘공감’으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비난, 편협, 혐오, 분노로 가득 찬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만들어나갈 인재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대화에 참여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공감도 잘하려고 노력하고 뇌를 많이 사용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하는 ‘인지적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은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시간 자막 서비스 ‘소보로(소리를 보는 통로)’ 윤지현 대표는 청각장애인의 웹툰을 보고, 풀필먼트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 고용을 창출하는 회사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는 노숙자와 생활하며 느낀 공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정의,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빠르게 실험하며 고쳐나간 끝에 문제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죠. 

교육을 주제로 전해드리는 이번 달 매거진 뉴스레터는 공감이 밑바탕이 되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프레임워크 ‘디자인씽킹’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수 많은 체인지메이커에게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사례를 만나보시죠. 

– 민지 드림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과 미군 철수로 인해 탈레반 집권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아프간 국민들이 나라를 떠났습니다. 약 12만명의 아프간인이 미군의 도움으로 나라를 떠났고 앞으로도 아프간을 떠나는 난민의 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국제적 위기에 신속히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나선 민간기업이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난민 2만명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난민을 수용할 시설도 부족하고 호텔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신속히 문제해결에 동참하려는 이러한 모습이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에어비앤비 자체가 디자인씽킹을 통해 탄생하고 성장한 회사이니까요. 

디자인씽킹이라는 것은 “디자인적 사고” 또는 “디자이너처럼 사고하기”를 의미하기도 하고 “사고방식 (마인드셋)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도 있죠. 이론적으로 ‘문제의 발견/관찰 – 공감 – 정의 – 아이디어 도출 – 프로토타입 – 테스트 – 피드백’을 거칩니다. 하지만 꼭 이러한 이론적 단계를 거쳐야만 디자인씽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에 옮기는 모든 과정이 사실은 디자인씽킹이라고 볼 수 있죠. 단,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empathy (공감)입니다. 상대방 입장, 즉 최종 사용자(end-user)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문제에 대해 공감해야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디자인씽킹에서 말하는 “인간중심적 접근법”입니다. 

디자인씽킹 과정 (출처 : Interaction Design Foundation)

디자인씽킹이 만든 변화

우리가 디자인씽킹을 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문제해결을 위함입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고방식을 키운다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씽킹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례 중 하나는 GE 헬스케어 (GE Healthcare)의 MRI 촬영 기기입니다. 어린 환자들이 자신이 만든 MRI (자기공명영상) 기기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본 기계 개발자는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전문가들을 통해 환자들의 심리를 배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어린이들이 이 경험 자체를 하나의 모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기발하게 MRI 기계를 재디자인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GE 헬스케어의 어드벤처 시리즈입니다. 기계의 외형을 해적선이나 우주선으로 디자인하고 내부 굉음이 들릴 때는 “스토리”를 입혀 이 또한 모험의 일부분으로 느끼게 한 것이죠. 이렇게 하니 마취를 해야만 기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아이들은 더 이상 마취가 필요 없어졌고 환자 만족도는 90% 상승했습니다.  

우주선이 된 MRI (출처: ge 헬스케어 홈페이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중 하나인 케이프타운에서 물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2분 샤워곡” 또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지난 2017년, 케이프타운은 역사상 가장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이로 인해 댐이 다 마르고 도시가 물 공급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데이 제로 (Day Zero)”가 일년 이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죠. 그래서 정부관계자들은 하루빨리 사람들이 물을 덜 쓰게 할 방안을 마련해야만 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으면 강제적으로 수도공급망을 끊어야하는 사태에 이르니까요. 

그래서 케이프타운시는 한 보험회사와 손잡고 창의적인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물을 덜 쓰게 하려면 물 쓰는 시간 자체를 줄여야 했는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물을 덜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고민이 2-minute shower song (2분 샤워곡)을 탄생시켰습니다. “샤워할 때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서 착안해 국민 팝가수들을 총동원시켜 2분짜리 샤워용 곡을 발매하게 만들었죠.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2분 안에 샤워를 마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 것이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도시는 물 사용량을 2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었고 최악의 사태인 “데이 제로”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8년 ‘함께걷길’팀은 시각장애인의 공중화장실 안내 점자블록이 성별을 구분해 주지 못한다는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닥 점자블록에는 화장실로 가는 길만 안내할 뿐 각 화장실 문 앞 명패에 가까이 와서야 겨우 성별을 알아낼 수 있었죠. 팀은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가 대다수의 시각 장애인들이 공감하는 문제인지를 살피고 지자체/기관에 연락해 프로젝트가 실제 행정에 반영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로 인해 성별을 구별하는 점자블록이 2019년 1월 봉천역에 시범 설치되기도 했었죠. 

성별을 구분한 점자블록의 프로토타입 (출처: 함께걷길 프로젝트)

루트임팩트의 임팩트 프로젝트의 사례도 살펴볼만 합니다. 이번 해에는 배달의민족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프로젝트 팀은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특정 반찬만 먹는다”, “남는 반찬이 아깝다”, 그리고 “선택권이 있다면 반찬을 선택하지 않겠다”란 문제를 발견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솔루션으로 배달의민족에 소비자들이 배달 주문 시, 앱에서 ‘반찬 선택 옵션을 추가하여 주문’할 수 있도록 제안 했습니다. 기호에 맞지 않는 반찬으로 인해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문제에 집중해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죠.   

다른’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기 위해

이처럼 디자인씽킹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디자인씽킹을 제품 디자인, 경험 디자인, 조직 디자인 등에 활용하고 있고요. 외국에서는 디자인씽킹 교육이 학계를 넘어 기업, 그리고 정부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씽킹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스탠포드의 디스쿨 (D. School,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의 경우 일방적 공부만 해온 학생들에게 다른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많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더 열광하며 수강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평생교육 시대에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디자인씽킹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고정관념이 굳어진 상태에서 자신의 사고의 틀을 깨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디자인씽킹 기반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제공되어 아이들이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얼마나 많은 난관과 어려운 문제들을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러한 창의적 교육의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겠죠. 학교와 정부, 그리고 기업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에서 디자인씽킹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지원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희망합니다. 

<상상하고 만들고 해결하고>라는 책에 따르면 스탠포드의 디스쿨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움직인다.(Work with people having different thoughts)’ 

모두 다른 생각과 모두 다른 환경에 놓인, 타인과 함께 사는 삶이 숙명인 인간에게 그래서 공감을 핵심으로 하는 디자인씽킹은 더욱 중요할지 모릅니다. 어릴 때부터 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체인지메이커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거꾸로캠퍼스유쓰망고 등 교육 분야의 다양한 체인지메이커들이 이미 ‘미래 체인지메이커’를 위해 많은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다 진화한 ‘공감 능력자’들이 그려나갈 따뜻한 미래를 기다려 봅니다. 


에디터 윤서영
코리아타임즈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씽킹’을 기반으로한 전략적 디자인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컨설턴트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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