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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리서치

패션이 뿜뿜하는 나쁜 것들, 그리고 새로운 움직임

매거진 루트임팩트

2021년 06월 24일
Root Impact

어릴 때 학교에서 했던 환경보호 포스터 만들기를 기억하세요? ‘지구가 울고 있어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나빠요’ 같은 슬로건을 쓰면서 그림을 함께 그렸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엄마가 “엄마 어릴 때 선생님이 너희가 어른이 되면 물도 사먹어야 되는 세상이 올꺼야, 라고 해서 믿지 않았는데 지금 그런 세상이 되었네. 다현이가 어른이 되면 공기조차 사먹어야 되는 세상이 오면 어떡하지.”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어른이 된 지금,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죠. 저는 이제 제 아이가 영화 매드맥스처럼 혹여 방독면을 쓰는 세상에 살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어요. 엄마의 걱정이 더 이상 현실이 되지 않게 이제는 정말로 행동에 나서야 될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코로나를 겪어내면서, 그리고 유난히 점점 더 자주 오는 비를 보면서 환경 이슈가 이렇게 우리 삶에 더 크게 영향을 끼쳤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체인지메이커 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ESG를 고려한 투자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체인지메이커 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며 플라스틱을 걱정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처럼 지속가능한 제품을 사고 있습니다. 환경 이슈, 우리는 정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저희 이웃 회사인 임팩트투자사 HGI에서 ‘패션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패션도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어요? 우리가 몰랐던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를 최소화 하고자 하는 패션 브랜드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봅시다. 
– 다현 드림-


멋지고 화려해 보이는 패션의 세계,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멋지고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티셔츠 한 장의 가격대도 디자인도 매우 다양해진 지금, 우리는 옷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정작 패션이 세상을 오염시켜왔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패션이 탄소 배출을 그렇게 많이 해? 

World Economic Forum – These facts show how unsustainable the fashion industry is (2020)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패션 산업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비즈니스를 지속할 경우, 2050년에는 연간 탄소 배출량의 26%¹ 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패션 비즈니스 모델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옷이 뭐 그렇게 지구에 큰 해를 입히겠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환경 이슈까지 

다큐멘터리 트루코스트(The true cost 2015)는 2013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의류 공장 붕괴 사고를 중심으로 패스트패션이 초래한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와 생산국의 환경오염 이슈등을 다룹니다. 패스트패션의 핵심인 짧은 컬렉션 주기,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들에게는 가성비를 보장했지만, 저임금 노동, 환경 오염 문제 등을 발생시키고 있었던 것이죠. 

다큐멘터리에서 이러한 환경 오염의 사례로 인도의 가죽 수출지인 칸푸르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매일 5천만 리터 이상의 가죽 처리 폐수가 무두질 공장으로부터 지역 농지 및 식수에까지 흘러 들어가 지역민들이 이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는 고통을 겪게 된 것이죠. 또한 우리가 손쉽게 값싼 청바지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아웃소싱 공장의 노동자들이 10달러의 월급을 받으며, 빠른 생산 효율을 강제 당했기 때문임을 증언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이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² 하고 있는 만큼, 패션 회사들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공급망 관리까지 전환을 실행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면 어떤 전환들이 필요할까요?

솔루션을 찾기 위한 노력들 : 가치 사슬별 개선 과제 (올버즈와 파타고니아)

패션 산업에서의 가치 사슬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합니다. 패션 산업 가치 사슬을 제대로 이해하기위해서는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가 그 원재료 단계인 농업과 목축업부터 살펴봐야 하죠. 이 원재료들은 실과 섬유를 만드는 공장을 거쳐, 염색과 피니싱 공정도 거칩니다. 이 공정을 통해 제작된 다양한 종류의 원단과 부자재들은 해당 시즌의 경향에 맞게 조합돼 판매 가능한 상품이 됩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항공, 해상 경로를 거쳐 다양한 국가로 유통되게 됩니다. 이처럼 농업, 목축업, 무역 등 여러 산업을 거치기에 패션 산업의 탄소 발자국 측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패션 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측정이 선행 되어야겠죠. 이를 선제적으로 잘 실행해온 올버즈와 파타고니아 사례를 살펴보며, 패션 산업의 전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얻어보겠습니다.  

1) Allbirds 올버즈 케이스

친환경 신발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올버즈는 패션산업에서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패션 브랜드들도 쓸 수 있게 공개했습니다. 


