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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서치

직장이여, 여성을 붙잡아라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3월 12일
루트임팩트

체인지메이커님께 전할 첫 번째 사회 이슈는 ‘여성’ 입니다. 

네 살배기 딸을 키우는 워킹맘인 저는 지난 한 해 많은 엄마들이 결국 일터를 떠나게 된 이야기를 많이 접했습니다. 코로나로 등원/등교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육아 공백은 엄마들의 퇴사로 채워질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맥킨지-린인 (McKinsey&Company-LeanIn)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여성 4명 중 1명이 경력을 낮추거나 퇴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전세계 여성의 일에 코로나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 리서치에서는 코로나와 여성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대안으로 언급된 ‘유연근무제도’가 여성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누고자 합니다. 올해부터는 前 코리아타임즈 기자였던 윤서영 에디터와 함께 리서치를 다룹니다.

다시 돌아올 워킹맘 동료들을 기다리며, 첫 리포트를 전합니다.
– 다현 드림 –

코로나가 불러온 경력단절

11.6일. 코로나19(이하 코로나)와 치열한 전투를 시작한 지난 해 상반기, 서울 지역 초등학생의 평균 등교일수입니다.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아이들은 집에서 원격수업을 들어야 했고 학부모 중 누군가는 함께 집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대부분이 엄마였죠.

올해 유초중고 전면등교에 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전면등교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작년 한 해 원격 수업으로 학부모들의 스트레스가 증가했냐고 물었더니 72.3%가 ‘그렇다’라고 대답한 걸 보면 많은 부모가 큰 부담을 느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직장을 가진 엄마의 경우, 아이를 온종일 집에서 돌보며 사무실에 근무할 때와 동일한 능률로 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여성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자녀 돌봄 공백’이 주원인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직업을 잃은 여성 4명 중 1명은 자녀 돌봄을 이유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이런 까닭에 국내 노동시장에서 더 많은 여성이 남성보다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2020년 2분기에 일자리를 잃은 41만 명 중 60%는 여성이었습니다.

유연 근무를 확대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착각

그렇다면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 부담을 줄여주면 되지 않을까?’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거나 유연근무제를 통해 집에 더 머물면 육아와 가사의 부담이 줄지 않을까?’

흔히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면 여성에게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출퇴근하지 않고 집에서 재택하면서 시간 안배를 잘하면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효율성 있게 일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죠. 게다가 남성들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하여 부부가 함께 집에 있다면 남성도 가사노동에 참여하게 되어 여성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를 통해 본 데이터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죠.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여성의 가사, 육아 노동시간이 2.5배 늘었다고 합니다. 인도의 경우는 10배에 달하고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주당 65시간을 집안일에 더 쓰고 육아에 개인 시간의 3분의 2를 쏟는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퇴사한 남성들이 집안일을 한다고 해도요. 

특히 전문직 고학력 여성일수록 재택근무 시 일의 생산성은 더 떨어졌다고 합니다. 여성 학자의 경우 작년 1-4월 사이 재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생산성이 50% 감소했다고 합니다. 아이를 돌보게 되면서 연구 시간이 기존 10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었기 때문이죠. 반면 남성 학자는 평소보다 50%가량 더 많은 양의 논문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가사노동을 ‘요령 있게’ 피해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당신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유연근무제가 확대 및 활성화된다 해도, 여성의 가사와 육아 부담이 줄어들려면 가사노동과 자녀 돌봄이 부부 모두의 연대 책임이라는 진정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여성이 유연근무제를 선택했을 때 능력과 효율이 저평가 되어서도 안 되죠.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남성의 두 배 이상 여성들이 육아 부담으로 인한 부정적인 업무평가를 우려했다고 합니다. 유연근무제를 선택한 여성은 집안일과 일을 병행하느라 업무에 전적으로 몰입할 수 없다는 인식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남성보다 더 높은 잣대로 평가받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떠안을 확률도 높습니다. 임원급에 있는 여성 대부분은 홀로 여성인 경우가 많아서, 여성을 대표해 더 많은 성과를 증명해내야 하는 부담을 안습니다. 그래서 같은 위치의 남성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고위급 여성이 코로나 상황 때문에 자신의 직급을 낮추거나 아예 직장을 떠날 고민을 할 확률은 남성보다 1.5배 더 많았습니다. 4명 중 3명은 ‘번아웃(극심한 피로)’을 주원인으로 꼽고요. 하지만 여성이 노동인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성비가 균등한 조직은 남성 위주 조직보다 매년 평균 2% 이상 성과가 좋습니다. 그리고 리더십에 여성이 많은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50% 이상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균형 잡힌 사고방식과 경험은 위기일 때 더 발휘되죠. 여성의 리더십은 더 공정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주식회사는 주주들로부터 임원진의 다양성을 제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죠. 투자자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회사를 평가할 때 성 다양성과 공정성을 점점 더 많이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기관 투자자, 행동주의 주주, 그리고 잠재적 직원과 고객으로부터 여성을 더 많이 등용하라는 외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임원이 많으면 조직 문화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칩니다. 직원 친화적인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인종 및 성 평등에 관해 꾸준히 입장을 표명하며, 다른 여성들을 멘토링하고 지원하는 여성 임원 비율은 남성 임원보다 15% 이상 높습니다. 특히 가정과 아이가 있는 여성이 리더십에 있으면, 여성 친화적인 정책과 제도를 활성화하고 유연근무제를 장려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님아, 그 일터를 떠나지 마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성 노동 인구가 줄어들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유연근무제의 양면성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꼭 필요한 제도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여성의 부담으로 다가온 배경에는 남성이 가사 노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가사와 육아를 적극적으로 부담하려는 남성들이 늘어난다면 유연근무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가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는 남성으로 하여금 용기 내어 적극적으로 휴직 제도를 활용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경험이 ‘놀아주기’에 그쳤던 오락적 육아 방식이 아닌 ‘재우기, 먹이기’ 등 일상적 형태의 살림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돌봄과 가사 노동에 대한 공동 책임 의식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로 남성이 앞으로도 다양한 휴직제도와 유연근무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봅니다. 공정한 성 평등 의식이 선행된다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남녀 모두에게 좋겠죠. 

직장 내에서는 리더 못지않게 중간관리자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성 불균형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적절한 업무 배분과 스케줄 배치, 유연근무제를 장려한다면 직원들의 일상에 즉각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우리의 일상 범위는 좁아졌지만 사고의 범위는 더 넓어졌습니다.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직장 여성의 이중고 그리고 경력단절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늘 그렇듯, 위기는 오히려 기회입니다. 


에디터 윤서영
코리아타임즈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디자인씽킹’을 기반으로한 전략적 디자인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컨설턴트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 정지혜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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