올버즈의 탄소발자국 계산기는 제품의 “Cradle to Grave” Life cycle Assessment를 기반으로 ‘소재, 생산, 운송, 사용, 폐기까지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측정할 수 있게 돕습니다. 올버즈는 이러한 측정을 토대로 탄소 배출 절감(최소화)과 중립을 실현하고자, 아래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점 과제 도출은 가치 사슬 전반에 이르는 측정을 통해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1. 재생 농업 : 환경 유해성을 줄이고, 토양을 복원하는 농업 및 방목 양식을 사용함 
  2. 소재 혁신 : 석유 기반 소재를 천연소재로 대체하거나 친환경 신소재 개발 
  3. 청정 에너지 :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로 전환 

이러한 노력 외에도 자체적인 탄소펀드를 만들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예: 텍사스 풍력 발전소, 중국 사천의 바이오가스 정화조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환경 운동화로 잘 알려지기까지의 구체적이고도 험난한(?) 과정들이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네요. 한편 상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할까’라는 의문에는 소비자들의 호응이 대신 답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파타고니아 케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2) Patagonia 파타고니아 케이스

파타고니아는 공급망 전반에 걸친 사회·환경적 문제 및 이에 대한 솔루션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 해 ‘악시오스·해리스 100′ 브랜드 평판 설문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올해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것인데요.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며 ESG를 적극 실천하는 기업의 브랜드 평판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룹니다. 

파타고니아는 특히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의 모범으로 유명하죠. 2000년부터 Bluesign³과 함께 일하며, 2007년 의류브랜드 최초로 파트너 관계를 맺었습니다. 또 2015년까지 모든 원단 공급사들이 Bluesign 회원사가 될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파타고니아는 월마트(Walmart)와 함께 지속가능한 의류연합 SAC(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을 창립했습니다.⁴ SAC는 패션산업 가치 사슬 전반의 환경적 영향을 측정 및 관리하는 자가평가모듈 Higg Index를 만들었는데요⁵,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아디다스, 파타고니아, SPA브랜드인 H&M, ZARA를 포함,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적용을 통해 원청 기업은 공급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⁶ 

파타고니아는 현재 많은 패션기업들이 ‘사업을 위해 환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환경을 위해 사업’을 합니다. 늘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임을 강조하고 있죠. 이러한 브랜드 액티비즘이 결국 현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더 진정성 있게 가 닿아 브랜드의 생명력과 가치를 올려주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 차원의 행동 

한 개인,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적게 구매하여 오래 쓰는 것, 그리고 보다 신중한 구매를 제안드립니다. 파타고니아의 유명한 광고 Don’t buy this jacket 하단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Common Threads Initiative내용이 있는데요. Reduce, Repair, Reuse, Recycle, Reimagine 이 그것입니다. 번역해보자면 ‘이제 필요하지 않거나 오래 입지 않을 제품을 사지 않기, 기존의 옷을 수선해 입거나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 그리고 옷에 대한 생각의 전환까지 이뤄보기’ 인데요. 모두 개인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개인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의류 구매 시 참고할 만한 아래 인증들도 살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패션과 기후 변화, 연결 짓기 어려웠던 분들도 많았을 텐데요. 함께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 대한 개선 노력 뿐 아니라, 개인의 옷 소비 습관 변화도 필요한 때입니다. 새 옷을 자주 사 입는 것보다 빈티지한 옷을 입는 것이 더 멋지다는 감각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멋의 표준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본 원고는 HGI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 연구결과와 그에 따른 의견임을 밝힙니다. 영리적 목적의 양도, 배포를 금합니다. 또한 출처 처리가 불완전하므로 인용 자제를 부탁드리며, 부득이하게 활용 시 작성자에게 연락을 바랍니다. 

각주

1. 출처: A New Textiles Economy: Redesigning fashion’s future, Ellen MacArthur Foundation, 2017, p.21
2. 다카에서 발생한 의류 공장 붕괴 사고 이후 설립된 Fashion Revolution을 중심으로 #whomademyclothes 운동도 생겨나게 됩니다. 옷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Bluesign 보충 설명: 소재의 성분부터 생산 과정에 관계되는 모든 유해성분과 업체의 노동환경 등을 검사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전한 재료와 공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임을 보증하는 국제 섬유 인증 기준입니다. (홈페이지 링크)
4. 출처: SAC https://apparelcoalition.org/
5. 출처: Higg website – Tools & Services; Measure
6. Higg index 보충 설명: 섬유공급망 관리를 위한 ‘글로벌 단일 기준지수’로 환경관리, 기후변화, 자원관리 등 각 분야의 글로벌 기준을 중심으로 개발됐습니다. (국제환경규제 기업지원센터 분석보고서 164-20-019)

에디터 이미지 (with. RA 김도연, 이제인)HGI 임팩트 본부 커뮤니케이션팀에 재직 중입니다. CJ그룹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관련 사업을 기획∙수행했고, KAS(현 아동권리보장원)의 정책연구부, 코오롱FnC의 지속가능패션 브랜드에서도 일했습니다. 
기획 루트임팩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편집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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